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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91화 (91/277)

91화

마을에 도착한 지 4일이 지났다.

내가 마을에 머물기로 작정한 건 최대 일주일.

일주일을 기한으로 정한 건, 호랑 개미 때문이다.

지금의 호랑 개미는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이나 다름없다.

칼날 개미, 혹은 솔져 개미의 기침 한 번에도 호랑 개미들의 운명이 크게 갈릴 수 있으니.

너무 오랜 시간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될 테니까.

그리고 지금.

"여기 있습니다!"

내가 개미 등껍질을 맡겼던 플레이어가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미 등껍질을 팔아 해치웠다.

그리고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같아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남자.

한눈에 봐도 내가 목표했던 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액수일 게 분명했다.

"꽤 많아 보이는군요."

"흐흐흐. 말할 것도 없죠. 무려 1700만 골드! 어때요. 저 짱이죠? 으하하하하!"

남자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

1700만 골드라니.

내가 목표했던 건 고작 200만 골드였는데.

거기에서 8배가 넘는 수익을 가져다줬을 줄이야.

"왜요. 깜짝 놀랐어요? 그렇죠? 내가 조금 대단하긴 해요? 헤헤헤!"

내가 더 놀란 건, 저 남자의 순수함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저 남자의 입장이라면 은근슬쩍 돈을 바랐을 테니까.

그렇지 않은가.

1700만 골드라는 엄청난 수익을 냈으면 응당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떼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게 당연할 텐데도.

'그런 기색은 없다.'

내 전생에서 아무 능력 없는 나를 70층까지 올려준 건, 많은 요소가 있지만 뛰어난 '눈치'도 큰 역할을 했다.

사람의 표정을 읽고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 말이다.

그런 내 눈으로 봤을 때, 이 남자는 진심으로 내 돈에 큰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

'이것마저도 연기라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저 남자가 진심으로 내 돈에 욕심내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박명철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다.

박명철은 나와 손을 잡고 길드 인원을 크게 감축했다.

그리고 내 부탁에 이 남자를 보냈다면.

이 남자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일 테니까.

"제가 박명철 씨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생하신 만큼 이 수익의 일부를 나눠 드리는 쪽으로 말입니다."

"에, 에? 진짜요? 어우! 안 그래도 되는데. 흐흐흐흐!"

역시.

저 반응을 보니 진심으로 내 돈을 탐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본심을 숨기고 있었다면 과하게 거부하거나 겸연쩍은 표정을 보였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나 역시 아무것도 주지 않고 보낼 생각은 없다.

응당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자세한 건 박명철과 이야기하면 되겠지.'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 장비는 가지셔도 됩니다."

나는 해밀턴이 만든 개미 등껍질 장비와 남자가 대장간에 맡겨서 찾아온 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진짜…요…?"

남자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입니다. 제게는 필요가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으하하하하!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그 말을 남기고 남자는 떠나갔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 온 1700만 골드.

'이걸로 내가 보유한 현금은 1800만 골드를 넘어섰다.'

지금은 1000만 골드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고 차고 넘친다.

'500만 골드 정도는 위드 길드에게 지원해도 되겠지.'

물론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은 쌓아 놓을 필요가 1000만 골드 이상은 확보해 놓는 게 맞겠지.

위드 길드는 나를 돕는 이들이다.

물론 위드 길드 정도 되는 규모의 길드에게 500만 골드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될 만한 돈인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나 때문에 길드 인원을 감축하고 이런저런 수입에 제약이 생긴 상태라면 말이다.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고.'

어쨌든 나를 신뢰해 주고,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이들이었으니까.

나는 곧바로 박명철에게 연락을 보냈다.

***

박명철에게 500만 골드를 전달했다.

그는 한사코 내가 주는 돈을 거부했지만, 단호한 내 말에 결국 돈을 받아 들었다.

'내가 돈을 주는 건 단순한 기부나 자선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투자에 더 가깝습니다.'

라는 말에 결국 박명철도 수긍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비밀 상점을 열 차례다.'

비밀 상점에서 장비를 구매하고, 개미굴로 올라간다.

그 다음 층간 이동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그 다음은.

'마법 명가.'

놈들의 분가를 친다.

이미 계획은 완벽하다.

몇 번이고 놈들 분가의 구조를 되새겼고, 시간 나는 대로 놈들 분가 내부의 병력을 살폈다.

'내 모습을 숨기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내가 보유한 스탯은 분가를 지키고 있는 어중이떠중이 따위는 따를 수조차 없는 수치였으니까.

'그럼 이제.'

비밀 상점을 열 차례다.

나는 [개미굴 귀환]이라는 글자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건, 개미굴의 풍경이 아닌 또 다른 메시지였다.

[돌발 이벤트가 개시됩니다.]

[1회용 비밀 상점이 오픈됩니다.]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에게 단 한 번만 오픈되는 상점입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구매하면 상점이 닫힙니다.]

[단 한 번의 기회이니 신중하게 선택해 주십시오.]

이런 메시지와 함께 아이템의 목록이 펼쳐졌다.

나는 곧바로 가장 비싼 아이템들을 확인했고.

'됐다.'

비밀 상점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의 가격은 3백만 골드가 조금 넘는 아이템이었다.

전생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한 액수가 지금에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은둔자의 팬들렛 - 3,300,000G]

이게 바로 가장 상위에 위치해 있는, 가장 값비싼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옵션은?'

나는 은둔자의 팬들렛의 옵션을 확인했고.

그 순간 환호성을 내지를 뻔했다.

[은둔자의 팬들렛]

>은신 효과 발동

[은신]

>등급 : S

>지속 시간은 마력 수치에 비례

>제약 조건

-상대의 마력이 시전자의 마력의 2배 이상일 경우, 은신 효과가 무력화 됨.

-은신 포착 능력의 보유자일 경우,

은신 능력 시전자의 마력이 포착 마법 시전자보다 높지 않을 경우 은신 능력 무력화

이 아이템이야말로 지금 내게 무엇보다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마법 명가와 칼날 개미라는 거대한 세력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템의 옵션을 다시 살폈다.

'제약 조건.'

당연하다.

만약 은신 능력에 제약 조건조차 없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사기 능력이 되어 버릴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의 제약이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착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상황에선 사실상 내 은신이 간파당할 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내 마력은 200이 넘는다.'

포착 능력 없이 내 은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400 이상의 마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

'마력 400. 마법 명가에 이 정도 마력을 가진 녀석들은 차고 넘치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탑의 고층의 플레이어들과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에 국한된 조건이다.

'하지만 변수는 본가에도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건데.'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방계측은 직계에 비해서 마력 수치가 낮다는 것 정도다.

'방계 녀석들의 마력은 아무리 높아 봐야 700까지는 안 될 거야.'

마력 700.

레벨로 따지자면 200레벨이 넘어야 한다.

그것도 모든 스탯을 마력에만 투자했을 경우다.

탑의 이 시점에서 200레벨을 돌파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마법 명가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도 모든 스탯을 마력에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마법을 사용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받쳐줘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

'그래도 내 마력을 최소 300까지 맞춰 놓을 필요는 있을 텐데.'

100개의 마력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육체 스탯은 200.

엄청난 양이기는 하지만, 그 스탯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잠재 스탯.'

알다시피 지금 포식 슬롯이 개방되어 있는 상태다.

그 말은 즉, 아이템의 잠재 스탯을 포식할 수 있다는 뜻.

'그리고 놀라운 건, 비밀 상점에 있는 아이템들에서도 잠재 스탯을 포식할 수 있다는 거지.'

나는 즉시 비밀 상점에 올라 있는 아이템들의 잠재 스탯을 살폈다.

그리고 계산해 본 결과.

'총 300개의 육체 스탯을 포식할 수 있어.'

엄청난 수치다.

그리고 오로지 비밀 상점의 목록에 올라 있는 아이템들의 옵션이 사기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잘 됐군.'

나는 즉시 모든 잠재 스탯들을 포식했고.

단번에 200개가 넘는 육체 스탯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

[은둔자의 팬들렛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아이템을 구매하시면 비밀 상점이 닫힙니다.]

[닫힌 비밀 상점은 다시 오픈할 수 없습니다.]

"구매한다."

[은둔자의 팬들렛을 구매했습니다.]

[3,300,000G가 차감됩니다.]

그리고 비밀 상점이 닫혔다.

'자, 그럼 이제….'

마력 스탯을 올릴 차례다.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펼쳤고.

얻은 육체 스탯들을 마력에 분배했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63

>스탯

-육체

힘 : 618.56

민첩성 : 583.18

체력 : 599.82

-정신

마력 : 300.27

>마법 저항력

+ 6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S)

6. 아이언 바디 (AA)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A)

9. 은신(S)

10. EMPTY

포식 포인트 : 30,212

S등급의 은신이 추가됐다.

육체 스탯 역시 힘은 600을 넘었고, 민첩과 체력도 600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

'그보다 60레벨을 돌파했는데도 새로운 포식 슬롯은 열리지 않았어.'

지금의 포식 슬롯은 50레벨을 달성하고 열린 포식 슬롯이다.

'어쩌면 포식 슬롯이 열리는 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군.'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언제까지나 10레벨마다 포식 슬롯이 열린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과도한 보상이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그거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테고.'

그보다 마력이 벌써 300을 넘어섰다.

아티팩트의 도움이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치다.

'오러 블레이드 5단계를 일깨우기 위해서 필요한 마력은 500.'

아직도 200이나 남았지만, 이 속도라면 그리 멀지 않아 5단계의 오러 블레이드를 일깨울 수 있으리라.

'오러 블레이드는 5단계부터가 진짜지.'

많은 마력 수치가 필요한 만큼, 5단계의 오러 블레이드는 4단계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으로 강해진다.

'됐다.'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오늘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 것뿐.

'분가를 박살내고 나는 그 즉시 개미굴로 돌아간다.'

이제 마법 명가의 몰락도 멀지 않은 일이다.

분가마저 무너지고 나면, 마법 명가가 무너지기만을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던 녀석들이 득달같이 달려 들 것이다.

'특히 다른 명가들.'

창술, 체술, 궁술 명가.

검술 명가와 마법 명가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고 있던 녀석들은 이 기회를 두고 볼 리가 없을 테니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탑의 위에 군림하며 선민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는 그 명가 녀석들의 대분열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마법 명가 하나를 무너트린 걸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마법 명가가 무너지는 건, 내 커다란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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