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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59화 (159/178)

제159화

159화. 피의 신혼여행(1)

나라 간 이동이 가능해서 밤사이 모두 죽일 수 있다는 건 납득이 갔다.

그런데 미스라임은?

미스라임은 아벨이 말한 암살 목록 중에 없었다.

“그런데 미스라임의…… 에크네의 최고 대신관은……?”

아벨이 얀 국왕의 두 눈을 다시 한번 지그시 바라본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것을 바라보며 정말 할 수 있을지 눈빛으로 시험하는 것처럼.

“전하.”

꿀꺽―

아벨의 부름에 자기도 모르게 굵은 침을 삼킨다.

“에크네의 최고 대신관은 전하께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아……!”

설마 했었는데 역시였다.

그리고 쉽사리 알겠다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고 대신관과는 자신이 미스라임의 왕이 된 이후로 마치 한 몸처럼, 한형제처럼 지낸 사람이기에 말이다.

아벨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간청한다.

“그도…… 그도 우리 편으로 만들 수는 없는 건가……?”

그러다가 뭔가가 순간 떠올랐는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소리친다.

“아! 맞아! 그리고 내가 최고 대신관에게 듣기로는 에크네께서는 다른 신들과 그 노선이 다르다던데?! 그렇지 않나?! 같은 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아벨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주신 아그네스께서는 모든 신이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신. 에크네가 아무리 노선을 달리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최고 대신관입니다. 그냥 일반 사람이 아니라. 그러니 그와는 같은 편이 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얀 국왕도 알고 있었다.

최고 대신관들이 그들의 신들과 어떤 관계라는 것을.

화신체는 신 그 자체라고 한다면 최고 대신관은 그것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최고 대신관들은 신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걸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들은 세상을 최고 대신관을 통해 보고 듣고 말했었다.

“…….”

워낙 가까웠던 사이였는지라 쉽사리 죽여주겠다고 대답을 못 했다.

아벨은 그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가만히 기다려줬다.

“……그래…….”

다행히 그의 결정은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해야 할 때는 해야겠지. 알겠네. 내가 그때 그를 죽이겠네.”

턱―!

두 손을 잡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아닐세. 이게 다 대륙을 위한 일인데 말야. 그런데 그 후로는 내가 뭘 더 하면 좋겠는가? 최고 대신관들을 죽였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이후론 아직은 명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전하께서 10인회 모임에 참석하여 그들의 속셈을 듣고 함께 생각해보는 것 외에는.”

아벨도 더 이상 미래를 알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이다.

“그래. 그게 좋겠군.”

“하지만 걱정 마시지요. 신들과 10인회의 그 개 같은 성격을 우리가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현재 백성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저에 대한 질투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것을 다시 찾으려고 또다시 빌어먹을 계략을 꾸밀 게 분명합니다.”

“맞네. 내 생각도 그러하네.”

“그래서 분명 마족을 대체할 것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다시 마족 침공 때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때 제게 알려주시지요. 제가 한번 판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알겠네. 한번 해 보겠네.”

결심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부담이 가는 듯 보였다.

꼭 그런 어조와 모습이다.

그가 의욕을 불태울 수 있게 당근을 주기로 한다.

“물론 저 역시 사위로써 전하께서 원하시는 걸 도와드릴 겁니다.”

뜬금없는 아벨의 말에 깜짝 놀란다.

“……?!”

아벨은 마족 멸살 때처럼 계획대로 모든 게 술술 풀려간다면 그에게 빚만 지고 지구로 떠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럴 순 없지.’

빚을 진 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근을 줘야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었고.

“말씀해 보시지요.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금 망설이는 눈빛이다.

주신 아그네스가 아벨에게 명하신 거대한 계획을 들으니, 아벨에게 괜한 부담을 줄까 봐 말하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꼭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아벨이 용기를 주자 그제야 마음을 먹고는 굳게 닫힌 입을 연다.

“나는…… 나는 사위가 우리 미스라임이 대륙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길 바라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전쟁을 일으키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네.”

그렇다면 자신이 아니라도 이 나라는 큰 혼란이 올 것 같다.

“중앙으로 진출한다라…… 제국을 공격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고개를 젓는다.

“아닐세. 어떻게 제국의 황자인 사위에게 제국과의 전쟁을 부탁하겠는가. 나는 아덴의 땅을 원하네.”

물론 그는 제국의 땅도 원했었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아벨은 아덴이라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지요.”

너무 순순히 들어줘서 또 한 번 놀란다.

얼떨떨해하며 묻는다.

“정말인가?”

“네. 저도 아덴을 언젠가 이 땅에서 정리하려고 했었습니다.”

“고맙네. 사위. 정말 고마워.”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 빌어먹을 것들을 그냥 두고 떠난다면 굉장히 찝찝했을 테니까.

* * *

“이로써 미스라임의 신이자 지혜의 신 에크네의 이름으로 아벨 아이테르너스와 사나 카르하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선포합니다.”

펑―! 펑―! 펑―!

형형색색의 화려한 폭죽이 인공 천장을 수놓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식장을 빠져나가자, 하객들이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 꽃잎들을 공중에 흩뿌린다.

“사나 공주 저하 축하드려요!”

“행복하셔야 해요! 두 분!”

“에크네시여! 우리의 보물과 대륙의 보물에게 축복을!”

“미스라임 만세! 에브니아 만세!”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대륙 전역에서 참석했다. 심지어 하루 전날 식이 치러질 것이라는 걸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대표적으로 바일에서는 지산과 그의 형제들이, 아덴에서는 리차드와 챠빌, 코렌트에서는 앤디, 브릴튼 기사연합국에서는 클라우스가 참석했다. 이들은 제국에서 조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소식을 듣고 미스라임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국에서는 유일하게 로디아만이 참석했는데, 그녀도 루드스에서 동창이라는 이유로 간신히 참석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새로운 황제의 눈치를 보느라 오지 못했었다.

물론 그들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었다.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참석해 야외에서 진행됐음에도 미어터질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성대하고 화려했던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웅성웅성웅성―

이후 곧바로 그 자리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주인공인 아벨과 사나는 마치 왕이 신하들에게 알현 받듯 가장 중앙 자리에 앉아 자신들을 축복하기 위해서 온 하객들을 맞이했다.

그러다 한 1시간쯤 지났을 때였나?

“저하!”

그 반가운 목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앤디.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다.”

아벨을 그토록 따르던 용사의 검 앤디 피츠였던 것이었다. 그 어떤 하객보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바로 코렌트 출신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안 그래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박웃음을 짓는다.

“정말이시죠?! 하하하―!”

그 누구보다 용사 아벨을 존경하고 흠모하던 그 아니었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정말이지 행복한 표정이다.

아벨도 흐뭇한 미소로 화답한다.

“내가 네게 거짓을 말한 적도 있더냐.”

“그렇죠! 하하하―! 우선 축하드립니다! 전부터 느꼈었지만 역시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는군요!”

사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요. 앤디 자작.”

그러면서 앤디를 바라보는데 뭔가가 확 하고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 앤디 자작 이참에 미스라임의 영애를 만나는 건 어때요? 이제 마족 멸살도 끝났겠다 자작도 혼인을 해야 하잖아요? 아시다시피 미스라임에는 아름다운 영애들이 매우 많아요. 어때요? 진짜 미스라임에서 이이와 함께하는 건?”

그는 대단히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출신 가문 역시 백작가로 대단히 뛰어났기에 코렌트에서도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그를 서로 데려가려고 애쓰던 상황이었다.

만약 그를 진정 미스라임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미스라임에는 대단한 소득이 될 것이었다.

“하하하―!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하하하―!”

“좋아요! 말만 하시면 제가 당장 좋은 혼처를 알아봐 드릴게요! 아주아주 아름다운 영애로 말이에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때 아벨이 사나를 말린다.

“사나. 그만해. 앤디는 코렌트에서 절대 미스라임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혹여나 미스라임에서 정말 앤디를 데려간다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에이― 당신도 참. 그렇다고 전쟁까지 일어나겠어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코렌트에서 앤디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 내 생각엔 조만간 코렌트의 국왕이 앤디에게 공주를 내어줄 거야. 그 누구에게도 주기 싫어서 말야.”

이 말은 사실이었다.

소설에서 앤디는 코렌트의 12살이나 어린 티아라 공주와 결혼했으니 말이다.

“……?!”

앤디는 내심 놀라고 있었는데, 실제로 티아라 공주와 약혼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이었다.

아벨의 혜안에 놀라워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앤디. 네게 할 말이 있다.”

살짝 허리를 숙인다.

“말씀하시지요.”

“우린 신혼 여행으로 달마티아로 갈 생각이다. 그러니 이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겠는가?”

이번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란다.

“뭐 저야 영광입니다만…….”

사나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신혼 여행인데 괜찮습니까?”

그가 눈치를 보자 사나는 정말 괜찮다는 듯이 말한다.

“전 정말 괜찮아요. 어차피 신혼 여행 기간은 길거든요. 그러니 이따 만나서 달마티아의 특산 요리를 좀 추천해 주셔요.”

씨익―

“그렇다면 분부 받들겠습니다. 공주 저하. 저만 믿어주시지요.”

“그럼 저녁 6시에 달마티아 은빛 물결에서 보자.”

은빛 물결은 대귀족들을 위한 고급 여관이었다.

“네. 저하. 좋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그래. 이따 보자꾸나.”

아벨의 말에 앤디는 예를 갖추고 떠났다.

앤디가 떠나자 아벨도 더는 볼일 없다는 듯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여전히 아벨과 사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하객들에게 사죄를 한다.

“우리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 주셨는데, 죄송하지만 이만 저희도 신혼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그 사죄의 말에 오히려 하객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괜찮습니다! 황자 저하! 저흰 신경 쓰지 말아 주십시오!”

“맞아요! 저흰 신경 쓰지 마세요!

“잘 다녀오셔요! 평생에 남을 행복한 추억 많이 많이 만들고 오셔요!”

“올 때 둘만 오지 말고 아기도 함께 만들어 오셔요!”

“맞아! 셋이서 오세요! 둘만 오지 말고!”

“맞아! 맞아! 셋이서 오순도순!”

“기도할게요! 무조건 셋이서 올 수 있도록!”

“넷도! 아 물론 다섯도 좋아요!”

“여섯도!”

마지막에 살짝 민망한 축복의 말들이 있었지만 아무튼 감사함에 살짝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는 곧장 그들을 지나쳐 수잔 황비에게 찾아간다.

“어마마마.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어머님.”

어머님이란 말에 수잔 황비는 환히 미소 짓는다.

아벨이 사나와 결혼하길 얼마나 원했던가?

너무 행복해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다.

“그래. 우리 아가. 잘 다녀오렴. 행복한 시간 만들고.”

“네. 어머님. 어머님도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지내고 계셔요.”

“내 걱정은 마. 국왕 전하께서 얼마나 잘 해주시는데. 아무튼 어서 국왕 전하께도 인사드리고 어서 출발하렴.”

아벨과 사나는 수잔 황비를 한 번 끌어안은 후 수잔 황비의 말대로 얀 국왕과 마리 왕비, 세 왕자가 있는 곳으로 가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얀 국왕은 전날 밤 아벨의 계획을 들어서 그런지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그의 심정을 잘 아는 사나가 그의 거친 두 손을 꼬옥 잡는다.

“아바마마. 잘 다녀올게요. 걱정 마셔요.”

와락―

끌어안고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조심히 잘 다녀오렴.”

그의 넓은 등을 쓰다듬는다.

“네. 아바마마. 감사해요. 무조건 잘 다녀올게요.”

“그래…… 무조건 잘 다녀오렴…….”

그때 마리 왕비는 아벨의 손을 잡으며 부탁한다.

“딸을 부탁해요. 황자.”

다정히 미소 짓는다.

“사나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아벨의 믿음직스러운 얼굴을 보고 편안함을 느낀다.

“고마워요. 딸의 남편이 황자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얀 국왕이 툭 하고 끼어든다.

“사위는 이제 우리 미스라임에서 대공이 될 것인데, 더는 황자라고 부르지 마시오.”

싱긋 미소 짓는다.

“네네. 알겠어요. 대공. 그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왕자들도 다가와 가볍게 인사한다.

“잘 다녀오시오.”

“사나를 부탁하오.”

“두고 보겠소.”

당연히도 결코 좋은 얼굴들은 아니었다. 아벨은 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갔기에 그것에 딴지를 걸지는 않는다.

그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나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듯이 바라본다.

“걱정 마시지요. 우리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 테니.”

사나도 아벨의 그 뜨거운 눈빛에 화답하듯 두 눈에 하트를 그리고는 아벨을 바라본다.

“맞아요. 오라버니들. 우리 정말 행복하게 잘 살 거예요.”

정말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왕자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정말 다녀오겠습니다. 부디 모두 평안하시길.”

모든 인사가 끝나자 아벨은 사나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이동 워프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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