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말에 재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크게 동요하는 그녀를 보면서 왕은 함께 저잣거리를 거닐던 때처럼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농일세. 그대의 말대로 여기는 그대가 살아갈 시간대가 아니잖나.”
“전하.”
“어서 가 보게. 밤은 짧네.”
왕의 말에 재희가 머뭇거렸다.
하지만 자신은 여기서 왕과 함께 살 수 없었다.
그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은 같지 않았다.
재희가 눈을 감자 검에서 나온 빛이 재희를 감쌌다.
환한 빛 속으로 재희가 사라지고 왕이 눈을 다시 떴을 때, 그 자리에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졌다.
“…갔군.”
“안 붙잡으셔도 괜찮으십니까?”
“어찌 괜찮겠나.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인 것을. 붙잡으려 해 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운검의 말에 왕이 소매에 감춰졌던 손을 들었다.
어찌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손바닥에 작은 초승달들이 찍혀있었다.
전하의 심중을 파악한 운검이 왕에게 말했다.
“옥체 보존하소서.”
“그래, 그래야겠지. 지금 여기서 내가 왕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재희가 살아갈 곳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숙여 재희가 떠나고 난 자리에 남은 검을 쥐어 들었다.
“이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검이었지. 내 생일로 준 선물이었어. 아버지께서 날 위해 재희를 보내주신 걸까.”
“….”
이번에는 운검이 침묵했다.
“여기에 그리워할 연이 새겨져 있다고 했었지. 언제 그 한자가 새겨질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 답을 알 것 같군.”
왕이 검집에 검을 넣고 선대 운검에게 내밀었다.
“새겨오게. 내가 다시 재희를 만날 수 있게.”
“알겠습니다.”
왕의 명을 받은 선대 운검이 사라지자 이혜는 홀로 고개를 들어 커다란 보름달을 올려다봤다.
“크허허허헝,”
“전하아아아.”
“킁. 재희야. 꼭 그렇게 갔어야만 했냐아아!”
“작가님 너무해요. 그냥 둘이 알콩달콩 잘 살게 해 주면 좋잖아여.”
“잘못했어요오오. 흐어어엉. 제가 지금이라도 다시 쓸게요. 흐에엥.”
왜 저러는 걸까.
여기저기 터지는 울음소리에 지연은 오렌지 주스를 홀짝였다.
옆에서 지한이 맛있다며 버터감자구이를 입에 물려주었다.
단짠의 조화를 느끼고 있는 지연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런데 누나 어차피 다시 만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그거야. 아니 작가님은 본인이 마지막에 현대에서 두 사람이 재회하는 걸로 써 놓고 왜 저러시는 거야.”
“취하셔서 기억이 안 나나봐. 이다음은 환생한 왕이 재희를 찾아가는 거였지?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서 모습을 안 드러냈던가?”
내 동생 말대로였다.
저렇게 울 거 없는 일이었다.
왕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했으며, 재희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재희가 과거의 자신과 순리대로 만날 때까지 그는 항상 그녀의 옆에 있었다.
“전하 스토커예요?!”
“하하하. 이제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부 알아들을 수 있다네. 그리고 스토커는 아니지. 엄연히 그대가 전부 말해준 게 아닌가.”
“아니 무슨 환생해도 조선말투야.”
“걱정 말게 다른 이들 앞에선 이러지 않으니까.”
스크린에 재희의 학교로 찾아온 왕이 보였다.
“보고 싶었다. 신재희.”
그의 말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파도 소리를 만들었다.
풀벌레 소리가 들렸던 밤처럼 다정한 왕의 얼굴에 재희가 이혜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저도…보고 싶었어요.”
장장 10주를 함께한 드라마가 끝났다.
* * *
“으으. 머리야.”
“죽을 것 같아요.”
“물…무울.”
여기저기서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보던 지연이 결국 한 소리 했다.
“아니 다들 오늘 비행기 타야 하는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마신 걸까?”
그렇다.
우리는 오늘 발리로 떠난다.
종방연 때 모든 출연진들이 다 모인 이유는 바로 다음 날이 포상휴가를 떠나는 날이라는 것도 큰 몫을 했다.
왜 호텔을 종방연 장소로 잡았겠는가.
다 다음 날 편안한 출발을 위해서였다.
“호텔을 잡으면 뭐 해. 이러다가 비행기 시간 놓치겠는걸.”
“우리 전세기니까 비행기 시간 늦어져도 괜찮지 않아?”
“현지 관광은 여행사랑 계약했다고 했잖아. 늦게 가면 미리 예약한 코스는 못 볼 거야.”
“제시간에 가도 지금 상태로는 못 볼 것 같은데.”
지한이 호텔 로비에 출몰한 좀비들을 보고 어색하게 말했다.
어제 이 사람들은 전부 네 발로 기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가끔 기어가다가 복도에 그대로 잠들어 버린 사람이 있었는데 호텔 종업원들이 무사히 방까지 배송해주었다.
“으어어어.”
“승우 아저씨 괜찮아요?”
“죽겠다.”
승우에 대한 호칭이 다시 아저씨로 바뀌었다.
“어휴. 왜 그렇게 마셨어요. 드라마 볼 때까지만 해도 괜찮던 사람이.”
“아니 시청률 47% 찍었다잖냐. 그 상황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어.”
“그게 술을 마신 이유였어요?”
“그럼 안 마셔? ‘최고야, 내 사랑’보다 더 나왔는데? 당연히 한잔해야지.”
“그렇다고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셔요? 어제 지한이랑 나랑 같이 부축해서 간 거 기억해요?”
“아니. 그래도 이건 마셔야지. 암, 마셔야 하고 말고.”
“나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보다 잘 나왔어도 술 마시고 싶진 않던데.”
“어허. 그건 너희가 아직 주도를 몰라서 그런 거야.”
뭐야, 그거.
알고 싶지 않아.
어차피 동생과 나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한다.
술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도 없고, 돌아오기 전에도 술은 내 입맛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우리끼리 휴가 가는 건데.”
“너무 그러지 마라. 다들 너희가 간다고 해서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온 사람들인데.”
“왜요?”
승우가 지한이 건네준 물병을 받아들고 마신 뒤 대답했다.
“당연히 너희 둘 때문이지. 연예계에서 너희랑 연락처 한번 교환해 보고 싶은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게다가 우리 사장님이 돈 좀 써서 여행코스랑 숙소까지 전부 쫙 대령해 놨잖아. 어느 제작사가 드라마 잘됐다고 배우들 스태프까지 휴가 인원에 넣어줘? 나 때는 말이야.”
“네에네에. 아저씨 물 더 마셔요.”
승우의 입에서 ‘라떼는 말이야~’가 나오려고 하자 지연이 물병을 꽂아 봉인했다.
술 때문에 물이 필요했던 승우는 눈썹을 꿈틀거리면서도 얌전히 물을 마셨다.
‘내가 계획했던 휴가 첫날은 이게 아닌데.’
호텔 로비에서 본인의 캐리어에 엉덩이를 걸치고 머리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단체로 저러고 있으니까 완전 난민 꼴이었다.
과연 이대로 휴가를 가도 될지 지연은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 * *
지연의 걱정이 무색하게 모두 생각보다 멀쩡하게 발리에 도착했다.
누가 드라마 제작진들 아니랄까 봐 짐을 찾고 나르는 솜씨가 어찌나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지 아주 그냥 예술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이자 허니문 여행지 1위인 발리에서 우리 제작진들이 K-민족의 기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어 다녔던 사람들이 지금은 쌩쌩하네.”
“지연아. 드라마 쪽 사람들은 회식하고 바로 다음 날 촬영 들어가는 사람들이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승우가 감탄하는 지연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아직도 이쪽 세계를 잘 모르고 있었구나.
종방연 다음 날에 휴가 일정을 잡은 것은 다 이런 걸 고려한 거였어!
치밀한 휴가 날짜에 지연이 감탄했다.
“자, 놀러 왔으니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수영복 챙겨왔니?”
“챙겨왔죠.”
“우리 오리발도 챙겨왔어요.”
“본격적인걸?”
준비만만인 남매의 대답에 승우가 어깨를 팡팡 내리쳤다.
“후후. 수영복 하면 날 빼놓을 수 없지. 전직 모델의 핏을 보여주마.”
“이젠 유부남이죠.”
“윽.”
“그리고 제 동생 몰라요? 우리 애 얼마 전에 짐승 같은 몸이라고 난리 났었는데.”
지연이 동생의 탄탄한 배를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승우는 지한이 나이와 다르게 얼마나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는지 떠올라 살짝 주눅 든 얼굴을 했다.
“누구 몸이 짐승이라고요?”
“정 선배님이요?”
“선배님은 짐승까진 아니지 않나? 모델 같은 몸매는 인정.”
“늦어서 죄송합니다.”
짐을 찾아 나온 ‘내호생’ 조주연 4인방이 모였다.
준조연급이라 불린 흑운대장 손우빈도 어색한 얼굴로 선배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자, 가자 얘들아! 발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제가 알아보니까 발리는 딱 7, 8월에 여행가기 좋대요!”
“지금 10월이지 않니?”
“10월까진 괜찮다고 했어요!”
7월 말에 시작한 방송이라서 다 끝나니 10월이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건기였다.
성수기를 피했으니 더 좋을지도 몰랐다.
“스노클링 할 사람들은 스노클링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했었지?”
“서진 형, 연지 누나. 두 사람도 스노클링 해요?”
“물론이지.”
“수영복도 챙겨왔어.”
“저는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 하운아. 안전 요원이 함께할 거니까.”
“네 손 꼭 잡아 줄 테니 잘 따라다녀.”
“넹!”
서진과 연지가 조금 불안해하는 하운을 진정시켰다.
촬영장에서 하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는데 뭔가 서진이 성숙한 첫째, 연지가 차갑지만 다정한 둘째, 하운이 개구쟁이 막내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같은 작품도 해 봤다고 했던가.
연예계에 때가 덜 묻은 모습이 귀엽긴 하지.
지연이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우빈을 돌아봤다.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인 사장님이 발 빠르게 움직여 잽싸게 우리 회사로 낚아챈 인재였다.
“우빈 씨도 스노클링 처음이에요?”
“예? 그게. 저어. 제가 다른 거 할 시간이 없어서요.”
우빈이 조금 주눅 들어 말했다.
도대체 이전 소속사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기에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기가 죽는 것인가.
어찌 됐든 한솥밥 먹게 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지연은 휴가 기간 동안 우빈을 신경 쓰기로 했다.
“우리만 따라와요.”
“네?”
“누나 그렇게 말하면 너무 강요하는 것 같지 않을까?”
“그래. 오빠가 말하는 거 잘 들어봐. 크흠. 우빈아. 우리 말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네엣!?”
“승우 아저씨. 그걸 설득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 아저씨가 악당 역 좀 했다고 아직 악당 물이 덜 빠졌나.
지연과 지한이 승우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괜히 잘난 척 좀 해 보려다가 비웃음만 당한 승우가 울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뭐! 뭐 잘못 말했어? 우리가 편한 곳으로 모셔준다잖아!”
“그 말이 더 무서운 거 같은데….”
“아저씨, 됐어요. 우빈 씨. 승우 아저씨 말 신경 쓰지 말고 가요.”
“맞아요. 누나랑 제가 맛집이랑 관광지, 체험할 거 엄청 많이 조사했어요.”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지한이의 부연설명에 우빈이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남매가 이끌자 우빈이 조금 안도한 얼굴로 따라갔다.
“어차피 현지 여행사가 안내해 줄 거잖아.”
뒤에서 승우가 뭐라고 구시렁거렸다.
패배자의 말 따위 알 바냐.
멀어지는 세 사람의 뒤를 승우가 처량하게 따라갔다.
140. 발리에서 생긴 일 (2)
종방연이 끝난 다음 날 성하지 않은 몸을 지닐 출연진들을 배려한 것인지 발리에 온 첫날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보냈다.
바로 앞에 맑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곳곳에 이국적인 정취가 묻어 나오는 호텔 경관에 ‘내호생’ 팀은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침대에서 뒹굴거리거나 호텔 주위를 산책하거나 호텔에 있는 스파를 이용한 출연진들은 다음 날 한결 맨들맨들해진 얼굴로 모였다.
“자, 그럼 가볼까요? 시내 여행팀은 1번 버스를 타 주시고, 바다 가실 분은 2번 버스 타 주세요!”
“스노클링은 어떻게 합니까?”
“네. 스노클링팀은 보트를 타야 하니까 조금 더 대기해 주시면 됩니다.”
제작진들과 배우들, 배우의 스태프들까지 합쳐진 대인원.
그렇다보니 모두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보다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가는 쪽으로 여행계획이 세워졌다.
지연과 지한, 그리고 다른 주역 배우들은 스노클링을 먼저 하기로 했다.
“얘들아, 썬크림 발랐어? 고 실장님이랑 장 팀장님 없으니까 알아서 잘해야 해.”
“은주 언니. 걱정 마. 우리 다 발랐어.”
“그래그래. 어휴 내가 어제 왔어야 했는데 그놈의 일 때문에.”
일정 때문에 지연이를 먼저 보내고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온 은주가 피로가 덜 풀린 얼굴로 꼼꼼하게 남매를 챙겼다.
은주의 옆에서 지원 나온 배우 3실 소속 매니저가 보였다.
아마 영훈 오빠가 자신이 못 오니까 대신 보낸 매니저일 거다.
“영훈이 형이랑 미나 누나는 많이 바빠?”
“너희들 활동 끝난 게 얼마 전이잖아. 내가 오기 전에도 여기저기 전화 받고 사람 만나느라 바쁘시더라. 너희는 발리 갔다가 그대로 미국 갈 거지?”
“응. 그래서 캐리어도 많이 챙겨왔어.”
“잘했다. 혹시 부족한 거 있으면 바로 실장님한테 말하면 돼. 미국 갈 때 챙겨 가시겠대.”
“미국 갈 때는 같이 갈 건가보다.”
“당연하지. 너희는 휴가라도 우리한텐 다 스케줄이야. 거기다 너희들이 사고를 좀 치니?”
은주의 말에 남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라도 휴가 때 쉬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고.
남매의 억울한 표정을 본 은주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지난 휴가 때 매튜랑 OST 작업 한 사람이 누구지요?”
“그건 매튜형이 도와달라고 해서. 영감이 안 떠오른다고….”
“지지난 휴가 때 헨리 교수와 함께 공동작업한 사람이 누구지요?”
“원래 전시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또 지지지난 휴가 때 미국 뉴스에 나온 사람은 누구지요?”
“억울하옵니다. 저는 그저 오랜만에 크리스랑 만난 것뿐이옵니다.”
“그 크리스 우드가 너와 예전에 ‘바이러스’를 같이 찍은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그 배우가 현재 ‘리벤져스’ 리더라는 건 알고 있니? 나 참 마벨의 새 히어로 후보에 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황당하던지.”
“하지만 크리스랑은 예전부터 연기에 대해 자주 대화했었는데.”
“그건 진짜 억울해. 파파라치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은 게 와전되서 일어난 일인걸.”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 그렇지. 그 덕에 그때 마벨 시리즈 계약한 거 아니라고 입이 달도록 말하고 다녔단다. 마벨 측에서도 대응에 나서서 다행이지.”
그때의 고생을 회상하는 은주의 얼굴이 어디가 해탈한 것처럼 보였다.
음. 잠시 입 닫고 있어야겠구만.
지연이 옆을 힐끗 보자 지한이 역시 누나의 시선을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은주 팀장. 여기 와서도 유치원 선생님 일을 하고 있어?”
“앗! 정 배우님.”
승우를 선두로 스노클링에 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서진, 백하운, 류연지, 손우빈. 그리고 카메라 감독님이랑 최민경이 합류했다.
우리는 사전에 미리 얘기가 됐다 치지만 카메라 감독님이랑 최 작가님도 같이 가다니.
의아한 시선을 느꼈는지 카메라 감독과 민경이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하하. 하운 씨가 스노클링을 하러 가면 만타가오리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저도 꼭 보고 싶어요.”
요트를 타고 일명 만타 포인트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긴 하지만 100% 볼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 않나?
원래 돌고래든 고래든 만타든 전부 운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거니까.
“만타가오리 엄청 크겠죠? 꼭 보고 싶어요.”
하운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그거 들었어요? 여기서 여기 만타가오리 말고 거북이도 볼 수 있대요!”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