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49화
“후. 이거 절반은 따로 빼놨다가 잘 고아서 케인 줘야겠군.”
“태현 님은 케인 씨를 엄청 챙겨주시는 거 같아요.”
“하하. 내가 그랬나?”
태현은 코밑을 쓱 훔쳤다. 훈훈한 분위기였다. 다들 웃었다.
뒤에서 듣고 있던 케인만 빼고.
‘저놈이 주는 곰탕은 이제 못 먹을 거 같아….’
하필 오늘 숙소의 메뉴는 곰탕이었다.
“용의 뼈는 좋지만 계속 이렇게 약하게 나오면 안 되는데. 이상하군.”
태현은 의아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던전 난이도가 이상했다.
들어올 때 온갖 버프를 다 받아서 그런가?
‘으음… 더 들어가면 좀 어려워지려나? 이러면 스킬이 오르지도 않을 텐데.’
강적과 싸워야 검술 스킬이나 다른 스킬들이 올랐다.
태현은 검사 직업도 아니어서 보정 스킬도 없었다. 덕분에 검술 스킬을 더 열심히 올려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난이도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일단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골골아. 이리 와라.”
“예, 주인님.”
푹!
“으헉?!”
[데스 나이트 골골이에게 용의 뼈를 이식합니다.]
[골골이의 전체적인 능력이 상승합니다.]
[패시브 스킬 <용아병의…]
[……]
태현은 상태가 좋아 보이는 용의 뼈를 빼내 골골이한테 꽂아 넣기 시작했다.
[칭호: 키메라 제작자를 얻습니다.]
칭호: 키메라 제작자
온갖 몬스터의 정수로 진화를 거듭해온 당신! 이제 스스로를 키메라 제작자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스킬 <키메라식 진화> 획득.
“…!”
온갖 몬스터의 정수를 끓이고, 그걸 먹이고, 이제 골골이까지 바꾸자 칭호가 떴다.
<키메라식 진화>
소환수에게 새로운 부위를 장착해 줄 수 있습니다. 더 강하고 좋은 소재를 쓸수록 효과는 좋아집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연금술 스킬이 오릅니다.]
[요리 스킬이…]
[괴식 요리 스킬이…]
오싹!
용용이와 흑흑이는 기겁했다. 이제까지는 골골이만 당했었지만, 지금부터는 그들도 당할 것 같은 예감!
“흠. 그러고 보니 흑흑이는 사디크 마수의 발톱이나 이빨이 더 잘 어울릴 거 같기도 하고….”
-주인님! 저는 지금으로 만족합니다!
“용용이는 번개 계열 몬스터를 찾아 좀 더 좋은 걸 달아줄 수도 있겠군.”
-주, 주인이여!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저러다가 살라비안 교단 마수 부위까지 먹이겠다!
두 드래곤은 필사적으로 태현을 설득하려 들었다.
“으아아악! 크아아아아악!”
그 순간 저 멀리서 비명이 들렸다. 도동수의 목소리였다.
-주인이여! 도와주러 가야 한다!
-주인님! 도와줘야 합니다!
두 용이 입을 맞춰 외쳤다. 그 모습에 비밀결사원들은 감격했다.
“역시 드래곤님…! 저런 불경한 자들도 구해주려 하시다니!”
* * *
“도동수….”
“도동수 씨….”
서둘러 도착한 사람들은 경악했다.
용아병 스켈레톤한테 두들겨 맞고 있는 도동수!
보아하니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야! 도와줘!”
“아니… 지금 장난치시는 거죠?”
“미친놈아!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이놈들을 못 잡아요?”
선수들은 수군거리며 도동수를 쳐다보았다.
오늘 바닥을 뚫고 하락하는 도동수의 이미지!
그러나 태현은 눈치를 챘다.
도동수를 상대하는 몬스터들은 훨씬 더 강했던 것이다.
“도동수!”
“김… 김태현!”
도동수는 놀랐다. 같은 팀 선수 놈들은 개소리를 하고 있는데 태현이 나서주다니.
정말 세상일이란 건 알 수 없는….
“이런 치사한 자식. 너 혼자 좋은 걸 독점해?”
“…?!?!?!”
생각지도 못한 억울한 누명!
“기껏 도와주러 왔는데 빈정 상하는군.”
“야! 야!! 살려줘! 진짜 살려달라고 개자식아!!”
원래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태현 일행이 도착하자 급격하게 억울해졌다.
여기서 죽으면 그냥 바보짓한 게 되는 것이다.
도동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냥 쏘면 안 되나요?”
유지수는 진지하게 물었다. 어디서 재수 없는 인간이 자꾸 건방지게!
“나중에 쏘자. 쟤는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네! 나중에 쏴도 될 때 말해주세요!”
흉흉한 대화가 끝나자 태현은 움직였다.
[용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용아병 스켈레톤 전사가 약해집니다!]
[용아병 스켈레톤 주술사가…]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자꾸 약해지는 거야?
콰콰콰콰콱!
약해진 스켈레톤 몬스터는 한 방거리에 불과했다. 태현이 공격할 때마다 스켈레톤들은 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그걸 본 도동수는 기겁했다.
‘김… 김태현 이 자식. 얼마나 강한 거지?’
도동수도 나름 랭커였다.
그런데 도동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를 한 방에 끝내다니.
이세연이나 스미스 같은 최상위권 랭커들이 와도 저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못 본 사이에 얼마나 레벨을 올린 거야? 무섭다…!’
꿀꺽!
도동수는 생각했다. 지금 판온에서 1위는 김태현이 확실하다고.
누가 1위냐고 하면 언제나 말이 많았지만, 지금 보니 김태현이 확실했다.
이걸 보고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너 근데 용하고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냐? 용이 있는 지역에서 사냥했다거나, 용하고 사이가 안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거나, 용의 뼈로 만든 무기를 갖고 있다거나.”
“…?!?!?”
도동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자식 어떻게!?
“어… 어떻게 모두 알고 있었던 거지?!”
‘이 자식 다 해당 됐나?’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일부러 하려고 해도 힘들겠다!
어쨌든 도동수가 혼자 이 던전을 고난이도로 겪는다는 걸 알게 된 이상 할 건 하나밖에 없었다.
“도동수. HP는 다 회복했냐?”
“어? 어….”
3% 밑까지 갔던 HP였지만 포션으로 다 회복한 상태. 태현은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 이리 와라.”
“?”
도동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왜 이래 이놈?
* * *
“이거 풀어 이 개자식아! 안 풀면 죽인다!”
“쏠까요? 쏘면 안 되나요? 정말 안 되나요?”
“저놈 계속 떠들면 쏴도 돼.”
“…….”
도동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유지수는 정말 쏘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던 것이다.
‘저건 대체 누구야!?’
사실 태현 일행 중에 케인이나 이다비는 그렇게 무서운 성격이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게 태현!
그런데 유지수는 정말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화살을 쏘게 해줘!
도동수는 지금 기둥에 묶여 가운데에 들려 있었다.
일종의 던전 난이도를 올려주는 토템 취급!
선수들은 당황했다. 이렇게 해도 되나?
“김태현 선수. 그냥 가운데에 놔도 되지 않나요?”
“도동수는 명령을 잘 안 들어서 안 묶어놓으면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지.”
“과연 그렇군요!”
“뭐가 그렇군요야 미친놈들아!”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도동수를 버리고 태현의 충실한 팬이 되어버린 선수들!
도동수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다.
‘저 자식 신경 안 쓴다면서 뒤끝이…!’
굳이 말로 해도 됐는데 이렇게 묶어서 매달아 놓은 건 대회의 뒤끝이 분명했다.
“케인. 잘 들고 있지?”
“으, 응.”
케인은 뒤에서 쏟아지는 도동수의 살벌한 눈빛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저번 도동수를 죽인 것도 그렇고, 이번에 매달아서 들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큭.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
“온다. 도동수 옆에 붙어!”
도동수 바로 옆에 있으면 스켈레톤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강화됐다.
그걸 이용한 스킬 성장법!
“온다! 막아!”
“야! 야! 이 자식들아! 최소한 내려줘! 위에 있으니까 공격 다 맞잖아아악!”
쉬쉬쉭!
용아병 스켈레톤들은 태현 일행은 무시하고 도동수만 공격하려 애썼다.
전사는 괜찮았지만 궁수만 되어도 도동수는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검술 스킬이…]
[강한 몬스터들과 계속해서 싸우며 버텼습니다! 체력이 오릅니다.]
[……]
계속해서 뜨는 메시지창.
선수들은 태현이 말한 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난이도가 어려운 만큼 얻는 게 많다.
안전하고 잘 알려진 던전에서 정석적인 방법으로만 성장해 온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태현과 같이하는 사냥은 파격 그 자체!
방법도 파격적이었지만 효율도 그 몇 배였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우오오! 우오오오!”
“옆으로 밀고 들어온다! 도동수 씨한테 못 가게 막아!”
신이 나서 무기를 휘두르는 선수들!
태현은 그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줬다.
“그냥 한 대 맞게 해! 도동수 어차피 안 죽는다!”
“과연!”
“그렇군요!”
“읍읍 읍 읍읍읍읍!(너희 이 개자식들!)”
좋은 걸 배우는 선수들!
‘아. 이게 진짜 던전 공략인가!’
‘코치들이 가르쳐 주는 것보다 더 나은 거 같아!’
한 차례 격렬한 전투가 끝났다. 모두가 뿌듯한 표정이었다. 도동수 빼고는.
도동수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읍읍읍읍 읍읍(마음대로 해라)….”
“자! 다음으로 가자!”
“어? 안 쉬나요?”
태현은 그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쉬는 건 죽어서 쉬어도 된다. 원래 휴식은 필요 없는 거야! 포션이 회복해 주는데 왜 쉬어!”
현실에서야 몸이 지치지만 게임 속에서는 포션 빨면 회복이 됐다.
그런데 왜 휴식이 필요한가!
“과연 그렇군요!”
“오늘 많이 배웁니다!”
“김태현 선수, 혹시 팀 KL은 후보 선수 안 받습니까?”
* * *
“봐라! 오스턴 왕국 꼴을! 북쪽 항구는 엘프 놈들한테 점령당했고 치안이 바닥이라 산적 놈들이 들끓고 있다. 놈들이 자랑하는 정예 군대는 지금 수도와 수도 근처를 유지하느라 정신이 없지. 한마디로 덩치만 크지 속은 빈 놈들이다! 지금 치지 않으면 언제 치겠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정들었던 영지를 버리고 우르크로 오면서 절대 잊지 않은 게 있었다. 복수! 복수다! 우리 영지를 봐라. 그 영지는 이제 오염지대가 됐다! 그게 다 누구 때문이냐!”
“길드 동맹! 길드 동맹!”
-…그거 길마님이 터뜨린 거 아닌…?
-쉿. 닥쳐.
“비겁하게 힘으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게 누구냐!”
“길드 동맹! 길드 동맹!”
“사람들을 속이고 판온을 어지럽히는 게 누구냐!”
“태현이… 아니, 길드 동맹! 길드 동맹!”
“길드 동맹! 길드 동맹!”
김태산은 길드원들과 오크 부족들을 잔뜩 모아 연설을 시작했다.
[우르크의 오크들을 이끄는 대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전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수록 더욱더 많이 성장합니다.]
[조건을 달성하면 우르크의 모든 오크들이 당신을 인정할 것입니다. <우르크 오크 대족장>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전에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전을 벌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길드원들만을 이끌고 싸웠다면, 지금은 평원을 가득 덮은 오크 부족들을 데리고 싸웠다.
하나하나 레벨은 낮았지만 숫자는 곧 강함이었다.
“가자! 오스턴 왕국으로!”
오스턴 왕국의 영지전이 끝나고, 오랜만에 터진 대형 전쟁은 곧 판온 게시판과 사이트를 강타했다.
-대전쟁 발발! <최강지존무쌍> 길드, 길드 동맹에게 전쟁 선포!
-<최강지존무쌍>의 전력은? 이 전쟁의 승패를 점쳐본다!
-<최강지존무쌍>의 길드명은 왜 이렇게 지어졌을까? 숨겨진 비화 대공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플레이어들도 관심을 집중했다.
-<최강지존무쌍> 그 근본도 없는 길드 놈들! 지네 영지 못 먹는다고 역병 풀고 튄 새끼들!
-길드 동맹 뒤져라! 무슨 골목 하나마다 세금 걷는 양아치 새끼들!
길드 동맹 알바들과, 길드 동맹에게 피를 본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게시판에서 싸웠다.
그리고 길드 동맹의 간부진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만큼 길드 동맹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길드 재정에 비해 왕국이 너무 덩치가 커서 버티는 것도 힘든데, 옆에서 치고 들어오다니!
“이 비겁한 새끼들! 이럴 때를 노리다니!”
“쑤닝 님. 지금 예산이 부족합니다! 수도와 근처를 안정시켜서 세금을 뽑아야 하는데 군대를 빼면 너무 피해가 커요! 어떻게 합니까?”
“이 빌어먹을 놈들…!”
쑤닝은 이를 갈았다. 김태현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수를 설마 다른 놈한테 쓰게 될 줄이야.
어떻게 부자(父子)가 같이 엿을 먹이지?!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한테 사자를 보내라!”
“!!!!”
간부들은 경악했다. 정말로 그 수를 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