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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27화 (127/209)

제127화

127. 127화

다 웃고 난 이후, 교관들은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부상당한 학생들을 치료하고 부축하여 아카데미로 돌려보냈다.

진성도 다른 교관들처럼 여의도 휴게실 정리를 말끔히 하고 아카데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성아, 오늘 진짜 고맙다. 내 제자를 살려줘서.”

“아니. 딱히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실질적으로 살린 건 그 성녀 헌터니까.”

“아냐. 네가 확률을 높여줘서 그런 거 아니냐? 고맙다, 진짜.”

박성현은 진성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인 첫 제자가 이 훈련용 던전에서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절망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도와주고 성녀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이 와 제자가 되살아난 것이다.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후유증은 있겠지만 살아난 것을 기뻐하는 성현이었다.

“일단 아카데미로 다 철수하라고 하네. 이 사건의 조사는 아카데미 교관과 경찰 쪽에서 진행한다고 했어. 진성아.”

“그래?”

“아마 너는 그 작자하고 끝까지 싸운 존재니까 너한테 꽤 많은 질문이 들어올 거야. 딱히 의심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혹시나 경찰이 강압적으로 수사하면서 너를 건드리면 말해! 우리 아카데미 교관들은 참지 않을 거니까.”

아무래도 진성에게 도움을 받은 성현과 성 교관님은 진성이 그 정체 모를 헌터와 협력 관계라고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진성을 용의선상에 두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성현이가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진성은 눈치를 채고 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성현아. 아무튼 일단 마무리는 다 된 거지?”

“그래. 우리가 마지막 후발대야 거의 다 돌아갔어. 아카데미로.”

“그럼 가자.”

“어.”

성현과 진성은 후발대 마지막이라 혹시나 하고 주변을 한 번 더 점검한 후에 다른 교관들과 함께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텔포를 타고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후우……. 돌아왔네.”

“그러게.”

다른 교관들은 지쳐 보였다.

정체 모를 헌터가 습격해 자신의 반 학생들을 지키랴,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랴, 분주하게 뛰어다닌 것이다.

아카데미에 도착해 보니 운동장에는 경찰 수사본부 텐트가 보였다. 아무래도 여기서 머물며 조사할 참인가 보다.

“학장님께 보고하러 가자고.”

다른 교관의 말에 성현과 진성은 후발대로 함께 온 교관들과 학장실로 이동하였다.

운동장에 있는 형사들은 마치 아카데미 교관들 전체를 용의선상에 올려둔 것인지 후발대로 도착한 교관들을 다 쳐다보고 있었다. 후발대로 도착한 그들은 이러한 시선들을 느끼고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린 범인도 아닌데.”

“그러게 말이야……. 기분 나쁘네. 진짜.”

“학장님께서 빠르게 해결해 주시겠지. 에휴.”

교관들의 불만 어린 소리였다.

그들은 학장실에 도착하였다. 선발대 교관들과 학장, 교수들은 그곳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모두들.”

“이제 다 모인 것 같습니다. 학장님.”

“그래. 성 교관. 이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얘기해 주겠네. 이번 사건에 관련해서 약 10일간 경찰 수사본부가 아카데미에 머물 것이네! 그 기간 자네들을 밀착해서 감시하려고 할거고……. 만약 그들이 강압적으로 수사한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나에게 알려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성 교관이 대표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학장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제일 의심받는 교관은 강 교관 자네와 이 교관, 박 교관 그리고 성 교관인데……. 난 자네들이 그 해당 헌터와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학장은 경찰이 가장 의심하는 교관들이 이 네 명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다. 기분이 나쁘지만, 상황 때문에 확실히 용의선상에 올라갈 만하였다. 범인이 훈련용 던전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성은 제이콥이 지배의 군주 소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걸 설명하는 순간, 더욱 의심을 받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아카데미 측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준다고 하지만 이 얘기를 하면 어떤 반응일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언급된 이 네 명은 스스로 관리 잘하라는 말씀이십니까? 학장님.”

“그렇다네. 경찰들이 귀찮게 해도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협조해 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자, 오늘은 모두들 피곤한 날이었으니 그만 퇴근하게. 내일 오전 9시까지 출근하면 된다네.”

본래 퇴근은 오후 6시였으나 오늘은 다들 피곤했던 날이라 일찍 퇴근하게 해 준 것이다.

부상당한 아카데미 학생들 일부는 이미 성직자 헌터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아카데미의 기숙사나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 수사본부가 차려진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경찰들은 아카데미 전체를 쑤시고 다녔다.

일부 교관들과 학생들이 짜증을 낼 정도였는데 경찰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목격자 조사와 상황 등등 귀찮게 물어보고 다니고 있었다.

“하아……. 첫날인데 빡세네.”

“하필 그렇게 됐네. 미안하다. 진성아…….”

“뭐 어쩔 수 없지. 이상한 헌터가 쳐들어와서 갑자기 이렇게 된 거니까.”

“지금 바로 퇴근할 거냐?”

“아니? 정령 나무 한 번 보고 가려고.”

“아아……. 일단 나는 제자 부모님 뵈러 가야 해서 이만 가 볼게.”

“어~ 그래. 성현아. 내일 보자.”

“그래. 진성아. 내일 봐.”

친구인 성현은 먼저 아카데미를 떠났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제자의 부모님께 설명해야 하니 그곳으로 간 것이다.

“일단 정령 나무한테 갔다가 집에 가야겠다…….”

진성은 성현이가 퇴근하는 걸 배웅하고 자신은 별관 정원에 있는 정령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별관에 도착해 보니 대머리가 되어 버린 재벌가 도련님들이 자신의 길을 가로막았다.

“너 말이야! 감히 우리를 대머리로 만들어?!”

“내 머리를 원래대로 돌려줘!!”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자신에게 화가 잔뜩 난 도련님들에게 시치미를 떼는 진성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진성에게 말했던 것이다.

“우리가 대머리가 되었다는 걸 네가 먼저 알리고 다녔다면서? 제이콥의 저주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야! 그러면 당신이 범인이라는 거지……. 우리가 저주를 받았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대머리가 되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 당신을 지나치는 순간 대머리가 되었다고!”

“호오?”

진성은 자신이 한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그 학생을 보자 그들 중 제일 똑똑한 녀석이었나 보다. 그 학생은 열변을 토하며 계속해서 이야기하였다. 일리가 있는 말로 말이다.

“우리가 CCTV도 확보했지! 여기 증거라고!”

그 학생은 폰으로 CCTV 영상을 보여줬다. 진성이 인벤에서 뭔가를 꺼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치고 다시 손을 탈탈 털고는 피식하면서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대머리 군단은 울부짖고 말이다.

“그래서 범인이 나다?”

“그래! 우리 머리를 되돌려 줘!!”

대머리 군단이 된 재벌가 도련님은 총 7명이었는데 이들 중 말을 잘하는 이 학생을 빼곤 다들 울고만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범인도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중이었을 뿐이야. 너희가 대머리가 된 건 정말 안타깝지만 사람 잘못 짚었어.”

“뭐라고? 자꾸 자기가 아니라고 한단 말이지? 두고 보자고…….”

그 학생들은 씩씩거리며 곱게 물러갔다. 두고 보자고, 부모님께 말할 거라는 둥, 어디 그날이 되어서도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지, 진성에게 욕을 하면서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진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 상황이면 내가 한 걸 모를 수가 없지. 그나저나 저 학생은 머리가 잘 돌아가네.”

아까 자신에게 조목조목 따지는 그 재벌 학생을 보며 진성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정령 나무로 향했다. 그쪽은 출입 금지가 아닌 상태라 다른 학생들도 올 수 있는 장소였다.

진성은 빠르게 정령 나무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네, 오랜만입니다. 중급 농부 강진성 님.

“그래……. 오늘 사건 혹시 들었어?”

-네, 이곳을 지나가는 학생들과 교관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진성 님.

“그래……. 지배의 군주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지배의 군주…….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거군요.

“지배의 군주 이름은 알아?”

-지배의 군주 이름은 가로쉬입니다. 종족은 오크예요.

“오크라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그는 아마 앞으로도 진성 님을 방해하려고 부하를 잔뜩 보낼 거예요.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

“그래. 그렇겠지……. 대체 군주들 목적이 뭐고 왜 나를 방해하는지 이유를 잔뜩 물어보고 싶지만…….”

-시스템이 진성 님의 성장을 이제야 이끌어내려나 보네요. 퀘스트가 두 개나 있는 걸 보니.

“그래……. 이놈의 시스템은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인제 와서 이렇게 한꺼번에 준다니까……. 평소에 계속 줬으면 내가 열심히 했을 텐데.”

-저도 강진성 님을 위해 퀘스트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뭐? 퀘스트를 준다고?!”

안 그래도 시스템의 퀘스트 때문에 어이없는데 여기에 정령 나무까지 나를 위해 퀘스트를 준다고? 진짜 복이 터졌네. 퀘스트를 세 개나 해야 하잖아?

“아니 그건……. 좀…….”

-전 시스템처럼 장난 안 칩니다. 진성 님. 제가 주는 퀘스트는 다 진성 님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입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시스템은 여태까지 진성에게 농락하고 장난을 치며 괴롭게 만든 전적이 있었다.

“어차피 지금 퀘스트가 두 개니까 두 개에서 세 개가 된다고 해도 상관없긴 하지……. 그래. 대체 무슨 퀘스트를 주려고 하는데?”

-상급 농부 전직 퀘스트를 드리겠습니다.

“진짜로?!”

-네, 강진성 님.

시스템처럼 그냥 일반 퀘스트를 주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상급 농부 전직 퀘스트라니……. 역시 시스템이 주는 것보다 정령 나무가 주는 전직 퀘스트가 더 끌리네. 최소한 장난은 안 치는구나.

-그럼 지금 드리겠습니다.

진성은 기대하였다. 상급 농부 전직 퀘스트도 물론 엄청 어렵겠지만 그래도 고생해서 얻을 만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었기에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띠링!

-전직 퀘스트

등급:S+이상

상급 농부 전직 퀘스트입니다.

1. 계약한 정령들은 모두 상급 또는 최상급으로 변화시키기

2. 성장한 세계수의 기운 추출하기

3. 지배의 군주를 쓰러뜨리기

세 가지의 목록이었다. 1~2번은 그렇다 쳐도 3번이 제일 위험했다.

“3번은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내가 지배의 군주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시스템의 선택받은 자라서 가능하다는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지금 진성 님의 힘이라면 가능합니다. 물리적으로 쓰러뜨려도 되지만 정신적으로 그를 붕괴시켜도 됩니다.

“정신적으로?”

-힌트를 드리자면 오크 가로쉬는 몸에 털이 많은 특이한 오크입니다. 자신이 털이 많은 걸 과시하고 다닙니다.

“즉, 네 말은……. 내 탈모화 약으로 그 지배의 군주 털들을 모두 제거하고 멘탈 붕괴시키는 거야?”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진성 님.

“그런 거면 아주 간단한데? 물론 접근하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 지배의 군주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게 문제야…….”

-가로쉬는 현재 대한민국 땅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는 오크이기 때문에 주로 산속에서 생활합니다.

“산이라……. 큰 산에 들어가 있을 게 분명한데……. 일단 시스템한테도 물어봐야겠네.”

진성은 퀘스트 창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다행히 시간제한은 없었다.

지배의 군주를 쓰러뜨려야 하니, 그래서 퀘스트가 S+ 이상이구나……. 에휴, 이 퀘스트도 만만치 않네. 상급 농부 전직도 힘들구나.

“일단 늦었으니 집에나 돌아가 볼까…….”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강진성 님. 내일 봬요.

“그래……. 요 한 달간 고생 좀 하겠네. 여기서.”

정령 나무와 한참 동안 대화하던 진성은 퀘스트를 받고 별관 정원에서 나와 본관 쪽으로 이동하였다.

여기저기 경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진성은 본관 쪽에 있는 텔포를 이용하기 위해 본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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