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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14화 (1,213/1,826)

§ 나는 될놈이다 1214화

-크아아아아악! 저주한다! 마계의 온 힘을 다해 너희를 저주한다!

악마 공작, 구시렉은 온몸을 뒤틀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렇게 고문을 당했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강함!

‘오. 대단하군. 구시온이랑은 전혀 달라.’

이게 악마 공작의 강함인가!

[카르바노그가 이상한 포인트에서 감탄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악마 공작의 위대함은 그 레벨 높음이나 스킬의 강함, 이끄는 군세의 강함으로 나타는 것이지 고문 얼마나 잘 견디냐로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뭐야, 새로 온 흑마법사인가?

-쉿. 느부캇네살 님의 후손이래.

-뭐? 느부캇네살 님의 후손? 실로 고귀한 핏줄이군.

[최고급 화술 스킬을…]

[느부캇네살의…]

[……]

[흑마법사들이 당신을 대할 때 조심합니다!]

새로 왔지만 태현에게서는 쉽게 대할 수 없는 품위가 흘러넘쳤다.

느부캇네살의 이름!

“제가 한번 놈을 심문해 봐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자신감이 넘치는군.

-건방진 수준이야! 느부캇네살 님의 후손이 아니었다면 아주 무례하게 들렸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비켜주지.

-느부캇네살 님의 후손이니까!

-놈의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놈이 갑자기 위협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혼돈의 힘으로 놈을 얽매고 있으니까 저 결계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흑마법사들은 거칠게 말하는 것과 달리 행동은 매우 친절했다.

느부캇네살의 이름은 일종의 VIP 회원증 같은 것!

‘사칭하길 잘했군.’

앞으로도 느부캇네살의 이름을 사칭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태현은 가까이 다가갔다.

* * *

“악마 공작, 구시렉!”

-흑마법사 놈! 아무리 사악한 마력을 쓴다 하더라도 마계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너는 날 이기지 못한다!

“시끄럽고, 내 말을 들어라. 난 널 구해주기 위해 왔다.”

-흑마법사 놈이 이제 아주 같잖은 수작까지 부리는구나! 어딜 감히! 내가 그런 수작에 속을 것 같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구시렉은 이제까지 질렀던 비명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태현이 결계 안으로 아키서스의 성수를 들이부은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쓰는 굶주린 혼돈의 힘보다, 신성한 힘이 악마를 괴롭히는 데에는 더욱 효과적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역시 악마들을 괴롭히고 지배하는 데에 있어서는 흑마법사보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한 수 위라고 말합니다.]

신성력!

흑마법사들이 부리지 못하는 이 힘이야말로 악마를 괴롭히는 데 최적화 된 힘인 것이다.

-그만둬라! 그만두라고 했다!!

“내 말을 들어라. 구시렉. 안 들으면 한 번 더 부을 테니까.”

[최고급 화술 스킬을…]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구시렉이 당신의 말을 두려워하며 듣습니다.]

“난 널 구해주러 왔다.”

-하!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 결계를 지우고 풀어봐라!

“멍청하기는… 여기 있는 언데드가 수천이고 리치급 흑마법사들이 수십이 넘는데 풀어주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이 악마 공작 구시렉을 우습게 보느냐? 날 풀어주면 이 요새 하나 정도는 우습게… 음….

말하던 구시렉은 망설였다.

마계에서 힘을 잃고 온 데다가 여기 붙잡혀서 많은 힘을 더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 요새는 다른 차원에 있어서 자기의 군대를 불러 오기도 여의치 않았다.

-…은 힘들지도 모르겠군.

“그래. 그러니까 기회를 봐야 하지 않겠냐?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응? 악마들은 다 왜 그런 거냐?”

-아니….

바로 구박에 들어가는 태현의 모습에 구시렉은 당황했다.

고고한 악마 공작으로서는 생전 처음 받는 구박!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믿느냐?

“날 안 믿으면 어떻게 하려고? 마땅한 방법도 없잖아?”

-…….

그것도 맞는 말!

-하지만 그래도 누군지는 알아야겠다. 정체도 모르는 놈을 신뢰할 수는 없다.

“흠. 나는 사실 아키서스의 화신이다.”

-…이, 이놈! 감히… 감히…!?

구시렉은 극도로 대노했다.

-감히 내 부하 칼카손을 쓰러뜨려? 용서하지 않겠다!

“??”

[??]

아들이 아니라 부하 이름이 나오자 태현은 당황했다.

“칼카손이 누구지?”

[칼카손이 누구냐고 카르바노그도 당황해합니다.]

-시치미 떼지 마라! 갈카드 드워프 부족이 가진 보물 안에 봉인되어 있던 악마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구시렉은 분노했다.

구시렉의 심복 중 하나, 칼카손!

대륙으로 건너가 보물 안에 봉인되어 오랫동안 때를 기다리던 악마였다.

교활하고 강력하며 어디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악마였는데….

우연히 갈카드 드워프 왕국에 놀러간 태현 일행이 미친듯한 폭딜로 나오기도 전에 그냥 녹여 버렸다.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하도 빨리 잡아서 칼카손이 누구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 애가 있었나?

“아니. 내가 걔한테 악감정이 있지는 않았어. 걔가 너무 약했다고.”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요즘 악마들은 너무 맷집이 약해졌다고 말합니다.]

버프 최대치로 받고 만반의 준비가 된 아키서스 포병대의 일제사격을 받고도 몸으로 뚫고 나와야지!

그 정도도 못하면 대륙으로 나오면 안 됐다.

그 말에 구시렉은 더욱 펄쩍 뛰었다.

안 그래도 칼카손이 마계에서 의기소침해져서 ‘주인님 저는 쓰레기입니다 저한테 잘해주지 마십쇼’ 하는 게 마음이 쓰여서 아팠는데….

이 쓰레기 같은 아키서스 놈!

“그보다 넌 지금 네가 아쉬운 처지인데 어디서 건방질이야?”

촤아악-

-크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아키서스 성수 위에 사디크 화염 붙여버리기 전에 말 공손하게 해라. 구시렉. 난 네 밑이 아니다.”

끔찍한 협박 위에 더욱 끔찍한 협박을 얹는 예술적인 솜씨였다.

구시렉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키서스의 화신 놈에게 원한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그보다 구시온은 별 관심 없나?”

-구시온 그놈은 내 명령을 어기고 나갔으니 자기가 알아서 책임을 져야지. 어디에 잡혀 있든 내가 알 바 아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구시렉은 내심 믿고 있는 눈치였다.

설마 악마 공작의 아들이 붙잡혀 있겠어?

헛소문이겠지!

“어… 구시온 그놈 잡혀 있던데.”

-말도 안 돼! 그 멍청한 놈이! 어디서! 왜! 뭔 짓을 하다가!

“드워프들한테 잘못 소환되어서 붙잡혀 있더군.”

-역시 드워프들인가! 그 땅딸막하고 사악한 놈들!

“그래서 내가 구출한 다음 데리고 있었지.”

-…?

구시렉은 멈칫했다.

진짜?

그게 말이 되나?

-날 속이는 것 같… 잠깐! 잠깐! 성수에 성화를 붙이는 건 멈춰라!

“내가 데리고 있을 수도 있지. 왜 그러나? 난 의외로 악마들과도 협조할 때는 협조한다. 내 세력에는 악마들도 꽤 있다고.”

태현은 사루온 같은 악마 대장장이의 이름을 꺼내며 말했다.

거짓말은 안 했다!

대부분의 악마들은 우리 안에 갇혀 있긴 했지만….

-아키서스라면 확실히….

그리고 아키서스의 이름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악마하고도 손잡을 수 있는 선신!

구시렉은 믿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날 언제 풀어줄 거냐?

“잠깐. 너무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지 말라고. 널 풀어주면 네가 날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믿지?”

-하하. 이 구시렉의 명예를 크아아아아아악! 어째서! 왜!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어.”

-개소리!

“미끄러졌다니까?”

-크으윽… 네가 날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널 공격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다.

[악마 공작, 구시렉이 진명을 걸고 맹세합니다!]

“아니 그걸론 부족하고. 좀 더 내놓아야지. 내가 지금 널 구해준다니까?”

-뭘 더 어떡하라고!

“내 싸움을 도와줘야지. 설마 마계로 도망치진 않겠지?”

-이런 대접을 받고 내가 그냥 갈 거 같나!? 날 뭘로 보고!

“그래그래. 그러니까 나와 같이 싸우자고 맹세하자고.”

-…잠깐. 아니지.

구시렉은 제정신을 차렸다.

예전에도 아키서스의 저런 말에 속았다가 선신들이 총동원되고 악마들이 총동원된 거대한 대전에 끼어들게 되지 않았던가?

아키서스의 달콤한 말에 속으면 안 됐다.

-속을 뻔했군. 싸움을 한정해라! 네 싸움에 모두 다 불려갈 생각은 없다!

‘쳇.’

두고두고 부려먹으려고 했더니….

-굶주린 혼돈 놈과 맞서 싸울 때로 한정해라!

“한 가지 더.”

-?

“다른 악마 공작에게 공격 받을 때, 내가 요청하면 날 도와줘야 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느… 아니, 자꾸 성수 좀 그만 뿌려라! 교양 있는 신의 화신답게 대화를 하잔 말이다!

악마 공작도 대화를 부르짖게 만드는 아키서스의 힘!

“그야 너와 협조하면 다른 악마 공작들은 날 눈엣가시로 여길 테니까. 다른 악마 공작들이 아키서스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텐데?”

-으음!

구시렉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였어도 다른 악마 공작들이 아키서스와 손을 잡았다면 ‘아니 저 놈이 대체 무슨 흉악한 꿍꿍이로 아키서스와 손을 잡지? 마계를 불태우고 멸망시킬 생각인가?’라고 의심했을 테니까.

-좋다! 어차피 다른 악마 공작들은 내 적. 그놈들과 싸우게 될 때에는 협조하겠다!

“후후. 고맙군.”

-그래서 언제 풀어줄 거냐?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 해. 자. 좀 더 열심히 버티고 있으라고.”

-아니… 잠깐만. 잠깐. 야! 돌아와라! 아키서스의 화신!

“혼돈의 마력 다시 연결할 테니까 이 악물어라. 아키서스의 성수보단 덜 아플 테니까.”

-크아아아악!!!

* * *

태현은 밖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다비를 믿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이런 플레이가 한두 번도 아니었고, 이다비는 알아서 잘 수습할 테니까.

그러나 밖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세연이 교단 성기사들까지 데리고 지하 통로를 내달려 온 것이다.

“김태현이 납치당했다고?!”

“이세연 씨. 그게 아니라요….”

이다비는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김태현이 납치한 걸 수도 있고….

설명을 들은 이세연은 반신반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납치된 거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납치된 걸 수도 있지 않나요. 김태현 지금 국대 준비해야 하는데 사망 페널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사망 페널티는 몇 번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어요.”

“걔가 그런 이야기도 했나요?”

이세연은 의아하다는 듯이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태현은 보통 자기 캐릭터나 스킬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말하면 약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니.

‘사람이 진짜 변하긴 변했구나.’

“그래도 지원은 가는 게 좋겠어요.”

“네. 같이 움직일게요.”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 일행들은 태현의 이미지 때문인지 다들 좀 괴팍하다는 인상이 있었다.

케인, 정수혁, 최상윤은 확실히 좀….

사람이 좀 미치광이 같다!

그에 비하면 이다비는 매우 상식인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다비가 파워 워리어 길마라면서 ‘히익 파워 워리어 길마라니! 너무 무서워!’라고 반응했지만….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팀 KL의 유일한 양심!

‘역시 이야기가 잘 통해.’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교단 성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뜨거운 사막 위로 올라가서 돌아다녀야 하니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쿠르르릉, 쿠르릉, 쿠릉-

“???”

“뭔 소리야?”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당황한 플레이어들은 통로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확인했다.

저 멀리서 하늘이 갈라지더니 요새가 얼핏얼핏 보였다. 한눈에 봐도 요새 주변이 난리가 났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 났나 보다!

“…김태현이다.”

이세연은 직감하고 중얼거렸다.

“예? 길마님. 무슨 소리십니까?”

“김태현을 데리고 갔으니 저렇게 탈이 났겠지. 그거 아니면 이유가 없어! 움직이자. 김태현 데리고 나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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