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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66화 (66/260)

# 66

66화.

[뇌신 라이아가 당신을 인식했습니다. 신전의 마나 농도가 높아지며 가디언들이 강화됩니다.]

[신전이 일부 파괴되어 있어 축복이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합니다. 신전을 파괴할수록 축복은 약화됩니다.]

“이럴 수가.”

정시우는 딜레마를 마주하고 좌절했다.

“신전을 파괴하면 할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와 줘야 정상 아니야!?”

“오빠라면 그 부분에 실망하실 줄 알았죠.”

그러나 축복이 강화되건 약화되건 지금은 눈앞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지하 창고를 보호해야 한다며 안으로 달려 들어갔던 몇 마리인가의 리자드맨과, 처음부터 지하 창고에 투입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뱀을!

“저놈은 뭐야? 자이언트 스네이크 정도 되냐?”

“그냥 뱀은 아녜요. 몸에 비늘이 적은데다 어쩐지 미끄러워 보이는…… 잠깐, 저거 설마.”

[갸아아아아악!]

그 순간 놈의 전신에 푸른 전광이 내달렸다. 직후 정시우에게로 내리꽂히는 번개! 정시우는 다급히 몸을 날려 그것을 피하며 외쳤다.

“뱀이 아니라 뱀장어잖아!”

그것도 전기뱀장어!

“앗, 잠깐만. 그럼 잡아서 먹을 수도 있나?”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세욧!”

뇌신 라이아의 가호가 신전 전체에 흩뿌려지면서 지하 창고를 지키는 수문장인 거대 전기뱀장어의 몸집이 실시간으로 거대해지고 있기까지 했다. 상대적으로 가호를 덜 받은 리자드맨들 또한 저마다 몸으로 미약한 뇌전을 발산하며 정시우에게 돌진해 왔다!

[네놈은 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뇌신에게 경의를 바치지 않는 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죽어랏!]

물론 조금 강화되었다고 해서 놈들이 정시우에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레벨 160에서 180 정도로 향상된 셈이었지만 그에게는 평범한 개미가 평범한 사마귀로 진화한 수준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일단 조무래기들 치워 놓고.”

[카학!]

정시우는 순간적으로 거랑의 앞발을 전방으로 내밀고 거대화하는 것으로 그에게 덤벼들던 리자드맨들을 튕겨 냈다. 거대화의 순간 강타의 에너지를 담아 전방으로 폭사하니, 놈들은 해머 헤드에 얻어맞는 것만으로 끔찍하게 짓이겨져 죽고 말았다.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깔끔해서 좋네.”

거랑의 앞발은 거대화하는 순간 손잡이는 족히 다섯 배 길이로 늘어나고, 추가 달린 헤드 부위는 무려 수 미터 이상으로 불어난다.

수십 미터 거리는 무리지만 거대화 동작만으로 10미터 범위 이내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것! 문득 든 생각에 강타를 응용해 본 것이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갸아아아아아!]

리자드맨들과 달리 전기뱀장어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덤으로 무척 무식해 보이기도 했다. 정시우는 순간적으로 저놈 또한 과거에는 인간이나 다른 이종족이었던 것일까, 생각했으나 이내 사고를 중단해 버렸다.

놈의 전신이 푸른 전광을 토해 내고 있었다.

“오빠, 또 번개가!”

“너희는 일단 떨어져.”

처음에 뇌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정시우가 정체 모를 적을 앞에 두고 전신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투 내내 그 정도 긴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지하 신전을 지나오며 마주했던 그 어떤 리자드맨 마법사보다도 놈의 번개는 빠르고 강력했다.

“일단 막아 볼까!”

이럴 때 만만한 것은 역시 케이나. 그는 공간을 장악하고 뻗어 오는 번개와 그 자신 사이에 케이나를 소환했다. 순식간에 뇌전이 그것에 집중되며 듀라한의 머리통을 바싹 구워 버렸다. 급기야는 투구가 깨지기까지 했다!

“으아아, 내가 미안해! 미안해 케이나!”

정시우는 척이 윌슨을 끌어안듯 다급히 케이나의 악의를 인벤토리로 회수했다. 괜히 위력 테스트를 해 보겠답시고 뻘짓을 하는 바람에 투구가 깨져 버리다니!

지금 정시우에게 중요한 문제는 과연 ‘휴식처 서랍 안에 듀라한의 머리통만 넣어 놓아도 과연 투구가 재생될 것인가’의 여부였다. 그래도 아티팩트 하나로 취급되고 있었던 만큼 회복이 되어 주지 않을까? 아니, 그게 안 된다면 다른 투구를 구해서 씌워 주면…….

“오빠, 다시 날아들어요!”

“알고 있어!”

그건 그거고 뱀장어는 뱀장어다. 그래도 케이나의 악의의 희생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일까. 두 번째로 날아든 뇌전은 첫 번째 것에 비하면 속도도 세기도 약했고, 정시우는 무사히 그것을 피해 전기뱀장어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놈은 다시 뇌전을 쏘아 내려는 듯 전신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위력이 강력한 대신 연속적으로 사용할 때마다 딜레이가 늘어나는 듯, 그 속도가 조금 전에 비해 느렸다.

“일단 한 방!”

[쿠갸아아아아아!]

정시우는 놈에게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양손에 쥔 해머를 내질러 몸통을 가격했다. 그의 괴력이 고스란히 담긴 일격이 정통으로 놈의 몸통을 가격하며, 피부가 미끌거리건 말건 단숨에 그것을 찢어 내고 들어가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며 피를 튀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타격부위가 파직, 빛을 발하며 정시우의 전신에 전류가 내달렸다. 놈의 뇌전은 피격 순간 더한 데미지를 갖는 것이었다!

“으갸갸갸갸갸갸.”

“오빠!”

[샤아아아아아!]

저 멀리 대기 타고 있던 수아린이 다급히 손을 뻗어 상태이상 해제마법을 펼쳤다. 전류에 마비되어 있던 정시우는 전기뱀장어의 꼬리가 자신을 후려치기 직전 그 자리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뇌전에 제대로 당했던 후유증으로 아직도 전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빌어먹을, 더럽게 따갑네!”

리자드맨들이 다루던 뇌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괴력! 과연 뇌신의 선택을 받아 파수꾼 노릇을 할 만큼 대단한 놈이긴 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놈의 번개로도 정시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는 없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평소에 워낙 맞는 역사가 드물어 잘 몰랐지만 그는 몸통도 겁나 튼튼했던 것이다!

‘반면 놈의 타격은.’

정시우의 일격은 비늘이 없는 부위에 정확히 명중해, 놈의 복부를 터트려 피를 줄줄 쏟아 내게 만들고 있었다. 강타를 운용했다고는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 뇌전을 다루는 능력만큼은 대단하지만 방어력은 별로라는 얘기다.

뭣보다 꼬리로 바닥을 내려쳐 부수지도 못한 것이, 신체 자체가 지닌 공격력은 정시우보다도 훨씬 약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바로 그가 번개에 구워지기 전에 어떻게든 뱀장어를 빠르게 공격해 죽이는 것이다. 굉장히 무식해 보이는 결론이었지만 사실 무식한 게 맞았다!

“씁, 어쩔 수 없지. 아린아, 힐 부탁한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갸아아아아아아!]

결론을 내린 그는 재차 날아드는 뇌전을 피하며 놈에게 돌격해 자신이 강타했던 부위를 정확히 다시 강타했다! 물론 타격 순간 놈의 전류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은 여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으갸갸갸갸갹!”

“꼭 그런 방법밖엔 없어요!?”

“접근하지 않고 타격을 주려면 생각나는 게 케이나나 뇌신의 라이플 정도인데, 케이나를 쓰자니 이미 투구가 깨져 버렸고, 라이플을 쓰자니 놈이 번개를 다루는 게 걸린단 말이다!”

어쩌면 오히려 놈의 힘을 북돋워 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뇌신의 신전에서 놈의 축복이 담긴 무기를 들고 날뛰어 봤자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다는 직감적인 판단으로 생고생을 자처하는 정시우였다.

“크아아아아아!”

그러나 과연 정시우는 무지는 용감 스킬의 주인다웠다. 수아린의 마법 덕분에 마비 증상이 사라지자마자 그는 고통을 잊어버리려는 것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손에 들린 두 개의 해머를 번갈아 내질러 다시금 뱀장어를 강타했다.

뇌전이 그의 전신을 타고 오르며 끔찍한 고통과 마비 증상을 주었지만 스톤 스킨을 구사하니 제법 버틸 만했다. 거기에 수아린의 치유 마법까지 날아들면 다시 망치를 휘두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뒈져! 뒈져! 뒈져!”

[캬하아아아아아아!]

정시우는 미친놈처럼 뱀장어를 두들겼다. 해머가 뱀장어를 강타할 때마다 북 터지는 소리와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살벌한 조화를 이루었다.

파르스름한 번개가 연속적으로 튀어 오르고, 그 사이로 비산하는 핏물들이 전류를 흘려 냈다. 일대가 푸른 전광에 휩싸이며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멋집니다 형님!”

“대체 저 무대뽀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정말!”

[갸아아아! 쿠갸아아아아!]

전기뱀장어도 설마 정시우가 고통을 감수하고 무식하게 달려들 줄은 몰랐을 것이다. 거리를 벌릴 줄 알았던 상대가 오히려 거리를 좁혀 자신의 몸통에, 그것도 맞았던 데에 강타를 박아 넣자 놈은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에 어쩔 줄 몰라 몸을 마구 비틀고, 꼬리를 휘둘러 그를 강타했다.

하지만 전기충격에 비하면 놈의 꼬리 공격은 가려운 수준. 정시우는 놈의 발악에 몸통이 깔릴 뻔하면서도 단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끊임없이 해머를 휘둘러 놈을 두들겼다.

“오빠, 저 이제 마법 몇 번 못 써요!”

반면 수아린은 치유 마법과 상태이상해제 마법을 동시에 발현해 정시우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마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전투가 끝나야만 했다!

“걱정 마, 이제 끝나 가니까!”

뇌전에 당하는 것이 익숙해진 탓인가, 그게 아니라면 연속적으로 뇌전을 발하면서 뱀장어의 마력이 소모된 탓인가. 정시우는 이제 놈의 뇌전에 직격당하고도 흔들림 없이 해머를 휘둘러 놈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정시우가 그 사실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그의 체내에 절로 마력이 응집되며 반짝이는 별을 만들어 냈다.

[마력 2를 영구적으로 소모하여 패시브 스킬 뇌전 내성을 생성합니다.]

[뇌전 내성 스킬이 Lv3이 되었습니다.]

“뭐야, 내성 만들어지잖아!”

“그건 오빠가 놈의 뇌전에 당하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본능적으로 데미지를 줄이는 방법을 익혔다는 얘기예요!”

업적이나 던전 클리어 보상도 아니고 단지 뇌전에 당하고 회복하는 것만으로 내성을 익혀 내다니 무슨 이런 괴물이 다 있단 말인가!

지금 정시우가 뇌신의 신전을 공격하는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정시우의 능력에 감동한 뇌신 라이아가 그에게 축복을 내리려 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후으아아아아아아!”

[캭, 캬악! 캬아아아악!]

뇌전 내성까지 얻고 나자 정시우의 움직임엔 거침이 없어졌다. 뇌전 내성 3레벨쯤 되면 데미지는 그리 많이 줄일 수 없어도 뇌전으로 인한 경직 현상만은 상당히 줄어들었기에, 그는 뱀장어의 뇌전 반격을 무시하며 해머를 연달아 휘둘러 놈의 전신을 두들겼다.

[킥, 키힉…….]

뇌신이 아니라 뇌신 할아버지의 축복을 받았다 해도 분노에 찬 정시우의 폭격에 당해 낼 도리는 없었다.

뱀장어는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 그를 물리치려 했으나 이미 물리공격도 번개공격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고, 끝내 생명력이 다해 그 자리에 무너져야만 했다. 직후 놈의 어마어마한 마력이 정시우에게 흘러 들어오며 그의 육신을, 마력을 고양시켰다.

당연하게도 레벨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뇌전 내성이 Lv4가 되었습니다.]

“아.”

아마 레벨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정시우도 뱀장어의 뒤를 따라 그 자리에 엎어졌을지도 모른다. 거듭되는 뇌전 공격으로 축적된 데미지가 연거푸 레벨이 올라 깔끔하게 해소되는 것을 느낀 정시우는 후우, 개운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너무 재밌었다.”

“재밌어!? 이게 재밌어요!? 다 죽을 뻔했는데!”

“에이, 이 정도론 안 죽어. 오히려 듀라한보다도 쉬웠는데.”

“듀라한은 그래도 그리 어렵지 않게 격퇴했잖아요!”

“아니, 잘 들어 봐.”

정시우가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였다. 저놈의 한 방에 내가 이승을 하직할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 듀라한과 싸울 땐 그럴 가능성이 있었기에 최대한 조심하면서 싸웠고 이번에는 죽을 가능성이 없었기에 몸으로 버텼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그게 오빠 기준이라면, 오빠는 아마 앞으로 어려운 전투는 별로 안 하겠네요…….”

“그렇지 않을까. 아린아, 마나 포션 마실래?”

“저도 오빠랑 같이 레벨 업 했거든요!”

정시우는 일단 거대 전기뱀장어의 사체를 인벤토리로 회수했다. 워낙 거대한 놈이라 인벤토리 칸을 엄청 차지했지만 이 녀석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삼시세끼 장어다.”

“술 한잔해도 됩니까, 형님?”

“세하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정말 그걸 먹으려고 하고 있어…… 이쪽까지 무너지기 전에 얼른 저 창고나 들어가 봐요.”

안 그래도 정시우와 뱀장어가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사방이 무너져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주위에 멀쩡한 것이 하나도 없고 다른 곳보다 튼튼한 소재로 지어져 있는 듯한 이곳 지하 창고만 우뚝 서 있는 상황.

이제 곧 지하와 1층을 가르는 천장이 전부 무너질 것이다. 정시우는 다른 리자드맨들이 몰려오기 전에 창고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수아린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러면, 오픈 더 게이트…… 음?”

지하 창고의 문이 열렸다.

푸른빛을 발하는 제단이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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