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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201화 (201/202)

귀환무관 201화

콰아앙!

커다란 수정이 연무장 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던 동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때 갑자기 수정이 자주색 연기로 변하더니 주윤문의 코로 빨려 들어갔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백서휘는 막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어 긴장하고 있는데, 주윤문이 누워 있는 상태로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막아야 돼.’

극양, 극음, 강환이 달린 기시들이 때리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죽어라!”

백서휘는 날듯이 뛰어가 난화만천수의 묘리가 담긴 양손을 내질렀다.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반탄력에 의해 그가 뒤로 날아갔다.

공격에 담긴 힘을 그대로 돌려받은 터라 백서휘는 무척 큰 타격을 입었다.

“우웩!”

『주군! 괜찮으십니까?』

‘끄윽! 뭔가 이상하니까 기시는 이제 그만 쏴.’

『예!』

백서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 자세를 취했다.

주윤문은 허공에 서서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날 죽일 좋은 기회였는데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네. 내 입장에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날아가는 자신을 그대로 따라가서 공격했다면 못 해도 중상을 입혔을 것이다.

‘뭔가가 있긴 있어.’

날카로운 눈으로 주윤문을 노려보다 옆에 검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걸 던졌을 때 지진만 안 일어났으면 저 자식을 끝장냈을 수 있었는데…… 진짜 아깝네.’

지나간 기회를 생각하니 너무도 아까웠다.

백서휘는 한숨을 쉬며 검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검은 시원하게 날아와 백서휘의 손에 안착했다.

주로 쓰는 무기가 손에 들어와서 그런지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근데 저놈은 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거지?’

주무기를 드는 것도 방해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봤다.

바로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하면 주윤문은 여유를 절대 부리면 안 됐다.

‘그런데도 이러는 건 숨겨진 의도가 있단 거겠지.’

의도를 계속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공격을 한번 해볼까.’

한번 반탄력으로 호되게 당하니 빈틈이 보여도 공격이 부담스러워졌다.

‘거부감이 들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이게 딱 그거야.’

백서휘가 전력으로 구천현현보를 밟았다.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다가간 그는 주윤문에게 소리 없이 검을 휘둘렀다.

‘경천신뢰!’

쾅!

이번에도 역시 반탄력이 일어나 백서휘에게 그대로 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반탄력을 느끼자마자 힘을 흘려서 충격을 해소했다는 점이었다.

‘반탄력만 잘 대처하면 쉽게 죽일 수 있겠어.’

그때 이제껏 죽어 있던 주윤문의 눈동자에 붉게 물들면서 초점이 돌아왔다.

“벌레 같은 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니…….”

“위험?”

“내가 그걸 얘기할 만큼 머저리로 보이는 것이냐?”

“네가 말 안 해도 알아볼 방법은 충분히 있어.”

백서휘는 용안으로 주윤문을 바라봤다.

흡수한 부정력이 주윤문의 통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게 보였다.

“부정력 문제구나.”

주윤문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왜? 너무 급하게 많이 흡수했나?”

“아, 아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거 보니까 맞네. 초조한가 보지?”

“초조한 건 너 아닌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고, 승천 의식에 위험성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내게 신성(神性)까지 깃들게 될 텐데, 내가 초조해할 이유가 뭐가 있지?”

주윤문은 진짜 초조한지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내 손에 죽을 가능성이 크잖아.”

“그럴 가능성은 없으니 헛된 꿈은 꾸지 말거라.”

“헛된 꿈? 그건 너 같은 개자식이 꾸는 꿈을 헛된 꿈이라고 하는 거야. 황좌를 뺏겼으면 조용히 숨죽이며 살 것이지. 왜 천지 풍파를 일으켜서 세상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거야?”

“황좌를 빼앗긴 일 때문에 내가 신이 되려고 한다고 생각하나 보군.”

“수호문의 멸문이고 뭐고 이런 건 다 허울 좋은 말이고 실제로는 그게 혼천회를 만든 이유 맞잖아.”

“그래, 네 말이 반쯤은 맞다. 처음엔 내 자리를 빼앗은 숙부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정력을 필사적으로 모았지. 부정력은 저주 같은 술법을 펼치기에 최적화된 기운이었거든. 아마 수호문의 문주에게 패배하지 않았으면 피를 통해 내려오는 저주 같은 것으로 복수했을 거다.”

주윤문은 자조 섞인 웃음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웃는 걸 멈추고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수호문의 문주에게 패배한 일은 내게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패배하면서 십 수 년간 모았던 부정력을 모두 잃은 건 내게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그때는 그 적은 게 내 전부였다.”

“아쉽다. 스승님의 검에 죽었어야 했는데…….”

주윤문은 백서휘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복수심에 불탄 나는 혼천회란 걸 만들었지. 조직을 만드니 부정력의 수급이 쉬워지더군. 그때 나는 하나의 꿈을 꾸게 됐다. 네가 볼 때 나는 무슨 꿈을 꾸었을 것 같으냐.”

“수호문주를 죽이는 꿈?”

“그건 목표지 꿈이 아니야. 꿈은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이상(理想)이란 걸 염두에 두면서 한번 맞춰봐라.”

주윤문은 숙부에 얽매여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머리를 계속 굴려 보니 답이 나왔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천자보다 더 위대한 존재인 하늘이 되고자 한 건가?”

“그래, 맞다. 나는 하늘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었지. 그리고 나는 지금 꿈을 이루는 중이다.”

부정력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기운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아픈 감정을 이용해 만든 기운을 억지로 만들어내면서 신이 되려고 한 이유가 겨우 숙부를 뛰어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라니.

백서휘는 너무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넌 진짜 미친놈이야.”

“미쳐야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미칠 수 있다.”

절대 주윤문이 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백서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죽여야 돼.’

백서휘는 거리가 근접해 있는 걸 이용하기 위해 가장 빠른 초식인 경천신뢰를 펼쳤다.

“발전이 없구나.”

주윤문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허공에 부정력으로 이루어진 자주색 구(球)가 생기더니, 지면을 파헤치며 엄청난 속도로 백서휘에게 날아갔다.

쿠구구구!

‘제기랄!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나?’

백서휘는 은형잠종술을 펼쳐 자주색 강환이 만들어낸 흙먼지에 몸을 숨겼다.

콰! 콰콰콰! 콰콰콰콰쾅!

자주색 구는 동굴의 벽을 커다랗게 뚫고도 힘이 줄지 않는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자주색 구는 마지막에 가서 넉 장(약 12m)의 지름을 가진 구멍을 만들어냈다.

‘무슨 위력이 저렇게 강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백서휘는 절대 정면으로 자주색 구에 맞서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강환 하나를 은밀히 만들었다.

‘통했으면 좋겠군.’

보이지 않는 검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법이었다.

강환이 겨자씨만큼 작고 흙먼지까지 잔뜩 껴 있으니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라!’

겨자씨 크기의 강환은 아주 조용히 날아가다가 주윤문에게 가까워졌을 때 속도를 높였다.

쐐애애애액!

주윤문은 백서휘가 날린 강환이 날아오는 방향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지이잉!

부정력으로 이루어진 자주색 방패가 허공에 만들어졌다.

쾅!

백서휘가 쏘아 보낸 강환은 자주색 방패의 반탄력에 의해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강환은 동굴의 천장에 구멍을 작게 만들었다.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지금 어떻게든 타격을 입혀야 돼.’

이번엔 겨자씨랑 비슷한 크기의 강환을 두 개 만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했던 것처럼 하나를 먼저 보내고, 시간차를 두고 다른 방향으로 하나를 또 보냈다.

“똑같은 공격에 또 당할…… 크윽!”

시간차를 두고 쏘아 보낸 강환이 반탄력을 이겨내고 주윤문에게 타격을 입혔다.

백서휘는 겨우 만들어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천현현보를 밟아 바로 근접전에 들어갔다.

‘경천신뢰!’

백서휘가 휘두른 검이 벼락처럼 빠르게 주윤문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파아앙!

부정력으로 이루어진 자주색 원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주윤문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제기랄! 저건 또 뭐야!’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백서휘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주윤문이 붉게 물든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일단 조금 전처럼 시간차를 두고 계속 공격해 보자. 뭐야, 저놈 왜 주위를 둘러보지?’

불안해져서 별별 생각을 다 하는데 갑자기 주윤문이 손짓을 했다.

갑자기 바닥에서 부정력으로 이루어진 자주색 가시가 솟구쳐 올랐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공격.

기감으로 인지를 한 덕분에 피하긴 했지만, 반박자 늦게 피하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기랄! 하필 다친 부위가 다리라니…….’

무인에게 눈만큼이나 중요한 게 다리였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공격을 할 수가 없고, 뒤나 옆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회피를 하는 게 불가능했다.

근데 지금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치게 되면서 거리를 벌리고 줄이는 것과 진퇴를 하지 못하는 게 문제가 됐다.

‘젠장!’

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죽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다친 부위를 확인한 주윤문이 동굴이 떠나가라 웃었다.

“영혼이 먹힐 위험을 감수하고 부정력을 전부 흡수하길 잘했구나. 이런! 때마침 신성도 내게 깃드는구나! 하하하하하!”

동귀어진을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주윤문이 말한 단어가 백서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영혼? 잠깐, 이거 나만 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저놈을 아예 골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백서휘는 수많은 경험을 했다.

술법의 구성요소를 베어서 무력화시킨 적도 있고, 오행을 쓰던 주술사의 융합체도 베어 죽인 적이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부정력으로 이루어진 기운도 뚫어서 주윤문에게 타격을 입혔었다.

‘비물질적인 것 중 하나인 영혼도 베어 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데, 신성인지 뭔지도 벨 가능성이 없을까?’

백서휘는 영혼이든, 신이든, 물질이든, 비물질이든 감각적으로 인지하기만 한다면 뭐든 벨 수 있다고 믿었다.

‘일단, 진짜 용의 눈으로 먼저 바꾼다.’

백서휘는 몸속에 흐르는 용혈에 담긴 힘을 모두 동원해 용인(龍人_)의 눈을 진짜 용(眞龍)의 눈으로 변화시켰다.

‘보인다!’

백서휘의 몸에 피가 흐르는 모든 곳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는 참으면서 주윤문의 영혼을 벨 기회를 노렸다.

“하하하하! 이제 끝내야 할 시간이 왔구나.”

주윤문이 히죽거리면서 백서휘를 향해 걸어왔다.

백서휘는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주윤문을 향해 검을 있는 힘껏 던졌다.

“내 너를 죽이고 이 세상을 지배하는 하늘이 되어…… 벌레 같은 놈! 내 말 아직 안 끝났다.”

백서휘는 어검술로 검을 조작해 일도양단할 기세로 쭉 내리그었다.

절삭음이 들릴 리 없는데도 그의 귀엔 ‘서걱!’이란 소리가 들렸다.

“너, 어떻게 신성을……!”

주윤문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백서휘를 검지로 가리켰다.

“이번엔 영혼이야.”

백서휘는 이번엔 신성이 아니라 영혼을 검으로 베어 버렸다.

“어떻게…….”

주윤문이 짤막한 말을 남기고 죽어 버렸다.

그의 몸속에 있던 부정력은 밖으로 나와서는 천지사방으로 흩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백서휘는 온몸에서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끝인가.”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어서일까?

끝마치지 않은 숙제가 떠올랐다.

[모든 것을 베는 검은 존재할 수 있는가?]

백서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화두에 대답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것을 베는 검은 없다. 하지만, 검은 모든 것을 벨 수 있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을 한 백서휘는 웃으며 쓰러졌다.

그때 다수의 사람이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백 관주님!”

“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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