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회
chapter5금일도 노블판이 무삭제 판입니다. 저번과는 달리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중간 과정을 삭제했습니다. 19세 이상 독자 여러분은 노블판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운전을 하다가 모텔에 차를 대자 정원이는 불안한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차에서 내려도 내리지 않기에 조수석의 문을 손수 열어주고 정중하게 한 손을 내밀었다. 마치 공주님에게 에스코트 하는 것처럼 최대한 정중하고 부드럽게 정원이에게 말했다.
“우리 공주님 내리실까요?”
“……네에.”
정원이는 불안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손을 붙잡았다. 반쯤 체념이 섞인 표정이었다. 일말의 거부감이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정원이가 그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짐작하게 했다. 나는 정원이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누가 잡아먹는다냐?”
“잡아먹잖아.”
“그런가? 음, 맞네?”
“으흑흑.”
정원이가 과장된 포즈로 눈물을 닦듯이 눈가를 쓸었다. 나는 그걸 보고 헛웃음 지었다가 로비로 들어가 방을 잡았다. 들어가기 전에 정원이의 허리를 툭 치곤 말했다.
“잠시 편의점 좀 다녀오자.”
“그래.”
정원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봐둔 곳이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좀 추웠다. 정원이에게 손을 내밀자 정원이도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봄의 기운이 마음 한쪽을 간질거렸다.
정원이를 바라보니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해했다. 정원이도 나와 같다면 불안할 것이었다. 당신을 더 강하게 옭아매고 싶다. 당신의 모든 것이 오롯이 나의 것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내 안에서만 지저귀면 좋겠다. 당신을 평생 내 안에 가두고 싶다. 질척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고개를 털고 정원이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히익!”
“왜 이리 쫄아있어. 응?”
“아, 아니거든? 안 쫄았거든?”
“오. 이제야 좀 우리 정원이답네.”
정원이는 다시 쫄지 않았다는 스탠스를 취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몸인 완전히 경직되어 불안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저런 말을 하니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정원이의 저런 되지도 않게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겨우 긴장이 풀려서 재잘거리며 이것저것 먹을 걸 사다가, 내가 집은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 하나에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을 보면 정말 내 여자친구는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여기저기에 대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언제 긴장이 풀렸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다시 경직된 정원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것 때문에 오자고 한 거야?”
“물론이지. 그럼 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룻밤 자면서 먹을 간식을 사러?”
“얼마든지 사줄게. 정원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나, 나는 밤새서 강휘랑 떠들고 싶은 걸?”
“그럼 밤새자.”
“너, 그거 분명히 내가 생각하는 거 아니지.”
“니가 뭘 생각하는 지 알 수가 없네? 정원이는 무슨 생각했니?”
“아무, 생각, 없습니다.”
정원이가 눈을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반응을 보니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맞았다. 정원이에게 계산을 시킬까 하다가 정원이가 슬쩍 나가려는 내 손을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를 잡는 사람마냥 애타게 잡기에 그게 귀여워서 봐줬다.
걸어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편의점 알바가 남자였으니, 더러운 눈으로 정원이를 바라보게 하는 거 보다야 내가 사는 게 역시 맞았던 것 같았다. 정원이가 어쩔 줄 몰라서 부끄럼으로 푹 익은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하마터면 잘못된 행동을 할 뻔했다.
모텔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가자 정원이는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어디에 편하게 앉아있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방 한가운데 서있었다. 나는 정원이의 허리를 가볍게 툭 치고 물었다.
“먼저 씻을래? 내가 먼저 씻을까?”
“그, 그럼 내가 먼저.”
“그래, 그럼.”
정원이가 쭈뼛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가 옷을 밖으로 던졌다. 모양새야 빠지지만 본인이 부끄러워하는 데야 어쩔 수도 없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 될 일이었지만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정원이는 언제나 귀엽지만 저렇게 부끄러워할 때 정말 귀여웠다. 옛날부터 놀릴 맛은 있는 친구였으니까.
모텔은 아예 연인들이 묵고 갈 용도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었는지 샤워실이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다. 정원이가 샤워를 시작하면 유리가 투명해지나 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그런 버튼은 없었다. 괜히 이거저거 눌러봤다가 샤워실 불을 꺼서 정원이가 분노를 담은 한소리나 들었다.
곧 정원이가 나왔다. 샤워실 안에 있었는지 수건과 같은 재질의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안엔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팬티까지 전부 밖으로 벗어던진 걸 확인했으니까 확실했다. 정원이의 머리가 충분히 마르지 않아 물기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정원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덜미까지 붉어진 것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씻고 와, 응.”
“어? 어. 그래.”
나는 멍청하게 반문하며 정신을 차렸다. 따뜻한 물에 씻어서인지 정원이는 들어오기 전 보다는 조금 더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내가 옷을 벗자 정원이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꺅! 뭐, 뭐하는 거야!”
“어? 왜. 내 알몸 처음 본 것도 아니잖아.”
“그, 그래도!”
“흠. 고개 돌리면 되지. 보기 싫으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으. 아니야. 알았어.”
정원이는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 몸이야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웃겨서 헛웃음을 지었다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샤워를 했던 정원이와는 다르게 금방 씻고 나왔다. 그냥 나갈까 하다가 방금 정원이의 반응을 생각하며 가운은 입고 갔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정원이는 침대 한가운데에 다리를 오므리고 무릎을 껴안은 채로 앉아있었다. 그러면서도 내 인기척을 느끼고 눈치를 보는 모습이 조심스럽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정원이에게 다가가 정원이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 역시 정원이에게선 프레지아 향기가 났다. 이제는 제일 좋아하는 향기였다.
껴안고 있노라니 정원이가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가 더 적나라하게 전해져왔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정원이의 발등을 쓸고, 만지작거렸다. 정원이는 처음엔 흠칫했다가 곧 내 품에 제 등을 오롯이 댔다. 나는 한참이나 그렇게 정원이의 앙증맞은 작은 발을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정원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로 하기 싫으면 그만 둘게.”
정원이가 다시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인 채로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다가 옹알대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응, 해도, 돼.”
“아니, 정말 괜찮으니까. 니가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진심이야.”
분명 내가 정원이에게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질투와 분노였다. 분노로 점철된 첫 경험은 그만큼이나 정원이에게 상처를 준 것이리라. 나는 정원이를 달래듯 다리를 쓸었다. 정원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망울이 촉촉했다. 많은 감정이 그 눈동자에 서려있었다. 두려움, 망설임, 일말의 기대, 그리고 무언가를 갈구하는 그런 눈.
정원이는 내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렸다가, 그리고 다시 내 눈을 바라봤다. 각오를 다진 눈. 아니, 그것보다 나 자신을 갈망하는 그런 독점욕에 가득 찬 눈빛. 거울을 바라보듯이 느껴지는 감정. 정원이가 조용히 고개를 내 어깨에 파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싫지, 않아요.”
“그래.”
나는 천천히 정원이의 다리에서, 허벅지로, 그리고 그 위로 조금씩 손을 올렸다. 정원이는 흠칫거리면서도 내 어깨에서 얼굴을 떼지 않았다. 조금씩 만지작거리며, 최대한 정원이의 굳은 몸을 풀어주려고 주무른다. 그런 와중에도 비밀스러운 그곳은 오히려 손을 대지 않았다. 서두르지 말자. 오늘 밤은 기니까. 정원이의 몸에 긴장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배를 문지르자 정원이가 작은 새가 지저귀듯이 웃었다.
“아하하, 간지러.”
“조금만 참아. 풀코스로 마사지해 주는 거니까.”
“그래두, 아하, 아하하!”
배에서 옆구리로, 옆구리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팔로, 그리고 목으로. 일부러 정원이가 꺼릴 것 같은 부위를 제외하고 모든 곳을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세지 않게, 어디까지나 정원이를 안심시킬 생각으로 그렇게 손을 댔다. 어느새 정원이도 웃음을 멈추고 낮은 한숨을 내쉬며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고개를 뒤로 젖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배워온 거야? 너 나랑 동지 아니었어?”
“동지라니?”
“아다였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응, 맞는데?”
“으, 간질간질해. 어떻게 가슴이랑 거, 거기랑은 만지지도 않았는데. 으.”
“니 귓불도 일부러 안 만졌는데?”
“그런 게 이상하다구. 왜 이렇게 익숙한데?”
정원이는 조금 투덜대듯이 말했다. 정원이의 눈엔 내가 여유가 넘쳐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실은 나도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정원이는 내가 얼마나 간신히 참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신에게 끈적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지 알지 못하겠지. 저번에 드러낸 것은 아주 조금이었다. 사실 그땐 독점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욱 화가 나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나만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나는 진지하게 정원이에게 말했다.
“사실 딴 여자랑 만났어.”
“에이. 또 그런 소릴. 어, 어? ……진짜?”
정원이가 갑자기 홱 몸을 돌리며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 갔다. 그리곤 내 뺨을 두 손으로 잡더니 흥분한 기색으로 물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왜?”
몸을 돌려 마주 보고 앉아 내게 눈을 맞추고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는 정원이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정원이도 이렇게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걸 다시 확인하는 건 정말이지 기쁜 일이다. 나는 그런 정원이를 다시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농담이야.”
“이게 진짜!”
정원이가 화가 난 듯 마주 안은 내 등을 주먹으로 때리며 울먹거렸다.
“나빴어! 진짜 나빴어! 진짜 놀랬단 말이야! 힝, 나, 나 몰래 누구 만나는 줄 알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원이의 등을 달래듯이 조심히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내 처음은 너고, 내 마지막도 너고, 내 모든 순간이 니 거야.”
“……진짜?”
“응, 진짜.”
“그럼 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 또 그런 소리 하면.”
“그런 소리 하면?”
정원이가 조금 몸을 떼서 눈을 맞추더니 화난 얼굴로 선언했다.
“울어버릴 거야.”
“어우, 무서워라.”
“펑펑 울 거라고.”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합니다.”
정원이가 내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누님이 용서해주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표정도 사랑스럽다. 더 이상 나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정원이도 싫지 않다고 했으니 참을 이유도 없었다.
(중략)
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신음소리, 참으려다가, 터져 나오고, 신음에 맞춰 몸을 움찔대고. 그런 여운을 천천히 즐긴다. 천천히 후희를 즐기며 정원이에게 키스한다. 정원이도 나를 완전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즐긴다. 서로에게 서로만이 가득해져서, 서로를 갈구해서 그렇게.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본능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으응? 왜애?”
“시발 콘돔 안 꼈다.”
“……앗.”
정원이와 서로 멍청한 표정으로 마주봤다. 그렇게 잠깐 동안 시간이 멈추고, 욕망은 어느새 잠시 이성의 그늘아래 숨어 모습을 감추었다. 정원이가 눈을 감고 진지한 표정으로 방금까지 내던 달콤한 신음소리가 아닌 진중하게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차피 한 번 쌌는데 이제 상관없지 않을까? 그냥 한 번 더 하자.”
“야이 미친년아!”
“아니 안에 싼 건 너잖아! 그럼 니가 미친놈이지! 이 미친놈아!”
“그런가? 그런가? 아니, 시발. 진짜 그런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채우며, 서로에게 채워지는 하룻밤은, 너무도 달콤해서, 따뜻해서, 나는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서로의 집착을 나누고, 깨진 잔에 감정을 끊임없이 쏟아 부었다.
[작품후기]예~이. 오늘은 노블판을 봐주세요. 네. (중략) 부분이 순애야스신입니다. 네에... 솔직히 이번이 아니면 쓸 일 없을 것 같아서 작가가 원하는 대로 써봤습니다.
19세가 되지 않는 독자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본편 스토리에 큰 영향은 주지 않으니, 음... 예...
오늘도 부족한 점이 많은 글 관심 가져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