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58화 (1,557/1,826)

§ 나는 될놈이다 1558화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패러다임 길드원들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김태현한테는 말하지 마라.

그러자 패러다임 길드원들도 눈빛으로 대답했다.

-알겠다. 같은 길드잖냐. 걱정하지 마라.

“저 새끼들이 했어요!”

패러다임 길드원들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길드 동맹 길드원들을 가리켰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다른 놈들 다 나갔을 때 못 나갔을 테니까.”

“아… 아니! 김태현! 우리 말을 들어봐라!”

“던전에 들어왔으면 얌전히 공략을 하든가 아니면 조용히 나가든가 해야지 사방팔방에 흙탕물을 튀기면서 민폐를 끼쳐? 그러고도 랭커냐?”

하나하나 맞는 말에 패러다임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던전에서의 예의!

다른 파티와 경쟁을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깰 자신 없으면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심지어 자쉬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발 좀 닥치고 있어!”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눈앞에서 태현이 덤빌 경우 어떻게 싸워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것이다.

일단 최소한 태현의 발을 조금이라도 묶으려면 셋은 있어야 할 거 같고….

‘옆으로 탈출하는 게 낫겠군. 그쪽이 쫓기 힘들어 보인….’

스윽-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패러다임 길드원들이 슬며시 옆으로 이동했다.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상처 받은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물론 패러다임 길드원들이 그런 것에 흔들릴 리 없었다. 그들은 못 본 척 휘파람을 불며 길을 가로막았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니샤오양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태현! 기다려라. 보상을 해주겠다.”

“무슨 보상?”

“너도 여기 공화국에 퀘스트 깨러 온 거 아니냐!”

니샤오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태현이 지금 깨려고 집중하고 있는 퀘스트는 크게 3개.

하나는 기계공학 스킬 퀘스트였다.

고대 제국 시절 무기의 제작법을 찾아서 복원하는 퀘스트!

이번 잘츠 왕국, 아니 공화국에 온 것도 이걸 우선적으로 깨기 위해서였다.

다른 하나는 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긴 했지만.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있지.’

-대륙의 군주들을 찾아가 당신이 제국 부활의 사명을 받은 후계자임을 설득하라!

(설득 된 대륙의 군주들 0/5)

대륙의 우두머리들을 찾아서 ‘제가 후계자가 되게 좀 밀어주십쇼’ 하면 왕들이 ‘오! 그래! 사실 예전부터 왕관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밑에서 신하로 살고 싶었다네!’ 하며 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이건 일단 미뤄두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퀘스트는 태현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였다.

‘다행히 이번 직업 퀘스트는 좀 쉬운 편이지.’

[카르바노그가 그게 쉽냐고 경악해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쉽진 않았다.

전설 퀘스트 3개 깨기!

심플하지만 욕이 절로 나오는 난이도였던 것이다.

‘쉽진 않지만 이제까지 해왔던 거와 비교해 보면 이상하게 쉽게 느껴진단 말이지.’

퀘스트가 어렵다고 말하는 플레이어들은 분명 힘든 일 없이 순탄하게 성장해서 그럴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면 어떤 지랄맞은 퀘스트가 나와도 달달한 음료수 같게 느껴질 것!

그리고 실제로 태현은 벌써 전설 퀘스트를 2개 깬 상태였다.

‘나도 내가 이렇게 전설 퀘스트를 빨리 2개나 깰 줄은 몰랐고….’

대괴수 오르기돈 퀘스트.

잘츠 왕국 부활 퀘스트.

둘 다 전설 퀘스트였다.

만약 잘츠 공화국에서 전설 등급 퀘스트를 하나 더 깰 수 있다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그건 너무 과욕이고, 잘츠 공화국 우두머리들한테 말이나 붙여 볼 생각이었지.’

<파워 엠퍼러>나 <패러다임> 길드가 도와준다고 했을 때 OK한 것도 여기 도시에서 평판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파워 엠퍼러>는 좀 수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거기에 길드 동맹 놈들 도움까지 받을 수 있으면 좀 더 편하긴 하리라.

“확실히 그런 목적이 있긴 했지.”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타협점을 찾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 그걸로 넘어간….”

“하지만 과연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김태현 선수는 무려 던전 공략을 실패했는데….”

자쉬안이 의문을 담아 말하자, 같은 길드원이 주먹을 날렸다.

“악! 악!”

“미안해! 김태현! 이 자식이 정신이 좀 이상해서!”

“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다 말할… 억!”

“장난은 다른 곳에 가서 치고. 어쨌든 알겠다. 도와준다니 감사히 받지.”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거리가 벌어지자 이다비가 작게 속삭였다.

“태현 님 그런데 실패한 거 아니잖아요?”

“실패할 뻔했으니까 화를 낸 거지.”

거기에 지레 겁먹고 먼저 보상하겠다고 말한 건 길드 동맹 사람들이었다.

* * *

[분해에 성공했습니다!]

[제작법을 전부 얻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놀랍게도, 그런 방해를 받았지만 태현은 분해에 성공했다.

이제까지 쌓아 올린 대장장이로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망하는 줄 알았다…!’

태현이 어지간해서는 겁 먹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소름이 다 돋았었다.

망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이게 망했으면 새로 아이템 찾아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할 지경이었다.

‘어떤 새끼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던전 잘못 건드린 게 분명하군. 나가서 보자.’

태현은 이를 갈았다. 하마터면 망할 뻔했던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책임을 묻겠다!

[<고대 제국 유탄 머스킷> 제작법을 알아냈습니다!]

[영지에서 머스킷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숫자가 부족합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현재 대장장이들의 스킬이 부족합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제작 속도가 내려갑니다.]

[제작 품질이 내려갑니다.]

[……]

“…!”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그래도 나름 골짜기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드워프, 고블린 대장장이들은 물론이고 각종 특이 대장간에 <태초의 불>까지 갖고 있었는데….

‘보통 난이도가 아니긴 하군.’

아쉽긴 했지만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이런 특별한 장비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활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영지나 왕국 병사들 무장, 성기사들 무장,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 보상 등등.

잘 만든 아이템 제작법 하나 찾으면 길드 하나가 반년은 놀고 먹을 수 있다는 게 허언이 아니었다.

[영지에 있는 <기계공학의 알>이 깨어납니다!]

‘오. 새 소환수인가?’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소환수 여럿을 데리고 있었던 것이다.

용용이, 흑흑이, 불불이로 대표되는 드래곤 3형제.

이다비나 유지수가 데리고 다니는 토왕이나 공공이 등.

‘아마 공공이 같은 소환수려나?’

-주인이여. 방금 우리 셋을 이상하게 훑어보지 않았나?

용용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언가 셋을 하나로 묶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설마 아니겠지?

“무슨 소리니. 내가 너희를 왜 그렇게 쳐다보겠어.”

-그런가….

아마 기계공학 계열 소환수이니 공공이 같은 놈이 소환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태현은 골짜기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송을 찾아보았다.

하도 사람이 많아서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송만 수백 개였다.

‘기왕이면 파워 워리어 방송으로 봐야지.’

-청코너! 밥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몸에 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기계공학 업계의 괴인!

-홍코너! 어떤 괴식 요리도 절대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운다는 괴식 요리 업계의 괴물!

-오늘은 이 두 고수의 대결을 중계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신성한 광장에서 뭐하냐?’

태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심지어 또 그게 인기가 좋다니!

‘판온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니겠지….’

태현은 광장 주변을 확인했다. 딱히 변화가 없어 보였다.

‘신전에서 태어났나? 어디로 간 거지?’

두두두두두-

순간 화면이 흔들렸다. 태현은 촬영하는 사람이 흔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중계되고 있는 영상들이 전부 흔들리고 있었다.

“…?”

[<기계공학의 알>이 깨어나서 영지의 암반과 융합합니다!]

[거대한 기계성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철커덕! 철컥!

콰르릉-

칙칙폭폭-

골짜기 플레이어들은 나름 온갖 상황에 단련이 된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골짜기가….”

“살아 움직인다…?!”

골짜기 안쪽에 거대한 삼중 성벽을 끼고 자리 잡았던 아키서스 교단의 대도시.

이 대도시의 성벽 밑으로 거대한 기계 다리들과 로켓 배출구가 생겨났다.

성벽 옆으로는 각종 특이한 기계공학 무기들과 팔들이.

이 기계성은 사방으로 증기를 내뿜으며 요란하게 몸을 진동시켰다.

쿵-

“…!”

태현은 그 순간 불길한 미래를 직감했다.

아주 예전에 태현이 직접 했던 짓!

‘…설, 설마 날아가나!?’

태현이 악마 공작의 하늘성을 훔쳐서 대륙으로 튀었듯이, 설마 지금 골짜기의 기계성도 하늘로 날아려는 것일까?

이게 인과응보!?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계성은 증기를 한 번 내뿜더니 다시 얌전하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계성이 완전하게 변하기에는 기계공학 스킬이 부족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을 더욱더 올리십시오.]

[기계성으로 변한 덕분에 성벽의 방어력이 더욱 올라갑니다!]

[영지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에 추가 보너스가…]

[영지의 기계공학 스킬이…]

[……]

[……]

[……]

‘살았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평범하게 좋은 이벤트였던 것이다.

영지 강화 이벤트!

‘하긴 생각해 보니 저게 갑자기 날아간다고 겁먹은 것 자체가 어이없긴 하군.’

상식적으로 어떤 퀘스트 보상이 영지를 날름 떼서 날아간단 말인가.

하도 저지른 업보가 많아서 지레 걱정부터 하게 되었다.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전설을 향하여-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당신은 성공적으로 <고대 제국 유탄 머스킷>의 제작법을 알아내었다.

이제는 그 머스킷을 제작해서 대륙에 이름을 알릴 때다!

‘제작 퀘스트인가? 귀찮긴 하겠지만 나쁘지 않지.’

단순 제작 퀘스트면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과 노동력, 재료만 쏟아부으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테니까.

게다가 지금 태현을 도와줄 길드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당신이 뛰어난 대장장이라 하더라도 머스킷을 혼자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잘츠 공화국의 기계공학 대장장이, 골돌골랑을 찾아라!

고대 제국의 제작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NPC 골돌골랑이라면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보상: ?, ???

“어….”

그냥 혼자 만들면 안 되나?

NPC 도움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거 찾는 게 더 귀찮을 것 같은데….

‘이렇게 나온 이상 뭐 어쩔 수 없지.’

태현은 혀를 찬 다음 아까 도와준다고 했던 길드원들을 불렀다.

“여기 잘츠 공화국에 이런 NPC 있거든? 찾은 다음 설득 방법까지 같이 해서 알려줘라.”

“뭐야, 김태현! 그거면 되냐!?”

길드원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드래곤의 심장을 내게 갖고 와라’ 같은 걸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NPC 하나 찾아서 설득하는 거라면, 여기 있는 랭커들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김태현이 이렇게 쉬운 일을 시킬 때도 있구나.’

‘야. 표정 관리해. 쉽다고 생각하면 다른 거 시킬 수도 있어.’

“그거면 되냐니 뭐 다른 거라도….”

“지금 가서 찾아오겠다!”

* * *

두 시간 후.

“…실패했다. 김태현.”

“미안하다….”

“…너희들 혹시 길드 동맹 길드원 아닌 거 아니냐? 사칭 아니야?”

태현의 의심 섞인 질문에 길드원들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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