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36화
-계속 쏴!
언데드들이 쓰러지자 부족 전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건 잠시일 뿐이었다.
스르륵-
[죽은 자의 땅 스킬로 언데드들이 다시 일어납니다.]
방금 맞은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일어나서 무기를 드는 언데드 전사들!
그 모습에 네크로맨서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게 이세연 님의 실력이다!”
“빛세연! 빛세연!”
“그래요! 이게 언니의 실력이죠!”
옆에 있던 동생 김현아까지 신이 나서 찬양에 열중했다.
그리고 막 성문 요새에 도착한 태현은 그 소리를 들었다.
“어떤 놈이 저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투덜거리는 태현의 모습에 버포드는 기뻐했다.
쳐들어온 이세연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저 모습!
‘정말 진심으로 사디크 교단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구나! 녀석!’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이세연을 좋아했다. 심지어 이세연한테 공격을 당한 플레이어들도!
‘나 이세연하고 싸운 적 있다’가 자랑이 되는 것!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이세연과의 승부는 뒤끝을 잘 남기지 않았다.
‘나 김태현하고 싸운 적 있다’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그리고 김태현은 내 평생 원수다!’라고 했지만, 이세연은 아니었던 것이다.
“야, 버포드! 밑에 언데드들이 쫙 깔렸잖아!”
이제는 존댓말도 사라진 약탈자 파티!
그러나 워낙 급한 상황이기에 버포드는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걱정 마! 언데드들로는 여기를 못 뚫어. 네크로맨서는 우리하고 상성이 안 좋다고!”
그랬다.
버포드의 말대로, 사디크 교단은 아직 제대로 반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작해라!
명령이 떨어지자, 사디크 사제들은 일제히 신성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디크의 화염!
-퍼지는 들불!
-화염을 키우는 바람!
순식간에 성문 요새 앞에 타오르기 시작한 화염!
보통 화염이 아니었다. 사디크의 힘이 깃든 신성한 화염이었다.
[사디크의 화염에 당한 언데드들이 영원히 파괴됩니다.]
[사디크의 화염에 당한 언데드 늑대 기수가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런…….”
이세연은 혀를 찼다.
생각보다 사디크 사제들의 마법이 강했다. 화염 몇 번에 언데드들이 쓸려나가다니.
하는 짓이 좀 그래서 그렇지, 사디크 교단도 엄연히 신을 믿는 교단이었다.
언제나 신성 관련 직업과 흑마법 관련 직업은 상성이 안 좋았다.
-데스 와이번 소환, 데스 나이트 소환.
허공에 마법진이 열리더니 뼈만 남은 와이번과 중무장한 푸른 안광의 데스 나이트가 걸어 나왔다.
“우와와와와와!”
“데스 나이트다!”
플레이어들은 상황도 모르고 환호!
성벽 밑 언데드들이 싹 갈려 나갔는데도 플레이어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세연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NPC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플레이어들의 반응!
그 반응에 태현이 화를 냈다.
“저, 저, 저…… 철없는 놈들! 언데드들이 쓸려 나가는데! 뭐가 좋다고!”
“그렇지!”
버포드는 태현이 왜 화를 내는지도 모르고 동의했다.
버포드에게도 밑의 플레이어들 반응은 꼴 보기 싫었던 것이다.
겁을 먹고, 포기를 해야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신이 나 있는 모습!
물론 태현은 진지하게 공격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 강하게 공격해라! 목숨을 걸고!
* * *
‘요새 위로 날아가게 하는 건 무리겠네. 견제만 해야겠다.’
데스 와이번 나이트들을 불러서 하늘에서 공격을 시도하던 이세연은 상황을 깨달았다.
조금만 접근해도 사디크 고위 사제들이 강력한 신성 마법을 연속으로 퍼부었다.
위로 들어갔다가는 아까운 데스 나이트들만 날려 버릴 것 같았다.
“언니! 저런 놈을 위해 데스 나이트들을 쓰시다니요!”
“괜찮아. 골렘에 비하면…… 아차.”
“그 골렘도 저런 놈을 위해서 썼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쟤가 부쉈지만…….”
태현VS이세연VS스미스전에서 태현이 부순 골렘들.
하나하나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골렘들이었다.
이세연은 그걸 보충하기 위해서 길드원들에게 재료를 부탁했는데, 설마 그 이유가 태현이라니!
“죽여야 해!”
“네가 죽을걸?”
이세연은 동생을 진정시키고 데스 나이트들을 움직였다.
성벽 위의 병력에게 원거리 공격을 했다가 거리를 벌리고, 공격을 했다가 거리를 벌리고…….
이른바 얍삽이, 짤짤이라고 불리는 치사한 방식!
-저런 빌어먹을 네크로맨서 놈!
-저주를 받아라!
자꾸 요새 성벽 위로 깔짝대는 데스 와이번 나이트들의 모습에 사디크 성기사들은 이를 갈았다.
그 사이 이세연은 태현을 불렀다.
-뭐해? 안에서 안 흔들어주면 여기서는 더 못 갈 거 같은데.
-데리고 온 플레이어들은 폼이야?
-폼이지.
-…….
-이 사람들은 진지하게 따라온 게 아니라서 내가 안 뚫어주면 안 움직일 거야. 지금 내가 혼자서 뚫기는 무리고.
-쯧. 알겠어. 내가 흔들어보지. 기다려!
태현은 귓속말을 끊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버포드는 떠들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여기 성문 요새의 문은 정말 대단하거든? 정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 문을 뚫어도 이어지는 좁은 통로는 수비하기에 최적화된 통로야. 다크 엘프들이 진짜 요새 잘 짓는다니까? 내가 사디크 교단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어, 어디 갔냐?!”
장황하게 혼자 떠들던 버포드는 당황해서 태현을 찾았다.
그러나 태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 * *
<성문 요새를 지켜라–사디크 교단 수비 퀘스트>
<성문 요새를 파괴해라-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
움직이는 태현에게는 두 개의 퀘스트가 동시에 떴다.
물론 태현이 어떤 퀘스트를 깰지는 뻔한 상태!
-케인, 성문으로 와라. 만약의 일이 생기면 내 방ㅍ…… 아니, 날 도와줘야겠다.
-…….
-빨리 와, 인마.
-알겠어!!
태현의 말을 들은 케인은 울컥해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휘파람을 불며 성문 요새의 정문에 다가섰다.
요새의 문은 버포드의 말대로, 정말 특이하게 생겨 있었다.
온통 시커먼 색!
‘뭐지?’
보통 성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문이었다. 강철로 된 것도 아니고, 다른 금속으로 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문을 여는 장치나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태현이 고민하는 사이, 순찰하던 사디크 성기사 한 명이 태현을 보고 말을 걸어왔다.
“너는 여기서 뭐하는 거냐?”
“저 사악한 토벌대 놈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왔습니다!”
“그러면 성벽 위로 올라가라! 여기는 당장 싸울 일이 없다!”
“싫습니다!”
푹찍!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사디크 교단의 본거지에서 사디크 성기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발각될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뭐 이런 일 한두 번 하나?’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디크 성기사를 구석에 처박았다.
잊지 않고 아이템을 챙기는 것은 물론!
문 근처에는 사디크 성기사들이 우글거렸다.
여기서 더 접근하면 무조건 저쪽에서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상황.
접근한다면 저 성문을 확실하게 열어젖힐 방법을 갖고 접근해야 했다.
-이다비, 저 성문 좀 확인해줄래?
-네!
상인 직업인 이다비가 이럴 때는 매우 편했다. 감정 스킬이 가장 높았으니까.
태현은 못 보는 것을 이다비는 멀리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폭탄으로 할까, 망치로 할까.’
태현은 사디크 교단을 믿는 마을에서 폭탄을 만들었다.
있는 재료를 다 쏟아부은 강력한 폭탄 하나와 남은 재료로 만든 소소한 폭탄 십여 개.
사디크와 아키서스의 신성 폭탄:
두 신을 믿는 대장장이가 신성한 재료로 만든 폭탄. 원래라면 만들어질 수 없는 폭탄이다.
사디크 교단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알 수 없다.
(주의)죽고 싶지 않다면 터뜨리지 마시오.
정말 심플하고 간단한 아이템 설명!
명품은 구구절절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듯이, 이 명품 폭탄은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죽기 싫으면 터뜨리지 마라!
‘이걸 성문 부수는 데 쓰기에는 좀 아까운데…….’
가장 효과적인 곳에 터뜨리고, 남은 소소한 폭탄들은 다른 요소요소에.
물론 효과는 전혀 소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망치인가?’
폭탄을 쓰지 않더라도 태현에게는 플랜 B가 있었다.
무생물 오브젝트에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고대의 망치>!
-태현 님. 태현 님.
-?
-저 성문, 슬라임인데요?
-……뭐?
이다비의 설명을 들은 태현의 입이 벌어졌다.
뭔 슬라임?
감정 스킬로 알아낸 이다비의 설명은 이러했다.
저 성문은 사디크의 마수 중 하나라는 것!
온갖 속성 공격에 내성을 갖고 있고, 엄청나게 높은 HP를 갖고 있으며, 그에 못지않게 엄청나게 빠른 HP 회복 속도를 갖고 있는 슬라임!
공격력은 0에 가깝지만 나머지에 몰빵한 괴물 슬라임이었다.
‘사디크 교단이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군.’
태현도 솔직히 막막했다.
이다비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공격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방법은 행운의 일격하고 치명타 스택으로 데미지를 올릴 수밖에 없나? 아니, 성문 정도면 그걸로는 힘들 거 같은데…….’
태현의 데미지 딜링 스킬이 플레이어 중에서 독보적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 수준!
판온에는 괴물 같은 보스 몬스터들이 많았고, 태현은 그런 보스 몬스터들을 일격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저 성문 슬라임은 사디크 교단이 자신만만한 만큼 HP에는 자신이 있을 것이다.
한 방으로는 무리고 몇십 방을 넣어야 하는데, 이 주변에는 사디크 성기사들도 많으니…….
‘으윽. 방법이 없나?’
-잘됐네요. 그쵸?
-?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됐다니. 이게 무슨 소리?
-뭐가 잘돼?
-저 성문이 살아 있는 슬라임인 거, 잘된 거 아닌가요? 접근만 하면 되잖아요. 태현 님 화술 스킬이면 가볍게 통과 아니에요?
-저걸 부술 방법이 있나?
-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 쓰면 되잖아요?
<살아 움직이는 폭탄>
손에 닿은 생물이나 생물의 일부를 폭탄으로 바꿉니다. 대상의 강함에 따라 폭탄의 강함이 달라집니다.
-……!!
태현은 경악했다.
이걸 놓치고 있었다니!
-설마 생각 못 하고 계셨어요?
말해준 이다비가 더 놀랐다. 태현 정도 되는 사람이 이걸 놓치고 있었다니.
-으윽…… 케인한테 쓸 생각만 하고 있어가지고…….
-…….
이다비는 순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태현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이제까지 성문 같은 걸 부수는 데에는 고대의 망치를 써왔던 데다가,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적에게 쓸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시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케인한테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방법이 나온 이상 문제는 쉬워졌다.
태현은 손가락을 뚜둑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화술 스킬 일발 장전!
* * *
[설득에 성공합니다. 사디크 성기사들이 길을 열어줍니다.]
태현이 달려와서 다급하게 외친, ‘안토니오 님이 성문을 확인해 보라고 하셨습니다’라는 말에 성기사들은 길을 열어주었다.
태현은 성문에 손을 댔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이 스킬은 사용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스킬.
성문에 손만 가져다 대고 있으면 성기사들이 의심할지 몰랐다.
-케인, 지금이다.
이럴 때 언제나 나서는 게 케인!
케인은 소란을 일으켜서 성기사들의 주목을 끌게 되어 있었다.
“후…….”
케인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이제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런 역할!
‘이래도 되는 걸까?’
고민과 별개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
“나는! 사디크 교단의! 케인이다!”
“뭐야? 저놈 뭐야?”
“거기서 뭐하는 거냐?”
그사이 태현은 스킬 사용을 완료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중급 기계공학 스킬이 고급 기계공학 스킬로 변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어?”
태현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