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35화 (35/240)

<내 상태창 2개 - 35화>

34. 사도 지휘자(2)

[부서진 세계 - 케브리안 행성에 다수의 각성자가 강림합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유일하게 부여한 신의 가호가 회수됩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사도 지휘자 김지호에게 우선적으로 신의 가호를 부여합니다.]

[질서 진영의 스테이터스가 1.5배 증가합니다. 아테나의 추가적인 축복이 남아 있습니다. 스테이터스가 1.8배 증가합니다.]

[모든 공격에 천신의 신성력이 담깁니다.]

능력치가 좀 깎일 건 각오했는데, 2.5배에서 1.8배로 훅 떨어지니 마음이 아팠다.

“와. 축복 엄청난데요?”

“아테나의 축복으로 15% 능력치가 오르고, 거기에 지휘를 받아서 10% 오르고…… 엄청난 버프입니다.”

우울한 내 기분과는 다르게 주위 헌터들은 흥분한 기색이었다.

근데 천신의 신성력 이야기가 안 나오는 걸 보면 그 버프는 안 줬나 보다.

이건 내 독점인가. 그건 좀 낫네.

“지호 씨. 이거 받으세요. 레코딩 스톤이에요. 투구에 가져다 대세요.”

강시아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푸른 보석을 건네주었다.

투구 가운데에 보석을 가져다 대자, 보석이 투구 안으로 스르르 빨려 들어갔다. 빨려 들어간 부위를 만지자 보석이 투구 사이에 걸린 걸 느낄 수 있었다.

“보석에 손을 대고 ‘녹화 시작’이라고 하면 녹화가 시작되고 ‘녹화 중지’라고 하면 중지돼요. 24시간까지 녹화 가능해요.”

“별 물건이 다 있네요.”

“마법 아이템 중엔 기상천외한 게 많아요. 그래서 마나석도 비싸게 팔리는 거죠.”

이런 영상은 D급 헌터들끼리만 모여 분석을 하는 데 쓰인다고 했다. 그 아래 등급이나 일반인들은 영상을 볼 수도 없고 유출한 헌터는 비밀 엄수 마법이 작동한다고.

“여신의 사도이시여. 이분들은…….”

오하임 백작을 비롯한 요새 지휘부의 인물들이 모두 도착해 있었다.

“요새를 수호하기 위해, 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필요할 것 같아서 또 다른 사도 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오! 사도님처럼 강한 분이 오십 분이 넘게 도와주신다면, 저희는 성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성을 다 지킨 거나 다름없다는 듯 안심한 표정을 지은 오하임 백작.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강했던 이유는 온전히 저 혼자 축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의 축복이 나누어졌으니 그때만 한 힘은 보여 주지 못하겠지만, 숫자가 많으니 전략적으로 유용할 것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저와는 달리 각자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전사면 전사, 마법사면 마법사인 식으로요. 백작님이 저희를 배치해 주시죠.”

“제가 감히 그래도 되겠습니까?”

“예. 요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백작님 아니겠습니까.”

내가 그리 말하며 각성자 일행을 바라보자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하임 백작은 조심스레 일행에게 다가가 직업별로 분류하고, 대략적으로 어떤 능력이 있나 토의했다.

전사와 암살자류 클래스는 25명, 궁수 20명, 마법사 10명이었는데 오하임 백작은 이들을 잘게 나누어 남동서의 성벽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김지호 사도님. 이들은……?”

“앗. 라이아나다.”

“진짜네? 어떻게 라이아나가 여기에?”

디아나가 등장하자 모두 웅성거렸다. 몇몇 이들은 자신의 레코딩 스톤에 손을 대 녹화를 했다. 그녀는 라이아나란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이번 방어전은 숫자가 중요할 것 같아 원군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김지호 사도님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이 좀…….”

“여신의 가호가 나누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숫자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엔 선발대고 추후 더 많은 사도가 강림할 겁니다.”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령관님과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요…….”

디아나에게 요새 지휘부와 따로 자리를 가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해서 일행과 떨어져서 요새 지휘소로 온 나는 오하임 백작과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선발대로 온 사도 분들은 견습 사도입니다.”

“견습 사도요?”

“예. 그래서 엄청나게 강한 편은 아니지요. 견습 사도는 전투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데 다들 승산이 있는 전투에 참가하려 합니다. 전사하면 힘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원래 천 명까지 올 수 있는데 오십여 명만 오게 된 겁니다.”

“그렇군요. 천 명까지 올 수 있다니……!”

“열흘 뒤에 천상 세계로 가 전투의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하게 될 겁니다. 그때 이 요새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잘 알려진다면 그날 바로 천 명을 모집할 수 있을 겁니다. 첫날 전력을 다해 방어가 가능하겠습니까?”

내 말에 오하임 백작은 흥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고말고요! 예비대까지 몽땅 투입하겠습니다.”

“저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엘프들에게도 첫날 사력을 다하라고 일러두겠습니다.”

좋아.

적도 첫날부터 점령하겠다고 전력으로 들이치진 않을 거다.

생각보다 쉽게 막는 걸 영상화하면, 보다 더 잘 꼬드길 수 있겠지?

그렇게 해서 들어오면 뭐 그때 이후론 어장에 들어온 물고기지.

어차피 3번 죽어야 돌아갈 수 있는데 전력으로 싸워 주겠지. 얌전히 나한테 경험치를 바쳐라, 지구인들아.

그리고 열흘이 지났다.

하늘 위를 새까맣게 물들인 비룡.

그들의 발에는 우르크 모양의 석상이 걸려 있었다.

“와이번이다!”

“쏴!”

엘프 궁수가 일제히 활을 높이 들며 정령 주문을 영창한다.

그러자 총알처럼 날아가는 불의 화살.

검은색 가죽을 뚫지 못하고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눈 부위 등 연한 부위를 뚫고 와이번을 불길에 잠기게 했다.

“카아아아아!”

성에 도착하기 전에 우수수 떨어지는 와이번.

나도, 궁수 헌터들도 열심히 활을 쏘았다.

요새에서부터 시작되는 순풍이 불고 있어, 화살이 아주 쭉쭉 나아갔다.

불사조의 숨결 버프를 받으며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추락하는 와이번.

그런 와이번의 시체를 짓밟으며, 성벽 반 정도 높이의 오우거들이 무리를 이루며 돌진해 온다.

육중한 오우거의 돌진에 땅이 쿵쿵 흔들린다. 진동은 성벽 위까지 전달되어 발이 떨려 온다.

“샐러맨더의 숨결.”

“화염의 축복이 가해졌다. 불의 마법 위주로 사용하라!”

성벽이 붉게 빛나자 엘프 장교가 일제히 소리 지르며 지시를 내렸다. 일제히 날아가는 불의 폭격.

특히 엘프 장교 중 일부는 정령 마법을 증폭해서 커다란 불줄기를 앞으로 쏘아 냈다. 마치 저번 용인의 브레스를 엄청나게 확대한 것 같았다.

“크아아아!”

오우거의 가죽이 불타오르며 전장은 불지옥이 되었다.

적들은 그런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도 짓밟으며 전진하려 했지만, 땅에서 갑자기 흙벽이 튀어나와 그들의 전진을 잠시 봉쇄했다.

그러자 다시 쏟아지는 불벼락.

나도 화염 전차를 달리게 하며 활은 하늘 위를 겨냥하여 와이번을 쏘아 맞췄다.

경험치가 엄청나게 쌓이겠는데?

“키아아아!”

매서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와이번 일부는 화살비를 뚫는 데 성공했다. 와이번들은 요새 위에 도착해서 발에 걸린 우르크 석상을 투하했다.

커다란 돌덩이를 낙하한 거나 마찬가지. 원시적인 폭격인가?

“대공 방어망을 발동하라.”

엘프 장교들이 위엄 있게 지시하자 하늘 위에서 바람이 회오리치며 우르크 석상이 휘말려 들어갔다.

낙하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 속도는 대폭 감소한 상태.

낙하지점에 있는 병사들이 피할 시간은 충분했다.

쾅.

땅에 낙하한 우르크 석상에 금이 가더니, 갑자기 석상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우르크가 튀어나왔다. 그냥 돌멩이를 던진 게 아니었구먼?

“으으으…… 엘프부터 죽여라! 그래야 구원 받는다!”

낙하된 우르크들이 하나하나 일어나며 강한 기세를 풍겼다. 일반 우르크 전사보다도 확실히 강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할 게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던 전사 각성자들이 신나서 그들에게 덤벼들자, 우르크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 목을 내놔랏!”

어느새 정령마를 소환해서 성벽 위를 달리는 이진성. 청룡언월도에 푸른 마나가 감돌고 있었다.

D급 전사의 패시브인 마나 블레이드. 우르크는 그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진성의 공격이 더 빨랐다.

촤아아악.

“이제 진짜 전장 느낌이 나는구나!”

팔이 날아가는 우르크를 향해 계속해서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신나게 웃는 이진성. 광기마저 엿보였다.

저놈도 참 또라이란 말이야…….

어쨌든 낙하한 우르크들은 전사 각성자와 병사들로 충분히 대응할 만하니, 나는 마나가 다 닳을 때까지 계속해서 활과 마법을 이용해 오우거의 접근을 막았다.

흙벽을 넘어 해자까지 어찌어찌 도달한 오우거. 해자를 넘기 위해 보폭을 넓히던 오우거가 갑자기 치솟은 거대한 얼음 송곳에 발을 꿰뚫렸다.

“크아아아아!”

움직임이 멈춘 오우거에게 이번엔 얼음 화살이 쏘아진다. 겨우 접근을 해도 바로 제압을 당하는 오우거.

적은 투석기도 설치하여 돌을 날렸지만, 돌이 날아올 때마다 바람의 장막이 펼쳐져 성벽에 닿지도 못하고 중간중간에 떨어졌다.

와! 너무 편한데?

엘프들도 예전의 그 쓸모없던 엘프들이 아니었고, 각성자들도 상당히 강하다. 아무래도 클래스가 있기 때문일까?

마법사는 4에서 5클래스 마법까지 사용이 가능했으며 궁수들도 온갖 화려한 기술을 보여 줬다.

“아이스 스톰.”

“애로우 레인.”

커다란 얼음 송곳이 하늘에서 무섭게 낙하하고 하나로 쏘아진 화살은 수십 발로 나뉘어 적을 모조리 꿰뚫었다.

와. D급쯤 되니 액티브 스킬이 화려하네.

나도 화염 전차로 위엄을 뽐내긴 했지만 뭔가 각성자들의 화려한 스킬을 보니 액티브 스킬이 너무 달리는 거 아닌가 싶었다.

내가 남문 지역을 이리저리 돌며 방어를 도우니, 화살을 쏘던 강시아가 나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여기 너무 좋은데요? 벌써 레벨 업 했어요! 28이네요!”

“벌써요?”

그 말에 놀라 내 레벨을 보니 나도 35.3이었다. 다른 유저들한테 5%씩 받아 챙긴 게 은근 쏠쏠하구나. 어제만 해도 34.7이었는데…….

둥둥둥둥.

오우거가 정령 마법에 가로막혀 학살당한 지 3시간째.

커다란 북소리가 울리자 죽어도 죽어도 계속 몰려오던 오우거가 홀린 듯이 천천히 등을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적이 후퇴한다!”

사거리가 닿는 거리에서 계속 쏘며 오우거를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와이번과 오우거의 시체로 가득한 성 밖.

전투가 끝나자 드워프들이 성 밖을 나와 와이번의 시체를 챙기고 오우거는 불태웠다. 오우거까지 챙기기엔 여건이 안 되니 그냥 태워 버리는 건가.

“완벽한 승리입니다!”

첫 전투는 대승.

나도 이번엔 성벽에서 아주 편하게 활과 불의 전차를 사용하며 꿀을 빨았다.

각성자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흥분한 기색이었다. 전투가 별로 없었던 전사들은 좀 아쉬워했지만.

그들은 군단 경험치 항목을 보고 빨리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자기들이 열을 냈다.

군단 경험치는 각성자가 사냥한 몬스터 경험치 0.1%를 공유하는 시스템이었다.

1,000명이 모이면 각자가 하나 잡을 때마다 0.1%씩 쌓이니, 100%가 돼서 한 마리 분의 경험치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당장 지구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모집합시다.”

“사람이 늘면 경험치를 어마어마하게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궁수와 마법사 위주로 뽑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지만 다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지휘부와 이야기를 잠시 나눠 보겠다고 하고 그 자리를 나섰다.

“오하임 백작님. 오늘 전력을 어느 정도 쓴 겁니까?”

“요새의 정령력 중 60% 정도를 소모했습니다. 오크 샤먼의 마법 공격을 차단하고 와이번의 낙하 공격을 막는 데 소모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면 충전이 됩니다만…….”

“얼마나 충전되나요?”

“하루에 20%씩 충전됩니다.”

“그럼 다음 전투부터는 적당히 고갈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해 주세요. 견습 사도들이 이번 전투 결과에 아주 고무되어서 구원군을 많이 이끌고 올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오하임 백작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 그렇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여신의 사도님만 믿겠습니다.”

“적의 샤먼도 내일부터는 더 강력하게 개입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 같은 피해 없는 승리는 힘들 겁니다. 구원군이 절실했는데 잘됐습니다.”

사령부 참모부는 쉬운 승리에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와이번과 오우거를 저렇게 대규모로 운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샤먼의 개입을 차단하지 않았으면 전투가 아주 힘들었을 거라며, 구원군이 꼭 필요하다고 재차 나에게 부탁해 왔다.

흠. 그럼 내일 전투 치르기 전에 빨리 지구에 가서 낚아야겠구나.

생각보다 D급 각성자가 강했다. 내가 질서 진영의 영혼 중개자이기만 했다면 저들보다 강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나는 SP로 스텟은 많이 올렸지만 저들은 여러 액티브,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보상이 시급해. B급 스킬 얻어야 할 것 같아. 빨리 1,000명을 낚아 와야겠군.

난 각성자 무리가 모인 병영 공터로 돌아가 말했다.

“모두 지구로 귀환하겠습니다. 전투가 조금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잘 참고해서 다음엔 천 명을 모아 왔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가면 저희가 다 설득하겠습니다.”

이들도 케브리안을 선택한 이상, 나와 운명 공동체.

죽기 싫으면 데려와야지. 많이 데려오면 경험치도 늘잖아.

55명의 각성자가 귀환한다.

하늘 위로 빛이 치솟으며 사라지는 사람들.

나는 마지막으로 귀환하며 이 세계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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