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34화 (34/240)

<내 상태창 2개 - 34화>

33. 사도 지휘자(1)

사도 지휘자.

사도들을 1,000명을 부를 수 있다면 가장 좋을 능력이다.

하지만 이 보상은 지구에서 각성자를 불러와야만 쓸 만한데, 지금 케브리안에 올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거기에 막상 불러 봤자 나한테 메리트는 경험치 5%. 여신에게 우선적 가호를 받는다는데, 사도들이 많아지면 여신의 우선적 가호가 쓸모 있겠다만 지금 나밖에 없는 상황에선 아무 쓸모도 없지.

사망 페널티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조항을 보면 이걸 미끼로 사람들을 꼬드겨 오라는 것 같은데, 케브리안이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도 적용되었다면 무조건 사도 지휘자를 택했겠다만…….

간단히 생각하면 정령의 축복이 낫겠는데, 뭔가 꺼림칙해.

왠지 정령의 축복을 선택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다시 따져 보자. 정령의 축복을 택하면 실질적인 메리트는 정령 친화력이겠지. 남문의 지배자는 경험치를 얻는 거고.

사도 지휘자는 요새에서만 적용된다는 말이 없는 걸 보면 만약 수비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공세로 전환했을 때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도…….

아. 그러고 보니 메인 퀘스트가 있었지?

[메인 퀘스트.]

[난이도 불가능.]

[트레인 요새를 100일간 방어하라.]

[퀘스트 완료 보상.]

SP 100,000.

‘구세주의 일보’ 업적 달성.

‘케브리안의 용사’,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 칭호 획득.

B급 이상 랜덤 스킬 상자 3개.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 3개.

이 엄청난 퀘스트 보상.

선봉대를 궤멸시키고 난 이후에 성소를 열고 하면서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70일 정도만 막으면 이걸 다 얻을 수 있다.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내가 정령의 축복을 받는다고 한들 D급 각성자 1,000명보단 약할 거 아냐.

혹시 적이 너무 약하면 정령의 축복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퀘스트 난이도를 보면 아마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다.

메인 퀘스트 보상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사도 지휘자를 택할까 싶었지만, 지구에 가서 한번 분위기를 파악하기로 했다.

막말로 ‘케브리안? 그 미친 난이도 누가 가요.’ 하면서 한 명도 안 오면 차라리 정령의 축복을 받는 게 방어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잖아.

“적은 언제쯤 올 것 같습니까?”

“이제 열흘이면 당도할 것 같습니다.”

내가 지휘부에 물어보자 그런 대답이 나왔다.

지금이 딱 귀환할 타이밍이군.

에슈타르 행성이 포화 분위기라 다들 다른 갈 곳을 찾는다면 사도 지휘자가 먹힐 것 같은데.

과연…… 일단 귀환해 보자.

오랜만의 귀환.

이젠 약간 낯선 협회 최상층에 도착하자, 알레나가 황급하게 뛰어나왔다. 그녀는 내 손을 와락 붙잡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그녀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 드워프와 엘프들이 모두 몰려왔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외와 감탄이 자리하고 있었다.

“행성 난이도가 바뀌었어요!”

“난이도가요?”

오? 이거 호객 행위가 잘 먹히겠는데?

“네. 불가능에서 매우 어려움이요!”

“매우 어려움이요? 다른 행성 최고 난이도는 뭐죠?”

“물론 어려움이죠. 어쨌든 행성 난이도가 바뀌는 건 처음 봐요. 진짜 영혼 중개자님 대단하시군요…….”

“대체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주변 도우미들에게 대충 그간의 일에 대해 대답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

불가능에서 매우 어려움이라.

어려움만 됐어도 사람들 꼬드기기 쉬웠을 거 같은데.

그래도 불가능 때보다는 낫다. 내가 사도 지휘자를 도우미들에게 설명하며 유인 가능성이 있을까 물어보았다. 그들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요즘 에슈타르가 포화긴 합니다. 지구도 이제 각성자가 많이 생겨서요. 거기에 지구인들은 국가, 길드로 편 가르기가 심해서, 던전 독점? 뭐 이런 걸 하더라고요. 잘만 홍보하면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만으로는 천 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고, 세계 각성자 협회에 연락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다행히 시기가 괜찮아요. 이틀 후면 에슈타르의 멸망 사이클이 다가옵니다. 그럼 초기화가 진행되며 에슈타르에 묶여 있는 헌터들이 다 자유의 몸이 되죠. 그때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자살하고 에슈타르로 가라고 하더니, 너무 태도가 달라지신 거 아니에요?”

“난이도가 낮아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니까요. 거기에 정령 요새도 다시 재건되었으니, 도전해 볼 가능성은 충분하죠.”

알레나는 내 전화번호를 물어본 후, 자기가 세계 각성자 협회 본부에 연락을 해 보겠다고 하고 나갔다.

나는 협회를 나서며 내가 아는 헌터 두 사람, 이진성과 강시아에게 연락을 해 보았지만 다들 던전에 있는지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연락이 온 건 이틀 후. 먼저 연락이 온 건 강시아였다.

-지호 씨. 제가 아주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어요. 케브리안 난이도가 낮아졌다면서요?

“예. 제가 좀 활약을 했죠.”

내가 그간의 일을 말해 주며 헌터들에게 유인 동기가 될 거 같냐고 묻자, 그녀는 내 예상보다도 긍정적으로 동의했다.

-요즘 에슈타르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다들 에슈타르 행성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되다 보니, 던전 경쟁률이 너무 높아졌어요. 미국과 중국 헌터들은 몬스터는 안 잡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었죠. 인구가 적은 나라의 헌터들은 숫자가 적어 힘도 쓰지 못했고요. 지호 씨 제안에 귀가 솔깃할 헌터 많을 거예요.

“그렇군요.”

-하지만 천 명이나 모일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사망 페널티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세 번 죽으면 레벨이 1.5 떨어지는 거잖아요? 어떤 난이도인지 체감할 수 있으면 설득에 도움이 될 텐데…….

페널티가 반으로 떨어지면 레벨이 1.5 떨어지고, 필요 경험치도 5배가 된다.

이 정도면 부담이 되긴 하지.

-아. 그러고 보면 레코딩 스톤이 있었지? 지호 씨, 레코딩 스톤에 대해 아세요?

“아뇨.”

-녹화가 가능한 마법석이에요. 부서진 세계 안으로 들고 갈 수 있죠. 그걸 가지고 전투 장면을 녹화하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군요.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호 씨 혼자서 찍느니 여러 사람이 찍는 게 낫겠죠? 저희 대현 길드도 끼워 주실 수 있나요?

“네? 대현 길드를요?”

대현 그룹에서 만든 길드인가. 그 정도 대기업이면 이미 에슈타르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을 거 같은데.

내 생각을 말해 주자 그녀는 아니라고 답했다.

-대현이 우리나라에서나 잘나가지 세계적으로 보면 상대가 안 되죠. 특히 미국, 중국이 요즘 레벨 업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 얼마 전까지는 최소한의 매너라도 지켰는데, 지금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초조한지 대놓고 깡패 짓을 하고 있어요.

“저는 좋습니다. 혹시 몇 분이나 참가하실 예정인가요?”

-음…… 숫자는 얼마 안 될 거예요. 제가 길드 마스터는 아니라서 제 말이 먹히는 D급 헌터는 열 명 정도밖에 안 돼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뭐.”

그녀는 오늘 당장 사람을 모아 협회 최상층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에슈타르에서 다시 시작하기 전에 빨리 영상을 확보해서 홍보하는 게 중요하면서.

내가 이진성에게도 전화하자 녀석도 비슷하게 대답했다.

-마침 나도 풀 대출로 정령마를 얻었지! 그런 전장에서 활약하고 싶었어. 요즘 분위기도 어수선했지. 섬상 길드는 그래도 에슈타르에 나름 지분이 있었는데, 강대국 직속 길드의 압박이 워낙 거세서 좀 빼앗겼거든. 그래서 요즘은 고레벨만 밀어 줘.

“난이도 쉬운 행성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어딜 가나 포화 상태가 문제지. 주변에 놀고 있는 D급 애들에게 물어볼게. 한 다섯 명 정도는 관심 있어 할 거야.

녀석도 2시간 후에 협회에 사람을 모아 오기로 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어서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엘프 알레나가 다가왔다.

“제가 각 지부에 연락을 하니 모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능력치 상승과 사망 페널티 감소에 고무되었죠. 한국과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소속 헌터 일부는 이미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도 헌터들을 속속 파견하고 있고요.”

“이거 생각보다 인기가 좋은데요?”

“그만큼 레벨 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에슈타르 행성이 지구의 인구를 감당하지 못했어요. 사실 이대로 갔다면 C는 몰라도 B급은 절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한국에 오는 중일 헌터의 숫자는 대략 40여 명 정도였는데, 이제 곧 도착할 거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거보다 각 나라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강한 느낌이다.

그만큼 레벨 업이 더딘 건가…….

정령의 축복이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사도 지휘자를 택해야겠네. 나 혼자 강해져도 다른 헌터들의 백업이 없다면 부서진 세계에서는 물론 1년 후의 세계도 장담하지 못하겠지.

정령 친화력, 나중에 C급 업그레이드되면 SP 상점에서 팔 수도 있잖아.

10만 SP 받아서 지르지 뭐.

나는 퀘스트 창을 다시 열어 사도 지휘자를 선택했다.

[사도 지휘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지휘창이 신설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지휘창에서 지휘할 사도 지정이 가능합니다.]

[지휘의 효과는 케브리안 행성에서만 발휘됩니다.]

예전에 게임할 때 파티 지정하는 느낌이다.

협회 최상층으로 가자 강시아를 비롯한 10명의 인원이 먼저 모여 있었다.

대현 길드 사람들이군.

“여기요. 지호 씨.”

강시아 일행에 다가가 그들의 면면을 보았다.

남자 7명에 여자 3명.

무장을 보니 전사 4명에 궁수 3명, 마법사 3명인 것 같았다.

“이쪽이 그때 저랑 내기했던 제 친구, 이혜주예요.”

“안녕하십니까. 아가씨가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검은색의 짧은 단발, 화장기 없는 얼굴에 딱딱한 표정.

얼굴은 나름 미인상이었지만 군인 같은 기도가 풍겨서 여성미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사람이랑 내기해서 나랑 강시아가 만난 건가.

근데 분위기가 친구라기보다는 경호원 같은데.

“그때 강시아 씨 전사로 만든 친구 분인가요?”

“네. 그때 혜주 때문에 내기했죠.”

이혜주는 뭔가 말하려 하다가 꾹 입을 다물고 강시아에게 눈을 살짝 흘겼다.

이거 분위기가 친구라기보다는 경호원 같은데, 이런 사람이 그런 내기를 할 거 같진 않은데…….

어쨌든 그렇게 하나하나 사람들을 소개받고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지휘할 각성자를 지정할 겁니다. 다들 수락해 주세요.”

지휘창에 가서 ‘지휘 지정’ 버튼을 누르자 대상 지정 메시지가 떴다. 눈에 보이면 한 번에 지정도 가능했다.

모두 지휘 지정을 하고 수락 과정을 거치자 지휘창에 사람들의 이름이 주르륵 떴다.

“지호야. 나도 왔다. 나까지 다섯 명도 끼워 줘.”

녀석. 타이밍도 좋군.

진성이와 섬상 길드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모두 휘하에 넣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는 건가요?”

강시아가 설레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아뇨. 중국과 일본 헌터들이 곧 온다고 하네요. 그들까지 껴서 가죠.”

“하긴, 공성전이니 사람이 많을수록 좋겠네요. 그런데 그쪽 분은 지호 씨 친구 분인가요?”

“아, 예. 강시아 님. 이진성이라고 합니다.”

“강시아예요.”

그렇게 잠시 대기하며 대현 길드와 섬상 길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있자니, 중국과 일본 헌터들도 속속 도착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지호 헌터.”

“그 위명, 많이 들었습니다.”

두 나라의 헌터들은 아주 예의가 발랐다. 한국어 가능한 헌터가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했다.

이거…… 특수 클래스인 게 알려진 건가?

어쨌든 쓸데없는 마찰은 없으니 좋군. 이들을 모두 지정하자 숫자는 모두 55명.

나름 괜찮은 전력이었다.

“이제 출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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