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129. 129화
“걱정하지 마! 요즘 시스템의 굴림 덕분에 나도 강해졌거든. 이제 B 랭크 헌터이기도 하고.”
“진성 님이 자신감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저희 말, 꼭 명심하세요. 군주들은 엄청 강해요. 그러니 그들과 지금 맞서 싸우지 말고 꼭 힘을 기르세요.”
엘프 성녀 아이린은 거듭해서 충고했다.
진성은 알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 자만심이 생긴 걸까? 여태까지 군주의 부하들과 싸워서 간단하게 이겨왔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도 아직 싸우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힘을 길러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명심할게.”
진성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엘프 성녀 아이린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은 싸우지 않을 거라고, 아직 자신의 힘이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있다고 그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물론 옆에 있는 세린이한테도 말이다.
“오늘 유용한 정보 몇 가지를 들어서 다행이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이제 가시게요?”
“어. 이제 가야지.”
진성은 돌아가려고 시간을 보았는데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8시가 된 것이다. 배고픔을 잊은 채 퀘스트에 관해서 대화한 것이다.
“그럼 세린아. 아빠 갈게~”
“네, 아빠! 내일도 일 힘내세요.”
“그래, 그래.”
진성은 세린이 머리를 쓰다듬고는 아이린과 하멜에게도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고 했다.
“그래, 아이린하고 하멜은 수고해……. 다음에 꼭 들를게. 아무래도 군주의 부하하고 한 번 더 만날 거 같거든.”
“몸조심하시고 군주와의 싸움은 꼭 힘을 길러서 도전하세요……. 군주의 부하들은 진성 님의 힘이라면 상대 가능하니까요.”
다행히 그녀는 군주의 부하하고 싸우는 건 반대하지 않았다. 진성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까? 아무튼, 그건 돼서 다행이었다.
자신을 배웅하는 세린이를 뒤로 한 채 밭에서 빠져나왔고 집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후우……. 내일도 경찰들이 엄청나게 괴롭힐 것 같은데…….”
오늘 자신을 조사하던 그 경찰관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아주 작은 것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빨리 이 사건이 끝나야 자신이 편해질 것 같았다. 군주의 부하 덕분에 진성은 이렇게 고생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다른 교관들과 학생들도 고생하겠지만…….
뭔가 군주와 엮이면 자신만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빨리 힘을 길러서 군주들의 싸움에서 이겨야지……. 그래야 날 더이상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진성은 속으로 다짐하였다. 언젠가 힘을 길러 그들을 제압하고 편하게 농사짓는 삶을 살겠다고…….
“밥이나 얼른 먹고 자야겠다. 내일도 오전 9시 출근인데…….”
아카데미 교관의 단점은 일하느라 자신의 밭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정령들과 세린이 그리고 엘프들이 자신의 밭을 돌보고 있지만, 양심이 너무도 찔리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관리하려고 해도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가 자신의 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는 터라 밭을 관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성은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밥을 먹고 씻고 잠을 청했다.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
* * *
다음 날.
아카데미 교관 2일차의 아침이 밝아왔다. 어제가 1일차였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진성은 교관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그저 보조 교관으로 준비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하암……. 벌써 아침이라니. 잠을 잔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진성은 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지만,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주말까지는 꼼짝없이 출근해야 했다.
“이거 괜히 아카데미 일하겠다고 받아들인 건가? 아니지, 정령 나무하고 대화하면서 전직 퀘스트도 얻었는데. 열심히 해야지.”
잠시나마 나약한 생각이 들었다. 빨리 씻고 준비해 출근해야 했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였다. 지금 준비하고 밥을 먹고 나가면 9시 안에는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진성은 일어나자마자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바로 아침밥을 먹었다.
“반찬이 많이 없네. 또 주문해야겠다.”
점심시간에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같은 반찬가게에서 주문했는데, 맛과 가성비가 좋아서 거기서만 시킬 예정이었다.
“자! 준비는 끝난 것 같으니 이제 가 볼까?”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 점검을 끝마치고 진성은 집에서 나와 정원에 있는 텔포 기계를 작동시켰다.
도착지가 아카데미 본관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텔포를 타고 아카데미 본관에 도착했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네.”
처음에 탔을 때는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는데, 요즘은 자주 타고 다녀서 그런지 몸이 적응되어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진성은 본관 텔포로 도착했고, 마침 그때 출근하고 있던 박성현과 마주쳤다.
“여~ 너도 이 시간에 오네.”
“성현이구나.”
“그래. 어제 경찰관들이 너 조사했다면서?”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학생 몇 명이 집에 가기 전에 경찰관들에게 순순히 끌려가는 널 봤다던데?”
“아, 그렇구나…….”
“그래서 어땠냐? 막 강압적으로 한 거 아니야?”
“강압적이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엄청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 흐음, 일단 오늘 조사받는 사람이 나하고 성 교관님, 이 교관님 같은데 일단 두고 보자고…….”
“이제 슬슬 출석 체크해야 하지 않아?”
“아, 맞다! 빨리 가자, 진성아.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어. 알았어!”
진성과 성현은 텔포 기계 앞에서 노닥거리다가 오전 9시가 다 되어가 별관으로 이동했다.
본관의 운동장을 지나쳐야 하는데 운동장에 경찰 수사본부가 대놓고 텐트를 쳐 뒀기에 조금 불편했다.
그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었고 학생들도, 지금 출근한 교관들도, 교수들도 모두 경찰을 반기지 않았다.
그 시선들이 느껴지는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찰도 있는 것 같았고, 신경 쓰지 않는 일부도 있는 듯했다. 오히려 아카데미 전체를 쑤시고 다닌다고 해야 하나?
“일단 무시하고 지나가자.”
“어……. 알았어.”
성현과 진성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지나가자 수사본부 경찰관들은 그 둘을 엄청 주시했다. 진성이 의심되어 그렇겠지만 어제 조사를 다 받은 진성은 기분이 나빴다.
“다 끝난 게 아니었나?”
진성이 중얼거리자 성현이 되물었지만 진성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지각하지 않게 빠르게 별관으로 이동했다. 별관에는 돌아다니는 경찰관들이 없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까는 대놓고 주시하는 게 기분이 나빠 불편했다.
“박 교관. 왔는가?”
“아, 학장님. 안녕하세요.”
별관에 도착해서 출석 체크를 하던 와중에 지나가던 학장님이 성현이를 부르며 다가왔다.
“그래. 제자는 괜찮고?”
“네. 괜찮아졌습니다……. 아직 불안정하지만……. 부모님께 가서 재차 설명하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만.”
“학장님. 저 경찰들 언제쯤 돌아갑니까?”
“아무래도 최소 5일은 더 머무를 거라네.”
“아…….”
“뭐, 나도 기분이 나쁘지만 일단은 5일간은 그들이 설치게 내버려 두세……. 물론 강압적으로 수사한다면야 내가 먼저 따질걸세.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학생들 잘 진정시키고……. 수업에 집중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지나가네.”
“네, 수고하십시오. 학장님.”
학장은 성현과 잠깐 대화를 나누고 그 자리를 떠났고 출석 체크가 끝난 후 자신들의 반으로 향했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왔다. 다른 반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끌시끌하네.”
“그러게.”
진성과 성현은 어느새 자신의 반 앞에 도착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복도까지 다 퍼지자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사건 때문에 다들 불안해서 떠드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자, 들어가자.”
“그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역시나, 다들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강 교관과 박 교관이 나타나자 다들 떠드는 걸 멈추었다.
몇 명의 학생은 진성에게 ‘저희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 교관님!’이라고 말을 하거나 손뼉을 쳤다.
갑자기 자신에게 환호성을 내지르거나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니 진성은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우리 반이 좀 그래……. 그래도 네가 어제 우리를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 반 학생들 대부분은 죽어서 나왔을 거야.”
성현은 얼떨떨해하는 진성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진성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학생들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자 조금 머쓱했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하시고…….”
성현은 자신의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고 오늘 수업 전부가 자습이라고 알렸다. 학생들은 좋아했다. 아무래도 지루한 수업을 듣느니 자습하면서 지내는 게 더 좋았던 것이다.
“저……. 박 교관님.”
“그래. 이강길 학생.”
이강길 학생이 손을 들고 일어났다. 성현은 그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건 다른 말이었다.
“그, 오늘 결석한 인원이 좀 있는데요…….”
“결석자가 총 몇 명이죠?”
“그 재벌가 도련님들 포함해서 아홉 명이 결석입니다.”
성현은 그제야 반 전체를 둘러봤고, 확실히 중간에 비어 있는 자리가 있었다. 성현의 반 인원이 40명가량 되었는데 아홉 명의 자리가 빠져 있는 걸 이제야 확인한 것이다.
일단 도련님들이야 가끔 결석하기 때문에 그 7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두 명은 꽤 성실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어제 사건의 여파 때문일까. 두려워서 아카데미에 안 나온 모양이었다.
“두 학생은 제가 따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교관님.”
“혹시 또 질문 있습니까? 이강길 학생.”
“네……. 저 경찰들은 언제 돌아가는 거죠?”
“아까 학장님 말씀으로는 약 5일은 더 있을 거라고 합니다…….”
“아…….”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그게 저 경찰 중 일부가 다른 반 학생들 데려가서 조사한다고 하는데……. 그게 불안해서요.”
“아무래도 어제 그 사건이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사건에 대한 질문만 할 거니까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네…….”
이강길 학생은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에 일부 학생들은 불안해하였고, 나머지는 동요하지 않았다.
성현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1교시는 특별히 아카데미 매점에 갈 수 있게 조처를 해 주었다. 반 학생들은 1교시는 즐겁게 보내야겠다면서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매점으로 향했다.
교실에 남은 인원은 진성과 성현뿐이었다. 다른 반도 성현의 방식과 똑같이 매점에 가는 걸 허가해 준 모양이라 복도에는 학생들이 가득하였다.
“우린 휴게실이나 갈래? 진성아.”
“그러자……. 어차피 계속 자습이잖아. 1교시에는 딱히 할 것도 없는 거 같으니까.”
진성은 성현의 말에 동의해서 반에서 나와 별관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로 향하는 길에 자신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밝게 인사를 해 주었다.
“크흠, 왔는가?”
휴게실에는 다른 교관들도 가득하였다. 별관 휴게실이 넓어서 최대 60명은 수용이 가능했다. 별관의 교관들은 총 30명이어서 자리는 꽤 넉넉하였다.
성 교관은 진성과 성현이 도착하자 말을 건 것이다.
“네. 안녕하세요. 성 교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성 교관님.”
“그래, 어서들 오게나. 강 교관, 박 교관.”
다른 교관들도 진성과 성현을 반겨주었다. 안 보이는 교관들도 몇 명 보였다.
“아무래도 어제 여파가 강해서 교관 중 일부는 나오지 않았다네.”
성 교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성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강 교관, 자네. 어제 조사받았다고 그러던데.”
“네, 맞습니다. 성 교관님.”
진성의 말에 잠시 다른 이야기 중이던 교관들까지 성 교관과 진성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