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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48화 (1,447/1,826)

§ 나는 될놈이다 1448화

“이거 뭐… 입으면 건강에 해롭거나 그런 거 아닌가?”

-우리를 뭘로 보고! 우리가 그런 결함품을 만드는 줄 아나?

드워프 장인의 반응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어라?

설마 의외로 멀쩡한 아이템인가?

‘하긴 지금은 고대 제국 시절이고, 고대 제국 시절은 문명이 매우 발달한 시절이니까….’

같은 기계공학 장비라고 하더라도 정말 페널티가 없을 수도 있었다.

세 종족의 장인이 이렇게 힘을 모아서 같이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일….

-건강에 해롭긴 하잖아?

-맞아. 건강에 해로운데.

“…….”

그러나 그런 태현의 기대는 곧 이어 나온 고블린 장인과 엘프 장인의 말로 산산이 부서졌다.

그냥 드워프 장인의 허세였던 것이다.

태현이 빤히 쳐다보자 드워프 장인은 부끄러웠는지 억지를 부렸다.

-오래 입으면 몸이 붕괴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결함품이란 뜻은 아니야!

“…자꾸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내가 입기 전에 당신들한테 입히는 수가 있다.”

태현의 말에 세 장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이 이 광기의 로브를 입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세 종족의 장인들이 입을 꾹 다물자 태현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됐고, 작업이나 시작하자.”

* * *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세 종족의 장인들은 확실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태현이 오기 전부터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로브의 제작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겠군.’

이 정도면 오히려 태현이 버스를 탄다고 봐야 했다.

세 종족의 장인들이 지시하는 것만 따라가도 제작은 문제 없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이 둔한 드워프 놈아!

-뭐라고?! 네 로브가 대체 몇 번이나 찢어진 줄 아냐?! 네 로브가 찢어지지만 아니었다면 작년에 완성됐을 장비였다!

-하하. 둘 다 닥쳐라. 둘 다 쓰레기니까.

“…….”

태현은 왜 일이 진행 안 됐는지를 깨달았다.

이 세 종족 장인들의 사이가 생각보다….

너무 나빴던 것이다.

[드워프 장인이 분노합니다!]

[작업 속도가 내려갑니다!]

[……]

[……]

예상했던 문제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진행이 되는 상황.

다행히 태현은 강력한 화술 스킬과 함께 온갖 NPC들을 상대해 온 경험이 있었다.

‘일단 드워프부터 해결한다.’

태현은 드워프 장인한테 다가갔다.

“허 참. 다른 장인들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는 거 같군. 나도 여러 스킬들을 익혔지만, 그래서 그런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가장 위대한 스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말이야.”

-!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최고급 화술 스킬을…]

[……]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최고급으로 익히고, 다른 스킬들도 여럿 최고급으로 익힌 태현의 말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게다가 최고급 화술 스킬까지 있었으니….

드워프 장인은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엘프나 고블린들은 뭘 모른다니까. 여러 종족을 상대해 왔었지만 엘프나 고블린만큼 귀찮은 종족도 없었지. 그에 비해 드워프들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군. 마치 국밥 같은 종족이라니까.”

-뭔진 모르겠지만 왠지 기분 좋은 칭찬이로군.

[드워프 장인의 불만이 사라집니다!]

[작업 속도가…]

드워프 장인뿐만 불만을 터뜨리진 않았다. 엘프 장인, 고블린 장인도 차례대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때마다 태현은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나는 스킬들 중에서 재봉 스킬만을 익히지 못했지. 그건 재봉 스킬이 그만큼 어렵고 뛰어나서야. 날 보라고.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 스킬 모두 다 최고급 찍었는데 재봉은 건드리지도 못했잖아. 솔직히 재봉에 비하면 두 스킬은 쓰레기지.”

-그렇지! 그렇지!

“기계공학 스킬에 비하면 다른 두 스킬은 쓰레기… 폭탄… 날려 버리면… 드래곤도 한 방….”

-뭘 좀 아는군. 인간! …그런데 드래곤을 터뜨린 적이 있나????

[엘프 장인의 불만이 사라집니다!]

[고블린 장인의…]

[……]

[……]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후. 진상 같은 놈들.’

태현은 세 장인들의 진상짓에 투덜거렸다.

빨리 로브 완성시키고 마법 스킬 올려서 고이오노스의 인정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 세 장인들이 자존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 와보게.

“?”

-이건 자네한테만 가르쳐 주는 거야.

[비전 대장장이 기술 스킬, <광석의 혼 끌어내기>를 얻었습니다!]

<광석의 혼 끌어내기>

광석에 잠든 영혼과 대화해서 그 성능을 최대한 올립니다!

“!”

생각지도 못한 비전 스킬을 공짜로 얻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뭘 이런 걸 다?

‘게다가 정말 쓸 만한 스킬이 맞군.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왜 이렇게 다들 알찬 거 같지?’

기계공학에 비해 뭔가 훨씬 더 좋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태현이 지금 주로 쓰는 대장장이 기술 스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전투 직전에는 <태초의 담금질>이나 <장비 영혼 파괴> 같은 강화 스킬들.

그리고 제작 시에는 <완벽한 강화>나 <드워프 식 풀무질>, <천사의 날개 부채> 같은 제작 버프 스킬들.

<광석의 혼 끌어내기> 같은 재료에 쓸 수 있는 대장장이 스킬은 귀한 편이었다.

“아니 뭘 이런 걸 다… 더 없습니까?”

태현의 태도가 살짝 공손해졌다. 물론 공손해진다고 좀 더 가르쳐주는 건 없었다.

-자네한테 가르쳐 줄 스킬 중에서 자네가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이런….”

드워프 장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태현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다음은 고블린 장인!

“드워프 장인은 대장장이 기술 비전 스킬 가르쳐주면서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기계공학 스킬은 뭐 그런 것 없습니까? 설마 없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겠나!

[비전 기계공학 스킬, <폭탄 정령 소환>을 얻었습니다!]

<폭탄 정령 소환>

폭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난꾸러기 정령들을 소환한다.

“?”

알기 쉬운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달리 기계공학 스킬은 바로 파악이 어려웠다.

뭐지?

“이거 좋은 스킬 맞…습니까?”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거야. 한 번 써보면 이 스킬의 가치를 알게 되겠지!

“다른 건 뭐 없습니까?”

-자네가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

태현은 두 종족의 장인들을 욕했다.

실력이 너무 좋아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를 못한다니 이런 형편없는 스승들을 보았나.

그리고 마지막 남은 건 엘프 장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엘프 장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건 없었다.

“뭐 없습니까?”

-실력이 없는데 뭘 어떻게….

“아니 초보자도 배울 수 있는 사기적인 재봉 스킬 같은 게 없단 말입니까?”

-미, 미안하군.

엘프 장인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서 사과했다.

누가 보면 빚쟁이한테 시달리는 채무자처럼 보일 정도였다.

-대신 이걸 주겠네.

[<엘프 장인의 맹서>를 얻었습니다!]

“?”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여럿 있는데, 그 제자들한테 가서 맹서를 보여주면 재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오오…! 더 없습니까?”

-자넨 양심이 없나?

[엘프 장인의 친밀도가 조금 하락합니다!]

* * *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자 작업이 완료되었다.

[광기의 마력 회복 로브가 완성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

‘고이오노스의 마력 회복 로브 아니었나?’

완성되고 나자 이름이 바뀌었지만, 모두가 그런 사소한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칭호 <연합 제작의 지휘자>를 얻었습니다.]

[스킬 <연합 제작>을 얻었습니다.]

<연합 제작>

제각기 다른 스킬들을 익힌 장인들을 지휘해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스킬들을 가진 장인들을 연합시켜 제작할 때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레벨 업에 칭호, 거기에 쓸 만한 스킬까지.

태현은 뿌듯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런 뿌듯함도 1초를 가지 못했다.

-자! 어서 입어보게!

-어서어서!

-빨리 입어봐야 문제를 알지!

“…….”

자기들이 입어보는 거 아니라고 헉헉대며 기대하는 세 종족의 장인을 보자 솔직히 얄밉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입으려고 만들었으니 입어야지.

광기의 마력 회복 로브:

내구력 800/800, 물리 방어력 250, 마법 방어력 500.

스킬 ‘광기의 마력 회복’ 상시 발동, 스킬 ‘광기의 마력 흡수’ 상시 발동, 스킬 ‘광기의 마력 증폭’ 상시 발동.

포션이 로브 안에 찬 상태에서만 스킬 발동. 모든 행동에 MP 회복 확률 증가.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의 명령 하에 세 종족의 장인들과 함께 아키서스의 영웅이 만든 로브다.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기계공학 장비로서, 한 번 착용하면 로브 안에 담긴 힘이 막대한 마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오래 착용할수록 페널티 증가)

‘…심플한 게 더 무섭군.’

오래 착용할수록 페널티 증가라니.

길고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저렇게 말하니까 더 무서웠다.

게다가 장인들의 말에 따르면….

‘몸이 붕괴한다고 하지 않았나?’

정확히 어떤 효과인지는 몰라도 오싹하기 그지 없는 페널티였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대단한 장비긴 했다.

모든 옵션이 MP 증가, MP 회복에 맞춰져 있는 꿈의 장비!

마법사들이 이 장비를 본다면 눈물을 흘리면서 전 재산을 꼬라박아서라도 사려고 할 것이다.

MP 회복 스탯이나 MP 증가 스탯이 마법사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는 판온 시작한지 하루 된 사람도 알고 있었으니까.

-착용.

[<광기의 마력 회복 로브>를 착용했습니다!]

[포션이 소모되기 시작합니다.]

[최대 MP가 증폭됩니다!]

[MP 회복 속도가…]

-드디어 끝났구나!

고이오노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세 종족의 장인들은 깜짝 놀라 넘어졌다.

-아오… 간 떨어질 뻔했군.

-드래곤 놈들은 사람 놀라게 하는 게 취미인 게 분명해.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이오노스 님!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시고 돌봐주시는 노고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나야 내가 할 일을 할 뿐이지.

고이오노스는 장인들을 비키게 한 다음 태현을 쳐다보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상당히 만족한 얼굴이었다.

-이제 내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어떤 가르침입니까?”

-마법을 숙련되기 위해서는 하나밖에 없단다.

말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고이오노스가 용언으로 주변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한쪽에는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고 다른 한쪽에는 혹한의 눈보라가 닥쳐오기 시작하자 카르바노그가 질색했다.

[저 미친 드래곤이 누구 하나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자! 이 시련을 마법으로 극복하자꾸나!

“…….”

태현은 이 로브만 주지 않았다면 욕을 했을지도 몰랐다.

* * *

“헉… 헉헉.”

[MP가 회복됩니다!]

[스킬 시 사용된 MP가 회복됩니다!]

[포션이 소모됩니다!]

꿀렁꿀렁-

뒤에서 포션 빠지는 소리와 함께 태현의 MP가 바로 회복되었다.

회복된 건 좋은데 솔직히 페널티가 좀 신경 쓰였다.

언제 터지는지 알 수 없으니 더욱 더 무서웠던 것이다.

-제법 솜씨가 괜찮구나.

고이오노스는 만족스러운 듯했다.

태현은 사납게 닥치는 자연재해에 맞서 필사적으로 맞섰다.

눈보라는 사디크의 화염 마법을 닥치는 대로 펼치고, 용암은 아키서스의 고대 냉기 마법을 최대한으로 펼쳐서 막아낸 것이다.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뜨리면 드워프의 금속 마법으로 피뢰침을 만들어서 피해내는 기지는 고이오노스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지금이… 94%군.’

고급 마법 9, 94%.

6%만 더 올리면 최고급이 보였다.

“다음 시련은….”

-벌써?! 역시 아키서스의 영웅답구나! 내가 본 영웅 중 가장 대단한 영웅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달라는 게 아니라 뭔지 물어보려고 했….”

고이오노스의 다음 시련이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젠장. 로브 좀 벗었다가 다시 입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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