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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174화 (174/202)

귀환무관 174화

“처남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소?”

“적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저지할 힘이 부족하면 말짱 꽝이기 때문입니다.”

제갈선우의 힘 있는 목소리에는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정하진은 비밀 중 하나를 말해도 되겠단 결정을 내렸다.

“……처남을 지금 당장 데려올 방법이 있긴 하오.”

백서휘는 적의 습격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사용하라고 했다.

지금 상황이 그가 말한 조건에 완벽히 부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미리 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저, 정말 관주님을 데려오실 수 있습니까?”

정하진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룡단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그의 말을 믿었다.

“그렇소.”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처남이 내게 주고 간 물건이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지금 당장 이리로 데려오는 게 가능하오.”

“필요한 물건이나 지켜져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까?”

“없소.”

“그, 그러면 진짜로 지금 당장…….”

정하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룡단의 눈에 기대감과 희망이 어렸다.

그들은 백서휘만 있으면 지금의 어려움을 쾌도난마처럼 쉬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여기 말고 연무장에서 소환하도록 하겠소.”

여섯 사람은 회의실을 나와 빈 연무장으로 향했다.

“준비되셨습니까?”

정하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서휘가 선물했던 팔찌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 팔찌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그도 알 수가 없었다.

‘가능하니 처남이 그리 말한 거겠지.’

백서휘는 자하무관에 다시 빛을 가져온 자였다

언제나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낸 만큼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정하진은 믿었다.

“시작하겠소.”

정하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팔찌에 담긴 술법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팔찌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윽!”

오룡단은 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정하진은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눈을 뜨고 빛을 바라봤다.

찬연한 빛 속에서 익숙한 신영(身影)과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또 뭐야? 어? 매형? 설마 여긴…….”

백서휘는 정하진을 보자마자 이곳이 호남성 장사라는 사실을 짐작해 냈다.

그는 바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위험 요소는 없는데?’

백서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기감을 넓혔다.

결과는 조금 전과 같았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자 백서휘는 검을 다시 납검했다.

조금 기다리니 빛이 사그라지며 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슨 일 때문에 팔찌를 쓰신 거예요?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위험한 상황 맞네.”

“예?”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갈선우가 불안한지 주위를 계속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지.”

뭔가 있다는 걸 직감한 백서휘는 학무관 내에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설명은 누가 하는 게……?”

“처음부터 일을 처리했던 그쪽에서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오.”

“그럼 설명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시오.”

제갈선우가 목을 가다듬는 동안, 백서휘는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일이 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설명은 일단 나중에 하고 날 소환한 이유나 먼저 말해봐.”

꽤 비싼 돈을 투자해서 만든 팔찌였다.

별것 아닌 이유로 소환한 거라면 백서휘는 마음이 좀 아플 것 같았다.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관주님을 소환한 겁니다.”

“무슨 위험?”

“장사 내에서 관주님과 관주님의 가족들이 고립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건 설명을 듣는 게 낫겠네.”

제갈선우는 정하진에게 했던 설명을 그대로 백서휘에게 하였다.

“사람이 죽거나 다칠 만한 일을 일으켜서 나나 가족들을 장사에서 쫓아내게 만들겠다는 거네?”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만한 일을 진행하면서 관주님의 가족들에 대한 공격도 있을 거라 추정 중입니다.”

“습격이야 당연히 하겠지. 내가 부재중인 걸 노려서 만든 계략일 테니까.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하냐는 건데…….”

“성토하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관주님 가족들을 공격하거나 납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할 만한 일을 벌인다면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할까?”

“우물이나 상강(湘江)에 독을 푸는 것, 벽력탄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

“그 셋 중 하나가 일어나게 된다는 거야?”

“아니요. 셋 모두가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뭐?”

“한 가지 방법만 쓰기엔 혼천회가 지금까지 관주님 때문에 너무 크게 손해를 봤습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만큼 이번에는 시간, 돈, 인력 모두를 최대로 투자해 일을 크게 벌일 거라 예상됩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네.”

백서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황보정석, 너는 지현에게 협조를 구해서 우물이나 상강의 물에 독이 풀려있는지 확인해. 만약 풀려있다면 당기준이랑 관에서 지원해준 병력이랑 함께 돌아다니면서 장사 사람들이 물을 못 쓰게 만들어.”

“예!”

“제갈선우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벽력탄이 설치되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 일월안이면 그래도 금방 파악해낼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남궁민이랑 모용진은 개방이랑 하오문에 들러서 협조를 구해서 거동이 수상한 놈들 다 조사해둬. 뭔가를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고.”

“네!”

“이제 흩어져.”

오룡단이 백서휘가 지정해 준 일을 하기 위해 학무관을 나섰다.

“처남은 여기 계속 있는 게 좋을 것 같군.”

“예?”

“장사 사람 중에 자네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서휘는 말을 하면서 천환역용공을 펼쳐 생김새를 다르게 바꾸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했다.

실시간으로 백서휘의 생김새가 변하는 걸 본 정하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건 또 뭔가.”

“역용술이란 건데…… 반가면을 쓴 놈을 찾으러 가야 해서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백서휘가 회의실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나는 뭘 하면 되겠나?”

“매형은 가족을 지키셔야죠.”

“가족을?”

“예, 황천익에게 제가 돌아왔다고 말하면서…… 아니, 이건 제가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따가 생소한 사람이 집으로 찾아가도 놀라지 마세요.”

백서휘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 기감을 빠르게 넓혔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백서휘는 그 모든 것에서 고르고 골라서 황천익이 어디인지 알아냈다.

‘아직 기숙사에 있었군.’

기숙사로 가서 황천익이 머무는 방으로 갔다.

“황천익 안에 있지?”

백서휘의 목소리란 걸 알아차린 황천익이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언제 온 건가?”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지금은 급하니까 일 얘기부터 하자. 내 가족들을 보호해 줄 수 있어?”

“얼마든지 가능하네.”

혼천회를 겪었던 경험이 있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황천익은 흔쾌히 수락했다.

“시간은 그러면 오늘부터 흐르는 거라고 봐도 되는 겐가?”

백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3년 후 오늘이 떠나는 날이 되겠군”

“아니, 3년은 아닐 거야.”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

“말 바꾸려는 게 아니라 그쪽 덕분에 혼천회의 음모를 눈치챘잖아. 그래서 일이 끝나면 기간을 협의하에 줄여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정말인가?”

“그래.”

“고맙군.”

황천익이 진심으로 고마워하자 백서휘는 괜히 민망해졌다.

“……난 일단 가볼게.”

“나도 손자를 찾는 대로 그대의 집으로 가겠네. 가족들의 안전은 걱정하지 말게나.”

백서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숙사를 떠났다.

그는 역용을 한 상태로 기감을 넓힌 채 장사 전역을 계속 돌아다녔다.

‘황천익을 어렵지 않게 상대했다고 했으니 무위는 최소 초절정의 경지 이상일 테고…….’

초절정 경지 이상의 무인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반박귀진(返璞歸眞)을 이뤘거나 특수한 무공으로 경지를 숨기지 않는다면 금방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백서휘는 생각했다.

‘어디냐!’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외곽에 있는 작은 객잔에서 초절정 경지 이상의 강자를 찾아냈다.

백서휘는 은형잠종술을 쓴 상태로 객잔 지붕 위에 달라붙었다.

‘놈이 맞는지 확인해 보자.’

반가면이라고 추정되는 놈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손님들 사이에서 그 혼자만 유독 다른 세상 사람처럼 보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가 식사를 끝내고 객실로 올라갔다.

‘그냥 정체를 숨긴 은거기인인가?’

의심을 조금 거두었을 때 반가면을 썼을 거라 추정되는 자가 가부좌를 틀었다.

운기조식 상태에서 습격당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는 천천히 기감을 넓혀갔다.

그러다 그의 기감과 백서휘의 기감이 부딪혔다.

서로의 기감이 맞물리며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이 둘을 덮쳤다.

확실하게 들켰다고 생각한 백서휘는 바로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벌떡 일어난 놈은 품속에서 반가면을 꺼내 쓰면서 방을 나오자마자 1층으로 뛰어내렸다.

쾅!

탁자가 부서지고 음식들이 담긴 그릇이 깨졌다.

반가면을 쓴 자는 손님을 흘끔 보고는 밖으로 튀어 나갔다.

백서휘는 응룡비천신법을 펼쳐 도망가는 그를 뒤따라갔다.

두 사람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죽여야 돼.’

백서휘가 반가면을 쓴 자를 향해 검을 날리려는 순간, 주먹만 한 크기의 공이 날아왔다.

쐐애애애액!

‘이까짓 것으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싸웠는데도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 헛!’

공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아주 큰 폭발이 일어났다.

검에서 느껴지는 충격량은 화경의 무인이 휘두른 검을 막는 거랑 동급.

평범한 벽력탄이 아니었다.

‘이런 게 광장처럼 사람 많은 곳에서 여러 개 터지면…….’

도망치는 데도 아낌없이 벽력탄을 쓰는 놈들이니, 벽력탄을 써서 어떻게든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제갈선우의 말이 현실감 있게 백서휘에게 다가왔다.

‘혹여라도 저놈을 잡는 데 실패하면 장사에 있는 모든 기반을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수도 있어.’

학무관을 만들며 했던 고생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백서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잡겠노라고 다짐했다.

쐐애애액!

다시 한번 날아드는 벽력탄을 경천신뢰의 초식으로 잘라내려는 데 사람들이 보였다.

백서휘는 묵룡갑과 호신강기를 믿고 양손으로 공을 붙잡았다.

반가면을 쓴 자가 미친놈 보듯 그를 바라봤다.

콰아아앙!

손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엄청난 충격량을 백서휘에게 안겼다.

다행히 호신강기를 두르고 묵룡갑이 충격량을 막아준 덕분에 양손에는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폭발의 충격량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해 살짝 내상을 입었다는 거였다.

“백서휘?”

반가면을 쓴 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백서휘의 귀에 들려왔다.

확실히 조금 전처럼 폭발을 막을 사람은 자신 말고는 무림에 없었다.

‘저놈이 죽어야 할 이유가 또 늘었네.’

다른 놈들에게 자신이 돌아왔다는 정보를 전하기 전에 죽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비밀병기로 존재해야 적들을 잡기 더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쐐애애액!

‘제기랄! 저놈 도대체 벽력탄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벽력탄을 만들어낸 벽력문은 수호문이 오래전에 멸문시킨 문파 중 하나였다.

벽력탄이 가진 위험성이 심각해 후인까지 남기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기록을 읽은 기억이 분명 있었다.

‘크기가 작고 폭발력이 이렇게 강한 걸 보면 벽력탄 중에서도 벽력문의 문주가 직접 만들었다는 폭뢰신탄(爆雷神彈)인 것 같은데…… 설마 혼천회에서 폭뢰신탄의 복원에 성공한 건가?’

거리를 벌렸다는 것에 만족한 건지 아니면 수량에 한계가 있는지 반가면을 쓴 자는 이후로 폭뢰신탄을 쓰지 않았다.

‘폭뢰신탄이 다 떨어진 것 같으니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면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겠어.’

백서휘는 응룡비천신법을 전력으로 펼쳐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반가면을 쓴 자가 기겁하며 발을 바삐 놀렸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갔다.

“죽어!”

백서휘가 반가면을 쓴 자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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