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49화 (1,448/1,826)

§ 나는 될놈이다 1449화

훈련에 관해서 태현은 태현보다 극단적인 NPC를 만나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일단 태현 본인이 가장 극단적인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케인.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던전을 돌아야 한다.

-그렇지.

-하지만 그냥 레벨만 올려서는 남들을 따라잡을 수 없지. 스탯도 올려야 해.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는 평범하게 돌지 말고 네 스탯을 올리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체력을 최대한 회복하지 않으면 체력 스탯이 올라갈 확률이 올라가고, 방패로 막는 대신 공격을 튕겨내다 보면 민첩이 올라가고….

-…나 그냥 던전 돌면 안 돼? 두 개 돌 테니까 제발 평범하게 돌게 해줘….

그런 태현이 봐도 고이오노스의 훈련 기준은 상당히 가혹했다.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 기준으로 맞춘 훈련!

-용아병들이여 일어나라!

고이오노스의 외침에 따라 사방에서 용아병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상대해 본 적 있는 몬스터들이었지만 고이오노스가 불러낸 용아병들은 그 수준이 달랐다.

하나하나가 준 보스 몬스터 수준.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치명타 폭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용아병이 스스로 입은 치명상을 빠르게 회복합니다!]

‘무슨 성기사도 아니고…!’

고이오노스의 용아병들은 공격력이 강하거나, 특수한 스킬을 갖고 있거나, 마법을 쓰진 않았지만 정말로 무식한 수준의 체력을 갖고 있었다.

애초에 그런 점으로 특화해서 만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런 적들은 태현 같은 폭딜 위주 플레이어한테는 매우 까다로운 적!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자.’

태현은 섣부르게 행동하는 대신 차근차근 판단하기로 했다.

고이오노스의 시련은 가혹하긴 했지만 아예 답이 없는 시련은 아니었다.

고이오노스 기준이긴 하지만 정답이 어딘가에 있긴 한 것이다.

-고대 제국의 언데드 소환, 고대 제국의 언데드 소환, 고대 제국의 언데드 소환!

태현은 일단 느부캇네살에게 받은 흑마법으로 맞섰다.

랜덤 소환이긴 했지만 MP가 넉넉해진 지금 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언데드를 랜덤으로 소환합니다!]

[고대 제국의 스켈레톤 도적이 소환됩니다!]

‘젠장.’

[고대 제국의 언데드를 랜덤으로 소환합니다!]

[고대 제국의 스켈레톤 드래곤이 소환됩니다!!]

‘오오…!’

[카르바노그가 자기 일처럼 기뻐합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스켈레톤 드래곤이 소환되자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고대 제국의 언데드를 랜덤으로 소환합니다!]

[고대 제국의 스켈레톤 와이번이 소환됩니다!]

2/3 정도면 매우 잘 풀린 편이었다. 스켈레톤 드래곤과 와이번이 용아병을 상대하는 동안 태현은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카르바노그가 언데드들한테 폭탄 매달게 하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지금 마법 스킬 올리려고 하고 있잖아,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그걸 지금 쓰면 고이오노스가 나중에 대비할 거 아냐.’

[…….]

언데드들이 싸우는 동안, 태현에게는 새로운 메시지창이 날아왔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을 계속해서 사용했습니다.]

[새로운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을 깨달았습니다! <고대 제국 원한의 창>을 얻습니다.]

흑마법을 꾸준히 쓴 덕분에 새로운 스킬이 열린 것이다.

‘애매하군.’

그러나 태현은 살짝 실망했다.

<고대 제국 원한의 창> 같은 스킬은 태현한테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다.

원거리 공격 스킬인 만큼 네크로맨서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태현은 원거리 공격 스킬이 그리 급하지 않았다.

다른 마법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폭탄들이 워낙 강력한 것이다.

굳이 MP를 소모하면서 쓸 이유가 없는데….

<고대 제국 원한의 창>

원한이 담긴 마력을 쏘아 보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상처를 입은 상대는 지속적으로 흔적을 남긴다.

‘설명을 봐도 별로… 음?’

태현은 멈칫했다.

지속적으로 흔적을 남긴다고?

‘이건 쓸 만한 거 같은데? 추적 기능이 있나?’

네크로맨서야 저런 거 남긴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써먹진 못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경우가 드물었으니까.

아마 언데드 시켜서 흔적을 쫓으라고 하는 용도인 모양인데….

-아키서스의 영웅이여, 대비하는 게 좋겠구나!

[하늘에서 고이오노스의 힘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오.’

* * *

“와. 죽겠네.”

태현이 캡슐에서 나와 앓는 소리를 내자, 팀 KL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김태현 아닌 거 아니야?”

“선배님으로 위장한 다른 사람일지도….”

“아니. 진짜 퀘스트가 장난 아니거든. 난이도가 아슬아슬해.”

태현은 혀를 차며 의자 위에 앉았다.

그 모습에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놀릴까? 말까? 놀릴까? 아니 놀렸다가 내가 죽는 거 아닐까?’

케인은 꼭 한 번 ‘거 봐 너도 힘들지! 내가 맨날 그랬어!’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 하는 순간 태현은 지옥의 던전순회코스를 추가로 짜서 케인을 뺑뺑이 돌릴 게 분명했다.

목숨을 걸고 말할 가치가 있는 말일까?

“맞다. 너희들 이번 주말에 시간 된다고 했지?”

“되긴 합니다만….”

“이다비 이사해서 집들이 한다는데 다 같이 가자.”

“오오….”

팀 KL 선수들은 다 같이 감탄했다.

자기 살 집을 자기가 구하다니.

같이 감탄하던 최상윤도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도 너희 살 집은 구할 수 있지 않냐?”

“뭐 그렇긴 합니다. 여기 같이 있는 게 편해서 그런 겁니다만….”

정수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넓고, 있을 거 다 있고, 밥 맛있고 실력 키우기 좋은 곳이 구하기 쉬운 게 아닌 것이다.

괜히 새로 집 구해봤자 스스로 관리해야 하니 힘들기만 하지 않겠는가.

“쯧쯧. 난 예전부터 알아보고 있다.”

케인은 둘의 말에 혀를 찼다.

나중에 독립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이런 걸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 네가?”

“헛소리 그만하십쇼.”

그 말에 둘은 가장 어이없다는 듯이 반응했다.

케인은 울컥했다.

“왜? 뭐? 왜?”

“아니… 네가 얼마나 개떡같이 사는지를 우리가 옆에서 다 봐왔잖아.”

“케인 선수는 아직 혼자 살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때리는 둘의 말에 케인은 흔들렸다.

내가… 내가 그 정도인가?

갑자기 드는 자기반성!

“김태현. 케인이 독립해서 산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독립을? 뭐 자기 자유지. 방송 나가기 좋겠네.”

“방송이라니…?”

“케인처럼 살면 충분히 방송 나올 법하지 않나?”

그냥 잔잔하게 사는 것보다 저렇게 개판으로 사는 게 훨씬 더 자극적이기 마련이었다.

케인처럼 인기 있고 인지도 높은 사람이면 더더욱.

팀 KL이 정말 어떻게 사는지 관심 있는 팬들이 본다면 매우 흥미로워하리라.

“오…?”

케인은 그 말에 솔깃했다.

독립하면 방송에 나갈 수 있나?

최상윤이 옆에서 속삭였다.

“야. 너 혼자 사는 모습 방송에 나가면 넌 앞으로 20년 정도는 혼자 살아야 해.”

“…….”

케인은 삶의 방식을 고치기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다짐했다.

* * *

“…여기 뭐 한국시리즈 같은 건가…?”

“한국시리즈는 야구지.”

이다비 동생들은 팀 KL 선수들과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집에 집합한 걸 보고 눈만 깜박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이다비 동생, 이다솔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세연에게 말을 걸었다.

“혹, 혹시 사인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럼요. 자. 주세요.”

놀랍게도 이세연은 매우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평소에 보여줬던 차가운 이미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에 이다솔은 감동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요. 손님으로 왔는데.”

태현은 그 모습을 매우 씁쓸한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이다비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쟤네가 나보다 이세연 더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아, 아닐걸요.”

다른 건 몰라도 이다비 동생들한테 인기로 이세연에게 지는 건 너무 씁쓸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빠를 잘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무슨 말을. 케인이 애도 아니고… 내가 돌본 건 없어.”

케인의 동생, 김예리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태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진심이야 어쨌든 간에 가족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해주는 게 규칙인 것이다.

그러나 김예리는 그런 말에 속지 않았다.

“그럴 리가요. 엄청 많이 돌보셨겠죠.”

“…응.”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케인이 우물거리면서 다가왔다. 태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냥 요즘 잘 지내냐고 인사 나눴지.”

“너….”

케인은 자기 동생과 태현을 번갈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태현에게 속삭였다.

“너 내 동생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지?”

“…너 술 마셨냐?”

“아, 아니… 그거 아니면 둘이 따로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너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

“아!”

김예리는 케인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인데 다른 건 눈치 못 채고 자기 동생을 의심하다니….

눈치가 없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케인. 너 사귀는 상대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파이브 걸즈였나. 거기 소속?”

태현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예전에 태현이 막 게임 시작했을 때 들어갔던 소속사 출신 아이돌.

다른 팀원들은 ‘케인, 네가 착각하는 거야’ ‘케인, 그쪽에서 그냥 햇빛이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렸는데 그걸 네가 오해한 걸 수도 있어’라고 냉정하게 말했지만 놀랍게도 이번에는 케인이 맞은 것이다.

나름 서로 훈훈하게 사귀고 있는 것 같았는데…

“크흠. 그… 뭐… 비슷한… 그런….”

케인은 매우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김예리는 경악했다.

“오빠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놀랍게도 물어보니 상대도 괜찮아하더라.”

“…!”

말도 안 돼!

“어쨌든 그건 왜 물어보는데?”

“아니. 안 초대하길래 무슨 일 있었나 했지. 없으면 됐다.”

생각해 보니 케인도, 하연도 바쁜 위치이다 보니 서로 밖에서 만나기 힘들 것이다.

판온에서 만나면 됐지 굳이 현실에서까지 만날 필요는 없겠지.

“응? 안 물어봤는데?”

“…안 물어봤어?”

“진짜로…?”

태현과 김예리는 경악에 찬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왜?”

“…내가 연애의 달인 같은 건 아니지만 이런 건 말을 해줘야 하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태현과 김예리가 단호하게 말하자 케인은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마침 이세연과 이야기가 끝난 유지수가 다가오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문제되지는 않겠지??”

“…엄청 문제될 것 같은데??”

유지수는 경악에 찬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미친 거 아니야?

“아… 아니. 아직 방법이 있어. 걔는 이거 모를 테니까 내가 입만 다물면 모를 거 아니야.”

그러나 유지수는 그런 케인의 기대를 산산조각냈다.

“어… 지금 유성 게임단 공식 계정에 이거 파티하는 거 사진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왜!??!?!”

“그야 이렇게 관심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놓치는 사람은 없으니까….”

유지수 말이 맞았다.

남들은 홍보 한 번 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쏟는데,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팀 KL 선수들과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같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것이다.

“아! 내 여자친구는 유성 게임단 팬이 아니니까 모를 수도 있겠다!”

“음… 케인. 미안하다. 이다비가 아마 이거 올리고 있을 거야.”

태현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다비도 이런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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