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128. 128화
텔포 기계를 작동시키려는 순간, 경찰들이 진성을 방해했다. 진성은 집에 가려고 하는 것을 방해받자 기분이 나빴다.
“잠시 가시기 전에 조사받고 가십시오. 강 교관님.”
한 경찰관이 말을 걸었고, 진성은 조금 짜증은 나지만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시죠? 물론 협조는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시면 조금 그런데요.”
진성은 그 해당 경찰관에게 말했지만, 그 경찰관은 진성의 말을 무시하고는 그저 ‘협조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진성을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는 거죠?”
“잠시 수사본부 텐트로 오십시오. 조사는 금방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진성은 순순하게 그들을 따라갔다.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랴……. 의심받고 있는지라 자신이 여기서 이들을 뿌리치고 집으로 가면 더 난리가 날 것이다. 그냥 빠르게 조사받고 집에 가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강 교관님.”
비록 경찰관들이 자신의 행동을 방해했지만 정중하게 말을 하니…….
일단 진성은 순수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경찰들이 강압적으로 했다면 진성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빠르게 끝내주세요.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진성은 수사본부 텐트에 와서 그들이 마련해 준 의자에 앉았다. 진성을 조사하는 사람은 아까 진성의 행동을 막고 그를 여기까지 데려온 경찰관이었다.
그는 물을 마신 후에 이제 시작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럼 먼저 질문을 몇 가지 하겠습니다. 그 질문에 맞춰서 대답만 잘해 주시면 됩니다.”
“네.”
“첫 번째로 훈련용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예비인력으로 남으셨다는데……. 갑자기 안 좋은 느낌을 받아서 들어갔다고 하셨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이 왜 다른 교관분들이랑 같이 입장하지 않으시고 혼자 입장하신 겁니까?”
“그건 제가 B랭크 헌터이기도 했고 실력에 자신 있어서 먼저 들어간 겁니다. 저희 반 학생들도 걱정이 됐고요.”
그 과정을 지켜보며 기록하는 다른 경찰관이 있었는데, 조사하는 경찰이 그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 기록하고 있는 경찰관은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간파력 스킬이 있는 헌터인 거 같았다.
“진실이군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네.”
진성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제이콥하고는 적대 관계였고 동료가 아니었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빠르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던전에 입장하시고 바로 학생들을 구하셨다고 하는데……. 그거까지는 좋습니다. 다만 그 해당 정체불명의 헌터를 만나고 나서 바로 처치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진성은 범인으로 의심하고 말하는 질문 같았다. 진성은 기분이 나빴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했다.
“제가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 해당 헌터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좀 뜸을 들이고 싸웠습니다. 그게 잘못된 건가요?”
“크흠……. 아닙니다.”
진성에게 질문하던 그는 다시 옆 동료를 쳐다보자 그 동료는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즉, 진성이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네.”
“세 번째로 그 정체 모를 헌터는 진성 님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리고 그 해당 헌터와 어떤 관계이십니까?”
이건 너무 노골적인 질문이었다. 완전 공범으로 몰고 가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아마 제 예상이지만 시스템이 주고 있는 퀘스트와 관련이 있는 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을 모릅니다. 어떠한 관계도 아닙니다.”
“흠……. 그렇습니까? 하지만 퀘스트에 대한 내용을 밝힐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아주 중요한 퀘스트인가 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꼬치꼬치 캐묻는 경찰이었지만 진성은 진짜 밝힐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진성에게 계속 다른 질문들을 했지만 전부 진실로 판명이 나서 더는 진성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가 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안 풀린 게 많아서 몇 번 조사에 더 응하셔야 할 겁니다. 강 교관님.”
“네. 알겠습니다.”
진성은 수사본부 텐트에서 나와 텔포 기계로 향했다.
텐트 안에 남은 경찰관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했다.
“목격자와 말이 조금 다른데……. 대체 뭐지?”
“그러게 말이야……. 일단 의심은 가는 상황인데 목격자도, 저 강 교관이라는 사람의 말도 다 진실이야.”
경찰들은 혼란스러웠다.
“일단 강 교관의 말도 진실이 있으니까 보류로 분류하자. 이제 그다음 조사대상이 성 교관, 이 교관, 박 교관이라는 사람뿐인가?”
“맞아……. 일단 내일 그 세 명을 조사해 봐야 해!”
그들은 어떻게든 그 해당 헌터와 관련된 인물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이 사건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다.
안 그래도 계속 위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위에서 수사하라고 시간을 주었다지만 빠르게 끝내라는 상부의 압박이 있었다. 경찰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쯤…….
진성은 본관에서 벗어나 텔포 기계를 타고 집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휴……. 우여곡절 끝에 집에 오기는 했네……. 뭔가 지친다.”
진성은 힐링이 필요했다.
오늘 제이콥과 만나서 싸우고 이겼지만……. 경찰들이 자신을 의심하는 질문을 날려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마음의 치유를 받고 싶은 상황이었다.
“잠시 밭에 갔다 올까? 세린이를 보면 힐링이 될 거 같은데.”
진성은 집에 돌아와도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 걸 보니 세린이를 봐야겠다며,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집에서 바로 나와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그때 시간은 오후 6시가 다 돼 갈 때쯤이었다.
“아빠!”
진성이 밭에 도착하자마자 진성의 존재를 눈치채고 세린이 날아왔다.
진성은 세린이가 반겨주자 감동이었고 마음이 치유가 되었다.
역시 자신의 밭에 오는 게 제일 편했다. 거기에 드워프 하멜과 엘프 아이린까지 진성을 맞이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진성 님.”
드워프와 엘프는 진성에게 인사를 하였다.
“정령 나무의 퀘스트까지 받으셨군요? 진성 님이 점차 위대한 농부 헌터의 길로 들어가시고 있네요. 잘된 일이에요.”
역시 엘프 성녀 아이린은 진성을 보자마자 진성이 퀘스트를 받은 것을 단번에 알았다. 엘프 성녀라 그런가? 세계수와 정령 나무와 친화력이 높아서 먼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뭔가를 알고 있구나, 아이린.”
“네, 진성 님. 이왕 밭에 오셨으니 일부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과 드워프 족장 하멜은 진성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진성은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서 세린이와 함께 그녀와 그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마르지 않는 호수였는데, 거기에서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일단, 진성 님. 현재 퀘스트를 받은 게 세 가지인가요?”
“어. 일단 세 개야…….”
진성은 세린이와 아이린 그리고 하멜이 볼 수 있게 퀘스트 창을 공유해서 보여 주었다.
-퀘스트:성장 퀘스트 2
등급:S+이상
세계수의 세 번째 성장을 위한 재료 모으기입니다.
재료:세계수의 파편 100개, 어둠의 씨앗 3개
특징:열심히 노력해 주세요. 진성 님.
-퀘스트:디펜스 퀘스트 1
등급:AA이상
진성 님의 성장을 위한 디펜스 퀘스트입니다.
특징:새로운 몬스터 군단이 진성 님의 밭을 3일 후에 침공합니다. 노력해주세요. 진성 님.
-전직 퀘스트
등급:S+이상
상급 농부 전직 퀘스트입니다.
1. 계약한 정령들은 모두 상급 또는 최상급으로 변화시키기
2. 성장한 세계수의 기운 추출 하기
3. 지배의 군주를 쓰러뜨리기
“이렇게 딱 세 가지야. 아이린.”
“이 중에서 성장 퀘스트부터 하시는 걸 추천해요. 그다음이 디펜스 그리고 전직 퀘스트예요.”
“어째서 성장 퀘스트부터 추천하는 거야?”
“세계수가 성장하면 진성 님에게 도움이 될 정보가 먼저 나오니까요.”
“도움이 될 정보? 전직 퀘스트에 대한 정보라던가 아니면 군주들에 대한 정보 말이야?”
“네, 진성 님.”
“그래서 성장 퀘스트부터 먼저 하라는 말이지?”
“네, 맞아요. 진성 님.”
일단 아이린의 말대로 성장 퀘스트부터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디펜스라……. 디펜스는 딱히 평소에 주던 보상을 줄 것 같은데 왜 전직 퀘스트보다 빨리하라는 것일까?
“디펜스는 내가 여태까지 몇 번 해 봤지만, 별거 안 줬거든 보상을……. 근데 전직 퀘스트보다 더 빨리하라는 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거야? 아이린?”
“이번 디펜스 퀘스트가 끝나면 진성 님 밭에 대한 큰 변화가 생길 거예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진성 님에게 큰 도움이 되니 꼭 전직 퀘스트보다 앞서 먼저 해주시길 바라요.”
“그래? 흠.”
진성이 이해하지 못하자 드워프 하멜이 아이린의 말을 이어서 대답해 주었다.
“제가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저 엘프 녀석 말에 이어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드워프 하멜은 여태까지 조용히 있다가 아이린의 말을 가로챘는데, 진성은 하멜의 말이 기대되었다.
“디펜스 퀘스트를 끝내시면 진성 님이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강화할 수 있는 재료들이 나올 겁니다. 그걸로 제가 장비를 강화해 드리면 진성 님의 장비가 더욱 강해질 겁니다. 그 장비들로 가지고 군주들을 때려눕히면 됩니다.”
“재료라……. 하긴 삽만 강화한 상태니까……. 다른 것들도 강화하면 어떨지 궁금하기는 했거든.”
결론은 퀘스트 받은 순서대로 진행하라는 이야기였다.
진성은 원래대로라면 순서대로 하려고 했지만, 퀘스트가 세 개여서 제일 쉬워 보이는 정령 나무 퀘스트를 먼저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하멜과 아이린에게 들으니 아무래도 순서대로 하는 게 맞는 거 같았다.
“그럼 전직 퀘스트에 대해서 아는 정보라도 있어?”
“그건……. 세린 님이 제일 잘 아실 거예요.”
아이린이 세린이를 언급하였다. 진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세린이를 잠시 쳐다보자 세린이는 아이린의 말에 결심했는지 말을 꺼냈다.
“아빠!”
“어, 그래. 세린아.”
“전직 퀘스트를 끝내면 뭔가 많이 달라질 거예요. 상급 농부니까요. 단순히 상급 농부가 되는 게 아니고 현재 세상에 대한 진실도 일부 알지도 몰라요. 왜 우리가 군주들과 전쟁 중인지도……. 조금이나마 이해할지 몰라요.”
“시스템이 날 왜 선택했는지도 말이니?”
“네.”
“그래.”
즉 상급 농부가 되면 시스템에 대한 진실과 내가 왜 선택되었는지 모두 일부나마 알 수 있다는 거구나…….
머리가 좀 복잡하였지만 진성은 ‘상급 농부가 되면 알게 되겠지.’ 하면서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걸 얘기해 줘야겠네.”
진성의 말에 아이린과 하멜 그리고 세린이는 궁금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진성은 지배의 군주 부하와 접촉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까 아카데미의 훈련용 던전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자 하멜과 아이린은 표정이 굳었다.
세린이는 진성을 안심시키려는지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역시 지배의 군주가 진성 님을 공격하려나 보네요.”
“지배의 군주에 대해서 잘 알아? 아이린?”
“네, 그는 가로쉬라는 이름을 가진 오크 종족인데 저희가 살던 세계에서도 악명이 높은 군주였어요. 모든 걸 지배해서 노예로 만들고 학살을 하였거든요.”
“대체 얼마나 악독한 군주였길래?”
“아마 다른 군주들은 진성 님이 약하니까 깔보며 공격하지 않지만 아마 지배의 군주 가로쉬는 진성 님의 싹부터 잘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 방해할 거예요.”
“지배의 군주 부하 제이콥인가……. 그 헌터는 나한테 별로 상대가 안 되었는데?”
“그 부하들은 약할지 몰라도 군주들은 모두 강해요. 조심하세요.”
“지배의 군주가 먼저 접촉하기 전에 내가 퀘스트들을 모두 다 마치고 싸우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진성 님의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다행인데……. 지배의 군주가 먼저 진성 님을 공격하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걱정하지 마. 파멸의 군주 외에는 상대할 만할 것 같거든…….”
진성은 꽤 자신감이 있었다. 파멸의 군주는 엄청 무서웠지만, 그와 별개로 만난 흡혈의 군주는 자신과 힘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배의 군주도 자신과 힘이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아이린과 하멜은 그런 진성이 걱정됐다. 자신감이 있는 건 좋았지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군주들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진성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군주들은 규격 외의 강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