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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04화 (504/1,826)

§ 나는 될놈이다 504화

선신이든, 악신이든. 용용이와 흑흑이는 둘 다 신수였다.

당연히 악마의 존재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고성능 악마 레이더나 마찬가지!

그런 둘이 동시에 소리쳤으니 상대방의 정체는 악마가 확실했다.

‘못생기긴 했는데 악마였다고? 흠, 난 뭐 잘못 먹은 놈인 줄 알았는데.’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대족장 카라그를 치료한 마법사.

그 마법사의 노예가 악마였다.

그렇다면 그 마법사도?

‘악마랑…… 엄청 연관이 깊을 가능성이 높겠군…….’

태현은 갑자기 입맛이 썼다. 상대 마법사가 악마와 관련이 높다면, 태현과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이 적었다.

왜냐하면…….

‘원한을 진 악마들이 워낙 많으니…….’

-주인님. 주인님의 정체가 들키면 악마들이 주인님을 찢어 죽이려고 할 겁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단 사지를…….

-굳이 할 필요 없는 자세한 묘사 고맙다. 흑흑아. 죽기 전에 널 꼭 방패로 써주마.

-……흑흑, 그냥 말씀드린 겁니다.

태현이 신수들과 대화하는 동안, 마법사의 노예는 가까이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어느 놈이 그 마법사냐!”

태현은 대답 대신 지팡이로 상대를 후려갈겼다.

퍽!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상대방을 후려갈겼습니다. 상태 이상 <기절>에 걸립니다.]

[악마를 기절시켰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질 경우 주인이 분노할 수 있습니다.]

‘아차. 행운 전환……!’

태현은 아차 싶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때리고서 말하려고 했는데, 힘 스탯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쿵-

마법사의 노예는 그대로 쓰러졌다.

“???”

“?!?!”

근처에 있던 오크들과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갑자기 뭔 짓?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한 가지 더 놀랐다.

“야, 방금 뭔 마법이었냐?”

“몰라. 저 마법사 진짜 고렙인가 보다. 하긴, 대족장도 치료하고 하는데 레벨이 낮을 리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마법!

물론 그런 건 없었다.

길드원들은 태현과 카라그를 치료한 마법사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현이 플레이어인 걸 모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태현은 고민했다.

일단 저 노예가 기절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기는 한데, 어떻게 한다?

대답은 간단했다.

“묶어라.”

“췩, 뭐라고?”

“취익, 마법사님의 노예를 묶다니! 말도 안 된다!”

태현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오크들을 훑어보았다. 물론 오크들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봐라. 이 노예가 지금 얻어맞고 기절했지.”

“췩. 그렇다.”

“만약 이 노예가 깨어나서 마법사한테 돌아가면 뭐라고 하겠냐?”

“취익, 네가 기절시켰다고…….”

“아니지. 너희들도 같이 했다고 하겠지.”

“!!!”

물귀신 작전!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오크들을 협박합니다.]

[고급 화술 스킬을…….]

[높은 악명을…….]

“췩!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

“물론 그렇겠지. 네 머릿속에서만 말이야.”

“취익! 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단 말이다!”

시끄러워지자 계속 곡괭이질을 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뭔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물론 태현은 가차 없이 대응했다.

“손 멈추지 마라!”

“……네…….”

“……시XX…….”

그리고 다시 오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크들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정해라. 묶을래, 아니면 자비롭게 풀어준 다음 저놈이 가서 고자질하는 걸 지켜볼래? 참고로 후자를 택하면 너희들도 나랑 같이 간다.”

“췩…… 묶는다! 묶는다!”

후다닥!

결국 꺾인 오크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마법사의 노예를 묶기 시작했다.

“더 강하게 묶어. 재갈도 물리고. 흠. 이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태현은 예전에 <성수 제작>으로 만들어놨던 성수를 꺼냈다. 그런 다음 악마 위에 뿌렸다.

치이이익!

기절한 악마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치는 게 보였다.

“췩, 취익……! 정말 무섭다, 마법사!”

“췩, 기절한 놈을 고문하고 있다!”

[오크 부족 내에서 당신의 악명이 최대치에 달합니다.]

[어린 오크들은 당신이 눈빛만 보내도 무서워서 도망칠 겁니다.]

메시지창이 떴지만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악마 종족을 상대할 때에는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

“크아악! 이게 무슨…….”

성수를 계속 뿌려대자 악마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묶인 걸 깨달았다.

“새로 나타난 마법사 놈! 네놈이 미친 게 분명하…… 푸하악! 크악! 멈춰라!”

태현은 대답 대신 성수를 부었다. 성수 제작 스킬이 있다 보니, 성수를 쓰는데 아낄 필요가 없었다.

“멈추라…….”

촥촥!

“멈춰…….”

촥촥촥!

“멈춰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오냐.”

[악마를 굴복시켰습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태현은 그제야 성수 세례를 멈췄다. 마법사의 노예, 악마는 한층 조심스러워진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저, 다름이 아니라…… 저희 주인님께서 새로 나타나신 그쪽 때문에 화가 나셨습니다. 웬 같잖은 놈이 나타났냐고…… 크헉! 크아악! 제가 한 말 아닙니다!”

“네 주인은 뭐 하는 놈이냐?”

“저희 주인님은 위대하신 분입니다.”

척-

태현이 성수 병을 들어 올리자 악마는 급하게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뭐, 뭐가 궁금하신지 물어보시면 대답하겠습니다!”

“네 주인 노리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약점이 뭔지, 갖고 있는 장비가 뭔지, 다 말해봐.”

“……저, 저희 주인님께서는 악마를 부리시는 마법사로…….”

마법사의 노예가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사는 악마 소환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다.

-뭘 노리는지, 약점이 뭔지는 모른다.

-저는 그냥 소환되어서 계약으로 부려 먹히는 착한 악마입니다! 살려주세요!

아무래도 마법사한테 계약으로 부려지고 있다 보니 약점 같은 건 알지 못했지만, 나름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악마 소환하는 NPC 중에서 멀쩡한 놈이 드문데. 대족장을 회복시킨 것도 호의는 아니겠군.’

오크 부족들을 이용해서 뭔가 하려는 게 분명했다.

태현도 오크 부족들을 이용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 다 말했으니 풀어주시는 게…….”

“하하. 좀 더 같이 다니자고. 야! 얘 좀 들고 다녀라.”

“췩, 그냥 죽이면 확실하지 않나?”

태현의 협박이 워낙 잘 통해서인지, 오크들은 악마를 죽이고 싶어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생명은 소중한 법이지. 들고 다녀.”

“취익, 마법사 하는 말 이해 안 간다.”

* * *

태현은 그대로 <옛 땅굴 고블린 부족>이 있다고 알려진 장소로 이동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계속해서 재료를 모았고, 길드원들의 불만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냥 튀자!

-아니다, 죽이자! 레벨 높아봤자 마법사인데 근접에서 다 붙으면 죽일 수 있다!

-그랬다가는 우르크 지역에서 돌아다니기 힘들어진다! 참아야 한다!

의견이 갈려져서 싸우는 길드원들이었다.

길드원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고블린 부족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땅굴 고블린이니까 지하에 있겠지?’

이 주변 어딘가에 입구가 있을 것이다.

수풀들과 사람 키를 가볍게 넘기는 정글 지형이라, 찾기 힘들어 보였지만 태현에게는 <신의 예지> 스킬이 있었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고블린들이 숨겨놓은 통로의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함정을 발견했습니다.]

[함정을 발견했습니다.]

[함정을 발견……]

[함정을……]

[명성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이런 미친…….’

태현은 경악했다. 함정을 얼마나 많이 설치했으면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스킬이 오른단 말인가?

“췩, 마법사, 뭐 하나?”

“여기로 들어가야겠다.”

“췩?”

오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무 밑을 가리키며 들어가야겠다고 하니 무슨 소린가 싶었던 것이다.

“췩, 누굴 죽여서 묻겠다는 건가?”

“히익! 살려주십쇼!”

아직까지 묶여 있던 악마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기겁했다.

“죽이겠다는 게 아니라…… 여기로 들어가야겠다고. 땅굴 고블린들이 여기 있다.”

“췩! 그게 정말인가!”

“취이익! 놈들을 죽이자!”

“아니, 안 죽일 건데?”

“…….”

오크들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원수인 고블린들을 두고 잡지 못한다니!

그러는 동안, 오크로 변장한 앨콧은 수상쩍다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야, 뭔가 이상하지 않냐?”

“네.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한데?”

“그, 그게…….”

“이 새끼들이 진짜……! 대충 말할래?!”

앨콧이 하도 성질이 더러우니, 대충 동의했다가 걸린 길드원!

“저 마법사 놈 말이야. 진짜 NPC 맞냐?”

“NPC잖아요. 저게 플레이어라고요?”

“어떤 플레이어가 저럽니까?”

“우리도 지금 변장하고 우르크 들어와 있잖아. 저놈도 변장하고 들어올 수 있겠지.”

다른 길드원들은 태현이 하도 부려먹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앨콧은 달랐다.

다른 길드원들이 대신 일을 해준 덕분에, 태현이 오크들과 떠드는 걸 조금씩 엿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느낀 건, 아무래도 태현이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하는 말이 아무리 봐도 NPC가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설마…….”

“그러면 지금 우리가 플레이어 놈이 시키는 걸 하고 있었다고요?”

길드원들은 웅성거리다가, 깨닫고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게 다른 플레이어 놈 때문이었다고!

“……죽여 버리죠!”

“내가 저놈 담가버린다!”

제일 고생 많이 한 길드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앨콧은 그들을 말렸다.

“잠깐만. 아직 확실하지가 않잖아. 이 자식들아. 참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인내심이 없냐? 응?”

“…….”

‘그야 넌 일 거의 안 했잖아…….’

곡괭이를 들고 절벽 위로 기어올라 보석 원석을 캐온 사람만이 이 분노를 알았다.

“조금만 더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 * *

‘눈치챘나?’

길드원들은 나름 구석에서 대화한다고 했지만, 태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뭔가 수상쩍은 분위기!

은근슬쩍 태현을 탐색하는 것 같은 길드원들의 눈빛!

‘의심하는 거 보니 거의 눈치챘군. 그러면…….’

“거기 너. 여기를 파라.”

“……알겠습니다.”

길드원은 망설이다가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일단은 따라준다!

‘만약 네가 플레이어인 게 확인만 되면…….’

‘넌 죽었어!’

‘리스폰 포인트까지 따라가서 계속 죽여주마!’

이를 박박 갈며 길드원들은 땅을 팠다.

그리고…….

“응?”

태현과 오크들은 슬슬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렸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의아해했다. 왜 저러지?

[고블린이 설치한 <땅에 심은 폭탄 덫>이 작동됩니다.]

[<폭탄과 연계된 화살 덫>이 작동됩니다.]

[<화염 구름 폭탄 덫>이 작동됩니다.]

[……]

[……]

어지럽게 뜨는 메시지창.

그걸 본 길드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와, 화력 봐.”

주변 지형들이 다 날아갈 정도의 화력! 태현은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기계공학 스킬을 파는 사람으로서 이런 함정을 보면 감탄이 나왔다.

얼마나 재료를 많이 넣고 만들었길래 이런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집념 그 자체!

“너, 너……!”

“……?”

폭발로 길드원 몇 명이 로그아웃당했지만, 그렇다고 다 끝나지는 않았다.

앨콧과 몇 명은 좀 떨어져 있었기에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너 이 새끼, 너 플레이어지?!”

“응.”

“…….”

태연하게 대답하는 태현.

너무 당당하게 인정하는 바람에 길드원들은 한순간 반응이 늦었다.

“인, 인정한 거냐?”

“인정이고 뭐고 내가 플레이어 아니라고 한 적 있었냐?”

“…….”

빠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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