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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58화 (58/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58화

“오늘 그 용병왕이라는 한국의 헌터가 파티에 참여한다고요?”

“덕분에 엉덩이 무겁기로 소문난 각국 헌터 협회의 간부들이 모였군요. <검은 탑> 공략에 참여하지 않은 길드들도 죄다 참석했다 합니다.”

“S급 게이트 공략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바쁘다며 모조리 거절해 놓고…… 허, 참.”

미국에서 역사와 규모로 유명한 한 호텔의 연회장, 그곳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헌터들과 협회 직원들, 길드에서 한자리한다는 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좀체 모이지 않는 자들이기에 승전 파티 분위기는 각자의 이득과 거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었다.

하지만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주도권 싸움을 하는 자들의 눈빛은 연회 홀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오긴 온대? 이런 자리는 질색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그렇지 않아도 오지 않으시려는 걸 존 협회장과 헌터들이 거의 무릎 꿇고 빌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파티의 주역이 빠지는 건 안 될 일이니까요.”

한국의 길드장들도 바쁜 일정이 있기에 저녁에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귀한 월드 랭커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의 모임.

이런 기회를 놓치는 바보 같은 길드장은 없으리라.

<검은 탑>을 다친 곳 하나 없이 빠른 속도로 돌파하고 있는 파죽지세의 한국.

탑에서 나온 보상품으로 한국 헌터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고, 월드 랭크에 진입하고 있는 헌터들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제일 이슈가 되고 있는지라 어떻게든 한번 인연을 맺어 보려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저쪽에 자유 길드장 아니야?”

그 대상에는 길드장인 홍현민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홍현민은 승냥이같이 눈을 빛내는 자들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엮이면 귀찮아지겠는데…….’

그는 혀를 차며 피할 곳을 향해 눈을 돌렸다.

화기애애한 사람들 사이에 유난히 어두침침한 인물이 보인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을 구기고 있는 강준하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꾹 참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만. 거기까지.”

홍현민이 웃으며 다가가자 그는 눈치채고 거리를 두려 한다.

얼굴은 더욱 험악해져 누가 보면 집에 우환이라도 있냐 걱정할 정도였다.

“이거 왜 이래? 같은 한국 헌터끼리. 이참에 친해져 보자고.”

“너와 할 말은 없다.”

“나는 할 말이 많은데? 아무도 없으니 한번 말해 봐. 게이트에서 용병왕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한 거야?”

다들 게이트를 무사히 공략했다는 기쁨에 취해 있긴 하지만 의문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용병왕에게 직접 질문할 만큼의 용기는 없기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요정 여왕에 대해 침묵할 생각인가 보지.’

“네가 알 필요는 없을 텐데.”

“설마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고매하신 용병왕께서는 비밀이 참 많으시군그래. 그래도 가장 친한 동료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니, 섭섭하겠어.”

홍현민은 강준하를 긁어 댔다.

진을 들먹이는 말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홍현민 헌터. 더 이상 봐줄 마음은 없다. 감히 그분을 입에 올리다니.”

역시나 그의 역린은 용병왕이었다.

홍현민은 정확히 꽂힌 스트라이크에 신이 나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 사람들이 모인 곳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찬다.

그제야 고개를 돌리니 모두의 시선은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주인공 등장이신가.”

“……용병왕.”

“명함! 명함 어딨지? 빨리 가서 먼저 말을 걸어야 되는데!”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역시나 진이 인상을 찌푸린 채 등장하고 있었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정장에 머리도 손질해 깔끔하게 올렸는데, 영 불편한지 시종일관 얼굴이 썩어 있다.

* * *

“젠장, 정장까지 입어야 되나? 너무 답답한데…….”

“조금만 더 참아 주세요, 진 헌터님. 아, 그리고 오늘 하루는 제발 저희 눈이 닿는 곳에 계셔 주세요. 협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협회 직원들은 나를 둘러싸고 매섭게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 보디가드라도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다.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걸고 싶어 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힐끔 쳐다보지만 직원들 덕분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협회장이? 대체 왜…….”

“안녕하세요, 진 헌터님. 저는…….”

웬 외국인 하나가 용기 있게 다가와 명함을 준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들은 눈을 부라리며 그를 위협했다.

결국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떠밀리듯 자리를 피한다.

“아마 저런 자들이 이 연회장에 가득할 겁니다. 모두가 진 헌터님을 뵙기 위해 모였으니까요.”

“저렇게 겁줄 필요가 있나? 그냥 인사를…….”

“협회장님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진 헌터님의 귀화를 요청하는 나라들이 많을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나라로 뺏길까 봐 겁난다, 이건가.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오늘 하루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분 나빠하는 내 기색을 읽은 직원 하나가 불쌍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어차피 여기서 윽박질러 봤자 화풀이밖에 되지 않겠지.

직원들이 무슨 죄겠는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을.

‘이 대가는 반드시 박신우 지부장한테 받아 낸다.’

없는 인내심, 있는 인내심을 모조리 끌어내 기분을 억눌렀다.

슬슬 크레아시론에게 물건을 받아넘길 때가 되었는데 뜯어낼 건 다 뜯어내야겠다 마음먹었다.

한껏 불쾌한 오오라를 풍기며 팔짱을 낀 채 연회장을 훑어보았다.

그래도 과연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인지 서로 눈치만 볼 뿐 사람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

인간 바리케이드에 휩싸여 샴페인 한 잔을 든 채 지루하게 이어지는 파티를 구경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늦은 시간.

주변의 헌터들이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한곳을 쳐다보고 있다.

‘뭐지……?’

고개를 돌려 쳐다본 곳에는 검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있었다.

가면 파티도 아닐지언데 특이한 행색이었다.

‘잠깐, 가면?’

미다스의 손에서 가면을 쓴 자들이 오갔다는 것이 기억났다.

설마 저들일까.

하지만 가면이 한두 개도 아니고, 쉽게 확신할 순 없었다.

“저들이 여긴 왜 온 걸까요? 어디 잘 나오지도 사람들인데……. 특히나 이런 번잡한 곳은요.”

“용병왕이란 자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 판단한 거겠죠. 파티가 끝나기 전에 우리도 말 한마디라도 건네 봐야 할 텐데…….”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을 계속 관찰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 간단하지만 재질을 알 수 없는 가면과 그들의 기묘한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사람은 맞긴 한 건가?’

인간미가 없는 걸 떠나 인간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특유의 기운마저 희미해 마치 사람 형태의 풍선으로 보일 정도였다.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강준하가 어디선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블랙마켓 쪽 사람들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불러도 쉽게 만나 주지 않는 자들인데…… 이상하군요.”

“헌터 마켓이랑 비슷한 건가?”

흔히들 헌터용 물품을 이용하는 자들이 쓰는 커뮤니티다.

이용 방식이 불편하긴 하지만 제일 활성화된 곳이라 꽤 인기가 있었다.

나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간 적이 있다.

물론 살 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그곳보다는 좀 더 음지에 있죠.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자들입니다. 블랙마켓을 이용하시는 건 좋으나 저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위험…… 까지라. 강준하가 그 정도로 말할 정도면 수상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란 건데.’

계속해서 바라보는데 복장이 유난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발걸음이 내 앞으로 옮겨졌다.

협회 직원들이 가로막고 무언의 눈치를 주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안녕하십니까, 진 헌터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블랙마켓의 미국 지부장입니다. 이렇게 뵐 수 있어 영광이군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인사말을 건네는 검은 가면.

그는 품에 손을 넣고 검은 카드 같은 것을 꺼냈다.

제법 무게감이 있는 게 종이가 아니라 특이한 재질로 보인다.

명함 같은 건가 싶어 받아서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아무런 글씨가 없다.

수상한 놈들이 지들처럼 수상한 걸 들고 다니네 싶었는데, 무언가 느껴진다.

‘잠깐…… 이건 마력?’

마법의 기운과는 다른, 재료 특유의 마력이었다.

그것도 순수한 자연의 마력.

“미스릴입니다. 저희만의 특수한 공정을 거쳐 검은빛을 입혔죠.”

“……이건 블랙마켓의 VIP 카드군요.”

“아레스 길드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블랙마켓에 한번 방문해 주시면 다시 없을 영광일 겁니다. 시간 날 때 한번 와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한 선물입니다.”

그는 손바닥만 한 상자 하나를 건넨다.

그러고는 할 말은 그게 끝인지 뒤도 보지 않고 자리에서 떠났다.

목적은 나였는지 바로 사람들을 헤치고 연회장 밖으로 나간다.

“……수상한데.”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미심쩍다.

혹시 카드에 위치 추적 마법 따위라도 걸었나 싶었지만 그런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 손에는 카드, 다른 한 손에는 상자를 쥔 채로 그들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보통은 블랙마켓의 거래 금액이 상당할 경우만 주어지는 카드입니다. 그게 있으면 VIP 전용 경매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경매장이라고 해 봐야 어차피 내 이목을 끌 정도로 특이한 물건은 없을 텐데.”

카드를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도 미스릴로 만들었는지 같은 마력이 느껴진다.

‘돈지랄이 따로 없군.’

돈이 많아 보이긴 했지만 상자까지 미스릴로 만들 정도라니…….

장비에 열을 올리는 헌터들이 본다면 뒷목 잡고 넘어갈 정도의 낭비였다.

부드럽게 열린 상자 안에는 검붉은 벨벳에 감싸진 작은 실팔찌가 보인다.

“어마어마한 게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좀 실망이군.”

전혀 기대하지 않으며 아이템을 들어 정보창을 열었다.

[요정의 실팔찌[S]: 요정의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팔찌이다. 마력이 담긴 요정의 머리카락으로 만들고, 마법을 새겨 넣었다.

5서클 배리어 마법을 하루 2회 사용할 수 있다.]

‘……요정? 그것도 머리카락을?’

그 조그마한 놈들에게 뽑을 머리카락이 얼마나 있다고 팔찌까지 만든단 말인가.

이 정도면 요정 한 마리를 대머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의 양이다.

아티팩트로써의 성능은 그저 그렇지만 재료가 특이한지라 제법 흥미가 돋는다.

“진 님,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실팔찌를 손에 쥔 채 살펴보는 나를 향해 강준하가 의아하게 물어 온다.

별거 아닌 물건으로 보이는데 재미있다는 듯 반응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건 그냥 팔찌가 아니야. 요정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설마 블랙마켓에 가면 이런 물건이 많나?”

“온갖 이상한 물건이 가득한 곳입니다. 법으로 걸릴 만한 아티팩트도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요정의 머리카락이라……. 과연, 그런 걸 팔 만한 장소는 블랙마켓밖에 없겠군요.”

굳이 머리카락으로 아티팩트를 만들 정도의 미친놈들이 있는 곳이란 건가.

“블랙마켓이 나라별로 있다고 했지. 그럼 이 주변에도 있을 테고.”

“네, 말씀하신 대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블랙마켓은 전 세계에서도 대형 마켓으로 유명합니다. 그 세력도 강력하기 그지없고요.”

‘고작 장사꾼들은 아니란 말이지. 그 정도 단체라면 혹시…….’

아직은 가면이라는 공통점밖에 없지만 미다스의 손을 후원할 만한 세력으로는 블랙마켓이 제일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짐작만 해 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강준하를 바라보자 눈이 마주친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앞으로 할 행동을 알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뒤를 바로 쫓아온다.

“어차피 여기는 있을 만큼 있었고, 앞으로 시간 많지?”

“네, 진 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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