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59화 (1,558/1,826)

§ 나는 될놈이다 1559화

“그게 우리도 이유가 있….”

“추하다! 그걸 못 해서 변명을 하냐!”

“한심하기 그지없군그래. <길드 동맹>을 나름 고평가했었는데 고작 이 정도였나.”

“…….”

옆에서 욕하는 다른 길드 길드원들을 보자 니샤오양은 어이가 없었다.

도움을 원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엿 먹이는 걸 보자 뒷목이 당겨왔다.

‘<파워 엠퍼러>의 케리드는 그래도 나름 인격이 좋다고 들었는데 헛소문이었어!’

“너희들이 가서 해봐라!”

“못 할 것도 없….”

당연히 수긍하려는 다른 길드원들을, 태현이 말렸다.

“아니. 기다려 봐라. 사실 보내고 나서 생각이 든 건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보통 다 성격이 까다롭고 괴팍한 미친놈들이라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

“아…!”

“과연. 하긴 기계공학 스킬은 되게 적은 사람만 갖고 있으니까.”

다른 길드원들은 태현의 말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아니었다.

‘이 자식이 욕할 거 다 해놓고 지금 뭐라는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가도 실패할 수 있으니 그냥 내가 가보는 게 낫겠다.”

“그렇군. 역시 김태현. 잘 생각한 것 같다.”

훈훈한 분위기의 대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왠지 소외감이 들었다.

‘오늘따라 다른 길드 놈들이 유난히 더 꼴 보기 싫은데….’

* * *

태현과 다른 길드 랭커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그러니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정신이 약간 나가 있다고 봐야 하지. 명성보다는 악명 스탯이 잘 먹히고, 칭호 중에 이상한 칭호가 있으면 더 잘 먹힌다고 봐야 해.”

“과연….”

다른 길드 랭커들은 평소에 듣지 못하는 기계공학 관련 이야기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공학 NPC들은 앞으로도 피해 다녀야겠다!’

‘그냥 걸어 다니는 똥덩어리네.’

물론 속으로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고 있었지만.

“…그래서 우리 <패러다임> 길마인 홍길동 님이 길드원들 모아서 다시 퀘스트를 깨러 들어갔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났다고 닫혀 버린 거야.”

“오. <패러다임> 길마도 한국인인가?”

“응? 아니. 미국인이야.”

“아. 한국계 미국인?”

“아니. 한국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 홍길동인데 미국인이고 한국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고….

“한류의 영향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이름을 저렇게… 아니다. 자기 자유겠지.”

[<골돌골랑의 대장간>에 도착했습니다!]

태현은 놀랐다.

대장간의 규모나 시설에 놀란 게 아니었다.

물론 전통 있는 대장간답게 있을 건 다 있고, 멋들어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골돌골랑의 분위기에 놀란 것이다.

‘어라?’

생각보다 너무 멀쩡했던 것이다.

귀족 복장을 잘 차려입고, 깨끗하게 단장을 한 다음 열심히 검을 두드리고 벽에 걸어 놓은 다음 차를 타서 마시는 골돌골랑.

골돌골랑은 일을 돕는 제자 NPC들에게 말했다.

-다들 힘들다면 쉬었다 하도록. 힘이 들면 그 감정이 작업에 묻어 나오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골돌골랑 님!

“…???”

어라?

힘들면 그냥 참고 하는 게 대장장이 기술 아니었나?

심지어 이 골돌골랑은 기계공학 쪽 대장장이일 텐데….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왕의 작위를….]

[골돌골랑을 대하는 데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좋은 메시지창.

하도 많이 봐서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성을 폭발시킨 적이….]

[칭호….]

[……]

[골돌골랑을 대하는 데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아니 너무 엄격하고 깐깐한 것 아닌가!?’

태현은 살짝 억울해졌다.

이게 다 심심해서 불태운 것도 아니라 대륙 구하느라 폭발시킨 건데….

골돌골랑은 매우 복잡한 시선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대체 왜 그런 재능으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가…?

골돌골랑의 말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감동했다.

‘더 꾸짖어 주십시오! 선생님!’

‘김태현 저 자식은 상담 좀 받아야 한다니까!’

태현이 불태우고 폭파시킨 건물들 중 50% 정도는 길드 동맹 소유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태현은 상담을 받아야 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것에 흔들릴 정도의 멘탈이라면 태현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닐 수 없었다.

“대륙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 뚫린 입이라고 저…!”

“쉿. 조용히 해.”

[현재 평판이….]

[최고급 화술 스킬이….]

[……]

태현의 말에 골돌골랑은 강하게 부정하지 못했다.

최고급 화술 스킬도 스킬이지만, 태현이 해낸 퀘스트들이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나는… 스승의 스승으로부터 전수 받은 기계공학 스킬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과연.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저한테 주시면 제가 전하겠습니다.”

-…좀 들어보게. 아직 말 안 끝났으니까. 그런데 자네는 너무… 좀… 과격한 감이 있지 않나.

“사실 제가 원래 선량한 사람인데 교단 방침 때문에 좀….”

-어쨌든 내게 도움이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는 자네가 선량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주게.

그 말에 이다비가 나섰다.

“잠깐만요. 이 자리에 태현 님만큼 선량한 사람은 없어요.”

“?”

“???”

“?????”

어라? 그랬나?

길드 동맹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 길드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김태현한테 싸움은 져도 인성은 더 좋을 거 같은데…?’

“자기가 태현 님보다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놈… 아니, 사람 있으면 지금 나와봐요.”

“방금 놈이라고 하지 않았….”

“나와보라고요.”

길드원들은 전원 침묵했다. 빚진 게 있는 상황에서 방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다비는 돌아서서 다시 말했다.

“봐요. 없죠?”

-…이걸로는 안 되네.

깐깐한 골돌골랑의 반응에 유지수가 이다비에게 속삭였다.

-그냥 협박하죠? 원래 잘츠 왕국에서는 말 안 들으면 활로 설득하는데.

-…공화국으로 바뀐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시작하자마자 현상금 걸릴 필요는 없지….

골돌골랑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내가 무리한 제안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네. 대륙을 지키고 있는 영웅들에게 귀찮은 부탁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이어받은 기계공학 스킬은 그만한 무게가 있는 스킬일세. 이런 스킬을 아무에게나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네.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골돌골랑은 갑자기 태현이 침묵하자 걱정이 되었는지 물었다.

-왜 그러나?

“대체 왜 이제서야 나타난 겁니까??”

기계공학 NPC 중에서 처음 보는 정상인!

* * *

<선함의 증명-골돌골랑 대장간 퀘스트>

잘츠 공화국의 기계공학 대장장이, 골돌골랑은 자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상대가 선량하고 관대한 상대이길 원한다.

골돌골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당신의 선량함을 증명하라!

도시의 다른 모험가들을 상대로 선행을 베푼다면 선량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 (0/100)

보상 : ?, ???

“특이한 퀘스트긴 하군.”

“가끔 사제들한테 이런 봉사 퀘스트가 뜨긴 한다지만, 처음 보는데.”

여기 있는 나름 랭커들도 처음 보는 퀘스트였다.

딱히 이런 봉사 퀘스트를 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아쉬운 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 걸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김태현. 힘내라.”

“맞아.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무슨 소리냐? 같이해야지.”

“…응?”

“같이해야지. 도와준다면서.”

“아까 도와준 걸로….”

“…넘어가려고 하는 거면 양심이 없는 놈이겠지?”

“…….”

확실히 태현의 말이 맞긴 했다.

던전에서 죽을 뻔한 것과 지금 저 퀘스트 도와준 걸 비교하면 너무 가볍긴 했으니까.

“알겠어. 도와주면 될 거 아니냐.”

“다들 움직이자고.”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했다.

퀘스트 지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 * *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도 많이 배웠네.”

보스턴 타이거즈의 전 수석코치, 에임스는 자리에 있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처음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지만, 여러모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 원석을 찾아내는 일에 함께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졌다.

‘하지만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지.’

지금 앞에는 각종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남은 플레이어들이 서 있었다.

이 플레이어들은 이제 여기 있는 심사위원들의 인맥을 통해 유명 게임단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 혹은 여기서 얻은 개인적인 인기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도 됐다.

물론 에임스는 이 중에서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보스턴 타이거즈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월드컵도 끝났겠다, 다음 시즌은 보스턴 타이거즈를 1위로 올려놓고 말겠다.’

솔직히 다른 대형 게임단이 1위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쪽도 돈 어마어마하게 썼을 테니까.

온갖 시설 새로 만들었지, 코치진 고용했지, 경기마다 분석하고 자료 수집했지….

…근데 팀 KL한테 1위를 뺏긴 건 진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스태프로서 반성할 수밖에 없다!

“마이클 선수!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마이클 선수가 보스턴 타이거즈에 입단한다면 3개월 내에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마이클 선수의 탱킹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습니다!”

각 심사위원들에게 차례대로 주어지는 면담 시간.

에임스는 이제까지 거리를 두던 태도를 버리고, 뜨거운 진심으로 부딪힐 생각이었다.

심사도 끝났으니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저….”

“??”

“저 팀 KL에 한 번 신청 넣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

생각치도 못한 말에 에임스가 비틀거렸다.

아직 설득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팀 KL을….

“팀 KL은 다른 게임단과 달리 2군을 운영하지도 않고, 인원 모집을 정기적으로 하지도 않는 작은 게임단입니다. 마이클 선수.”

“안 될 경우에는 유성 게임단에 한 번 넣어보고 싶습니다.”

“…….”

에임스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비틀거렸다.

김태현이야 뭐 심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인품에 반해서 저런다고 치자.

그런데 유성 게임단은 여기 있지도 않았는데 왜!?

“유성 게임단은 어째서 말입니까?”

“월드컵 경기를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저런 최고의 선수들과 같이한다면 저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에임스는 깨달았다.

월드컵 효과!

결승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선수들 중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가장 많았던 만큼, 그 효과가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실수했다…!’

선수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연봉이나 환경이었지만 가끔 예외도 있었다.

바로 같이 뛰는 선수들!

그런 웅장한 결승전을 봤으니 ‘이런 선수들과 같이 뛰고 싶어!’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큰일 났다. 이렇게 되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에임스는 지금 선수들 중 몇 명이 한국 게임단으로 가겠다고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몇몇 점찍은 대박 선수들도 있는데….

“<베이징 파이터즈>에 입단하실 경우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직 조건도 다 말 안 했….”

“죄송합니다.”

‘음.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군.’

옆에서 중국 쪽 게임단 스카우트가 하는 이야기를 듣자, 에임스는 자신은 좀 낫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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