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33화 (33/240)

<내 상태창 2개 - 33화>

32. 정령 요새(2)

나를 안쓰럽고 미안하게 쳐다보는 디아나. 그녀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신의 사도께서 이 정도로 잠재력이 낮을 리가 없는데…… 저 때문에…….”

음……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태생이 555라고요.

하지만 이런 동정 사양하지 않아. 떡고물이 더 떨어지겠지.

“이렇게 되면 이 물건을 다 드려야겠어요. 효과가 있는 쪽부터 드리려고 했는데…….”

“네? 이걸 다요?”

와. 정말 잘했다. 김지호.

그때 선물 이야기 하길 잘했어! 난 애써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네. 세계수의 나뭇잎 열 장, 껍질 열 개, 뿌리 다섯 개, 가지 다섯 개, 세계수의 열매 한 개예요. 더 드리고 싶지만, 이것이 제가 가진 전부라서…… 이 마법 배낭에 다 가지고 왔어요.”

그녀는 배낭에 다시 물건을 다 쓸어 담더니 나에게 그걸 넘겼다.

“세계수의 물건은 삼 일에 하나만 효과가 있어요. 먹는 순서는 나뭇잎부터 시작해서 껍질, 뿌리, 가지, 열매고요. 이 정도면 사도님의 잠재력을 일부나마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지금 31개에서 1개 먹었으니 30개를 먹어야 하고…… 3일 걸리면 아까 먹은 거 포함해서 90일 후에 다 먹어 치우는 거군.

그때 되면 C등급은 될 거 같은데 미리 먹는 게 맞는 선택일까?

일단 나뭇잎은 먹어 보면서 유불리를 판단해 보자.

그녀에게 받은 배낭을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고, 나는 중립 진영 스탯창을 열어 신체 능력을 찍었다.

예전엔 SP가 40씩 들었는데 B로 올리려고 하니까 무려 200이 들었다.

1,500대에 달하는 중립 진영 SP가 한 번에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신체 등급이 올랐는데, 이번에는 B----- 이런 식이 아니라 그저 B로 나와 있었다.

대신 B라는 글자는 하얀 배경에 맨 아랫부분만 아주 조금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컵에 물이 소량 들어가 있는 것처럼.

다시 능력을 강화하니 SP가 200이 소모되며 파란색이 조금 올라왔다.

정말 아주 조금…….

하나 그 눈곱만큼 찬 능력치에 비해 내가 몸으로 체감하는 건 상당히 달랐다.

뭔가 몸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된 느낌이었다.

수치상으론 두 번 능력치를 찍은 것에 그쳤지만, 소모된 SP는 400이기 때문일까. 몸이 아주 가벼웠다.

질서 진영 능력치가 2.5배의 버프를 받아서 신체 강화가 실감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스탯 B쯤 되면 또 새로운 세계가 열리나 보다.

신체 능력치에 SP를 다 쓸까 하다가 1,000대는 아껴 두자고 생각하고 참았다. 위험한 상황에 써야지.

“그럼 계속 가 보도록 하죠.”

“예. 이런 보물을 주시다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디아나 님.”

“제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한테 감사를 표하시다니 면목이 없어요. 겨우 나뭇잎에 오를 정도의 잠재력이라니…… 대체 얼마나 소모하셨기에…….”

“별거 아닙니다. 갑시다. 가요.”

또다시 얼굴이 어두워지는 디아나.

또 우울해지려고 하기에 난 빨리 출발하자고 손짓했다.

그러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

신체 능력은 아무리 2.5배의 버프를 받는 나라도 디아나에 비해 달리는 것 같았다.

“화염 전차 소환.”

화염 전차에 올라타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화염 전차의 초월적인 속도 덕에 그녀와는 발을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마나가 떨어지면 잠깐잠깐 쉬면서 달리기를 나흘째.

3일이 지나서 나뭇잎을 씹자 이번에도 신체 한계가 올랐다.

나뭇잎은 신체만 올려 주는 건가?

다른 것도 먹고 싶었지만 전문가의 복용법을 따라야겠지…….

한계는 늘었지만 SP를 아끼기 위해 능력치는 찍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나뭇잎을 먹고 한계가 또 늘었다고 좋아하자 디아나가 나에게 더 미안해했다.

“잠재력이 그렇게까지 떨어지셨나요. 이번 나뭇잎에도 잠재력이 오르다니…… 제가 아니었다면…….”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C++++이었겠죠.

“디아나.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 좋습니다. 하나하나 잠재력을 다시 늘리니 인간 시절 기분도 나고요.”

그녀를 바라보며 밝게 웃어 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의 죄책감을 살짝 자극해 주기로 했다.

더 미안해해라! 그럼 더 좋은 걸 받을 수도 있겠지!

“아아. 인간 시절이라니. 잠재력이 거기까지 떨어지시다니 제가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 매우 즐겁습니다.”

“아니에요. 어떻게든, 어떻게든 제가 수를 써 보겠습니다.”

굳은 결의를 다지며 말하는 디아나.

추가 선물은 왠지 기대해도 될 거 같은데. 너무 자극하면 또 분노의 정령 같은 걸 부르는 건 아니겠지?

적당히 해야겠어.

5일째가 되자 숲 지역을 완전히 돌파하고 해안가가 나타났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바다 구경도 했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는 상황.

디아나의 뒤를 따라 도착한 바람의 성소는 해안가 절벽에 위치했다.

해안가의 풍경이 훤히 보이는 절벽 끝에 위치한 새하얀 대리석 제단.

그녀는 제단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실피드의 숨결이 봉인된 구슬을 꺼냈다.

“이제부터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제단 위에서 구슬을 내리찍어 깨뜨렸다.

그러자 구슬 안에서 바람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며 회오리쳤다.

바람은 점점 퍼져 나가 바닷물이 치솟고 나무가 흔들렸다.

계속해서 제단을 중심으로 회오리치던 바람은 종국에 하늘 위로 치솟으며 사라졌다.

간단하네?

적의 방해도 없었고 능력 상한만 올리고 아주 좋았다.

“드디어…… 모든 성소가 개방되었습니다.”

디아나가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 웃으니 확실히 미모가 사는군. 그녀의 몸에서 나는 빛도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메인 퀘스트 ‘정령계의 문을 열어라’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사대 속성 정령 친화력이 상승했습니다.]

[사대 속성 마법이 강화되었습니다.]

[트레인 요새가 트레인 정령 요새로 다시 가동됩니다.]

정령 친화력이 상승하자 내 눈에 색다른 것이 보였다.

디아나의 몸 주변을 맴돌고 있는 사대 정령의 기운.

녹색 바람이 그녀의 다리를 맴돌고 있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흉갑을 가득 채울 만한 반투명한 불꽃이 넘실거렸다.

그녀가 디딘 땅의 색은 주변과 달리 검은빛이었고, 양팔에는 물의 기운이 감돌았다. 이렇게 자신의 신체를 정령의 힘으로 강화하는 건가? 신기하군.

“사도님에게 갑자기 정령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서, 정령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아아. 조금만 더 친화력이 높았으면 정령을 다루실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사도님이라면 그래도 금방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친화력이 아직 정령을 직접 다루기에는 못 미치나?

아쉽긴 하다. 그래도 여기 케브리안에 있다 보면 기회가 있을 거야.

[조건을 충족하여 퀘스트를 완벽히 클리어하였습니다. 요새로 돌아가면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마지막에 추가된 시스템 창의 메시지. 완벽하게 클리어한 게 뭔지 감은 안 왔지만 준다니까 받아야지.

내 변화에 나름 만족하며 다시 디아나를 바라보니 확실히 성소 개방 전과는 기세가 달라져 있었다. 온몸에 반투명하게 보이는 정령의 힘인지, 예전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바람이 있기 전에도 세 정령은 확실히 개방되었는데, 셋과 넷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사대 정령이 해방되니 디아나 님도 원래의 힘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여신의 사도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나저나 바람의 성소는 딱히 적들이 막질 않았군요.”

“세 성소가 열렸으니 그냥 요새를 점령하는 쪽으로 작전을 선회한 모양입니다.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도 동의하고 전차를 소환했다. 전차는 어째 퀘스트 보상을 받기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사대 속성 마법 강화에 불의 전차도 포함되는 건가?

그럼 불사조도?

“불사조 너도 강해졌냐?”

[그래. 주인의 화염 친화력이 올라서 나도 좀 더 성장했다. 아직 덩치가 커질 정도는 아니지만.]

크기는 별 변화 없는데 자기 입으로 성장을 했다고 하니 기대해야지.

“이번엔 전속력으로 가겠습니다. 화염 전차 속도를 조절하실 필요 없을 거예요.”

“기대하죠.”

그녀가 살짝 웃고는 온몸의 기세를 올렸다. 사대 정령이 순환하며 폭발적으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먼저 갈게요.”

그러고 발을 딛자마자 총알처럼 날아가는 그녀.

아니, 저게 인간이…… 아, 인간은 아니구나. 어쨌든 저런 속도 내는 게 말이 되냐?

“화염 전차 소환.”

화염 전차를 소환해서 열심히 따라잡았지만 어째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람의 정령이 남아서 그녀의 궤적을 알려 주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좀 따라잡았다 싶으면 다시 폭발적으로 전진하고, 그걸 따라잡고 하는 걸 반복했다.

내가 마력이 빠지면 잠시 쉬어 가며 강행군을 한 지 4일이 지나자 우리는 요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요새는 지금까지의 평범한 요새가 아니었다.

“트레인 요새가 드디어 정상적인 모습을 찾았군요.”

성벽을 둘러싼 커다란 해자. 폭이 해자라기보다는 작은 강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 안에는 물의 기운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성벽 자체는 땅의 기운으로 인해 더욱 단단해져 있었고, 성벽 주위는 불꽃이 넘실거렸다. 성벽 위와 망루 부위에는 바람이 역으로 불며 성을 보호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느낌.

“든든하네요.”

“이제 흑룡 군단의 본대가 와도 밀리지 않을 거예요. 원군이 오면 완벽하게 막을 텐데 다른 전선도 비상이라 여력이 없나 보네요.”

꼭 이 요새만이 아니더라도 동시다발적으로 전쟁 중인가 보다.

일단 내 목표는 여기를 막고 마지막으로 소환되는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을 잡는 거니까 이 동네만 신경 쓰면 되겠지만.

요새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둘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병사들. 요새 사령부 전원이 뛰어나와 환대했다.

“신의 사도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트레인 요새를 무사히 정령 요새로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일일이 대응할 정신이 없었다.

시스템 창에서 보상을 선택하라는 창이 떴기 때문이다.

[‘정령계의 문을 열어라’ 퀘스트를 완벽하게 클리어하였습니다. 3가지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정령의 축복.]

[남문의 지배자.]

[사도 지휘자.]

하나하나 눌러 보았다.

[정령의 축복.]

[정령계의 문을 연 공로로 사대 정령의 축복을 받습니다. 정령 친화력이 증가합니다. 트레인 요새에 있을 시 마법에 정령의 힘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30일간 모든 능력치가 1.5배 오릅니다.]

좋은데? 바로 이걸 선택할 뻔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겨우 참았다.

[남문의 지배자.]

[사용자가 처음 강림한 정령 요새의 남쪽 성벽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합니다. 남쪽 성벽의 병력에게 명령할 수 있으며, 남쪽 성벽 지역에서 죽은 모든 적에게서 경험치를 10% 얻습니다.]

직접 적을 죽이지 않아도, 아군이 죽여도 내가 경험치 10% 받는다는 건가?

이거도 쓸 만한데. 지구에선 레벨 업이 화두니까. 경험치 바싹 올리기에는 이게 제일 좋아 보인다.

대신 정령의 축복은 영구적으로 정령 친화력이 오르는 거니, 아무래도 둘을 비교하면 정령의 축복에 눈길이 갔다.

내가 딱히 병사한테 명령할 지휘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사도 지휘자.]

[지구의 각성자를 최대 1,000명까지 지휘 아래에 둡니다. 사도 지휘자는 여신에게 우선적으로 가호를 받습니다. 지구의 각성자가 죽인 적의 경험치를 5% 얻습니다.

사도 지휘자에게 속한 각성자는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하며, 부대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소속 각성자의 사망 페널티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는 케브리안 행성에 한정됩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제일 쓸모가 없는 보상인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