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48화
태현은 한심 가득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뒤에 있던 원래 태현 일행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감탄해 주는 건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뿐!
“과연…!”
“역시 케인이군. 엄청 예리하다!”
선수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케인은 흐뭇해졌다.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은 뿌듯함!
케인은 최대한 똑똑한 자세를 잡고 말했다.
“일은 이렇게 된 거다. 도동수는 김태현을 봤을 때부터 게임을 나가고 싶어 했겠지. 그렇지만 그냥 나가면 너희 앞에서 체면이 안 설 테고, 그래서 계속 기회를 보다가 실수한 척 자살한 거다.”
“그런…!”
“정말 말이 된다!”
선수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정말 도동수가 할 짓 같아!
“그러니 너희도 다음에 도동수를 보면 배려해 주라고. 이번 일을 말하지 말고 따뜻하게….”
딱!
태현은 케인의 뒤통수를 찰지게 후려갈겼다.
“?!”
“헛소리는 적당히 하고 준비해라.”
“어? 헛소리라뇨?”
“저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까?”
“…실수로 함정에 빠졌는데, 함정이 특이해서 스킬 발동이 안 돼서 실수로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
태현의 말에 선수 하나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따졌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러려면 일단 도동수 씨 정도 되는 도적 랭커가 이런 몬스터도 없는 쉬운 통로에서 앞에 있는 함정도 못 알아채야 하고, 그 다음에는 도동수 씨가 방심해서 함정에 대응도 못 해야 합니다. 스킬이 막혔어도 아이템이 있고 하다못해 기본 스탯 능력으로 시간이라도 끌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다 못했다는 겁니까? 너무 말도 안 됩니다!”
도동수가 자리에 있었다면 울었을, 사실들의 연속 공격!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맞아, 맞아’ 하며 동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동수 자살설이 그럴듯했다.
사실로만 들어오는 공격에 태현도 살짝 흔들렸다.
어라? 정말 그런가?
그러자 뒤에서 이다비가 태현을 붙잡아주었다.
“태현 님. 쟤네 진짜 개소리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시죠?”
“물… 물론이지.”
하마터면 흔들릴 뻔했다. 태현은 제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 무서워서 자살할 놈이었으면 아까 그냥 도망쳤겠지. 저번에도 자기 팀 선수 버린 놈인데 너희라고 못 버리겠냐?”
“으음….”
“그것도 확실히….”
선수들 사이에서 확실한 도동수의 이미지!
“도동수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지. 그게 차라리 말이 되니까. 물론 그 실수가 엄청나게 어처구니없고 멍청한 실수지만 뭐 어쩌겠어. 누구나 가끔 그러는 법이지.”
“김태현 선수는 안 그러잖습니까?”
“응. 근데 도동수는 내가 아니잖아.”
모두가 빠르게 납득!
“자. 이거나 잡아.”
태현은 케인에게 아이템을 내밀었다. 밧줄이었다. 케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젠장! 도동수 자식! 왜 사라져서!’
도동수가 없어지니 이런 일을 맡을 사람이….
‘앗. 잠깐만.’
케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선수들이 부럽다는 눈으로 케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해볼래?”
“앗?! 정말 그래도 됩니까! 김, 김태현 선수와 같이하다니 너무 영광이라….”
“뭘 이런 걸 가지고. 하하하.”
“케인 선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 그만.”
케인은 슬슬 양심이 찔리기 시작했다.
태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든 좋으니까 빨리 밧줄이나 잡아라.”
“잡았습니다!”
“좋아. 내려가.”
“네?”
“내려가라고.”
“???”
선수는 당황해서 함정 밑을 내려다보았다. 마법의 어둠이 막고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 그냥 내려갑니까?”
“그러면 뭐 어떻게 내려가게?”
“어….”
김태현이라면 뭔가 좀 더 세련되고 철저하게 검증된 방법을 쓸 줄 알았던 선수들!
생각지도 무식한 방법에 당황했다.
“이… 이거 농담 아니죠?”
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농담 아니다.”
“진, 진짜 이런 식으로 합니까? 케인 선수?”
“난 평소에 이런 식으로 하는데?”
순식간에 케인을 쳐다보는 눈빛이 바뀌었다.
‘부럽다’에서 ‘불쌍하다’로!
케인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
“음… 그럼 가보겠습니다.”
탁-
“뭐 보이냐? 스킬은 써지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스킬도 안 써집니다. <죽은 용의 저주>가 막는다고 뜨네요!”
“!”
위에 있던 사람들은 놀랐다. 태현의 예측이 맞은 것이다.
“그러면 자살한 게 아니었어?”
“설마 스킬 실패 떴다고 도적이 함정에 빠진 거야? 너무 좀….”
“쉿. 도동수 씨를 배려해 주자고 했잖아. 말조심하자.”
태현은 뒤에 있던 비밀결사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유적 관리한다는 놈들이 이런 함정이 있는 것도 몰라? 제대로 말해줬어야지. 도동수가 빠져서 망정이지 내가 빠졌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도동수가 빠진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태현!
비밀결사원들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김태현 님. 저희도 이런 함정이 있는 건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이 함정은 처음 봅니다.”
“…?”
태현은 의아해했다.
“처음 본다고? 여기 통로는?”
“수없이 지나갔지만 한 번도 이런 함정이 작동된 적은 없었습니다.”
“!”
태현은 놀랐다. 그렇다면….
‘도동수가 조건을 만족시켜서 발동된 거구나!’
비밀결사원들은 아니지만 도동수는 해당이 되어 함정이 작동한 것이다.
그게 뭘까?
‘안에서 걸린 스킬 이름이 <죽은 용의 저주>였나? 그러면 용 관련 조건인가? 비밀결사원들이 안 걸리고 도동수만 걸렸으니 용과 친하면 함정에 안 걸리는 거거나, 용과 사이가 안 좋으면 함정에 걸리는 거겠군.’
태현은 빠르게 상황을 추측해냈다.
도동수가 사라진 지금 도동수 직업을 자세히 물을 수는 없었지만, 칭호나 직업, 퀘스트 관련해서 용과 안 좋은 게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군. 도동수는 평소 한 짓이 안 좋아서 걸린 거고….”
“그런! 위대하신 드래곤님께서 저주를 내리신 겁니까!”
비밀결사원들은 놀랐다.
“이 주변의 던전은 모두 드래곤님께서 돌보는 던전인데, 그런 던전의 저주를 받다니. 아주 흉악하고 사악한 놈이 분명합니다.”
“맞긴 하지.”
“그런 놈이 함정에 빠져 죽다니! 역시 드래곤님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십니다!”
“오오! 드래곤 만세! 드래곤 만세!”
비밀결사원들은 신이 나서 용용이를 둘러싸고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주인이여! 이놈들 좀 치워다오!
-잠시만 그러고 있어 봐.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선수들이 주저하며 말했다.
“김태현 선수. 도동수 씨가 빠진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남은 사람들끼리 마저 던전을 공략해야죠.”
파티원이 도중 탈락하는 건 종종 겪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 그거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저기 갈지 말지 고민 중이었어.”
“네?!?!”
그러나 태현의 고민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김태현 선수! 아무리 사람이 좋다지만 도동수 씨를 그렇게까지 해서 구하실 필요는…!”
“뭔 개소리야? 히든 던전이라 가려고 하는 건데.”
“아. 그, 그렇군요.”
“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니까 더더욱 가야지.”
“?”
“??”
태현과 선수들의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위험하다→난이도가 높다→보상이 높으니까 가야 한다!
위험하다→난이도가 높다→죽을 수도 있으니까 피해야 한다!
‘이게 뭔 긍정적 사고방식?’
‘김태현 선수가 강한 건 이래서인가?’
“난이도 높은 히든 던전은 없어서 못 가는데 이렇게 나와주다니… 무조건 가야지. 게다가 든든한 폭탄, 어흠. 동료들도 추가로 생겼고.”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감격한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처음 만난 그들을 이렇게 신뢰해 줄 줄이야!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사망 페널티가 뭐가 무섭겠습니까! 물, 물론 무섭긴 하지만! 김태현 선수를 믿습니다!”
“좋아. 그러면 가자!”
“어떻게 갑니까?”
“응? 뛰어내려야지.”
“…….”
* * *
[<죽은 용의 지하동굴>에 들어왔습니다.]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의 영역에서 몬스터를 사냥한 적이 있습니다. 용의 분노를 받습니다.]
[직업 <그림자 춤꾼>을 갖고 있습니다. 용의 분노를 받습니다.]
[칭호 <용의 뼈로 만든 무기 장착>을 갖고 있습니다. 용의 분노를…]
“…….”
들어오자마자 오싹하게 만드는 메시지창!
용의 분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했던 퀘스트+직업+칭호 3개 전부 용에게 단단히 찍히고 시작한 도동수!
-야! 나 도우러 올 거지?
[현재 귓속말을…]
“…망했군.”
도동수는 깨달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위에 있는 놈들이 도와주러 올 리는 절대 없었다.
“김태현하고 케인이… 미치지 않고서야 도와주러 올 리는 없을 테니… 젠장. 내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나.”
도동수는 무기를 뽑고 스킬을 썼다. 어두컴컴한 동굴이라 시야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나 도동수를 우습게 보지 마라! 나도 랭커다!’
아까까지의 방심과 잡생각은 싹 사라졌다.
도동수는 긴장하고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죽은 용의 지하동굴>에 들어왔습니다.]
[블랙 드래곤 흑흑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용의 사랑을 받습니다.]
[골드 드래곤 용용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용의 사랑을 받습니다.]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을 갖고 있습니다. 용이 당신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두 용을 데리고 있는 것으로 죽은 용의 의지가 당신을 높게 평가합니다.]
“오오… 버프가 장난이 아닌데?”
오자마자 맞이해 주는 버프!
태현은 가볍게 착지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해서 스킬을 써야 할….
[죽은 용의 의지가 당신에게 시야를 부여합니다.]
[죽은 용의 의지가 당신에게 빠져나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죽은 용의 의지가 당신에게…]
“!”
‘초보자 던전인가?!’
태현이 당황할 정도의 친절함!
보통 이렇게 버프 걸어주고 맵 밝혀주고 등 밀어주는 건 초보자용 던전에서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초보자들 쉽게 깨라고 각종 도움과 보너스를 주는….
물론 여기가 초보자용 던전일 리 없었다. 용에게 미움을 산, 도동수 같은 놈을 죽이기 위해 만든 고난이도 던전이 분명했다.
“오오…! 드래곤님이 분노하셔서 이 공간을 만드시다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비밀결사원들은 넙죽 엎드려서 절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무시하고 말했다.
“저것들은 내버려 두고 움직이자. 근데 도동수 이 자식은 그새 어디 갔냐?”
“혹시 죽은 게….”
선수 중 하나가 신중하게 말했다.
“근데 죽었으면 어쩌지?”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니 던전 깨야지.”
“하긴.”
1초 만에 극복하는 슬픔!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케인은 기겁했다. 이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인가?
* * *
“으아아!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도동수는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정말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눈 하나 깜박하거나, 실수 한 번 하면 그대로 쭉 밀려서 죽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싸워본 게 대체 얼마 만이었나!
-그림자 칼날 폭풍! 연속 분쇄! 그림자 쇄도!
콰직! 콰직!
[부서진 <용아병 스켈레톤 전사>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몬스터를 잡았는데도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으로 추가 스킬!
[용의 분노가 당신의 몸을 느리고 힘들게 합니다!]
던전 자체에 걸려 있는 광역 저주!
[죽은 용의 의지가 당신의 은신을 꿰뚫어 봅니다. 은신이 풀립니다!]
거기에 스킬까지 강제 실패!
[<용아병 스켈레톤 주술사>가 광역 마법을 시전합니다!]
게다가 나오는 몬스터 수준까지 어마어마했다. 도동수는 스켈레톤 주술사가 광역 마법을 시전한다고 경고 메시지가 뜨는 건 처음 봤다.
‘여기… 여기까지인가!’
* * *
“아. 던전 난이도 개판이네. 이거 누가 만들었어?”
태현은 투덜거렸다.
던전이 너무 쉬웠던 것이다.
와르르-
[<용아병 스켈레톤 전사>가 산산조각이 납니다! 당신의 공격에 부활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한 대 치면 쓰러지는 스켈레톤들!
[<용아병 스켈레톤 주술사>가 마법을 실패합니다.]
[리바운드로 스스로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쉬운 마법도 실패하는 스켈레톤 주술사!
“태현 님. 용의 뼈로 만든 몬스터는 엄청나게 강력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러게. 스킬 올려야 하는데….”
태현은 아쉬웠지만 아이템은 빠짐없이 챙겼다.
용의 뼈라니!
많이 썩고 상한 뼈였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재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