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회
chapter5다소 이르게 봄이 찾아왔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은 나를 미친놈 취급할 것이다. 코트를 입는 것이 당연한 날씨가 됐고, 숨을 내쉬면 새하얀 입김이 드리우는 계절이었다. 당장 아직 크리스마스도 채 오지 않았다. 개나리도 벚꽃도 아직 피기엔 너무 이른 시기였다. 그러나 계절이 오는 것이 비단 물리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월요일. 정원이와 거짓된 연인행세를 끊어내고, 진실로 연인이 된 그 날부터 정원이는 내게 달라붙곤 했다. 원래는 없던 버릇이었지만 정원이는 지금까지 쌓인 것을 풀겠다며 내게 적극적인 스킨십을 요구했다. 하기야 이전과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달라붙는 정도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변화도 허다했다.
“강휘야, 강휘야.”
“왜?”
“추운데 좀 안아줘.”
“히터 틀었는데?”
“춥다고.”
“운전 중인데?”
“오빠야, 정원이 한 번만 안아주세요.”
“씁.”
급하게 눈에 보이는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정원이는 그 자리에서 팔을 벌리지 않고 꼼지락거리며 내 자리로 넘어오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져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리가 비좁을 게 분명해서 의자를 최대한 뺐다. 그러자 정원이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와락 안겨들면서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헤.”
“아니, 집 도착해서 안아도 되잖아.”
“그치만 집 근처에서 이러고 있다가 정하한테 들키면 정하가 짜증 내잖아.”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리구 나는 지금, 당장, 안고 싶었다구. 혹시 싫어?”
“아니, 좋긴 한데.”
“히히.”
헤실헤실 웃는 게 정말로 귀엽다. 정원이는 자신이 귀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자기의 어떤 행동이 내게 먹히는지, 혹은 어떤 어필을 하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할 수 있을지를 깨달은 것이었다. 정원이는 내가 이전부터 자신을 보며 예쁘다, 귀엽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곤 마침내 깨물면 입이 녹아버릴 것 같은 달달한 목소리로 내게 애교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스킨쉽을 좋아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라 이런 부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악랄한 점이었다. 못 이긴 척 안겨있는 정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정원이가 한숨을 내쉬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강휘는 치사해.”
“또 왜?”
“머리 쓰다듬어 주면 나 이대로 만족해버리잖아.”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러자 정원이가 조금 몸을 떼고 물끄러미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안에 찬 듯 흔들리는 눈. 지금까지 나를 제멋대로 다루던 것과는 달리 여유가 없는 목소리로 정원이는 속삭였다.
“정말로 그거면 돼?”
“……하아.”
한숨을 내쉬고 정원이에게 입을 맞췄다. 가볍게 입술을 한 번, 두 번 마주했다. 세 번째로 입을 맞출 때 정원이는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렸다.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고 천천히 혀를 밀어 넣었다. 정원이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받아들였다.
“으응, 응.”
서로가 서로를 탐닉하듯 얽어맨다. 정원이에게서 프레지아 향기가 난다면, 정원이의 입은 달콤한 꿀 같았다. 혀가 닿는 부분마다 달콤한 향이 나고, 닿는 부분마다 모두 부드러웠다. 화끈거리고, 녹아내릴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지나갈 때도, 강하게 혀를 놀릴 때도 정원이는 약한 신음소리를 냈다. 혀가 닿을 때마다 정원이는 몸을 움찔거려서 사람을 안달하게 만들었다. 정작 입안을 훑는 것은 나인데 정원이가 나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더욱 내 안에 굴리고 싶다. 입을 맞추는 중인데도 갈망의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게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빈 독에 붓고 있다가 저번의 실수가 떠올라 천천히 입술을 뗐다.
“흐앗, 후우, 후우. 하아.”
입술을 떼자 투명한 실이 정원이와 내 사이에 이어져있었다. 조금 에로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정원이가 애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깨물면 행복이 입 안 가득 터질 것만 같은데, 너무 서두르면 망가져버릴 것 같았다. 벌써 망가트리긴 싫었다.
아쉬울 때로 다시 정원이를 안고 있었더니 정원이는 내 목덜미에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정원이가 충분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다가 귓불을 잘근거렸다. 이렇게까지 도발해놓고 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원이는 몸을 흠칫거리며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아으! 아, 안 돼.”
“유혹은 먼저 해놓고서?”
“흐아앗! 잠깐만, 잠깐만! 자, 잘못했어요. 으응. 읏!”
“하아, 진짜 너.”
귓불에서 입을 떼고 바라보자 정원이가 울먹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것이 정원이의 감정을 알 법했다. 내가 노려보자 정원이가 눈을 피하며 가슴에 안겨서 칭얼거렸다.
“내,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 내일 금요일이니까 내일하자, 응?”
“하아, 야, 아니, 아. 하아.”
내가 한숨을 내쉬자 정원이가 움찔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이런 점이 영악하다는 것이었다. 귀여워. 짜증나. 귀여워서 짜증난다. 결국 정원이한테 져버릴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럴 때 좀 더 강하게 나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폭 안겨오면 결국 져줄 수밖에 없다.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내쉬고 귓가에 속삭였다.
“다음에 한 번만 더 운전할 때 건드리면 그 땐 진짜……. 알지?”
“응!”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니 지금이라도 했던 말을 취소하고 옷을 벗겨버리고 싶다. 참는 것이 익숙해서 다행이었다. 참는 것이 익숙해서 이 정도로 참을 수 있었다. 볼멘소리가 잇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하아, 너도 알거 아니냐. 방금처럼 굴어놓고. 응?”
“으응. 알지?”
“아는데 그래?”
“으, 잘못했어요.”
“하아.”
내가 한숨을 푹 내쉬자 정원이의 시선이 밑을 향했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차문을 열고 나갔다. 얼굴을 가리고 차문 옆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것도 조그만 해보여서 귀엽다. 중증이다. 정원이가 머리를 식히려고 앉아있는 동안 나 역시 어떻게든 진정하려 일부러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사실 정원이가 저렇게 안기고, 애교를 부리고, 내게 칭얼거리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림짐작은 할 만 했다. 정확히 그 날, 서로의 인연을 끊어낸 날부터, 정원이는 이상할 정도로 내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정확히는 여러 가지 자잘한 것을 요구했다. 안아달라는 요청이 제일 많았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 손잡아 달라, 무릎위에 앉게 해 달라, 키스를 해 달라, 이런 요청을 해왔다. 그러면서 내가 바깥이거나 혹은 상황이 애매해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 눈에 띠게 불안해했다.
이것이 나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었고, 나에 대한 미안함일 수도 있었으며, 혹은 자신에 대한 불안함일 수도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일 수도 있었고, 모든 것이 이유일 수도 있었다. 평소라면 내가 적당히 참을 테지만 나 역시 그런 정원이의 태도에 안달이 나는 것이 문제였다. 그 날 이후 내 머릿속도 정원이로 가득했다. 정원이가 불안에 떨며 나를 갈구할 때 마다 나 역시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마 내가 정말로 싫어했다면, 정원이도 저렇게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장 강렬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본능적인 욕구, 감정의 짙은 교류, 정원이에게 상처만 준 것에 대한 후회가 끈적하게 뒤섞이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정원이를 안기도 하고, 입도 맞추고, 온갖 달콤한 스킨쉽을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는 못 간 것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정원이는 주말을 핑계 삼았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들이밀었다. 그러면서도 본인도 참는 것처럼 흔들리는 눈빛을 보내니 참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정원이와 사귀게 된 지 채 삼일 째였지만, 주말이 유독 멀게 느껴졌다. 주말만 돼봐라, 주말만. 그렇게 나는 내 자신을 간신히 달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그런 생각은 더 깊어져갔고 특히나 오늘은 정말로 참기가 힘들었다. 아마 정원이가 정확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덮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정원이가 조수석 문을 살짝 열고 빼꼼 고개만 들이밀었다.
“똑똑. 드, 들어가도 되나요?”
“네, 들어오세요.”
“네에.”
내가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답하자 정원이가 쭈뼛거리며 들어와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얼굴이 다른 의미로 새빨개져 있었다. 얼굴에 손을 댔더니 정원이가 내 손을 잡으면서 실실 웃었다. 차가웠지만, 따뜻했다.
“따뜻하다.”
“그러게.”
“뭐래. 나 진짜 차가운데.”
그 말을 듣고 키득거렸더니 정원이도 같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고 손장난을 하다가 정원이를 바래다줬다. 급하게 들어온 주차장 비용은 그 짧은 사이에 만원이나 돼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지만 그 조차도 서로 씹고 웃을만한 이야깃거리였다. 이렇듯 조금은 이른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
퇴근이다. 길고도 긴 일주일이었다. 분명히 월요일까지 휴가였으니 평소보다 짧은 주간이었다. 그러나 내겐 입사한 이후 가장 긴 한 주간이라고 느껴졌다. 이게 상대성 이론인가? 역시 문과보다 이과가 세상의 이치를 더 잘 깨닫는 구나. 칼 퇴근을 외치고 홍보팀에 얼굴을 들이밀었더니 정원이가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일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얼굴이 외워지는 홍보팀 인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사실 민폐가 될 것 같아서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홍보팀 인원들도 가방을 들고 대부분 칼 퇴근을 하고 있었다. 팀장님 정도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더니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는 딴 곳을 바라봤다. 들어와도 못 본 척 해주겠다는 표시였다. 슬그머니 발소리를 죽여 들어와서 정원이의 옆에 앉았다. 정원이는 내 얼굴을 보고 얼굴이 환해졌다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야근 중이야.”
“그래? 기다려주지, 뭐.”
“먼저 가도 돼.”
“언젠 너 야근한다고 먼저 갔냐? 뭐 도와줄 일 없어?”
“없어! 아무 것도 없어!”
정원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니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정원이를 바라보니 손이 멈춰있었다. 정원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니 결국 정원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집중이 안 돼서 못 하겠잖아.”
“꼭 오늘 끝내야 돼?”
“그럼 어떻게 하라구.”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정원이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달래듯이 손을 흔들려다가 정원이가 저번에 짜증난다고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정원이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주물렀다.
“흐악? 갑자기 뭐야!”
“내 여친 야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힘내라고.”
“아니, 아으.”
정원이는 처음엔 어깨를 돌리며 내 손을 치워내려고 했지만 이내 늘어져서 순순히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목부터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꾹꾹 눌러주다가 어깨를 눌러보니 그렇게까지 뭉쳐있진 않았다. 하긴 얘도 이번 주에 야근한 건 오늘이 처음이구나. 적당히 살살 문질러줬더니 세상 편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의자와 하나가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팔을 주무르면서 살살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세게 팔을 주무르고 손을 데자 정원이가 고개를 젖혀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으으, 녹는다.”
“좋았지?”
“응. 진짜 최고야.”
“자, 다시 열심히 하고.”
“어? 응? 응!”
내가 어깨를 가볍게 다시 쳐주자 정원이가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퇴근을 원하는 만큼 정원이를 방해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와 따뜻한 캔 커피를 뽑았다. 나는 썩 좋아하지 않지만 정원이는 단 것을 좋아해서 꽤나 선호하는 음료였다. 정원이가 아메리카노를 질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홍보팀으로 돌아왔더니 정원이가 서둘러서 짐을 싸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영 수상한 낌새였다. 그러다 내 눈을 바라보더니 후다닥 싸던 짐을 내려놓고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홍보팀장님이 정원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원씨, 퇴근하는 거 아니었어? 퇴근해도 좋은데?”
“네, 네? 아, 아니에요! 하던 일 끝내야죠!”
그러자 팀장님이 내 쪽을 바라보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 일 기한 이 주일이나 남아서 괜찮은데?”
“아, 아니! 지, 지금 끝내면 좋으니까요!”
아하. 무슨 상황인지 대충 돌아가는 양상을 파악했다. 나는 정원이에게 주려던 캔 커피를 따서 들이켰다. 달아서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은 맛이었다. 그리곤 쓰레기통에 빈 캔을 버리고 천천히 정원이에게 다가가서 비웃는 표정으로 조용히 물었다.
“야, 쫄았냐?”
그러자 정원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움찔했다. 그리곤 천천히 다가오는 나를 피하려는 듯이 내 눈을 피하며 의자를 슬슬 뒤로 뺐다. 결국 궁지에 몰려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 솔직히 쪼오금 무서운데.”
정원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쫄았냐는 말에 단 한 번도 수긍한 적이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굉장히 극적인 반응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평생 이러고 살 수도 없지 않겠는가. 나도 어차피 오늘이 한계고. 나는 팀장님을 돌아보며 밝게 외쳤다.
“팀장님! 저희 퇴근하겠습니다!”
“그래요. 정원씨는 야근 기록하고 가고.”
“핫, 아, 아니에요! 끝내고 갈,”
“다정원씨.”
“힉, 네, 네?”
정원이의 귓가에 목소리를 깔고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정원이가 이 쪽을 바라보지 않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정원이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이어서 속삭였다.
“더 이상 빼면 나도 진짜 안 봐준다?”
“가, 갈게요. 하, 하하.”
정원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컴퓨터를 껐다. 나는 팀장님께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나오고는 홍보팀의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정원이가 흠칫하며 내 눈치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내가 정원이를 바라보자 정원이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내 팔을 안았다.
“자, 자기!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알지? 그치?”
“응, 알지. 나도 기다렸어. 일주일 동안 오늘만 기다렸지.”
“혹시 아, 아픈 거 할 거야?”
“아니?”
정원이의 표정이 환하게 빛났다. 방금 지은 미소가 연기임이 들어날 정도로 진심이 들어간 웃음이었다. 나는 그런 정원이에게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하한테 전화해. 오늘 밤 집에 못 들어간다고.”
“안 한다며! 안 한다며!”
“뭔 소리야? 아프긴 왜 아파?”
나는 이어서 도망가려는 정원이를 공주님처럼 안아 올려 선고했다.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
“으앙! 바보야! 이 변태야!”
“아, 듣기 좋구만. 더 크게 울어라, 더 크게!”
“호에엥! 호에에엥!”
결국 정원이는 이상한 목소리로 울며 발버둥을 쳤다. 이게 뭐였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리라. 나는 발버둥치는 정원이를 데리고 즐겁게 회사를 나섰다. 정원이는 버둥대다가 회사 사람들을 보더니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얌전해졌다. 아니,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내려줘! 내려달라고! 내 발로, 내 발로 갈게! 제발!”
“어차피 엘리베이터 탔잖아. 더 보는 사람 없는데?”
“넌 진짜 바보야! 이 나쁜 놈아!”
첫 경험이 강렬했으니 이번엔 조심히 아주 조심히 정원이의 불안을 달래줘야겠다. 정원이는 불안에 빠져있다. 나는 불안에 빠져있다. 그렇다면 서로를 더 강하게 얽매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으리라. 그래, 오늘은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
[작품후기]5부 시작입니다. 사실 연속적으로 노블판도 이어서 쓸까 했는데 롤드컵을 보느라, 예...
yunving님 큰 금액 연속적으로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
로이가님 짧고 굵은 서평 감사드립니다! :)
오늘도 부족한 점이 많은 글 관심 가져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 스퀸십 -> 스킨십, 때고-> 떼고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붇고 -> 붓고 수정했습니다! 이거는 매번 틀리네요... 주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