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괴산.
나는 괴산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버거킹도 없고, 스타벅스도 없는 진짜 촌구석.
그래도 은혜로우신 롯데리아가 있어 원시인 생활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괴산 초등/중등/고등 총인원은 89명.
반 평균 학급 인원 18명.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만 공부하면 충분히 상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보통 주인공들은 ‘가족이 아파서’ ‘불치의 병에 걸려서’라는 변명 거리가 있었지만.
난. 그냥 공부가 하기 싫었다.
설마 공부하기 싫은 이유를 물어보는 바보는 없겠지?
책만 보면 막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원래 사춘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이 분노하는 시기. 사람보다 짐승에 가까웠다.
대학 가려면 공부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을 폭파하겠다는 테러리스트가 되기로 마음먹기 직전.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왔다.
‘서로 사랑할지어다.’
나의 모든 분노가 눈앞에 나타난 괴산 미스코리아 서은숙 앞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피스 Peace.
내 육신, 내 영혼은 돈이 안 되었고··· 집 안의 물건을 몰래 팔았다.
그렇게 나는 은숙이와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었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 따위는 아프지 않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괴산은 파라다이스이자 지상낙원.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불행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
그녀는 현재에, 또한 우리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도 못 갈 놈이랑 만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멘트를 날렸다.
스벅 커피도 마시고 명품도 사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털썩-
그럼 지금까지 네년이 먹은 것은 사료였냐?
그렇게 사랑이 서울로 떠나갔다. 나는 3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
하지만 너무 배고파서 밥을 먹었다. 굶다 먹으니··· 개 꿀맛.
아버지는 나에게 공부에는 소질이 없으니 소 키우고 농사지으며 살자고 말했다.
공부만큼 싫은 것은, 바로 농사짓는 것과 소를 키우는 것이었다.
난 못해! 난 못한다고욧!! 그리고 한우는 기르는 것이 아니라 구워 먹는 거라고요.
이때 빠따 후리기의 일인자이신 도봉진 스승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바로 괴산 대학교!!!
농사를 4년이나 공식적으로 면제받을 기회!
그래! 남자라면 당연히 큰 학문을 배워야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거침없이 괴산 대학교 영문과에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수능을 보았다.
하지만 성적이 처참했다. 한 줄로 찍어도 이것보다 점수가 잘 나왔을 것이라며 담임이 뒤통수를 때렸다.
그러나 나는 당당히 대(大)괴산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유는 지원 미달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합격!!!
부모님 제가 큰 인물이 한번 되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4년을 더 재미있게 놀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등골을 브레이크 하였다.
군대 시절까지 도합 6년의 세월을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하지만 운명의 시간이 커밍 순~
드디어 피할 수 없는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취업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것은 원어민 미녀 교수 아만다를 꼬셔 보겠다고 발악을 하여 얻은 토익 750점이 전부였다.
평균학점 2.5.
수업 나가서 애국가만 부르고 와도 받을 수 있는 점수였다.
이 사실은 일급비밀. 무덤 속으로 가지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특급 비밀은 우연히 엄마의 귀에 들어갔다. 분노한 우리 여사님이 몽둥이를 뽑아 들고 나를 잡으러 다녔다.
크하하하. 내가 잡힐 것 같습니까?
그러자 어머니가 덜컥 용돈을 끊었다.
어? 그것은 반칙인데.
이것은 너무도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차라리 내 목을 치세요. 어머니.
돈을 받고 싶으면 소머리 수가 많아져 일손이 바쁜 아버지를 도우라고 했다.
당연히 대답은 No!
내가 용돈 몇 푼에 자유로운 영혼을 버릴 줄 알았다면 경기도 오산.
그렇게 영혼을 지켜 냈으나··· 육체가 지옥에 떨어졌다.
배고파···. 뼛속까지 스며들어오는 자본주의 폐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때 괴산의 빌 게이츠 이자, 스티브 잡스인 윤태경이 말했다.
“돈 걱정하지 마라. 이 형님이 다 살길을 마련해 두었다.”
나의 팔랑귀가 마구 움직였다.
“뭔데? 뭔데? 좋은 아르바이트라도 있어?”
윤태경은 갑자기 진공청소기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이것이 바로 금속 탐지기다.”
“금속 탐지기? 그거 뭔데?”
“뉴스 못 봤냐? 폐장된 해변에서 금속 탐지기로 금반지 줍고 그러는 거?”
“어! 그래! TV에서 본 것 같아.”
윤태경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이 가장 많다는 부산 해운대로 가서 황금 반지를 쓸어 담는 거야.”
“오!!! 좋다. 가자.”
“내 아이디어 죽이지?”
“그런데··· 해운대면. 부산 아니야?”
“그럼 해운대가 인천이겠냐?”
“버스비도 없고, 모텔비도 없다.”
“멍청하기는! 우리에게 이경복 운전기사가 있잖아. 잠도 차에서 자면 되고.”
“that’s good idea!!!”
갑자기 영어가 절로 나왔다.
내 몸은 추진력을 받아서 이미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경복. 이놈도 괴산 초, 중, 고, 대학교를 함께 다닌.
촌놈 오브 촌놈이었다.
하지만 약간 자신을 학대하는 변태여서, 군대를 UDT로 갔다.
부사관으로 장기 근무하여 이라크로 파병까지 갔다 왔다.
그때 모은 돈으로 산 엑센트!
오빠 차 나왔다~ 어디든가~
이제 모든 것은 완벽했다.
나와 태경은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는 반 군바리 이경복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미친 새끼. 어울리지도 않게 도서관에 왜 있어?
“뭐야? 뭐야? 무슨 일인데?”
“해운대로 가자.”
“해운대를 왜 가?”
“내 인생 올인했다! 그냥 닥치고 가!”
전 재산 8만6천원을 털어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국밥 한 그릇씩 배속에 때려 넣었다.
All in~~~
이제 빠꾸 따위는 없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엘로라도’.
최소 금두꺼비 하나는 만들어 가자는 원대한 꿈을 안고 해운대 백사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절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미 10명도 넘는 사람이 금속 탐지를 들고 해운대를 훑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내 전 재산을 다 쏟아 넣었단 말이야!
보이스 비 페이션스.
소년이여 인내하라.
그래! 포기하지 말자. 아직 실망하기 아직 이르다.
8만원을 투자했으니 반 돈짜리 금반지 하나만 찾으면 본전을 찾을 수 있다.
경복이는 혼자 운전하느냐 시체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운전사 새끼는 그냥 두고 우리끼리 일단 해보자.”
윤태경은 한 20분 정도 백사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인내심 없는 태경이는 금속 탐지기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야 씨발. 망했다. 그냥 놀자.”
포기가 빠른 태경이는 이미 시골에서 볼 수 없었던 쭉쭉빵빵한 여인네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불지옥의 마왕처럼 화염을 뿜어냈다.
“미친 새끼야! 지금 여자 엉덩이 볼 때냐?”
“괴산 할멈들만 보다 ‘이쁘니들’을 봤더니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엘도라도 프로젝트는 어쩌구!”
태경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가 ‘엘도라도’다. 돈 많은 여자 꼬셔서 인생 바꿔보련다.”
“네 면상으로 여자들에게 말 걸면, 안구 테러 범죄야. 이 미친놈아.”
태경이는 살짝 풀린 눈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나에게 이성 따위가 있는 것 같아? 다 꺼져.”
내가 욕을 쏟아부었지만, 귓구멍에 좆이 박혔는지 좀비처럼 여자들을 따라다녔다.
저 새끼는 진짜··· 괴산의 수치다.
역시 믿을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나밖에 없었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불꽃 남자 정대···.
아니지.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최소 본전 8만6천원은 뽑아내야 한다.
이를 악물고 금속 탐지기를 들었다.
해가 서쪽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해변을 돌고 또 돌았다.
무려 6시간 동안 저 무거운 금속 탐지기를 지고 강행군을 계속했다.
하지만 손에 쥔 것은···
5백 원짜리 1개, 백 원짜리 4개, 보너스로 콜라 뚜껑 12개.
으아아아아아-
비련의 주인공 햄릿처럼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신이시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든 신이 원망스러웠다.
예수님, 부처님, 알라 님
니들 진짜 이럴 거야?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함을 지르며 해운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허리까지 물속에 들어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겨우 8만6천 원에 죽을 수 없다.
저 중공군 삐라 같은 윤태경의 말에 속은 내가 병신이다.
400만 부산 시민을 위해서 저 쓰레기 윤태경을 해운대가 아닌 괴산 밭떼기에 묻어 버릴 것이다.
400만 년이 흐르면 석유가 되겠지.
이때. 눈에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어? 뭐지? 동전인가?
물안경을 쓰고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
금화?
분명 손바닥만 한 금화가 보였다.
가운데 눈알 그림이 있고 금화 가장자리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영어는 아니다.
그럼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물속으로 들어가 금화를 쥐려고 손을 쭉 뻗었다.
그 순간 금속 탐지기와 연결된 배터리가 바닷물 속에 잠겼다.
순간 나는 전기구이 통닭이 되었다.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그리고 손에 있던 금화가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안돼!!!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천천히 눈을 떴다.
윤태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깨어났다!”
나는 반쯤 정신 나간 얼굴로 물었다.
“여기 어디야?”
“이 미친 새끼야! 배터리를 지고 물속에 들어가는 놈이 어디 있어!! 신종 자살이냐?”
이경복도 혼을 실어 욕을 했다.
“내가 이런 플라나리아보다 못한 단세포새끼들과 해운대에 오다니. 미쳤지.”
나는 순간 내 손에 있었던 금화가 생각나며 눈을 부릅떴다.
“아! 내 금화!! 내 금화!!”
“뭔 금화?”
“물속에 금화가 있었어!”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뇌를 빳데리로 충전했냐?”
“진짜야!”
“됐고. 부산까지 와서 바다 구경했으니까 돼지국밥이나 한 그릇 먹고 집에 가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아! 내 금화!!!”
그리고 미친 듯이 물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를 잃어버린 학부모처럼 주변을 살폈다.
내 금화. 내 금화!!! 분명 금화가 있었어.
“야! 잡아! 저 미친 새끼 또 지랄한다!”
친구들은 미친놈을 제압하듯 나를 물속에서 끌고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발광하며 물속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어?
이때 반짝이는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미친 듯이 수영하여 그것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밖으로 꺼냈다.
금반지였다.
오 마이~프레셔스.
나도 태경이도 경복이도 그것을 보고 순간 얼어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서로 얼싸안으며 고함쳤다.
“금반지다! 금반지!”
경복이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 새끼가 옛날부터 땅그지 기운이 있더니 사고 한번 치는구먼.”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봤지? 이 형님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태경이도 수경을 쓰고 물속에 머리를 넣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깜깜한데 반지가 보였어?”
“어. 딱 보이는데?”
“물이 탁해서 한 30㎝도 보이지 않는데?”
“눈에 힘을 빡 주고 집중하면 보여.”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주변은 이미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그랬더니 또 밝은 뭔가 보였다. 물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그것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또 금반지였다. 이번 것은 남자가 차고 있었던 것처럼 굵고 두꺼웠다.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떴다.
<<당신은 황금인으로 선택되었습니다. 황금의 눈으로 금을 채굴하라는 첫 번째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뭐여? 상태창? 미션창?
그 웹소설에 나오는 미션창이 눈앞에 보인다고?
그렇다면 내가 각성자가 된 것인가?
그럼 어디서 게이트가 열리고 해운대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것인가?
주변을 미친 듯이 둘러 보았지만, 그냥 평화로운 해운대였다.
이때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다.
<<미션 성공 보상으로 (황금 탐지 범위 확대 / 황금 탐지 깊이 확대 / 탐지 종목 증가)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능력치라면··· 힘/민첩/지능 그런 거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 한번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황금 탐지 범위 확대!! 황금 탐지 범위 확대!!”
내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