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47화 (1,146/1,826)

§ 나는 될놈이다 1147화

“김태현이 미쳤다!!”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설마 설마 했지만 정말 태현이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들!

“김태현, 멈춰라! 여기 모인 랭커들이 널 상대 못 할 것 같냐!”

“그러면 그렇게 떠들 시간에 잡지 그러냐?”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면서 또 한 명의 플레이어를 로그아웃시켜버렸다.

퍽퍽퍽퍽퍽!

한 번 붙잡히면 태현은 벗어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집요할 정도로 치명타를 넣으며 폭딜로 녹여 버렸다.

판온 리그 보면서 ‘야 쟤네들은 왜 저걸 못 피하냐? 하, 내가 뛰어도 저것보단 잘 하겠는데!’라고 떠들던 랭커들은 선수들이 왜 태현을 못 피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 검법, 치명타 폭발, 소형 마비 폭탄,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중형 마비 폭탄, 고급 냉기의 저주.

돌진해서 붙잡고 폭딜 넣고 빠져나가려고 하면 스턴 넣고….

막으려고 하면 간단하게 방어를 흔들어 열어젖힌 뒤 다시 폭딜을 넣는 화려한 컨트롤!

실제로 직접 부딪혀 보지 않으면 태현이 얼마나 섬세한 컨트롤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로 눈을 마주칠 정도로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 1초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상대를 보고 어떤 스킬이 가장 좋을지 견적을 내고 연계기를 짜는 판단력.

거기에 상대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몇 가지 페이크를 섞는 대응력.

두들겨 맞는 상대가 어떻게든 스킬이나 평타를 날리면 스킬로 막지 않고 그냥 눈으로 보고 피하는 반응속도.

이런 모든 요소들에서 만렙을 찍은 태현은 그야말로 살벌한 전투기계였다.

“탱커가 그렇게 빨리 죽으면 어쩌자는 거야?!”

모인 플레이어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외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대로 방패로 막으면서 버티지 않으면 탱커 HP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저 허수아비!

그럴 틈도 주지 않고 그냥 눕혀버리는데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저주하고 광역기로 깔아버려!”

“원거리 딜로 들어가! 원딜들!”

태현도 사람인데 당연히 공략법이 있었다.

유명해진 지가 꽤 됐으니 더더욱 그랬다.

Q: 김태현을 공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김태현을 한 대 때린 다음에 판온 접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김태현이 판온 질려서 접으면 당신의 승리입니다.

└(이 답변을 길드 동맹이 좋아합니다)

A: 김태현 오빠는 글러먹은 사람이 취향인가요? 저도 집안일 안 하는데 가면 보살펴주나요?

└그런 공략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진짜로?? 왜 그런 변태 취향을 갖고 있지? 판온 1위를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판온 1위가 제안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냐?

└└└뭔 헛소리임?

└└└└뭔 판온 1위? 님이 누군데?

A: 현실 김태현을 공략하면 어떠냐? 김태현도 머리를 세게 때리면 쓰러지지 않을까?

└그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지 않냐?

A: 아. 답변들 다 쓰레기 같네. 김태현 약점은 원딜임. 공격기 대부분이 근접스킬이잖아. 발 묶은 다음 원거리에서 녹이면 됨. 실제로 김태현 보면 원딜에게 맞는 상황을 엄청 피했음.

└근데 그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지 않….

└└김태현 회피기도 많잖아?

└└└저주 날려야지. 저주 중첩되면 발도 묶이고 방어력, 회피력 내려가잖아. 저주 전문 찍은 법사들 필수임.

└└└└탱커들로 김태현 발 묶은 다음에 저주 날리고 나머지 광역기로 녹여 버리면 되는데, 다들 김태현한테 너무 겁먹는다니까. 길드 동맹 놈들 나한테 지휘 맡기면 내가 바로 김태현 잡는다. 허접 놈들.

└└└└└이 자식 판온 위치 아는 놈 제보 받는다. 길드 동맹으로 제보해라.

결국 어떻게든 발을 묶은 다음, 태현이 피하지 못하게 광역기로 녹여 버리는 게 정석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에 실패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태현은 저런 포위망을 기가 막히게 잘 피하고 뚫어냈다.

판온 1 때부터 해왔던, 일대다 싸움의 스페셜리스트!

“저주 들어간다!”

“김태현 너 이 자식… 어디 한번 이러고도 무사할지 보자!”

플레이어들은 광역 저주 스크롤들을 닥치는 대로 찢어댔다. 스크롤에서 저주가 튀어나오며 사방을 뒤덮었다.

회피 불가능한 광역기!

“미친놈들아 우리도 아직 있어!”

“희생해!”

“저런 쓰레기들이…!?”

[<아키서스 화신의 진화된 아다만티움 갑옷>이 저주를 견뎌냅니다.]

[<아키서스 화신의 진화된 아다만티움 갑옷>이 저주를 돌려보냅니다.]

[……]

[……]

[……]

남들이 저주에 허우적거리는 사이 태현은 유유히 움직였다.

아다만티움 갑옷이 대부분 저주를 막아낸 것이다.

비싼 돈 주고 만든 보람이 있다!

[저주에 걸렸습니다!]

[음식 효과가 1% 감소합니다.]

[마법 방어력이 1% 감소합니다.]

그리고 끝!

[카르바노그가 음식 효과가 1%나 감소하다니 참 큰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게 말이다.’

저주 폭격을 뚫고 태현은 돌격했다.

원거리 딜을 하려고 모인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달려들자 기겁했다.

“저주 걸었다면서!”

“이, 이거 비싼 스크롤인데…?”

“이리 와라.”

태현은 한 놈 한 놈 친절히 박살 내기 시작했다.

원거리 딜러들은 보통 맷집이 약해서 탱커보다 더 쉽게 녹았다.

그렇게 패는 사이 뒤에서 함성이 들렸다.

“?”

-임시 영주를 도와라!

-저 용맹한 모습을 보게! 솔직히 좀 인정해 줘도 되지 않….

-아직 멀었어!

-알겠다. 돌격! 돌격!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태현의 싸움에 감동해서 나온 것이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당신의 싸움에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오릅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

태현은 싸우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도 못했던 고평가!

‘아니 저놈들 좋으라고 싸운 게 아닌데….’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좀 많이 감동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성이 추락한 지 얼마나 됐다고 화끈하게 싸우는 임시 영주의 모습에, 불만 많던 <고대 제국 이탈자>들도 살짝 감동한 것 같았다.

-착각하지 마라. 딱히 네가 좋아서 도와주러 나온 건 아니니까.

-우리의 마음에 들려면 넌 아직 멀었다.

판금갑옷을 입고 나온 <고대 제국 이탈자> 기사들은 그렇게 말하며 태현을 도왔다.

‘그냥 같이 쓸어버려?’

[카르바노그가 참으라고 말합니다!]

* * *

-김태현, 하늘섬에서 전면전!

-애니벌, 브리즈, 모닝글로리, 프리즘, 브로큰 애로우 등 대형 길드들 선전 포고….

-하늘섬의 세력 구도가 바뀌나? 하늘섬 전쟁 심층 분석!

-길드 동맹 하늘섬에서 도주하다!

-길드 동맹 길마의 추태….

-길드 동맹 개망신!

“…몇몇 기사들이 재수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매우 기쁜 날이다!”

“맞습니다!”

무사히 돌아온 쑤닝은 축배를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 건, 하늘섬에 있는 재수 없는 길드 놈들과 김태현이 맞붙었다는 것!

그 소식을 들은 순간 쑤닝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가 한 실수를 남이 똑같이 할 때!

그때만큼 즐거운 게 어디 있겠는가.

“큭큭큭…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쑤닝은 사악하게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어마어마한 흉계를 꾸민 악당 같이 보였지만, 사실 자기가 당한 걸 남도 당하길 원하는 하찮은 마인드였다.

“그 같잖은 길드 놈들이 영주가 되겠다 뭐다 하면서 까부는 꼴이 우습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당하겠군. 저 밑으로 떨어져라!”

“그런데 길마님.”

“?”

“조카분 어디 있습니까?”

“…어?”

쑤닝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 * *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서로 싸움이 터진 이상 전면전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영지를 얻은 지 얼마 안 된 길드들은 허겁지겁 길드원들을 불러 모으고 NPC들을 고용했다.

“김태현이 올 수도 있다! 수비를 올려!”

“다른 영지로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이쪽으로 오면 네가 책임질 거냐? 성벽을 올려! 김태현이 접근 못 하도록 거리를 만들어!”

길드들은 태현을 잡기 위해 용을 썼다.

만약 공성전 하겠다고 가까이 다가오면 멀리서부터 공격을 퍼붓겠다!

해자부터 시작해서 들어오는 좁은 길 위로 각종 저주와 원거리 공격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각종 스크롤들이 깔려 있었다.

저주로 사람을 압사시킬 수 있는 수준!

“후. 이 정도면 김태현도 녹아내리겠지.”

“잘 준비하셨습니다.”

“그렇지? 골드 좀 많이 쓰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 어차피 영지도 생겼으니까.”

“세금 올리면 되죠 뭐.”

각 길드들이 우주방어 준비를 하는 동안, 태현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저 근처 마을을 가서 약탈합시다 약탈!

<하늘섬 약탈-고대 제국 이탈자 퀘스트>

하늘섬의 정당한 주인인 고대 제국 이탈자들과 달리, 지금 하늘섬을 점령하고 있는 주민들은 비열한 배신자들이다.

이들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갖고 있는 재산들을 갖고 있다!

이들을 공격해 재산을 뺏어라!

보상: ?, ??, ????

뭐지? 악명을 올리란 뜻인가?

태현은 고대 제국 관련해서 숨겨진 지식과 스킬들을 찾기 위해서 온 거였지, 철천지원수가 되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

“저 자식들 무기를 압수해야 하지 않을까?”

“압수한다고 들을까요?”

“다른 곳으로 보내버릴까?”

“오. 괜찮은데?”

아스비안 제국의 귀족 전사대처럼, 귀찮은 놈들은 멀리 멀리 보내버리는 게 바로 아키서스 교단의 전통이었다.

[그런 전통이 있었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전통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

그나저나 귀족 전사대 애들,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황제 죽은 거 아직 모를 텐데….’

아키서스 교단 권능 하나 찾아오라고 보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헤매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사이 황제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음. 돌아오면 이세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이세연 잘못이야!

고민하고 있는 사이, 메시지창이 하나 떴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멋대로 출정합니다!]

[가장 가까운 적들을 향해 공격합니다!]

“…아니다.”

태현은 계획을 바꿨다.

다른 곳으로 보내기는 무슨.

“이 자식들부터 먼저 잡아야겠어.”

“…!!”

고대 제국 이탈자들한테 태현이 누군지 알려줄 시간이었다.

이런 놈들한테는 매가 약이야!

“괜찮으시겠어요? 숫자도 많고 레벨도 레벨인데….”

“얘네 내버려 두면 뭔 사고를 칠 지 모르겠다. 그냥 지금 잡아놔야지.”

<고대 제국 이탈자>에게서는 아키서스 교단의 향기가 더 맵게 났다.

태현은 느끼고 있었다.

이놈들은 내버려 두면 정말 드래곤 수염도 뽑을 놈들이라고!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이탈자들한테 아키서스 교단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자고 신나서 외칩니다!]

너만 고대 제국 잇냐?

아키서스 교단도 고대 제국이었어!

* * *

-크핫핫! 우리의 것을 찾으러 왔다!

-저, 저런 미친놈들!

성에만 틀어박혀 있던 <고대 제국 이탈자>가 튀어나오자 주민들은 기겁했다.

플레이어들한테도 <주민들을 보호하라!>라고 긴급 퀘스트가 뜰 정도!

그러나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성 안에서 레벨만 올렸듯이 그 강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긴급 퀘스트 받은 사람들이 급히 모여서 막을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일단 성으로 가자! 필드에서는 도저히 못 잡겠다!”

-전부 다 붙잡아라! 포로로 성에 끌고 가겠, 크악!!

“???”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일행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누구지?

길드에서 지원 나왔나?

“저 여섯 개의 팔… 김태현이다!”

“뭐? 김태현 팔이 여섯 개라고?”

“아니 멍청아! 그거 말고!”

“아, 그렇구나! 김태현이다! 김태ㅎ… 잠깐만. 지금 좋아할 게 아니지 않냐?”

서로 선전포고 건 상태인데??

그걸 깨달은 플레이어들은 얼굴을 굳혔다. 습관적으로 환호한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크악! 뭐하는 거냐! 미쳤냐!

-임시 영주 자리를 뺏기고 싶냐!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