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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48화 (48/202)

귀환무관 48화

“초식을 이루는 동작이 크고, 동작마다 힘을 많이 싣는 무공이라 실패했을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됩니다.”

서강호는 어렵지 않게 정답을 맞혔다.

백서휘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운학 쪽으로 돌아갔다.

“네가 알려준 거야?”

“아니요.”

“그럼 혼자 깨우쳤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백서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인에게 있어 근골만큼이나 중요한 게 오성(悟性)이었다.

오성이 뛰어나면 똑같은 무공을 배워도 더 빨리 익히고, 상황 판단도 좋아 실전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펼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오성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예상보다 오성이 뛰어나다.’

백서휘의 시선이 다시 서강호에게로 향했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나?”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꿰뚫어 보는 능력을 키우면 돼.”

“음…….”

“꿰뚫어 보는 능력이 뛰어나면 상대의 눈동자와 근육의 움직임, 진기가 보이는 변화 등을 바탕으로 상대가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자! 여기서 문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게 되면 뭐가 좋을까?”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다른 것도 있을 텐데?”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있지 않나?”

“기회를 노려 반격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다 맞았다.”

“이 세 개 말고 다른 답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히는 네가 생략한 말이 있어.”

“음…….”

“꼬맹이들도 한번 맞춰봐.”

금태평과 방소유가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아! 저 알 것 같아요!”

금태평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뭔데?”

“상대의 움직임을 알 수 있으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정답이다.”

서강호가 워낙 뛰어나서 그렇지 금태평에게도 재능이 있긴 했다.

‘제법인데?’

백서휘는 살짝 놀란 얼굴로 금태평을 바라봤다.

금태평은 목에 힘을 주며 에헴, 에헴 헛기침을 했다.

“다들 꿰뚫어 보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제 깨달았을 거야. 그렇지?”

“네.”

“이런 ‘꿰뚫어 보는 능력’을 상승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태평이랑 소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요.”

“음……. 정답은 이따 공개하는 거로 하고, 나는 잠깐 시장 좀 갔다 와야겠다.”

“시장이요? 그 도구를 사러 가시는 거예요?”

백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운학이 백서휘를 돕기 위해 나섰다.

“아니, 너는 내가 조금 전에 알려준 것들을 방소유에게 이해시키고 있어.”

“끄응, 알겠습니다.”

“강호 너는 날 따라와도 좋아.”

백서휘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서강호가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가자.”

백서휘와 서강호는 시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무공 수련하는 건 할 만해?”

“아직은 어렵기만 합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중에도 쉬워지지는 않아.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질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는 쉬워지겠지, 이런 기대는 절대 품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진짜 명심해야……. 저놈들 지금 뭐 하는 거지?”

사파 출신으로 보이는 무인들이 상인을 괴롭히는 모습이 백서휘의 눈에 들어왔다.

장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영역이었다.

그 영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들은 황제일지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싹 다 죽여야지.’

걸어가려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데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서강호.”

“네?”

“꿰뚫어 보는 능력이 뛰어나면 어떤 움직임이 가능한지 보여줄 테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백서휘는 사파무인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뭐야.”

“어? 저놈은…….”

“아는 놈이야?”

“자하 무관의 관주인가 그래.”

“겨우 무관의 관주 따위가 우리 산동사흉(山東四凶)을 막으려고 지금 이렇게 걸어오고 있는 거야?”

“이곳 무관의 관주가 고수라는 소문이 있어.”

“관주가 강해봤자 관주지.”

자신에 대해 모르는 걸 보면 외부에서 유입된 놈들인 게 분명했다.

‘내가 수호문의 문주인 건 몰라도 절정 고수란 건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파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눈이 좋아야만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생각해보면 앞에 있는 이들은 절대 오래 살 팔자가 아니었다.

“내가 갈까? 너희들이 올래?”

“크크큭! 네가 와라.”

산동사흉의 첫째가 도발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대형! 화병 나서 쓰러지면 우리의 힘을 못 보여주니까 적당히 도발해.”

백서휘는 무심한 얼굴로 산동사흉과의 거리를 좁혔다.

“맨손으로 우릴 상대하겠다? 하! 이 씨발놈아! 우리 산동사흉이야!”

배를 잡고 웃던 산동사흉의 둘째가 갑자기 정색하며 달려들었다.

백서휘는 한 발자국 옆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그의 공격을 피했다.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는 산동사흉의 둘째.

백서휘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병신.”

“이, 이 자식이!”

산동사흉의 둘째가 벌떡 일어나 중식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피하려면 이런 식으로 피해야 돼.”

백서휘는 고개와 몸을 살짝살짝 젖혀 산동사흉의 둘째가 펼치는 초식을 가볍게 피했다.

“대형, 저 자식 진짜 고수인 것 같은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막내야, 둘째가 왜 둘째인지 너도 알잖아. 우리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해서 둘째다. 저놈이 무관의 관주 따위한테 질 리가 없어.”

“그래도…….”

“정 불안하면 네가 돕던가.”

“알았어.”

산동사흉의 막내는 날카로운 눈으로 백서휘를 째려보며 급습할 기회를 노렸다.

‘멍청한 놈들! 수가 다 보이잖아. 이 정도 실력으로 사흉이니 뭐니 한 거야?’

백서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일부러 등을 보였다.

산동사흉의 막내가 손에 들고 있던 비도를 날렸다.

백서휘는 춤을 추듯 우아한 동작으로 옆으로 물러나며 날아오는 비도를 낚아챘다.

“어, 어떻게…….”

“꿰뚫어 보는 걸 잘하면 이렇게 투척 무기를 잡아다가 다시 적한테 날리는 것도 가능하지.”

백서휘는 쥐고 있는 비도를 산동사흉의 막내에게 던졌다.

쐐애애액!

비도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산동사흉의 막내 이마에 박혔다.

“마, 막내야!”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사람이 흥분하면 이렇게 동작이 커져서 피하는 게 쉬워진다. 너는 이놈처럼 흥분해버리면 가뜩이나 큰 동작이 더 커져서 약점을 드러내게 되니까 실전에서는 항상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알았냐?”

“네.”

백서휘는 가르칠 때 말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동작으로 산동칠흉의 셋째가 펼치는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그때였다.

산동칠흉의 셋째 뒤에서 갑자기 첫째가 튀어나와 백서휘의 목을 노렸다.

“꿰뚫어 보는 걸 잘하면 지금처럼 기습 공격을 받을 때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감이 와.”

피할 수 있었지만, 서강호에게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검을 뽑아 막는 방법을 택했다.

채채채채챙!

두 사람의 검날이 서로 부딪힐 때마다 불똥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보여? 보이면 고개 끄덕여봐.”

서강호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백서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으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백서휘는 상대의 공격이 최종적으로 닿는 곳에 천천히 검을 부드럽게 가져다댔다.

“이게 후발선지의 묘리다. 나중에 경지에 오르면 오늘 내가 보여준 게 도움이 될 거다.”

서강호에게 보여줄 만한 거 웬만큼 다 보여줬다.

이정도로 친절히 가르쳐줬으면 알아서 이해하리라 싶었다.

백서휘는 일검을 휘둘러 산동사흉의 목을 베는 것으로 싸움을 끝냈다.

“와! 관주님! 멋있어요!”

“자하무관 최고다!”

“장사의 자랑! 자하무관!”

시장 상인들이 백서휘와 자하무관을 찬양했다.

매번 음지에서 싸워왔던 터라 이런 반응은 솔직히 낯설었다.

백서휘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볼을 긁적거렸다.

“훈련 도구 사서 얼른 무관으로 돌아가자.”

“네!”

백서휘와 서강호는 자그마한 공을 수십 개씩 사서 자하무관으로 돌아갔다.

“오셨다!”

운학과 금태평, 방소유가 후다닥 달려와서 두 사람이 들고 있던 짐을 들었다.

“이거 뭐예요?”

“공.”

“공은 왜? 설마 훈련 도구란 게 공이에요?”

“그래.”

금태평이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짐을 바라봤다.

“자, 이제 어떤 식으로 훈련할지 설명하겠어. 이 공에 숫자를 써놓고 던지면 어떤 숫자인지 맞히는 거야. 알았어?”

“겨우 그걸로 꿰뚫어 보는 능력이 좋아져요?”

“이걸 수십, 수백, 수천 번 하면 동체 시력이 상승해서 상대의 공격을 잘 볼 수 있게 될 거야.”

“이게 적응이 되면요?”

“그때는 화살로 바꿔야지.”

“화, 화살이요?”

“일반적인 화살 말고 촉 부분을 뭉툭하게 만든 훈련용 화살.”

“아!”

금태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살이 끝인 거예요?”

방소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살마저 완벽히 해내면 그때는 실전으로 넘어가야지.”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겠죠?”

“네가 생각하는 게 뭔데?”

“진검 아니에요?”

“똑똑한데?”

평소에 하도 허당기 넘치는 모습만 보여서 몰랐는데 금태평도 오성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운학이 진검으로 펼치는 공격을 보법을 밟아 피하면 돼.”

“제가 백날 노력해도 운학 사범님의 공격은 못 피할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삼류 무사의 움직임으로, 그다음은 이류 무사의 움직임으로, 이것도 적용되면 일류 무사의 움직임으로……. 이런 식으로 가면 너도 피할 수 있을 거야.”

“아! 그러면 진짜 저도 피할 수 있겠네요.”

“너는 처음부터 이류 무사의 움직임으로 갈 거니까 각오하는 게 좋아.”

“헉! 왜 저만 이류 무사 수준으로 움직여요?”

“넌 권사잖아. 발이 느리면 죽어야지.”

“발을 빨리 움직이는 법은 안 알려주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보법은 안 알려주셨어요.”

“음……. 그러면 보법과 민첩성을 동시에 기르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밖으로 나와.”

“지금요?”

“어차피 모든 훈련은 실외에서 할 생각이었어.”

백서휘는 공을 챙겨서 연무장으로 나갔다.

네 사람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운학은 강호 훈련 도와줘.”

“네.”

운학과 서강호는 연무장 구석으로 가 꿰뚫어 보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시작했다.

“이쯤에서 하면 되겠다.”

“뭘요?”

“잘 봐.”

백서휘는 바닥에 사다리 모양의 그림을 그렸다.

“원래는 줄사다리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줄 사다리를 가져올 수 없으니까 이렇게 시범을 보여주는 거야. 다음부터는 줄사다리로 지금 내가 알려주는 훈련을 해.”

“네.”

“자, 시작한다.”

백서휘는 사다리의 디딤대 부분을 발로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줬다.

“첫 번째 훈련은 이걸 한 빠르게 하면 돼.”

“저도 한번 해봐도 돼요?”

방소유가 처음으로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좋아, 한 번 해봐.”

방소유는 나비가 앉듯 가볍게 사다리의 디딤대 부분을 밟고 갔다.

“괜찮네.”

“저도 한번 해볼래요.”

“그래.”

금태평은 슬쩍 서강호를 한번 쳐다보고는 전속력으로 디딤대 부분을 밟아나갔다.

그러다 디딤대가 아니라 다른 곳을 밟았다.

“다시.”

“예?”

“놓치면 다시 뒤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면 돼.”

“끄응.”

금태평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여러 번 실수했다.

“첫 번째 훈련은 이쯤하고 두 번째로 넘어가자.”

“두 번째는 어떤 훈련인데요?”

“두 번째는…….”

백서휘는 총 일곱 가지 훈련 방법을 두 사람에게 전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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