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팀의 장훈이 보낸 메시지에 지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놈이 수상해서 미리 알아보라고 했던 건데 이렇게 빨리 써먹을 줄은 몰랐다.
“언니,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겠지?”
“물론이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풀라고 하자.”
“그래. 아! 그리고 그놈이 널 건드린 덕분에 이번 일 사장님한테까지 보고가 올라갔다더라.”
“저런. 안타깝네.”
차라리 날 건드리지 않고 이때까지 하던 대로 자기를 좋아하는 애들만 건드렸으면 됐잖아?
뭐, 그것도 잘한 짓이라고는 말 안 했겠지만 이번처럼 날 건드려서 연예계 은퇴를 앞당기는 일은 없었을 텐데.
돌아오기 전처럼 몇 년은 더 아이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었을 거 아니야.
지연이 입술을 비틀었다.
‘이번 일로 일진 출신 연예인들이 싹 갈렸으면 좋겠네.’
아! 사장님한테 부탁해서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라도 할지 물어볼까?
피해자들 법률 자문이랑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 그리고 촉법소년법에 대한 개정도 좀 밀어붙여보고.
촉법소년 때문에 어린 애들이 무서운 것 모르고 날뛰는 걸 보는 게 정말 싫었단 말이지.
하아. 이거 일이 점점 커지네.
이따가 <회장님 이용권 1회>를 써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저희….]
지연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멘트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아직 아시아 투어는 끝나지 않았고, 나머지 일은 전부 회사와 사장님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나는 내 할 일만 해야지.’
이제는 다른 이들을 믿고 기다릴 줄도 알게 된 지연이 곧 편안한 얼굴로 잠에 빠졌다.
125. 언터쳐블
어제 홍콩에서 돌아오자마자 클럽에 가서 한바탕 놀고 온 민혁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자의가 아닌 시끄러운 주변 때문에 강제로 깨어난 의식에 민혁이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버럭 소리를 쳤다.
“아, 씨발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민혁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소음이 사라졌다.
그러더니 곧 누군가가 민혁이 잠든 침대로 다가왔다.
“민혁아, 일어나!”
“아이 썅!”
새벽까지 클럽에서 흔들고 마시고 온 덕분에 골이 울려 죽겠는데 자신의 몸을 흔드는 사람에 민혁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욕을 뱉었다.
목소리를 들어봐서는 매니저가 분명한데 왜 자신을 깨우는지 모르겠다.
오늘 스케줄이 새벽부터 있었던가?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로도 그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낸 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뭔데. 별거 아니면 진짜 죽여 버린다.”
“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큰일 났어!”
“뭐가.”
“이거 봐.”
“그게 뭔데.”
“좀! 제대로 눈 좀 뜨고 봐봐.”
매니저가 코앞까지 들이미는 화면에 민혁이 고개를 뒤로 빼며 천천히 화면을 살폈다.
[아이돌 B군, 학창시절 일진?]
[A그룹 정 모군에게 당한 피해자의 폭로. ‘그 XX는 악마예요.’]
[일진 출신 아이돌, C군의 추악한 민낯]
정신이 번쩍 뜨는 기사였다.
“이거 뭐야.”
“뭐긴 네 기사지.”
“씨발 이게 왜 내 기사야!”
당황한 민혁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모습에 평소라면 주눅이 들었을 매니저가 맞받아쳤다.
“기사마다 전부 네 사진이 있는데 왜 네 기사가 아니야!”
“뭐? 내 기사를 썼다고? 썅! 이것들이 미쳤나?! 형, 당장 고소해!”
“고소? 너 지금 언론을 고소하겠다는 거냐? 그게 대한민국에서 어떤 뜻인지 알고 있어?”
대한민국의 절대권력이라 불리는 세력 중 한 곳인 언론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도 일개 아이돌이.
이미 민혁을 물어뜯고 있는 언론에게 덤비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씨발. 이것들이 어떻게 알았지?”
“보면 몰라? 너한테 괴롭힘당했던 애들이 제보했다잖아!”
“그것들이 미쳤나? 가만히 있지 않고 왜 남의 앞길에 똥물을 뿌려?”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기사에서 피해자가 학창시절 민혁에게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전부 쓰고 있었기에 매니저는 민혁을 쓰레기 보듯이 보았다.
어차피 이 일이 퍼지고 있으니 민혁이 당분간 활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 검색어 1순위가 네 이름이야. 슈퍼노바는 3위고. 7위는 네가 나온 학교더라.”
“뭐?”
“회사로 광고 해지랑 스케줄 취소에 대한 전화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어. 사장님이 당분간 너희 자숙하라고 하더라. 스케줄도 해외 위주로 돌릴 거래.”
“그게 말이 돼? 우리 지금 막 복귀했잖아.”
“그러면 어떡하게?”
“아니라고 해야지!”
“아니라고? 지금 그 말이 나와? 지금 네 학폭 제보문의가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벌써 증거까지 나왔어. 네 미니홈피 이미 다 털렸다.”
“아니 그거 비공개로 해 놓은 지가 언젠데.”
“아예 탈퇴를 하지 그랬어!”
뭐가 잘났다고 남 괴롭힌 일을 미니홈피에 떠벌려 놨던가!
철없는 제 아이돌을 본 매니저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빰빰-빠-빰빰
슈퍼노바의 곡을 벨소리로 해 놓은 매니저의 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발신자명을 본 매니저가 눈을 질끈 감았다.
“네, 사장님”
-지금 그 새끼 어딨어!!!!!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사장의 분노한 목소리에 민혁이 딸꾹질을 했다.
그동안 자신들을 오냐오냐했던 사장님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지금 숙소에 있습니다.”
-당장 그 새끼 데리고 회사로 와!!
용건만 마치고 끊기는 전화에 민혁이 눈이 동그래진 채로 매니저를 올려다봤다.
“혀, 형. 나 어떡해?”
“후우. 일단 오라니까 가야지. 그리고 사장님도 당장 너희들을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 그냥 당분간 해외로 스케줄을 돌리실 생각일 거다.”
* * *
보일러를 틀 생각도 못 한 민혁이 찬물로 급히 샤워를 하고 회사에 도착하자 분주한 내부가 보였다.
회사로 쏟아지는 문의에 대응하기 바쁜 직원들을 본 민혁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오는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던 보도들과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보자 자신에게 닥친 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장실에 들어가자 민혁을 본 사장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이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슈퍼노바의 소속사, ANC의 대표 우성훈은 오늘 쏟아진 슈퍼노바에 대한 기사에 수습을 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이 일의 전말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이 일의 시작이 슈퍼노바의 정민혁이라는 말에 눈이 돌아간 그는 애들을 오냐오냐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자책했다.
슈퍼노바의 선배그룹의 성공, 슈퍼노바의 성공적인 데뷔, 뒤를 이은 걸그룹의 인기몰이까지.
ANC는 2-3년 내로 코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어느 정도 성공 반열에 든 엔터회사였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눈앞의 이 새끼가 망쳐놓았다.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서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너. 이 미친새끼. 도대체 지연에게 무슨 수작질을 하려고 했어.”
“네? 아 사장님 무슨 오해를 하시는 건지 모르지만 정말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거예요.”
“그걸 말이라고 해!?”
성훈이 명패를 집어던졌다.
자신들이 팬과 하룻밤 잤을 때도, 클럽에서 밤새도록 놀고 다음 날 스케줄을 엉망으로 소화해 태도논란이 있었을 때도 주의만 주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던 사장의 난폭한 태도에 민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왜, 왜 그러세요.”
“야. 정민혁이. 너 다른 곳에서 너 같은 생각한 놈이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예?”
“지연을 건드려 보려고 한 놈이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지연뿐만이 아니지. 거기 있는 연예인 견제하려고 작전 들어간 곳이 한 곳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사장의 말에 민혁이 멀뚱히 서서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탑엔터 소속 연예인들은 일반인도 알 정도로 인성이 좋고, 구설수 없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구설수가 한 번도 없을 수 있을까.
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걸까.
“너 탑엔터가 어떤 곳인 줄 알아?”
“그야. 사장이 재벌 2세고, 속속 연예인에 대한 대우가 좋고, 오지한과 오지연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포함된 곳이죠.”
“거기 오지한이랑 오지연이 들어가고 나서 사세가 엄청 크게 확장한 곳이야. 그런 곳을 우리 같은 곳에서 견제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냐?”
“견제, 왜 안 하셨어요?”
“했지. 아니 하려고 했지.”
사장이 부글부글 화를 삭이며 민혁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다.
민혁은 그런 사장에 태도에 더더욱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꼈지만 사장이 설명해주는 이야기에 집중을 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견제가 들어가기도 전에 경고가 들어왔어. 쓸데없는 짓 하면 바로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려 주겠다고.”
“예?”
“탑엔터는 주요 기획사의 주식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
“네에?!”
“우리 대주주란 말이다. 알아들어?”
“사, 사장님보다 많아요?”
“나보다는 적지.”
“휴.”
“하지만 탑엔터에서 투자한 돈이 없으면 지금의 너희도 없었어.”
사장의 말에 민혁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그 잘난 KM이랑 YC, JUP가 대놓고 자기들 파이 나눠먹자는 탑엔터 행보를 왜 가만히 두고 봤을 거라고 생각해. 그거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모든 말을 마친 사장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허망하게 말했다.
사장의 행동에서 자신이 어마어마한 폭탄을 터트렸다는 사실에 민혁이 입을 벌리고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쪽에서 연락 왔다. 정민혁 너 내보내라고.”
“…사장님.”
“앞으로 슈퍼노바는 너 없이 활동할 거야.”
“사장님!”
“시끄러워 이 새끼야!”
이 모든 사태를 만들고도 억울한지 소리를 높이는 민혁을 보고 사장이 울화를 터트렸다.
저 새끼들이 사고를 쳤을 때 덮어주지만 말고 정신교육도 시키는 거였는데!
인기가 좋다고 오냐오냐했더니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너한테 위약금 안 받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건 그동안 고생한 걸 생각해서 봐 준 거니까.”
“사장님. 그러면 전 어떡해요?”
“어떡하긴. 다른 곳 알아보든가 취업준비 하든가 해. 뭐, 이 상황에서 널 받아줄 곳은 없지만 혹시 모르지. 몇 년 자숙하고 나오면 널 받아주는 곳이 있을지.”
잔인한 사장의 통보에 민혁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에게 접수된 고소장은 한두 건이 아니었다.
뻔뻔하게 TV에 나와서 활동하는 민혁을 보고 이를 갈며 기다렸던 피해자들의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 *
-…그래서 민혁이 빼고 앞으로 4인조로 활동할 겁니다.
“그렇군요. 설마 바로 활동시킬 생각은 아니시겠죠.”
-당분간은 해외 스케줄 위주로 돌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네, 사장님.
전화를 끝낸 주민이 아직 불만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남 비서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ANC 쪽은 우 사장이 알아서 처리한 모양이야.”
“그럼 이제 피해자들의 소송만 남았군요.”
“그래. 그쪽은 천 변호사가 할 일이고. 그것 말고도 회장님이 움직이고 있으니 저 위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거야.”
“움직이지 않을 수 없도록 여론을 만들겠습니다.”
“우린 그냥 불만 붙이면 돼. 나머지는 대중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주민은 지연이 해 준 말을 상기했다.
‘우린 그저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계기만 만들어 주면 돼요. 사장님은 못 믿으실 수도 있는데 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꽤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힘을 합치면 저 대단한 파란집의 주인까지 내려앉힐 정도로요.’
그때 지연의 눈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짜 대통령까지 내려앉힐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지만 어쩐지 먼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이었지.
“이걸로 다른 쪽에도 경고가 됐을까?”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흘렸습니다.”
“건들지만 않으면 나는 다른 곳을 삼킬 생각이 없어. 적당한 경쟁자가 있는 편이 더 자극이 된다는 걸 알고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쟁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
신선한 자극은 제 연예인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
물론 가끔은 그런 자극 없이도 스스로 괴물 같은 성장을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도움 없이도 훨훨 날아가는 남매를 생각한 주민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럼 지연이 콘서트는 이제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남은 일정은 태국과 싱가포르입니다.”
“지연이가 무대 하는 데 별 지장은 없겠지?”
“네. 만일을 대비해서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해놓았습니다.”
“그래. 혹시나 부족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하고 회사카드는 얼마든지 쓰라고 해.”
“네, 사장님. 그리고 임 전무님이 제작사 미팅이 끝나면 순조롭게 인수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임 전무가 하는 일이니 잘 되겠지.”
종편이 허가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지연이 앞으로는 개인 역시 채널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올 거라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능력이 중요할 거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HJ그룹의 회장인 공태산이 가족 모임에 지연이와 지한이를 부르는 이유는 다 지연이 가진 혜안 덕분이었다.
“아무튼 지연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도록 서포트한다. 그게 우리 일이야.”
“알겠습니다. 특이사항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오늘도 탑엔터는 평화로웠다.
126. SOS요청
서울 여의도.
여의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중에 하나를 꼽자면 바로 방송국이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이자 지상파 3사의 한 축인 KBC.
하지만 종편과 함께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위상이 아닌 KBC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다들 할 말이 있으면 해 보지.”
KBC드라마국 국장의 말에 모두 시선을 피했다.
그의 시선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이 역시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숨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이 따위로 할 거야!?”
쾅!
국장이 회의실 책상을 내리쳤다.
“내가 말이야. 사장님한테 가서 무슨 말을 들은지 알아!? 우리 드라마보다 예능이 더 시청률 잘 나온단다. 그게 말이 돼!? 밖에 나가면 이제 KBC 드라마는 사극 말고 볼 게 없대. 내가 진짜 고개를 못 들고 다녀!”
국장의 분노에 PD들은 전부 고개를 숙여 테이블만 볼 수밖에 없었다.
“조 CP. 이번에 월화극 반응 어때.”
“이번 주에 15% 넘길 것 같습니다.”
“다른 방송국이랑 비교하면.”
“…꼴집니다.”
조 CP는 곧 이어질 국장의 호통을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지막 화가 얼마 남지 않은 월화극이 시청률 꼴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국장은 뒷목을 주무르며 다음 타켓으로 넘어갔다.
“수목은.”
“저희도….”
수목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인기 좋은 시간대와 요일에 배치된 두 드라마가 죽을 쓰고 있다는 말을 듣자 국장이 어이가 없어 허튼 웃음을 흘렸다.
가뜩이나 시청률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는데 같은 지상파 내에서도 월화수목 전부 꼴찌라고?
“도대체 너희들이 하는 게 뭐야. 시청률이 잘 나올 법한 대본을 구해오지도 못할 거면 가서 S급 배우라도 데려와야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우리가 언제까지 사극만 주구장창 틀고 있어야 하냐? 어? 요새 내가 밖에 나가면 무슨 소리 듣는 줄 알아? 우리가 사극전문 채널이란다! 내가 이 소릴 들어야겠어?”
국장의 호통에 모두 자라목이 되어 어깨를 움츠렸다.
“전부 나가. 다 나가! 가서 탑급 작가를 구해오든 배우를 구해오든 어떻게 해서든 구해오라고!!”
후다다다닥!
국장의 호통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