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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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같이 들어가시죠! 같은 비행기 아닌가요?”

자신들 편으로 꼬신 매니저의 도움으로 지연과 같은 비행기를 예매한 민혁이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아, 홍콩이라니 같은 비행기를 타겠네요. 그런데 죄송해요. 저는 저쪽이라서요.”

지연이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하얗고 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그곳에 VIP 전용 통로가 보였다.

“아….”

“그럼 편안한 비행 되세요.”

지연이 등을 돌려 걸어갔다.

그녀의 옆으로 매니저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붙었다.

겨우겨우 알아낸 지연의 비행기 시간이었는데 VIP 통로라니 예상치 못했다.

민혁이 멀어지는 지연의 등을 보면서 분한 듯 주먹을 꼭 쥐었다.

“야. 만나기만 하면 꼬실 수 있을 거라며.”

“정민혁 다 죽었네.”

“시끄러워!”

주변에 있던 멤버들이 비아냥거리자 민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일단 가자. 더 있다간 또 미친년들이 달려들라.”

“맞아. 그년들 비행기까지 따라오는 거 알지?”

“씨발. 가자. 가.”

비행기 옆좌석까지 따라오는 사생팬들을 떠올린 민혁이 욕을 뱉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자꾸만 시선이 지연이 사라진 통로 쪽으로 향했다.

‘이쁘긴 존나 이쁘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나은 연예인을 몇 번 보긴 했어도 사진으로 미모의 반의반도 못 담아내는 건 처음 봤다.

지연을 보고도 처음 바로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게 다 압도적인 얼굴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들보다 화제가 되는 지연의 인기를 떨어트리고 돈 좀 빨아먹어 볼 생각이었는데 직접 보니 그 생각을 떠나서 그냥 가지고 싶어졌다.

‘이대로 물러나면 정민혁이 아니지.’

민혁이 어떻게 하면 지연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124. 최고의 방어는 선빵이다.

VIP라운지를 통해 편하게 비행기에 탑승한 은주가 주변을 살피더니 지연에게 말을 걸었다.

“지연아 조심해.”

“응? 아아. 저 사람들?”

“응. 건너건너 듣기로는 쟤들 문제가 많다더라.”

차마 지연이에게 모든 걸 다 말해주기 그랬는지 은주가 눈을 찡그렸다.

언니도 참 날 아직까지 어리게 본다니까?

내가 이래 봬도 정신연령은 30살이 넘는다니까?

거기다 내가 연예계에 몸담으면서 얼마나 많은 걸 들었는데 겨우 저딴 놈들 때문에 마음 상하겠어?

“언니. 나도 알 거 다 알아.”

“뭘 다 안다는 거야.”

“쟤들이 무슨 수작을 부려도 안 넘어가니까 걱정 마.”

“수작은 무슨…, 너 알고 있었어?”

“내가 친한 연예인들이 없다고 해도 방송국 오가면서 이런저런 거 들은 게 많거든? 쟤들 여성편력 심하고 성격도 더럽고 학창시절에 좀 놀았던 것도 다 알아.”

“학창시절에 놀았다고? 일진이었다는 말이야?”

아차! 언니가 이것까지는 모르나?

쟤들 학폭 기사 터진 애들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미래에는 하도 학폭이며 미투며 마약이며 연예계에 바람 잘 날 없었다.

배우 쪽도 난리긴 했는데 가수 쪽은 아이돌로 유명한 3대 기획사 수장이 관련자로 소환되기도 해서 말이지.

아무리 연예계에 관심이 없던 나도 다 알 사건이었다.

같이 스터디하던 애가 YC의 빅밤의 팬이었는데 하필 최애가 얽히는 바람에 스터디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지.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 혼자 공부하는 게 더 나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왕 기억난 김에 사장님한테 말해볼까?’

회사에 그런 애들이 들어오지 않게 미리 중요 사건들을 정리해 두기도 했고, 그런 놈들을 서류 때 걸러주기도 했는데 다시 한번 애들 학창시절도 검토해 보라고 말해야겠다.

학폭이랑 일진은 나도 싫어하는 거기도 하고.

TV에 가해자가 뻔뻔하게 나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하니까.

“어휴. 저 애들 소속사에서는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나름 대형 소속사면서.”

“언니 실력이 있다면 인성 상관 안 하는 소속사도 많잖아.”

“그래. 우리 기획사가 면접 때 인성까지 보는 걸 보고 깜빡했다.”

“사장님이 항상 말하는 거 잊지 마.”

“알아. 알아. 그 사람의 본성을 보고 싶으면 돈을 쥐여 주라고 했던가?”

“성공한 후의 모습을 보라고 했지. 그때 어떻게 하는지 보면 뻔하다니까?”

“우리 사장님은 재벌이라 그런가 마인드가 다른 소속사 사장님들이랑은 다른 거 같다.”

“사장님네 가봤는데 다들 높은 자리에 있어서 그런가 사람 보는 눈을 중요하게 여기더라고. HJ그룹 사내 복지가 좋고 직원 충성도가 높은 데는 다 그런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래.”

“역시 재벌 클라쓰. 나도 여기에 말뚝 박을 거야.”

이직이 잦은 엔터 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결심이었다.

지연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은주와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다만 은주가 곧 실장으로 승진할 거 같은데 그때는 지금처럼 항상 옆에 있기 힘들 거다.

“언니도 이제 슬슬 다른 매니저 교육시켜야겠다.”

“지연이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나 곧 승진하겠네?”

은주의 말에 지연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곧 승진할 걸 생각해서 말한 거긴 한데 내 말이 이루어질 걸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

“내 말이 어때서?”

“몰랐어? 다들 승진 시기가 다가오면 너한테 슬쩍 와서 물어보잖아. 누구 가르쳐야 할지 아니면 뭐가 부족한지 물어보러.”

“어쩐지 다들 넌지시 와서 물어보더라니.”

“헤헤헤. 네가 우리 회사 행운의 부적, 여신, 토템이잖아. 그동안 네가 맞춘 월드컵 경기 성적이며 올림픽 경기 결과가 몇 번이냐.”

그거야 그때는 집에서, 친구 집에서 다 같이 경기를 봤었기 때문이지.

모든 경기 결과를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만 말했던 거 같은데 그걸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나 인사업무는 잘 모른다고.

그러다 틀리면 어쩌려고 그래.

지연이 과한 기대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아예 미래도 알려달라고 하지.”

“앗! 그렇게 말하신다면 미래전자 지금 사는 게 좋을까? 아님 엔터 쪽은 어때? 지연아 어디가 좋을까?”

“나 잔다.”

달라붙는 은주를 무시하고 등을 기댄 지연이 넌지시 말했다.

“궁금하면 사장님한테 물어보던가.”

더 이상은 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듯이 이어폰을 꼽고 수면안대를 낀 지연이 품에 모짜를 닮은 고양이 쿠션을 안았다.

“아니 내가 사장님한테 그걸 어떻게 물어봐. 근데 치사하게 사장님한테는 말해줬단 말이지? 역시 오지연. 신기가 있는 게 분명해. 연예인 사주랑 무당 사주는 한 끗 차이라고 하더니.”

뭐가 됐든 사장님한테는 알려줬다는 말에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납득했다.

지연에게 그녀를 지켜보는 신으로 추정되는 존재와 미래에서 가져온 지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은주는 조만간 자신의 사주를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며 자신의 좌석으로 향했다.

* * *

홍콩에서 스케줄을 마친 슈퍼노바는 숙소로 잡은 호텔 방에 모여 있었다.

슈퍼노바의 멤버 중 하나가 민혁에게 물었다.

“야, 너 이대로 물러설 거야?”

“씨발. 그럴 리가.”

“천하의 장민혁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아 씹! 말 계속 그렇게 해라?”

“하면 뭐 어쩔 건데?”

깐죽거리는 멤버의 말에 민혁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와 저거 성질머리 봐라.”

“놔둬라. 지 손만 아프지.”

낄낄거리며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멤버를 본 민혁의 눈에 살벌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감히 날 무시해?

슈퍼노바의 메인랩퍼이자 센터인 나를?

연습생 때부터 한 번도 이성에게 무시당한 적이 없던 민혁은 자신을 보고 무심하게 반응하는 지연을 보고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처음 봤을 때 사진보다 훨씬 나은 실물을 보고 잠시 넋을 놨던 것도 잠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민혁은 잠깐이라도 지연을 보고 자신이 설렜다는 것과 자신을 보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넘어간 지연을 보고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에 삐뚤어진 원한을 품었다.

‘그래 봤자 사연팔이로 먹고 사는 주제에. 지가 오지한 업어 키웠으면 다야? 고작해야 얼굴 좀 반반한 걸로 날 무시해? 인기가 떨어져 가니까 1년 동안 자숙하고 왔던 주제에!’

민혁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동안 쌓아놨던 인맥을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어디 사방에서 뭐라 하는데 제까짓 게 나한테 안 오고 배기나 보자.

‘뭐, 와서 무릎 꿇고 울면서 빌면 한 번쯤은 사귀어 줄지도.’

본인은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공항에서 만난 지연을 보고 한순간에 반해버린 민혁이 무슨 상상을 한 건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비틀었다.

* * *

홍콩에서 콘서트를 하고 자신을 만나러 온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지연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꺄아아아아악!!

지연! 지연! 지연!

싸랑해요! 지연!

“下次见吧(다음에 또 봐요)!”

어떻게 알았는지 귀국 일정에 맞춰서 공항에 마중 나온 팬들을 본 지연이 손을 흔들어 주면서 공항으로 들어갔다.

지연이 짧게 배운 광둥어로 인사를 하자 팬들은 더욱 좋아하며 비명 같은 함성을 질렀다.

“지연아 너 또 홍콩어는 언제 배웠어?”

“오가면서 배웠지. 그리고 광둥어 짧은 회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어어. 그거. 아무튼 광둥어는 중국어랑 많이 다르지?”

“정확하게는 중국어의 한 갈래지. 우리도 사투리 쓰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역시 지연이 넌 정말 대단하다니까.”

“언니도 금방 배울 수 있어. 가르쳐줄게.”

“됐다. 나는 통역 쓸란다.”

“배워두면 좋을걸? 나 홍콩에도 자주 올 거 같은데.”

“…그래. 언니 좀 도와줘.”

지연의 말에 바쁘게 여러 나라를 오가는 상상을 한 은주가 결국 고집을 꺾었다.

통역을 데리고 다니면 좋긴 한데 직접 듣는 게 더 뉘앙스를 파악하기도 편할 거고, 내 가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통역의 힘을 빌릴 순 없지.

은주가 돌아가면 학원을 다닐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리 공항에 도착해 있던 한 무리의 사람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선배님! 여기서 또 뵙네요.”

민혁이 깜짝 놀랐다는 듯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의 뒤로 슈퍼노바 멤버들이 따라붙었다.

‘여기서 또 뵙긴. 기다리고 있던 주제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지연이 비웃음을 삼켰다.

어디서 수작을 걸고 있어?

쌍팔년도에도 안 먹힐 짓을 하고 있네?

자신의 앞에서 연기를 하는 놈을 보고 지연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네. 여기서 또 뵙네요. 스케줄이 꽤 길었던 모양이네요.”

나는 양일 콘서트라 홍콩에서 총 4일을 머물렀다.

그런데 그쪽은 무슨 스케줄이었기에 여기서 이렇게 오래 머물렀냐?

내가 알기로는 너희 여기서 콘서트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소속 연예인들을 굴리기로 유명한 ANC가 일정을 끝나고 여유롭게 쉬게 할 리는 없었다.

“아! 저희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하루 더 머물렀어요.”

“저런. 고생이 많았네요.”

“하하. 덕분에 매니저 형이 고생했죠. 펑크 난 스케줄 때문에 지금도 저기서 바쁘게 전화하고 있잖아요.”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로 스케줄 펑크를 낸 건 맞는지 연신 허공을 보며 허리를 숙이는 사람이 보였다.

지연은 벌써 2번째인 오늘의 만남이 우연인지 아니면 고의로 계획된 만남인지 생각했다.

저기 뻔뻔한 척 연기하는 놈과 그 뒤에서 흥미진진한 것을 보듯이 눈을 빛내며 보고 있는 놈들을 보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때 지연은 누군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팬들 사이에 섞여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가 보였다.

내 팬은 아닌 것 같고 슈퍼노바의 극성팬이라고 보기에는 다른 이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기자인가?’

그것도 스타패치처럼 연예인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그런 류의 기생충들.

수상한 만남과 기레기의 조합이라.

이거 너무 눈에 뻔히 보여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기 선배님. 거기.”

“네?”

“거기 그. 어깨 쪽이요.”

민혁이 어깨를 터는 시늉을 했다.

지연이 가만히 있자 민혁이 손을 뻗었다.

“내가 털어줄게. 지연아.”

은주가 민혁의 손이 닫기 전에 어깨를 털어줬다.

어디 우리 지연이를 건드리려고.

다른 매니저도 있는 앞에서 같잖은 수작을 벌이는 민혁을 보고 생각했다.

‘얘들이 진짜 ANC에서 싸고돈다고 하더니 다른 회사 매니저가 있는 앞에서 이런 수작이라고?’

매니저를 만만하게 보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니면 그동안은 저기 있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를 치워줬나?

매니저들끼리는 연예인이 촬영중이거나 대기 중일 때 같이 담배를 피기도 하니까.

은주가 그동안 들은 소문으로 저들의 행동을 추리하고 있을 때 지연이 웃는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저는 이만 비행기 시간이라서요. 슈퍼노바도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랄게요. 저는 또 저쪽으로 가야 해서.”

이번에도 VIP 전용 통로를 가리키는 지연의 손가락에 민혁이 얼굴에 조금 금이 갔다.

이번에도 또?

한국이야 그렇다고 치는데 여긴 홍콩이라고.

홍콩에서도 VIP 통로를 이용한다고?

또다시 날아간 기회에 민혁이 자신도 모르게 비틀린 말을 뱉었다.

“홍콩에서도 인기가 대단하시네요. 공항에서 VIP 통로를 다 내주시고.”

그 말에 민혁은 아직 자신들도 이용해 보지 못한 VIP 통로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다른 멤버들 역시 VIP 통로를 이용하는 지연을 부러워했다.

자신들은 최근에서야 겨우 비즈니스석을 타고 이동하는데 그마저도 극성팬 때문에 불편한 마음으로 타야 했다.

그런데 지연은 보안이 높은 일등석에 극성팬까지 없어 보이니 국내에서 탑급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인 자신들과 괜히 비교가 되었다.

“이거 저희 사장님 찬스예요. 사장님이 가뜩이나 스케줄 하느라 힘든데 이동할 때만이라도 편하게 하라고 해서요.”

지연이 웃는 얼굴로 주민의 자랑을 했다.

어떠냐. 너네는 이런 사장님 없지?

말에 담긴 뜻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속을 긁어 주는 건 성공했는지 저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럼 수고하세요.”

구겨진 얼굴을 보고 속이 시원해진 지연이 웃으며 자리를 떴다.

이번에도 남겨진 슈퍼노바 멤버들은 허망하게 지연의 뒤를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매니저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어때? 성공했어?”

“성공하긴 뭘!”

“씨발! 형! 우린 왜 일등석 아니야? 우리 급이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일등석이 얼만데….”

“다른 애들은 전용기도 타고 그런다는데 우린 왜 맨날 이런 취급이야!”

“아, 아니. 회사에 활동비가 있으니까.”

“우리가 벌어주는 돈이 그 정도도 안 돼?”

신경질을 내는 멤버들을 보고 매니저가 울상을 지었다.

딱 봐도 지연의 전화번호를 따는 걸 실패한 것 같은데 그걸 왜 자신한테 푸나 싶었다.

“얘들아.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빨리 한국에 돌아가야 해. 스케줄 펑크 난 것 때문에 다른 스케줄 잡혔어. 그래도 MBS에서는 너희 꼭 쓰고 싶다고 해서 바로 내일 방송국 가야 해.”

“하, 씨발. 그놈의 스케줄 스케줄!”

조금 전 이동할 때만이라도 편하게 쉬라며 일등석을 잡아준 지연의 소속사 사장과 돌아오자마자 스케줄을 잡은 사장이 비교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더욱 짜증 나는 상황에 슈퍼노바 멤버들의 입이 더욱 험해졌다.

“MBS 스케줄은 뭔데.”

“어어. 별 건 아니고 토크쇼 같은 거야.”

매니저의 말에 민혁이 눈을 번뜩였다.

토크쇼라.

내가 할 말이 많은 건 어떻게 알았데.

그쪽에서도 좋아할 만한 얘기일 거라며 민혁이 키득키득 웃었다.

내일 있을 스케줄에서 지연이 더는 피하지 못하게 구실을 만들어 주겠다며 민혁이 악에 찬 웃음을 흘렸다.

* * *

“저놈 저거 뭔 일 치르겠는데?”

“응? 슈퍼노바 놈들 말이야? 내 생각도 그래. 저거 다음 타켓으로 지연이 널 찍은 모양이더라. 아주 그냥 널 보는 눈에 욕망이 드글드글 하더라니까?”

“언니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거는 어떻게 됐어?”

“안 그래도 답이 왔어.”

은주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이장훈 매니저

-팀장님 임무 완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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