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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200화 (200/202)

귀환무관 200화

‘경천신뢰!’

백서휘는 일도양단할 기세로 검강이 깃든 검을 내리쳤다.

주윤문은 그의 검을 어렵지 않게 받아낸 후, 강기가 휘감긴 주먹을 자신 있게 내질렀다.

빠르고 강하지만 단순한 투로(鬪路).

‘너무 단순해. 함정인가?’

백서휘는 용안으로 주윤문을 빠르게 훑어봤다.

몸속에 흐르는 진기와 긴장된 근육 부위를 보니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감이 왔다.

지금의 공격은 주윤문에게 미끼인 동시에 탐색 수단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고 그 이후에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정하려는 게 분명했다.

‘받아내기 어려운 척을 하면 다음 공격에서 감췄던 송곳니를 드러내겠지.’

백서휘는 찔러 들어오는 주먹을 받아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주윤문이 바로 반대편 팔을 내뻗었다.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랐고 주먹이 아닌 관수(貫手)로 공격한다는 점이 조금 특이했다.

‘아직까진 예측대로야.’

당면한 문제는 주윤문이 노리는 부위가 어디냐였다.

헷갈리게 하려고 그는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지만, 이렇다고 해서 자신이 모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인 전투 경험은 백서휘에게 예지에 가까운 예측을 하게 해주었다.

‘가슴 아니면 목인데…… 목이군.’

뼈로 보호되는 가슴보다는 살로 둘러싸인 ‘목’이 공격하는 쪽에선 부담이 덜하긴 했다.

‘어떻게 요리해볼까.’

주윤문이 공격할 부위를 알게 된 덕에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백서휘는 공격을 쳐내고 바로 반격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지금!’

관수를 쥔 팔을 바깥쪽으로 쳐내니 자연스럽게 주윤문의 가슴이 열렸다.

웬만해선 잘 찾아오지 않는 황금 같은 기회.

백서휘는 펼칠 수 있는 가장 빠른 공격이면서 가장 신뢰하는 초식인 경천신뢰를 펼쳤다.

그의 검이 가로로 지나가면서 주윤문의 복부에 기다란 상처를 만들어냈다.

주윤문은 상처에서 피와 내장이 한꺼번에 쏟아지는데도 백서휘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났어.”

“지켜봐라.”

백서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혀를 찼다.

주윤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죽었다고 생각한 주윤문에게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보니 그의 복부에 난 상처가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제기랄! 이건 또 뭐야!‘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거리부터 벌리고 보자.’

백서휘는 용안으로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원인은 부정력이군.’

모여 있는 양을 보면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놈을 부정력이 다 소진될 때까지 죽여야만 완전히 끝장낼 수 있다는 건데…….’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주윤문을 완전히 죽일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최악의 일이지만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주윤문은 감당하지 못하게 될 만큼 강해지게 될 테고, 그러면 세상은 정말로 ‘끝’이었다.

‘……막을 수 있을까?’

수호문에 입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의무를 다하고자 절대다수를 위해 싸웠다.

‘최소한 오늘만큼은 아니야.’

오늘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자들이 아닌, 자신과 가족을 위해 싸울 생각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개자식을 막아야 돼! 나와 가족을 위해서!’

주윤문은 어느새 다시 일어나서는 이쪽을 노려봤다.

백서휘는 시선을 그의 복부 쪽으로 옮겼다.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하다고?’

지금껏 많은 무공과 술법 등을 견식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은 본 적이 없었다.

‘무공만이 아니라 이제는 재생력까지 고려해야 되다니…….’

가뜩이나 상대하기 힘든 적이 더 까다로워졌다.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어떻겠느냐?”

“너나 포기해.”

“죽음조차 초월하는 걸 봤는데도 계속 나와 싸우겠다는 것이냐?”

“진짜 죽음을 초월한 건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주윤문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이전보다 훨씬 몸놀림이 재빨라졌어.’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느껴질 만큼 주윤문이 강해졌다.

아직 자신이 전력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수준이 될 테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밀리게 될 것이다.

‘일단은 견제한다.’

백서휘는 열 개의 강환을 시차를 두고 쏘아 보냈다.

화들짝 놀란 주윤문은 정신없이 그의 강환을 피했다.

‘넋이 나가도록 만들어주지.’

마지막 강환을 피하고 안심한 주윤문에게 백서휘는 ‘천탈기백’을 펼쳤다.

하늘이 넋을 빼앗는다는 뜻을 가진 초식으로 환검의 묘리를 담고 있었다.

천변만화하는 검의 변화에 주윤문은 정신을 차리지를 못했다.

‘검에 시선을 뺏겨서 비어있는 손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잖아?’

백서휘는 강환을 하나 만들어 주윤문의 배에 꽂아 넣었다.

불의의 일격을 받은 주윤문은 뒤로 날아가더니 동굴 벽에 그대로 박혔다.

그를 완전히 죽이려면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없으면 부정력을 아무리 써도 재생할 수 없을 거야.’

백서휘는 검을 우하단에 늘어놓은 채 달려갔다.

그때 축 늘어져 있던 주윤문이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고 이쪽을 노려봤다.

‘노려보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사람을 죽이려면 방법은 많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편한 건 지금의 자신처럼 날붙이를 쓰는 것이었다.

백서휘는 들고 있는 검으로 주윤문의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

‘내세에는…… 헛!’

벽에 박혀 있던 주윤문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백서휘의 심장을 노렸다.

깜짝 놀란 정신과 다르게 백서휘의 몸은 지금 딱 필요한 일을 했다.

관수가 향하는 곳을 파악하고 공격을 피하면서 광풍번천 초식을 펼쳤다.

미친 듯이 검을 베고 찔러서 공간을 제압하니 주윤문은 더 다가오지 못했다.

백서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그의 전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조금 전에 움직임 속도는 나보단 못하지만 빨랐어.’

용인으로 변하여 신체 능력이 강화되지 않았다면, 자신은 주윤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나랑 동급의 무인이 되겠어.’

백서휘는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패가 뭐가 있는지 떠올려봤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줄 만한 것은 여러 개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승리를 가져다줄 만한 필승패는 없었다.

‘대치 상태인 지금 쓸만한 게…… 기독이 좋겠군.’

백서휘는 독령에게 기독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로 노려보며 빈틈을 노리고 있을 때 원하는 강도와 양을 가진 기독이 만들어졌다.

‘일단 절반만 하독해.’

『예!』

기독의 절반을 공기 중에 떠다니게 하고, 나머지 절반을 잘 배분해서 장풍에 담아 은밀히 쏘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주윤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독을 썼구나.”

“독이라니?”

“보아하니 산공독을 써서 나를 약하게 만들 속셈이었던 것 같은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가 하독한 독은 남김없이 전부 해독했으니까.”

백서휘는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용안으로 주윤문을 자세히 살펴봤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진기는 기독으로 인해 모래알처럼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부정력도 영향을 받고 있잖아?’

단단히 뭉쳐서 몸과 영혼을 변화시켜야 할 부정력이 흩어졌다.

‘시간을 벌 수 있겠어! 독령!’

『예!』

‘기독을 더 많이 만들어.’

백서휘는 몇 번 더 은밀히 하독했지만 주윤문이 기독을 저항하는 법을 터득해 처음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제 기독은 못 쓰는 패이니 버리고, 다른 게 뭐가 있을까.’

백서휘는 이기어검술을 발휘해 주윤문을 견제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산을 했다.

‘지금 쓸 수 있는 패 중에 가장 강력한 건 강환이고, 가장 빠른 건 신순이야. 만약 두 힘을 합칠 수 있다면?’

대충 어떻게 될지 예상해보니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백서휘는 독령에게 계속 기시를 쏘면서 기시의 머리 부분에 강환을 박아넣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실전에서 기술을 만들고 시험하는 게 미친 짓이란 건 알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쌕쌕쌕쌕쌕쌕!

백서휘의 몸에서 빠져나간 수많은 기시가 주윤문을 향해 날아갔다.

평범한 기시는 현경의 경지인 주윤문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극양이나 극음의 기운을 섞어 쓰려는데 주윤문이 말을 걸어왔다.

“네 공격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랑 계속 싸우겠다는 것이냐?”

백서휘는 대꾸하지 않고 독령을 독촉했다.

‘아직도 멀었어?’

『조금만 더 있으면…… 됐습니다!』

‘비장의 무기니까 모든 종류의 기시를 섞어서 써!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저놈이 알아차리면 안 돼!’

『예!』

독령이 일반 기시와 극양 혹은 극음의 기시, 강환이 박힌 기시를 섞어서 발사했다.

“내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봤을 텐데, 쓰레기 같은 기술을 또 사용하는구나.”

“과연 그럴까?”

백서휘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주윤문은 의미를 몰라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기시가 그의 몸을 때렸지만, 일반 기시라 호신강기에 막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뒤이어 날아온 극양의 기시가 주윤문의 오른팔을 때렸다.

충격량이 일반적인 기시와 비슷한 터라 이번 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또 사용하는 게 맞지 않…….”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윤문의 몸에 불이 붙었다.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불을 끄려고 했다.

쩌저적!

극음의 기시가 뒤이어 날아와서는 주윤문의 무릎을 얼어붙게 했다.

“다를 거라고 했지?”

백서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리 부분에 강환이 박힌 기시가 주윤문을 때렸다.

콰앙!

본질적으로 머리 부분에 달린 것이 강환이라 터졌을 때의 충격량은 일반 기시의 수백 배 이상이었다.

백서휘는 흐뭇한 표정으로 뒤로 날아가는 주윤문을 바라봤다.

주윤문은 이전에 박혔던 동굴 벽에 또 박혔다.

‘저 자식이 정신 차리지 못하게 계속 기시를 날려!’

『알겠습니다.』

백서휘는 허공에 뜬 검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검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그의 손에 안착했다.

‘강환이 달린 기시로 호신강기를 부수면 극음의 기시로 사지를 못 움직이게 해. 그리고 상처 부위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싶으면 극양의 기시를 써서 재생 못 하게 만들어.’

『예!』

백서휘는 천천히 걸어가다 멈춰서는 투창을 던지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심장을 터뜨리는 것보다는 목을 자르는 게…… 아니, 그냥 둘 다 하는 게 낫겠어.’

주윤문을 완전히 끝장낼 생각으로 검을 있는 힘껏 던진 순간, 갑자기 동굴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또 일어나는 거야?’

백서휘의 얼굴이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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