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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59화 (5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59화

세계 최대 규모로 유명한 헌터들의 암시장, 미국 워싱턴의 블랙마켓.

이곳은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곳답게 헌터뿐만 아니라 재력을 가진 일반인들도 아티팩트를 구매하러 자주 온다고 했다.

특히 제일 유명한 건 주인의 정체.

극비 사항이라는 것 없이 서로 알음알음 알고 있는 헌터들의 정보망답지 않게 마켓 주인의 정체는 감춰져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헌터 정보 단체의 수장조차 블랙마켓에 대한 것은 손을 뗐다고 하니, 일반적인 헌터들은 누구인지 짐작조차 못할 만했다

‘그야말로 그자들이 말한 주인님이란 존재가 있기 딱 좋군.’

아직은 가설일 뿐이지만.

혹시나 싶어 이곳에 오기 전에 아렐리아에게 그자가 쓰고 있던 가면에 대해 설명해 보라 했었다.

하지만 직접 보여 준다면 모를까, 마계에 있는 그녀와 말로만 소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충 듣기로는 형태가 다른 것 같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의심은 놓지 못하고 있다.

‘가면 모양쯤이야 다를 수도 있지.’

내 촉은 아직도 블랙마켓이 수상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지라 다들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저조차도 도무지 가늠이 가지 않는군요.”

“수수료가 5퍼센트라니, 정체를 알게 되면 길다가 칼 맞아도 이상하지 않지.”

모르긴 몰라도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온갖 무기가 날아올 것이다.

헌터 중에서는 살인 청부를 받는 일을 업으로 삼는 자들도 많으니.

“아, 이곳에선 이 가면을 쓰셔야 합니다.”

강준하가 미리 준비한 흰색의 가면을 건네준다.

블랙마켓의 입구에서 구할 수 있는, 모두가 동일한 형태의 가면이었다.

[흰 가면: 정체를 숨겨 주는 가면. 장착 시 목소리가 변조되며 마력도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착용자의 특징도 기억나지 않게 한다. 절대로 타인에 의해 벗겨지지 않음. *제작자: 블랙마켓]

가면의 아이템 설명을 살펴보다 조심스럽게 얼굴에 착용했다.

딱딱해서 불편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착용감이 좋았다.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차에서 내리고 나니 높은 빌딩이 보였다.

저녁 늦은 시간에 가까웠지만 입구를 들락날락하는 헌터들은 무수히도 많았다.

과연 헌터들의 돈을 갈퀴째 쓸어 모은다는 블랙마켓다웠다.

“생각한 것보다 현대적인 분위기인데.”

“아, 입구 말입니까? 형태는 주변과 어우러지게 이런 모양이지만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래서 무슨 모습인데? 싶어 어이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강준하는 들어가 보면 안다는 듯 말을 중단하고 나를 빌딩의 입구로 이끌었다.

고급진 호텔 로비 같은 입구 인테리어를 지나자 1층 로비에는 거대하고 수많은 마력석이 감싸고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보인다.

“마력석? 이게 다 돈이 얼마인 거야.”

“웬만한 중소 길드의 연간 운영비만큼 값어치가 나가겠지만 블랙마켓엔 하루면 벌 수 있는 금액일 겁니다. 이곳이 괜히 헌터들의 돈을 쓸어 간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누군 아스티란에서 뼈 빠지게 굴러서 모아 온 돈을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버네.

내 인벤토리에도 대륙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이 있었지만 괜스레 배알이 꼴렸다.

투덜거리면서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랐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입구는 백화점 같더니 안은 거대한 야시장이군.”

아스티란에서 보았던 시장과 같이 지구와는 다른, 유럽의 중세 시대와 닮은 공간.

넓은 대로 주변에는 헌터들이 개인적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 가판대가 보였다.

왁자지껄한 주변은 5층 정도의 건물과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화려한 온갖 조명들로 장식되어 있어 축제의 야시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나 대로 정면에 보이는, 웬만한 왕국의 궁만큼이나 커다란 건물은 헌터들의 기를 죽이기 충분했다.

“입구 쪽 물건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장인 계열 헌터들이 판매하는 것들이라 진짜는 저쪽에 있습니다. 그 실팔찌 같은 물건도 경매로만 구매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강준하가 궁전 같은 건물을 가리켰다.

그가 안내하는 대로 쭉 뻗은 대로를 지나가는데, 처음 보는 모습에 주변으로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나도 모르게 정신이 팔려 천천히 걷자 그가 내 걸음에 맞춰 속도를 늦춰 준다.

“신기하십니까? 진 님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군요.”

“나 지구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처음 보는 광경이니 어쩔 수 없지.”

가면에 감춰져 보이지 않지만 강준하가 웃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구경하는 와중에도 내 눈은 착실하게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온갖 놈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 핏자국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한데.”

“큰돈이 오가는 곳이니 그만큼 규칙도 엄격합니다.”

전 세계의 헌터 협회 측에서도 블랙마켓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하니, 자신의 힘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헌터들도 이곳에선 순한 양과 같을 만도 했다.

간혹 행패를 부리는 헌터가 있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영원히 블랙마켓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니 득보단 실이 커 웬만하면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A랭크 무기 제작자가 만든 대검 팝니다! 다른 물건도 많으니 구경하고 가세요!”

“물약 재료 다 삽니다! 다른 곳보다 가격 더 드릴게요!”

나와 똑같은 가면을 쓴 다른 헌터들이 가게 홍보를 위해 목이 터져라 외쳐 댄다.

그 앞에는 흥정하는 헌터, 게이트에서 얻은 부산물을 처리하려는 헌터 등등…….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가끔은 이런 곳도 좋을지도…….”

잠시 블랙마켓에 오게 된 목적을 잊고 사방을 둘러보며 구경했다.

지구에 와서 한 것들이라곤 게이트 들어가기, 게이트 들어가기…….

아, 탑 오르기도 있었지.

일복 하나는 끝내주는 나이기에 한가하게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일부러 주변의 번잡한 상황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었다.

“슬슬 다 온 건가? 가까이서 보니 더 화려하네.”

30분 정도 지났을까, 원래 목적지 삼았던 거대한 건물의 입구가 보인다.

‘저는 돈이 정말 많습니다. 다 호갱님들 덕분이죠.’라고 말하는 듯 온갖 황금과 보석으로 떡칠이 되어 있는, 화려한 모양새였다.

“이곳에선 경매로만 거래를 진행합니다. 그만큼 물건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엄선된 아티팩트들만 취급합니다! 어서 오세요, 손님! 환영합니다!”

헌터들과 가면의 모양은 똑같지만 검은 가면을 쓴 자가 말을 걸어왔다.

말쑥하게 검은 정장을 빼입은 게 어딘가 대기업 영업 사원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저희 블랙마켓의 VIP분들을 위한 공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출입증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검은 가면의 말에 강준하가 인벤토리에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인벤토리에서 카드를 쥐어 들었다.

“네! 확인되셨습니다. 두 분 맞으십니까?”

강준하는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도 불친절한 반응이었는데, 검은 가면을 쓴 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재잘거리며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면 안내를 도와드리는 직원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즐거운 거래 되시길!”

과장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그를 뒤로하고 문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했던 문보다 더 어이없는 인테리어의 내부가 보인다.

온갖 명화가 줄지어 걸려 있고,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장식품들이 열을 맞춰 먼지 하나 없이 놓여져 있었다.

벽지와 기둥에도 온갖 보석을 붙여 놓아 사방이 번쩍거렸다.

VIP만 출입 가능한 공간다웠다.

“돈을 벽에 처발라 놨네.”

“일반인들은 대기업 사장 이상, 헌터들은 월드 랭크만 출입 가능한 공간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환영합니다, 회원님!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데 바로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면 식사가 가능한 개인 휴식 공간을 제공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끼어드는 건 이곳 직원들의 기본 사양인가.

복장은 물론 아까의 직원과 묘하게 체형도 비슷해 보이는 자가 안내를 자청했다.

낭비할 시간이 없기에 바로 경매장으로 가고 싶어 강준하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매장으로.”

“네, 알겠습니다! 회원님께는 홀 공간이 아닌 개인 테라스로 안내 가능한 특별 회원이십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를 따라 얼마 정도 걸어가자 숫자들이 줄지어 적혀 있는 명패들이 있는 복도가 보인다.

30번이라 적힌 커튼을 열자 오페라 극장 박스석과 같은 곳이 나타났다.

꽤 넓은 공간에는 편안해 보이는 소파와 간단한 다과와 샴페인 따위가 비치되어 있었다.

앞을 내다보니 어둑한 공간에 조명 하나가 무대를 비추고 있었는데, 아티팩트 경매가 막 끝나 가는 참이었다.

“네! 참가 번호 8번 회원님께서 3억 부르셨습니다! 다른 분 있으십니까? 없으면 <수호의 보주> 아티팩트 경매 종료합니다. 3, 2, 1, 낙찰!”

대충 자리를 잡고 앉는데, 그사이에 웬 낡아 보이는 동그란 구슬 하나가 3억이라는 금액으로 낙찰되었다.

경매는 달러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편리한 시스템은 통역뿐 아니라 환율 계산도 자동화되어 가격을 보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뒤에 보이는 벽에는 모니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영상 마법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이템 설명이 쓰여 있었다.

[수호의 보주[S]: 저주 계열 마법을 막을 수 있는 구슬. 7서클까지의 모든 종류의 저주 마법을 막아 주지만 단 1회만 사용 가능하다.]

“S급 아티팩트라. 장인 계열 헌터 중에서도 S급 헌터만 제작할 수 있는 물건이군요. 또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물건이거나.”

“별로 기대는 안 했는데, 괜찮은 물건들이 나오잖아?”

물론 저 정도 아티팩트는 인벤토리에 열 개도 넘게 있겠지만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아티팩트 중에 S급이라면 엄청난 것이다.

현재 A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는 최대 SS급까지지만 그 정도나 되는 물건은 큰 규모의 길드에서나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월드 랭크의 헌터들이라면 개인적으로도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아이템이 그 정도는 아닐 터.

S급만 되어도 눈에 불을 켜고 구하려는 헌터들이 넘칠 것이다.

“이미 많이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인벤토리를 그대로 들고 왔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아티팩트야 다다익선이지.”

나는 강준하를 바라보고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까딱여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집도, 차도 넘칠 만큼 구매해서 더 이상 돈 쓸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 현금 아닌 것도 받는다고 했지?”

우선 가볍게 손바닥만 한 금괴를 50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 * *

“이번 아티팩트는 <인어의 눈물>입니다. A급이지만 S급 이상의 제작 아티팩트에 빠져서는 안 되는 마력 재료로, 바다가 펼쳐진 게이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으로 천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2천.”

“참가 번호 9번 손님, 2,000만 원 부르셨습니다!”

“2천5백!”

“참가 번호 15번 손님, 2천5백만 원!”

“5천.”

“……참가 번호 30번 손님, 5천만 원 부르셨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3, 2, 1, 낙찰!”

무조건 두 배를 부른다. 그것이 내 경매의 전략이었다.

사실 전략이랄 것도 없지만 경매는 처음이고, 갖고 싶은 물건은 많은데 뭘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그러면 뺏기지 않게 큰 액수를 부르는 수밖에.

“……진 님, 인어의 눈물은 3천만 원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입니다. 저희 길드 창고에도 몇 개 있고요. 원하시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강준하는 쇼핑 중독이 되어 버리는 나를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던진다.

“나도 20개는 가지고 있다.”

“필요해서 구매하시는 것이 아니셨습니까?”

“언젠간 쓰겠지. 아스티란에 있을 때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물론 아스티란에서도 바다 가면 바지락 캐듯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쟁여 두면 언젠간 쓴다.

그것이 온갖 던전을 휩쓸고 다녔던 내 지론이었다.

하다못해 잡화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모험가용 로프도 유용하게 쓸 곳이 있었다.

“……다음은 <폭발구>입니다! 1회성이지만 500미터 정도는 가볍게 날릴 만큼의 강력함을 자랑합니다. 사용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 주세요! 1억부터 시작합니다!”

대화를 하는 사이에 또 다른 물건이 올라왔다.

고개를 들어 경매가 이루어지는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옆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3억!!”

“네, 참가 번호 30번 손님…… 3억…… 부르셨습니다! 더 없으시면 경매 종료하겠습니다! 3…… 2, 1…… 낙찰!”

웅성웅성-

“대체 누구야, 아티팩트 쓸어 가는 게!!”

“게이트 공략이 아니고 전쟁이라도 할 셈인가? 한두 푼 하는 물건들도 아닌데 벌써 열 개째야.”

연속으로 아티팩트를 낙찰받아 대는 나를 향해 푸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들리게 말하는 것이 그만 좀 하라고 하소연하는 것 같았지만 그딴 것에 신경 쓸 내가 아니었다.

억울하면 돈을 많이 가지고 왔으면 될 것을.

나는 점점 간지러워지는 귀를 긁으며 계속 이어지는 경매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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