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48화
[<고대 제국 이탈자>를 공격했습니다!]
[계속해서 공격할 경우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적대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공격할 경우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준 임시 성주 자리를 뺏길 수…]
[설득해서 오해를 푸십시오!]
빨리 설득해서 ‘내가 왜 너희를 공격했는지’를 납득시키지 않으면 불만이 폭발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태현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앞으로.”
-?
“내 말을 안 듣는 놈들은 사형이다.”
-아니 뭔….
-우리가 언제 너한테 그런 권한을 줬냐! 아래 땅에서 온 놈이 건방지다!
[최고급 화술 스킬…]
[명성이 매우 높…]
[악명이 높…]
[<고대 제국 이탈자>들의 친밀도가 하락…]
[불만이…]
태현의 화술, 명성, 악명으로 커버하려고 해도 안 되는 오만한 말!
그러나 태현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말을 안 듣는다면 힘으로라도 듣게 하겠다!
-너부터 죽이겠다!
-아랫놈을 대우해 줬더니!
[카르바노그가 저 건방진 놈들에게 교훈을 내려주자고 외칩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 중 기사들은 어마어마한 맷집과 체력을 갖고 있었다.
괜히 길드 동맹 랭커들이 쩔쩔매며 물러섰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태현은 언제나 이런 깡통들을 녹이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수십 번의 공격이 터져 나오고, 폭탄이 불꽃을 뿜었다.
콰콰콰콰콰쾅!
태현은 기사들 사이로 파고들어 집요하게 딜을 넣기 시작했다. 묵직한 데미지에 기사들은 당황하며 태현을 잡으려고 들었다.
[<고대 제국의 봉쇄>에…]
[<고대 제국의 그림자 찍기>…]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그러나 그런 스킬들로는 태현을 묶을 수 없었다. 태현은 막강한 회피력을 방패로 사방을 휩쓸며 기사들을 공격했다.
-이놈 뭐냐! 맞춰도 공격이 안 들어간다!
-멍청이들아! 아키서스다! 제대로 안 맞추면 공격이 안 들어가!
-<고대 제국의 명예로운 검>!
기사들은 두 가지로 덤벼왔다.
하나는 명중률을 올리는 스킬.
플레이어들 중에 명중률을 올려서 태현을 맞추려는 시도는 몇 번 있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고대 제국 이탈자> 기사들은 달랐다.
압도적인 레벨과, 고대 제국의 유니크 스킬이 합쳐지자 태현에게 데미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회피에 성공했…]
[회피에 성공했…]
[회피에 성공했…]
[데미지가 들어왔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아다만티움 갑옷이…]
‘이런. 조심 좀 해야겠군.’
갑옷과 다른 스킬들로 커버가 된다지만, 계속 맞다 보면 한 대씩 터진다는 건 위협적이었다.
태현의 총 HP는 저 기사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낮았으니까.
-반격의 원,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아악!
태현은 날아오는 평타를 그대로 받아치며 기사들을 쓰러뜨렸다.
-<고대 제국의 함성>!
두 번째는 광역기였다.
이런 광역기는 상대하기 더 쉬웠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펼쳐집니다!]
주변으로 장판이 펼쳐지며 광역기 영역을 오히려 덮어버렸다.
한 번 경험하면 그 악랄함과 짜증 남에 치를 떨게 되는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기사들도 다른 건 없었다.
-크억!
기사 한 명이 쓰러졌다.
태현은 끝낼 기회를 잡았는데도 끝내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기사들을 향해 이동했다.
-?
어안이 벙벙해진 기사는 일단 회복 스킬을 써서 일어섰다.
-이놈! 날 놓친 모양인데 어디 한 크악!
그러자 바로 돌아서서 다시 공격하는 태현!
기사는 또 뒤로 쓰러졌다.
회복해서 일어나면 쓰러뜨리고, 회복해서 일어나면 또 또 쓰러뜨리고….
그제야 기사들은 깨달았다.
이 미친놈이 우리가 굴복할 때까지 패려고 하고 있다!
-감히 우리를 얕봐?!
-그런 같잖은 수작이 통할 줄 아느냐!?
놀랍게도 통했다.
* * *
“여러분. 세금을 더 내십시오.”
“세금을 왜 더 내야 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내지 않으면 김태현이 쳐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김태현은 안 쳐들어왔잖아요.”
“곧 쳐들어올 겁니다.”
“근데 김태현은 오히려 쳐들어온 NPC들 막아주던데요.”
“저 새끼 좀 입 다물게 해라.”
“아니 뭐 저런….”
꼬치꼬치 따지던 플레이어가 끌려갔다. 옆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황당해했다.
이놈들이 아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지들이 길드 동맹이야?”
“핑계 대면서 세금 걷는 솜씨가 뭔….”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다.
하늘섬 올 때만 해도 대형 길드나 세금 걱정 없는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는데, 정작 올라오고 나니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놈이 다 그놈!
시간이 지나니까 다른 길드들도 본색을 올리듯이 세금을 올리고 있었다.
“어, 세금이 왜 5%나 올랐죠?”
“옆의 길드도 올랐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둘이 동시에 올리던데 같이 짜고 올린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 새끼 입 좀 다물게 해라.”
“크아악! 도저히 못 참겠다! 여러분! 이 길드 놈들이 이렇게 개ㅅ… 읍읍!”
그러나 정말로 태현은 쳐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하늘섬 땅에 별 관심이 없었던 태현!
길드들이 ‘꺼져’ 하니까 싸우게 된 거였지, 길드들이 내버려 뒀다면 애초에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신 태현은 <고대 제국 이탈자> 놈들을 쥐 잡듯이 잡았다.
추락한 하늘성 근처에서 태현 일행이 돌아다니며 <고대 제국 이탈자>들을 미친 듯이 두들겨 패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다.
-길드 놈들 김태현은 쳐들어오지도 않는데 김태현 핑계 대는 거 아냐?
-아무리 봐도 지들 영지전 하려고 저러는 거 같은데.
-맞아. 시설 보면 아무리 봐도 영지전하려는 거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한 명을 상대로 준비하는 것치고는 너무 과하다!
…물론 진짜 김태현 상대하려고 준비한 거긴 했지만, 플레이어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이놈들이 김태현 핑계를 대고 영지 공사를 하는구나!
그렇게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팍팍 쌓이는 동안, 태현은 드디어 마지막 <고대 제국 이탈자> 무리를 쓰러뜨렸다.
“후. 그러게 작작 튀었어야지.”
-크억… 우리는… 결코 지지 않는….
태현이 쫓아오는 걸 피해 마을을 공격하러 갔다가 두들겨 맞은 놈들!
태현은 집요하게 패고 패고 또 팼다.
기사들이 ‘항복’을 외칠 때까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당신의 말을 따릅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을 굴복시켰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세상에 이런 설득 방법이…!”
“따라 할 생각하지 마 미친놈아.”
케인의 중얼거림에 최상윤이 옆에서 타박했다.
저걸 따라 하면 어떡하냐!
태현의 설득 방법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기사들의 HP를 5% 정도만 남겨놓고 회복할 때마다 계속해서 패고 패고 또 팼다.
그걸 수십 번쯤 반복하자 아무리 독한 <고대 제국 이탈자>여도 ‘항복! 항복!’을 외쳤다.
“앞으로 내 명령을 제대로 안 듣고 멋대로 구는 놈들은 아키서스형이다.”
사형에서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키서스형!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전부터 ‘아키서스’ 들어간 놈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정말 보통 막 나가는 놈들이 아니다.
-괜히 제국의 깡패가 아닌….
-깡ㅍ… 아니, 아키서스 님. 그래서 명령이 무엇입니까?
“성으로 들어가서 영원히 갇혀 있기?”
-…….
-…….
“왜. 싫냐?”
-아, 아닙니다. 따르겠습니다.
[하늘섬을 방어하고 있던 하늘성들 중 하나가 추락함에 따라, <고대 제국의 하늘 결계>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제국의 적, 하늘의 약탈자 가루다 왕국이 공격을 선언합니다! <하늘의 대침공>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하늘의 대침공-고대 제국 퀘스트>
하늘섬에 제국이 자리 잡은 이후부터 사납고 포악한 가루다 왕국은 기회를 노려왔었다.
고대 제국은 이에 맞서 하늘섬 주변을 하늘성으로 둘러 대결계를 완성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늘성은 부서지고 망가졌다.
“…….”
[…….]
그 당사자들은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태현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을 보며 물었다.
“알고 있었냐?”
-예? 그런 게 있었습니까?
-우리가 있는 성에 그런 효과가 있었어? 그냥 성인 줄 알았는데.
“…….”
하여간 이놈들은 정말…!
가장 강력한 날개 달린 전사들의 왕국, 가루다 왕국은 사납고 포악한 전사들의 왕국이다.
이들의 대침공에 맞서기 위해서는 하늘섬의 모험가들이 전부 뭉쳐야 할 것이다!
보상: ?, ???, ????
퀘스트 등급: 전설
“어… 뭉쳐야 한다고?”
벌써부터 난이도가 전설다워 보인다!
‘하긴 하늘섬이 아무 위험 없이 너무 좋긴 했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새 지역을 찾아서 꿀을 빨려면 대가가 있어야 했다.
그 대가가 이건가!
[카르바노그가 하늘성만 안 건드렸으면 이런 일 없었다고…]
‘아. 내가 알았냐? 저놈들이 멍청한 걸 나보고 어쩌라고.’
“태현 님. 뭉칠 수가 있나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떡하게? 지금 왕국 NPC들 빼서 데리고 오는 건 좀….”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나설 필요가 없잖아?”
“?”
“나는 어차피 아래에 왕국 있는데 아쉬우면 지들이 오겠지.”
“…!!!”
* * *
-류태수 선수. 이제 리그 일정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우승 팀은 어느 팀이 될 것 같나요?
-실질적으로 팀 KL 아니겠습니까?
-앗. 아직 유성 게임단도 역전 가능하긴 하지 않나요?
-그렇지만 그래도 팀 KL이 더… 억.
-그, 그렇군요. 그러면 2위는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저희 유성 게임단이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세연은 류태수의 입을 닥치게 만든 다음 대답했다.
별생각 없이 가볍게 한 질문이 의외로 흥미롭자, 기자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예상 순위도 여쭤봐도 될까요?
-음….
기대 가득한 기자의 눈빛에, 이세연은 생각에 잠겼다.
이런 기대에 응해줘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선수의 역할!
-그러면 가볍게 한 번 예상해 볼까요?
이세연은 이 때 몰랐다.
이 순위 예측이 생각보다 훨씬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온다는 걸!
<유성 게임단의 주장, 이세연 선수의 예측… 충격!>
<이번 리그가 끝나고 강등될 팀은 과연 누구인가… 유성 게임단 이세연 선수의 냉철한 분석…>
이렇게 반응이 뜨겁자, 사람들은 당연히 다른 팀의 선수들한테도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태현 팀한테도 들어왔다.
-김태현 선수. 다른 모든 팀들이 팀 KL을 잠정 1위로 예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높은 평가에 감사드립니다.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남은 일정을 소화할 생각입니다.
‘쳇. 재미없긴.’
기자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저런 100점짜리 대답이라니!
기자들 사이에서 태현은 악명이 높았다.
판온 할 때는 그렇게 날뛰던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인터뷰 따내려고 하면 철벽을 치고 칼같이 구는 것이다.
빈틈 하나 보여주지 않는 철인 그 자체!
게임단 사장이자 주장의 입장에서는 완벽했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웠다.
태현이 가벼운 말실수라도 한 번 하면 정말 정말 대박일 텐데….
굳이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니, 저런 대답에 불평할 수도 없었다.
기자가 ‘좀 재밌게 대답해 보세요’라고 말이라도 했다가는 그 날로 기자가 매장당할 수준의 인기였던 것이다.
‘역시 김태현은 무리다.’
‘케인을 노려야 해.’
-케인 선수. 다른 ㅌ….
-높은 평가에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직 질문 하지도 않았는ㄷ….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혹시 녹음기 틀고 다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