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화 (2/188)

2화

골드 마이너.

골드 시커.

골드 헌터.

좀. 멋진 이름 없나?

내 직업 이름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떴다.

<<황금인의 기본 능력을 확인하세요.>>

<<황금인의 기본 능력 강화.>>

<<금 40g 채굴하시오.>>

<<미션 성공 시 능력이 강화됩니다.>>

미션창은 각성자에게만 보이는 것인가?

경복이와 태경이를 보며 말했다.

“니들도 미션창이 보여?”

“뭐? 미션창? 그게 뭔데?”

경복이. 이 군바리는 책하고 거리가 머니 당연히 모르겠지.

“각성자, 상태창, 미션창, 회귀 뭐 그런가 몰라?”

태경이만 대충,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혀를 찼다.

“미친놈아. 공부 안 하고 판타지 본 거 지금 자랑하냐?”

“내가 진짜 각성자가 되었다고! 지금 눈앞에 미션창이 보여.”

태경이가 심각한 얼굴로 내 입을 막았다.

“한 번만 미션창 거리면, 입을 확 꿰매 버릴 거야. 제발 좀 닥치고 있어. 창피해!”

그래?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말이지?

좋아. 당장 믿게 해주지.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50보 떨어진 곳에 작게 빛나는 것을 확인했다.

“닥치고. 그냥 따라와.”

“어딜 가?”

“그냥 좀 따라와!”

나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경복이와 태경이는 마지못해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둘의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모래를 팠다.

모래를 파낼수록 빛이 더 밝아졌다.

나왔다!

금반지를 손으로 들어 올리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봤냐? 봤냐고! 내가 금 캐는 거 봤지?”

태경이는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손에 있는 금반지를 빼앗아 들었다.

“이 새끼 뭐야? 이거 진짜 금이야?”

“장님이냐? 지금까지 뭐 봤어?”

경복이가 갑자기 소리를 와락 질렀다.

“잠깐!!!”

경복이는 나와 태경이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강렬하게 보냈다.

그리고 범인을 찾은 명탐정 코난처럼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이 새끼들··· 나를 엮으려고 지금 작전 짜고 있는 거지? 이 형님이 속을 줄 알아? 그게 뭐든 니들이랑 안 한다. 형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야.”

태경이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이 군바리 병신은 뭐래?”

경복이는 더욱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둘이서 왜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하냐고?”

나와 태경이가 짜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인가?

둘이 말싸움을 하는 와중에 나는 다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빛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황금빛.

나는 그 빛이 홀린 것처럼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금빛이 보이는 곳은, 백사장에서 한참 벗어난 지점이었다.

“야! 어디가!”

나는 듣는 척도 안 하고 어둠으로 들어갔다.

10걸음 뒤에서 두 놈은,

사기꾼을 때려잡겠다는 눈빛으로 따라왔다.

나는 깜깜한 바위 위에 누군가가 놓고 간 금귀걸이를 확인했다.

흥분된 목소리로 금귀걸이를 집어 들고 둘에게 보여줬다.

“봤냐? 봤나? 이래도 못 믿어?”

태경이가 나의 금귀걸이를 빼앗아 보았다.

“어? 진짜 금이다!”

“내 말을 똥구멍으로 들었냐?”

그래도 경복이의 표정에는 아직 의심이 가득했다.

아~ 의심병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지?

나중에 결혼하면 지 와이프 의심하면서 구박하는 거 아냐?

나는 경복이의 눈앞에서 금귀걸이를 흔들었다.

“지금 그 눈깔, 존경하는 눈빛 모드로 안 바꿔?”

“수상해. 아주 수상해. 112에 신고 하고 싶을 수준이야.”

“뭐가 그렇게 수상해!”

“땅속에 금이 보인다는 것이 웃기잖아.”

“내가 방금 각성했다고 말했잖아. 각성자 몰라?”

경복이는 각성자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각성자. 그게 뭔데? 각성제 먹은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그럼 마약쟁이?”

설명해 봤자 이해를 못 한다.

답답한 새끼.

“이 형아를 그냥 믿어! 교회도 다니잖아. 나를 예수라고 생각해!”

“미친 새끼! 감히 누구랑 비벼?”

“그러니까. 그냥 믿으라고.”

“괴산의 미친 개싸이코를 김뽕열을 너 같으면 믿겠냐? 사고 쳐 놓은 것이 한두 개야지 믿지.”

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 불신자를 어쩌지? 지옥으로 보내 버릴까?”

다시 주변을 살폈다.

이때 50걸음 떨어진 땅속에서 뭔가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방금 또 빛을 봤다.”

“무슨 빛이 있어? 깜깜하구만.”

“저기 있잖아. 황금빛!”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빛 하나 없는 완전히 깜깜한 곳이었다.

“뭐가 보인다고 하는 거야?”

나는 경복이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

“내가 니 인생의 빛이자 소금이다. 새끼야. 이제 이 형님이 기적을 보여준다.”

낮게 웃으면서 팔을 내리고 빛을 향해서 걸어갔다.

발목까지 파도가 치는 곳에 큰 돌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낑낑대며 큰 돌을 들어 올리고 있는데, 둘은 뒤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여기서 금 나오면, 혼자서 다 까까 사 먹는다. 씨발놈들아!”

그러자 둘은 한동안 서로 눈치를 보다가, 마지못해 이쪽으로 다가왔다.

같이 힘을 쓰며 큰 돌덩이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모두 힘을 합해, 겨우 돌을 뒤집었다.

나는 물속으로 손을 넣어 큰 돌이 있던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나는 금팔찌를 뽑아 들었다.

일수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양아치가 차고 다닐 법한 금팔찌로 상당히 묵직했다.

“으하하하하. 이게 미라클이다. 씨발놈들아!”

태경이가 재빠르게 내 손에서 금팔찌를 가로챘다.

“오. 꽤 묵직하다.”

“두툼하지?”

“못해도 최소 200만원은 나가겠는걸?”

나는 갑작스러운 높은 숫자에 깜짝 놀랐다.

“···200만원?”

“10돈은 넘어 보이잖아. 요즘 금 한 돈에 18만원이야.”

경복이도 금반지를 입으로 깨물어 보며 말했다.

“이 미친새끼 진짜야?”

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뭐 하자고, 너한테 구라까냐?”

“어떻게 사람이 땅속에 금을 보냐고?”

“보이는 것을 어쩌라고?”

이때 태경이가 우리 둘 사이로 들어오며 활짝 웃었다.

“보이냐? 안 보이냐? 뭐가 중요해. 금덩이가 우리 손에 있는 것이 중요하지. 이게 다 얼마야?”

나는 금팔찌를 손에 차보며 말했다.

“엘도라도 프로젝트는 대성공이다. 본전 8만원은 다 뽑고 남았어.”

태경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

“주변에 또 있냐?”

내 눈에는 더 이상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없는 것 같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 아침에 국밥 한 그릇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

그럼 금을 팔아야 하는데···

경주 김씨 충렬공파 28대손이, 가오 떨어지게 상거래를 할 수 없지.

나는 손에 있던 금팔찌, 반지 등등의 모든 금을 태경이에게 넘겼다.

“네가 금은방 가서 팔아와.”

“내가?”

“너는 온종일 여자 뒤꽁무니만 따라 다녔잖아.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옛 선조 님의 주옥같은 말씀 몰라?”

“여기 오자고, 처음 이야기 한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너희들은 이끄는 선지자라고!”

“옛날부터 쑈부는 네 전문이잖아. 그냥 네가 해.”

“생각해보니 성열이가 지네 집에서 훔쳐 나온 물건을 내가 비싸게 잘 팔았지.”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그 이야기는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잖아. 우리 엄마는 아직도 집에 도둑이 든 줄 안 단 말이야.”

“그러니까 형님한테 잘해.”

“나 혼자 안 죽어. 너 안고 자폭할 거야.”

이때 경복이가 우리를 잡으며 말했다.

“점유 이탈물 횡령죄. 알아?”

“그게 뭔데?”

“땅에 흘린 거 팔면 법에 걸려.”

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게 뭔 개소리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찾았는데.”

“누가 잃어버린 물건을 습득하면 경찰서에 신고 하고 맡긴 다음, 6개월 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 챙기는 것이 이 나라의 국법이다.”

“뭐 그런 개 같은 법이 다 있어?”

“나한테 묻지 말고. 국회 가서 따져.”

나는 살짝 풀이 죽었다.

각성자가 되었는데, 초장부터 감옥에 가는 것은 좀 아니다.

“그럼 어쩌지?”

태경이는 잠깐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해 보더니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가자. 이 엉아가 다 책임진다. 니들은 그냥 병풍만 해.”

나는 태경이의 자신감 있는 얼굴을 보고 확 밝아졌다.

“뭐야? 쑈당이 붙을 것 같아?”

“당연하지. 안 붙을 것도 붙여야지.”

“역시 윤 선생이다. 노인정 할머니 빤스도, 중고장터에 여고생 빤스로 팔아먹는 놈이니 이

정도는 쉽겠지.”

윤태경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만족한 훌륭한 거래였다. 지금 할머니 빤스 비하하냐?”

나는 태경이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쑈당 선생을 믿어.”

“이 금속 덩어리를 현금으로 바꾸는 놀라운 마법을 보여주지. 따라와라.”

윤태경은 해운대 근처, ‘최고가 금 매입’이라고 쓰여 있는 금은방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저녁이 되어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촌빨 날리는 사내 3명이 들어오자, 금은방 아줌마는 살짝 이상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손님일 수 있으니 인사는 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윤태경은 주머니에서 금반지와 금팔찌 등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금 팔러 왔습니다.”

아줌마는 우리를 수상한 눈으로 스캔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 그럼 보증서 주세요.”

태경이는 고장 난 금속탐지기를 보여주었다.

“이 물건들은 피와 땀 그리고 금속탐지기로 발굴한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보증서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보증서가 없으면 조금 곤란한데···”

태경이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왜 이러실까? 금속탐지기 돌리는 놈들, 한두 명이 온 것이 아닐 텐데.”

금은방 아줌마는 살짝 인상을 썼다.

“재수 없으면 장물로 걸려. 유실물을 함부로 먹었다가 배탈 날 수 있거든.”

“약값을 얼마나 챙기려고 벌써 죽는소리하실까? 숫자나 불러봐요.”

“한 돈에 11장.”

“사장님, 도끼 하나만 들고 있으면 완전 임꺽정이네. 너무 날강도 스타일이시다.”

“뒤처리 비용은 떼야지.”

“겨우 20돈도 소화 못 시키면, 금은방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

“좋아. 12장.”

“누님. 우리 시골에서 왔다고 막 무시하는 거야? 우리 집에 인터넷도 들어오고 넵플렉스도 보고 살아. 16만원”

아줌마는 100% 먹힐 것으로 생각하는 회심의 질문을 했다.

“점유물 이탈죄를 아나. 학생?”

아니. 이 아줌마가?

태경이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 질문에 완벽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누님. 바닷가에서 나온 금반지 사건. 판례번호 알려줄까? 그거 법적으로 논란이 많아. 주인이 없거든.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아줌마는 의외라는 얼굴로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학생 공부 많이 했네. 법대생인가?”

윤태경은 강하게 말했다.

“15만원. 콜?”

아줌마가 살짝 망설이자, 내가 판을 엎을 것처럼 금을 주머니로 챙겼다.

“여기는 샤따 내렸나보다, 그냥 다른 데로 가자.”

그러자 아줌마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어허. 히든은 까고 가야지.”

“얼마?”

“13아니. 14장으로 시원하게 마무리하자. 학생.”

몇 군데 돌아다니면 만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배가 고팠다.

아줌마는 눈치 있게 시원한 바카스C를 드르륵 따더니 우리 셋에게 돌렸다.

바카스를 마시면 게임이 끝나는 것을 알지만 새콤달콤한 바카스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크- 바카스 맛깔나네. 14. 콜.”

아줌마에게 순금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 파토 낼 거라고 단도리 쳤다. 그러자 아줌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줌마. 나 각성자야. 그냥 딱 보면 순금인지 아닌지 알아.

금 32돈.

총 448만원

엄청난 현금을 손에 쥐고 나왔다.

보통은 현금을 손에 쥐는 순간 친구들끼리 싸움이 난다.

내가 각성자고, 너희들은 그냥 떨거지라고. 아니면 최소 내가 절반은 먹어야겠다고···

하지만 내가 누구냐?

반백수 생활로 미드,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안 본 것이 없었다.

돈 조금 있다고 주변 사람이랑 돈을 나누지 않다가 쫄딱 망하는 엔딩 확률은 99%.

나는 바로 경복이와 태경이에게 100만 원씩 나누어 주었다.

“경복이는 운전했고 태경이는 금속탐지기 가지고 왔으니까 똑같이 100만 원씩 나누어 가진다.”

경복이가 돈을 받고 놀라며 말했다.

“진짜 100만원 주는 거야?”

“나머지 148만원은 고기 사 먹자.”

“삼···삼겹살?”

“남아의 가오가 있지. 소고기!”

“소고기 좋지. 미국산? 호주?”

“우리 아버지 소 키우는 거 모르냐? 당연히 한우지!!”

태경이가 한우라는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

“그래! 한국 사람이면 당연히 한우를 먹어야지.”

경복이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버님을 돕기 위해서, 당장 한우 먹으러 가자.”

우리는 해운대 앞,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소고기 집으로 들어가서 한우를 주문했다.

채끝, 갈비살, 꽃등심 등등 소고기만 110만원어치를 배속에 집어넣었다.

3일을 굶은 것처럼 매상을 올렸더니 사장님이 몇 번이나 찾아와서 서비스를 넣었고 그만큼 술이 더 들어가서 소주만 15병을 넘게 마셨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도 없는 모텔에서, 우리는 오후 늦게 시체처럼 일어났다.

“아- 씨발. 뒤질 것 같아. 일단 뱃속에 뭐를 넣자. 그래야 우리가 산다.”

그래서 모텔 바로 옆.

부산의 명물. 돼지 국밥집으로 들어가 국밥을 배 속에 때려 넣었다.

그랬더니 우리는 좀비에서 사람으로 천천히 변해갔다.

국밥을 다 먹고 눈에 초점이 돌아온 태경이가 한마디 했다.

“어제 우리가 한우 먹은 거 꿈은 아니겠지? 한우를 먹었는데 술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나.”

갑자기 경복이가 태경이의 등짝을 때렸다.

“마지막에 네가 먹자고 한 안동 소주 땜에 기억이 안 나잖아.”

“웃기시네. 네가 처음에 연속으로 돌린 황금 폭탄주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야!”

내가 돼지국밥을 국물까지 다 마시고 말했다.

“어제 우리 한우를 먹었다. 난 다 기억해. 그래서 똥싸기가 아까워.”

태경이가 갑자기 지갑에 있는 5만원권 20장을 보며 말했다.

“돈을 보니··· 어제 일이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경복이도 자기 돈을 보면서 말했다.

“어제 일은 꿈같다.”

태경이가 갑자기 나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도 보여?”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밝게 빛나는 것은 없었다.

“지금은 안 보이는데?”

“어제 술 많이 먹어서, 능력 없어진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까 불안하잖아.”

“당장. 확인하러 가자.”

우리는 바로 해운대 바닷가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내 눈에 빛나는 무언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태경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능력이 없어진 거 아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경복이도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어제 여기 다 돌았잖아. 그래서 안 보이는 것일 수 있어. 일단 옆에 있는 광안리로 넘어가서 확인하자.”

경복이 차를 타고 광안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북파 되기 직전의 공작원처럼 비장한 얼굴이 되었다.

평양으로 보내 주십시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광안리에 도착했다.

태경이가 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보여?”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보여!! 빛이 보여!! 빛이 보인다고!!”

우리 셋은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른 날처럼 서로를 얼싸안고 좋아했다.

태경이는 어디선가 챙겨온 모종삽 하나를 손에 쥐었다.

“어디야? 이 몸이 직접 파주지.”

이 새끼 돈맛을 보더니, 태도가 아주 좋아.

빛이 있는 곳을 살폈다.

백사장에서 바닷속으로 한참 들어간 곳이었다.

우리는 급하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물속으로 들어갔다.

경복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어디야? 더 들어가야 해?”

나는 당황하며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어쩌지? 이제 발이 안 닿아. 빛은 더 멀리 있다.”

경복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

“기다려. 내가 장비 챙겨올게.”

“그래! 너 UDT였지?”

UDT. 뭐의 약자인지 모른다.

하지만 경복이가 술 마실 때마다 자랑하며 말한 수중폭파 전문가라는 단어만 생각났다.

그것이 뭐든 간에 수영은 잘하겠지.

경복이가 차에서 휴대용 서치라이트 2개와 오리발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자신의 발에 오리발을 끼면서 나에게 휴대용 서치라이트 한 개를 넘겼다.

“그 빛이 어디서 나는지 비춰봐.”

“OK! 알았어.”

내가 라이트를 바다 위에서 빛이 나는 쪽으로 비쳤는데 파도가 쳐서 흔들렸다.

“그 써치 방수니까 물속에 집어넣어서 비춰”

“OK”

온몸을 물속에 넣고 빛이 나는 곳을 서치라이트로 비췄다.

그러자 경복이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물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정글에 법칙 김뵹만 보다 훨씬 멋있어 보였다.

경복이가 금방 바닥에 닿았고 서치의 빛이 닿은 곳을 한참 동안 찾다가 그대로 올라왔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어제보다 빛이 밝아. 분명 있어.”

“내가 어제 한우만 안 먹었으면, 미친놈이라고 했을 텐데.”

“진짜 빛이 있어!”

“알았어! 알았다고!”

경복이는 다시 거침없이 내가 서치를 비추는 쪽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찾았다.

그러다가 바위틈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쑥하고 뽑아 들었다.

공구상자 같은 철상자였다.

경복이가 상자를 가지고 올라오자 태경이가 소리 질렀다.

“나왔다!!!!!!”

경복이가 태경이의 등짝을 때리면서 말했다.

“조용해! 사람들 다 듣겠다.”

우리는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경복이에게 말했다.

“잘했어. 군바리 새끼야! 이래서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해.”

경복이는 공구 상자 같은 철박스를 보며 말했다.

“이거 맞아?”

“맞아. 이거였어.”

태경이가 모종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당장 열어보자.”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금 주웠다고 자랑할 일 있냐? 경복이 차로 가서 조용히 열자.”

나와 태경이는 경복이를 대통령처럼 호위하며 차로 들어갔다.

경복이는 어디선가 집어온 돌멩이를 들고 공구 상자의 자물쇠를 내려쳤다.

쾅! 쾅! 쾅!

“어! 보인다!”

부서진 공구 상자 사이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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