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 61화 (62/84)

제1장 포로(捕虜)

 화인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뻗어냈던 손에 묵직한 느낌이 왔

던 것이다. 거의 얼굴이 함몰되는 수준일 거라 생각하였다.

 쓰러지는 놈의 머리를 넘으며 단숨에 창문 끝까지 도달한 화인걸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쓰러진 놈을 타고 넘을 때 언뜻 스쳐간 놈의 얼굴 때문

이었다. 웃는 듯한 표정이었던 거였다. 내심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일단 도주가 급했기에 창문을 부수며 정신없이 내달렸다.

 "에라! 이 사악한 놈아."

 갈태독이 백산을 향해 소리를 팩 질렀다. 백산이 하고자 하는 일의 의도를

 눈치 챘던 까닭이었다.

 "그 새끼, 지금쯤 날아가는 기분이겠죠?"

 갈태독을 쳐다보는 백산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어렸다.

 백산의 말은 사실이었다. 창을 넘어 도망친 화인걸은 열심히 몸을 날리면

서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놈! 이 화인걸이 우습게 보였더냐? 천무맹이란 거대한 곳에 있

으면 배우기 싫어도 배워지는 것이 이런 것이다, 햇병아리 놈아."

 자신의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놈은 강호 초출의 햇병아리였다. 무인이

면 언제나 돌발적인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에도 갑작스런 기

습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운이 나쁜 게 아니었다. 최고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비록 제마각 무사를

다 잃었지만 마달의 암수에서 살아났고, 그동안 제거하려 했던 자들에게 잡

혔는데도 도망쳐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더욱 통쾌하게 해주고 있

는 사실은 지금 몸속에서 들끓고 있는 내력(內力)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끊

임없이 복용했으나 본인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영약 기운들이 무섭게 솟

구쳐 올랐다.

 몸을 치료해준 것뿐만 아니라 절세(絶世)의 기연까지 안겨주었다.

 "내가 너무 빨리 달렸나?"

 객잔으로부터 거의 오백여 장 이상 달려온 것 같은데 추격의 기미가 보이

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멈춰 섰다. 자신을 대하던 그들의 성정으로

 보았을 때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 쫓아와야만 정상인데 어떠한 흔적도 감지

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으으! 빨리 운공할 곳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오한이 드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던 화인걸이 은밀한 장소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내부에 끓고 있는 기운을 빨리 다스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온몸에서 솟구쳐 오르는 이 내력들이 모두 사라지든지, 아니면 다시

 잠들어버리고 말 터이다.

 '어떻게 얻은 기연인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와서 얻은 기연인데 이대로 사라

지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다시 한 번 주위의 동정을 살폈으나 어떠한 인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이 왔나?'

 사실 제 생각으로 오백 장이지, 그보다 훨씬 많이 온 것이 분명한 것 같았

다. 객잔 때문이었다. 분명 객잔의 창을 뚫고 나왔는데 어디에도 그런 비슷

한 건물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들끓던 내력에 의해 내공이 강해졌고 실제

보다 더 빨리 달렸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저곳이면 되겠다."

 그가 있는 곳에서 이십여 장 앞, 약간 기울어진 언덕배기에 바위가 턱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혀 발각될 리가 없는, 운기행공(運

氣行功)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은밀한 곳이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무리라 생각했는지 들끓는 내기를 억지로 가라

앉히며 주변을 다시 한 번 예리하게 살폈다. 역시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좋아, 이곳에서 운공을 하고 어두워지면 빠져나가자."

 조그마한 바위틈 옆으로 몸을 숨긴 화인걸이 운공에 들었다.

 "으윽!"

 운공을 시작한 그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흘러나왔다. 내부에서 일고

있는 내력이 그만큼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실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내력이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공과 거의 맞먹는 막대한 양의 내공이 온몸에서 들끓었다. 빠른 시

간 안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모두 사라지게 될 터이다. 그러나 도

대체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운공을 시작하려는 와중에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처음 접하

는 기연에 흥분을 가누기 어려웠다. 기연(奇緣)이 아니라 천연(天緣)이었다

. 자신이 절실히 원했던, 아버지가 그렇게도 바랐던 것이었다. 눈엣가시 같

던 백무천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천연이었다.

 '침착해라, 화인걸. 일단은 네 것으로 만들어야 천연이 된다.'

 아무리 하늘이 내려준 기연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

무 소용이 없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운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내

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며 삼매경의 경지로 넘어가는 순간, 그의 모든

기대를 날려버리는 일말의 소성이 들려왔다.

 "저 새끼, 형님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까?"

 "지가 잘나서 그리된 줄 알지, 형님이 때리면서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

겠냐? 그걸 알면 사람이게?"

 섯다와 뱁새의 대화 내용이었다. 독(毒) 때문에 격발되었던 내력을 백산이

 더더욱 돋우어버렸다는 말이었다.

 사실 독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던 잠력은 그리 대단한 정도가 아니었다. 단

지 몸을 치료하기에 적당할 정도의 내력만 생겨났던 거였다. 그런 상태에서

 백산의 주먹질과 발길질이 그의 잠력을 더욱더 깨워버렸고, 그 깨어난 내

력들이 경공을 전개하며 달리자 온몸을 돌아다니며 잠들어 있던 다른 내력

까지 깨우는, 잇따른 반응을 일으킨 것이었다. 과거에 써먹던 타혈법을 화

인걸에게도 시전했던 거였다.

 덕분에 화인걸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모든 내력이 순식간에 들고 일어나

버렸다.

 '그럼 일부러…….'

 "커억!"

 화인걸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칠공으로부터 피를 토해냈다. 일부러 그랬다

는 것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기 위해 그리했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최고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놈의 계략이라니.

 결국 주화입마에 들고 말았다. 아직 완전하게 삼매경에 빠지지 않았기에

온몸에서 폭발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폐인으로

 가고 말 것이다.

 "이럴 땐 무조건 패라 했어."

 허공에서 모사가 툭 튀어나오자 일행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궁세우를 필두

로 해서 대통진을 구성했던 광견조원들이었다. 새로이 만들어진 대통진을

실전에서 시험해보려는 생각에 화인걸을 풀어주었던 거였다.

 남궁세우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어렸다. 비록 공격이 불가능한 진(陣)

이지만 상대에게 보이지 않게, 흔적 없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가능했다

. 십여 장 정도 근처에 있었는데도 도망자의 입장에서 사방을 살피던 화인

걸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함은 대단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건 남궁세우 한 사람뿐, 피를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는

 화인걸은 아니었다. 소살우에게 걸레가 되도록 얻어맞았던 모사가 마치 화

풀이라도 하는 듯, 화인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커억! 우욱! 윽!"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 상태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얼굴로부터

시작하여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모든 곳에 놈들의 주먹이 작렬해들었다.

 그런데 더욱 묘한 것은 기절을 하고 싶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막 아득해

지려는 순간에 또 다른 통증이 다가와, 멀어지는 정신을 현실의 고통 속으

로 다시 밀어 넣었다.

 "으웩!"

 피가 다 넘어오자 이번에는 신물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며칠간 물을 제외

하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건만 구역질은 그치지 않았다.

 "그만!"

 일휘는 신 난다는 듯이 화인걸을 잡아 패고 있는 모사와 섯다를 중지시켰

다. 피가 더 이상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주화입마의 진행이 멈췄다는 뜻

이다. 이 이상 때리면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중지시킨 것이었다.

 "안됐다. 어찌 걸려도 형님처럼 사악한 인간에게 걸려 가지고……."

 일휘가 화인걸의 입 주위를 툭툭 치며 혀를 찼다. 그러나 백산을 사악한

놈이라 하지만, 이빨이 모조리 빠져나간 화인걸의 턱을 때리는 자신의 행위

 또한 사악하다는 것은 정작 모르고 있는 듯했다

 "으윽! 자…이하 놈…드……."

 잔인한 놈들이라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몇

개 남아 있던 이조차 남김없이 빠져버렸고 입 안도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

았다. 혀를 깨물어 자결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절망이었다.

 두 배의 내공을 얻어 강호무림 최고의 고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

데, 다시 한 번 강호에 우뚝 선 화인걸이 될 수 있었는데, 주화입마로 인하

여 칠 할의 내공이 사라져버렸다. 고수(高手)는커녕 삼류 무사 수준으로 전

락하고 말았다.

 "우욱!"

 조금 전에는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흥분 때문에, 이제는 분노 때문에 마음

이 진정되질 않았다.

 분한 마음에 또다시 구토가 밀려왔다.

 "이 새끼 토한다, 재갈 물려."

 화인걸의 턱을 치고 있던 일휘가 다시 토악질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 기겁

한 표정으로 물러나며 소리를 질렀다. 일휘의 말을 들은 모사가 재빨리 재

갈을 가져왔다.

 "사부님! 가시죠."

 "이 녀석들아, 너무 심하지 않느냐."

 한쪽에서 자신들이 구축했던 대통진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던 남궁세우

가 일휘와 광견조원들이 저질러놓은 광경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팔과 다리를 묶어서 그 사이에 몽둥이를 끼워 넣은 모습, 사냥한 짐승

을 운반할 때 쓰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재갈이라고 입 안에 쑤셔 박아놓은

것은 화인걸이 신고 다니던 신발이었다.

 "애들이 만지기를 싫어하는지라. 가자!"

 "쯧쯧!"

 남궁세우가 혀를 끌끌 찼다. 광견조원들을 잘못 데리고 나왔다 싶었다. 진

을 연구하기 위해서 데리고 나온 것이면 이 애들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는데

가장 먼저 나서기에 데리고 온 것뿐이었다. 차라리 다른 조원들이었더라면

좀 덜했을 터인데, 화인걸이 있는 천무맹에 워낙 맺힌 것이 많은 광견조원

들이었다는 것을 깜빡했었다.

 "이 새끼, 더럽게 무겁네."

 콰당!

 객잔에 들어선 광견조원들이 화인걸을 거칠게 내동댕이치며 욕지거리를 해

댔다. 다시 살려온 것이 못마땅한 듯, 얼굴 가득 불만의 표정들을 짓고 있

었다.

 "재갈까지 물려왔네?"

 "원래 짐승 새끼는 메고 올 때 재갈을 물리는 것이 기본 아뇨, 사냥꾼 맞

소?"

 백산이 신기하다는 듯 화인걸의 입 주위를 꾹꾹 눌러보며 일휘를 쳐다보자

, 일휘 또한 빙긋 웃으며 새삼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이쿠, 이 새끼 뭘 얼마나 처먹었기에 토를 하냐."

 화인걸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물을 보며 마치 역병 걸린 환자를 피하듯 뒤

로 물러나며 주절거렸다. 화인걸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이곳저곳 터진 얼굴과 부서진 코뼈에서부터 흘러나온 피, 입 안을 틀어막

고 있던 신발 틈새로 넘어오는 신물 등이 섞여 묘한 악취가 풍겨났다. 또한

 신발을 너무 깊숙이 찔러 넣었는지 화인걸의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 두면 기도가 막혀서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형님! 이 새끼 단전을 아예 없애버릴까요?"

 소살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며 화인걸을 가리켰다. 지금껏

적을 잡았을 때 백산이 해오던 방식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더구나 이

놈은 지금까지 잡았던 놈들 중에 가장 악질이다. 단전이 아니라 아예 불구

로 만들어버렸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아니었는지 백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광견조원들을 향해 백산이 느닷없이 질

문을 던졌다.

 "발가벗은 여자가 있고, 그 앞에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놈은 내시고 또 한

 놈은 소살우다."

 "두말하면 잔소리, 조장 아뇨."

 "살우야, 너란다."

 "이런 개자식!"

 결국 화인걸의 단전은 무사히 보존되었으나 그 방면에 선수라고 공연히 잘

난 척했던 섯다만 소살우에 의해서 초죽음이 되도록 맞았다. 자칭 선수라는

 그도 남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들게 되면 위아래 상관없이 광분한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

 "섯다, 데려가서 일이나 가르쳐라. 제대로 가르쳐야 할 거다."

 소살우에게 얻어맞고 어디 화풀이할 대상을 찾던 섯다의 표정이 환하게 변

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때문에 괜히 매를 벌었는데 그 해소책이

생긴 것이다. 바로 화인걸이라는 놈이.

 "안 오쇼?"

 "허허! 알았네."

 패웅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섯다의 뒤를 따랐다. 도저히 종잡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 같은데

, 간혹 가다 보여주는 잔인한 행동은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섬뜩했다.

 화인걸을 다루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장난스럽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상

은 자살도 하지 못하도록 이빨만 뽑아버렸다. 고통을 주자고 하면 분근착골

(分筋錯骨) 같은, 혈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

고 있다.

 지금만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포로랍시고 잡아놓고 그에게 식사

준비를 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새끼야, 똑바로 안 걸어."

 패웅에게는 약간 정중하게 대하던 섯다가 화인걸이 어기적거리자 엉덩이를

 냅다 걷어차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다시 한 번 세상살이에서 무엇보다 중

요한 것은 배경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서문천과 안면이 있는 패웅은 그나마 어른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아무것

도 없는 화인걸은 섯다의 밥이 되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혈

안이 되어 있는 천무맹주의 자식이었기에 더욱더 거칠게 다루고 있는 것이

다.

 "형님들, 신참이요. 잘 가르치라 합디다."

 섯다가 소리를 지르며 들어선 주방에는 어느새 왔는지 일휘와 각 조의 조

장들이 식사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 그래? 일단 할 일이나 알려줘. 이사, 뭐해? 빨리 안 던지고."

 패웅과 화인걸을 흘긋 일별한 일휘가 한쪽 구석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알았소. 자, 가오."

 순간, 이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붉은 덩어리 하

나가 날아왔다.

 "타핫!"

 턱!

 일휘의 입에서 조그마한 고함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날아오던 물체가 우뚝

멈췄다.

 백산이 빙천비를 이용해서 꽁꽁 얼려두었던 돼지고기였다. 이곳에서도 생

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무공이 유감없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휘의 행동이었다.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돼지고기를 손으로 잡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공을 이용하여 허공에 멈춰 서게 하였다.

 "또 가오."

 다시 한 번 이사의 외침소리가 들려오고 두 덩어리의 물체가 날아왔다. 이

번에는 일휘 옆에 있던 막사와 소살우 두 사람이 그것을 허공에 정지시켰다

.

 "시작!"

 섯다의 입에서 시작을 알리는 구령이 흘러나오자 세 사람의 손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악! 스스슥! 싹! 싹!

 "허허!"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어버린 듯 패웅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세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무슨 요리를 만드는지는 몰라도,

 날아온 세 덩어리의 돼지고기를 향해 붉은 기운이 감싸고 있는 식도를 휘

두르는데, 그 빠르기와 정교함에 놀란 것이다. 그들의 식도가 움직일 때마

다 돼지고기들이 종잇장처럼 얇게 잘리고 다시 그것들을 실처럼 가늘게 절

단하고 있었다. 한꺼번에 자르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을 먼저 자르고 또 한

장을 잘라내는, 수백 줄기의 돼지고기를 잘라내는데 전부 손이 가는 작업이

었다. 저 돼지고기 덩어리를 전부 실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칼질

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더구나 허공에 있는 돼지고기 덩어리는 전혀 움직임 없이 정지해 있는 듯

했다. 자신도 무공의 고수이니 저들이 하고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모를 리

가 없었다. 그냥 썰고 있는 곳이 아니라 도법을 이용하여 돼지고기를 잘라

내고 있었다. 즉 무공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리를 하는 주방이 아니라

 무공을 수련하는 연공관이었다.

 "허억! 이기어도?"

 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에 화인걸과 패웅이 동시에 비명 같은 고함을 내

질렀다.

 절반 정도의 고기가 잘리자 그때부터는 손에서 식도를 놓아버리는 것이었

다. 허공에서 홀로 움직이고 있는 삼 인의 식도, 붉은 기운에 휩싸인 채 눈

으로 확인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돼지고기를 자르고 있었

다.

 반복수련, 조금이라도 더 능숙하게 무공을 펼치기 위해서 돼지고기를 상대

로 반복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뚜막에 올려져 있는 은 세 냥,

그 와중에도 내기를 하고 있었다.

 "다 했으면 또 가오."

 세 사람이 작업을 모두 끝내는 듯싶자, 이사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갖

가지 야채들이 무질서하게 날아왔다.

 "두껍게, 얇게, 얇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죽순을 비롯하여 향고와 생강, 고추 등 십여 가

지의 야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상황임에도 종류별로 따로 골라가

며 절단을 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무공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기가 찰 노릇인데 동원된 무공이 검강에, 도강에, 격공섭물(隔空攝

物), 그리고 이기어도가 아닌가. 이건 듣도 보도 못한 기사(奇事) 중의 기

사였다.

 더욱 가관인 일은 다음에 나타났다.

 아궁이에 불을 붙인 다음, 그것들을 볶는데 손을 이용하여 휘젓고 있는 것

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패웅이 허탈한 표정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도

강기의 경지에 올라 있기에 지금 저들이 보여주는 광경이 어떤 것인지를 알

고 있다. 완벽하게 강기를 다루는 경지인 것이다.

 강기에 감싸인 손으로 실처럼 가늘게 잘라진 돼지고기와 야채를 뒤집고 있

음에도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고수였던 것이다. 처음 깨어났을 때 서문천과 같이 있던 자들은 물론

이고, 그들의 부하들처럼 보이는 이들마저도 감히 측정할 수 없는 고수들이

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허탈해하는 자신을 보고 서문천이 보냈던 웃음의 의미

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단지 미안해서 웃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

었다. 이들의 무공을 견식하라는 의미였다. 더욱더 그를 황당하게 하는 것

은, 이런 엄청난 고수들이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

이 속한 조직이나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장면이었다.

 이윽고 육수와 전분을 부어서 걸쭉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대단하구먼. 어향육사(魚香肉絲)가 아닌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패웅이 군침을 흘리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며칠

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몸에 구수한 음식 냄새를 맡게 되자 뱃속에서 식충

들이 요동을 쳐댔던 것이다.

 "이게 어향육사라고?"

 일휘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요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객잔 주인인 노

칠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한 가지만 가르쳐 달라 해서 배운 요리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건 싱겁네, 소금이 부족해. 이건 괜찮고. 그리고 이건 야채가 너무 익

었어."

 이래서 나이라는 것은 무시 못하는 것인지, 흑기철기병의 단주까지 역임했

던 패웅은 자신의 처지에 쉽게 적응하며 세 사람이 만든 음식의 맛을 보면

서 자연스럽게 일행에 끼어들었다.

 "내가 먹었네?"

 소살우가 환한 표정으로 부뚜막 위에 있던 세 냥을 주워들었다. 패웅이 나

서면서 음식 맛의 승부가 갈려버린 것이다.

 "빨리들 해라, 손님 왔다."

 손님 왔다는 석두의 외침에 주방의 손길이 바빠졌다. 그동안 자신들을 뒤

쫓고 있던 자들이 나타났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분주객잔이 알 수 없는 미

묘한 공기로 파동 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려는 것이었다.

 일몰(日沒).

 저 멀리 보이는 태양이 하루 일과의 마무리 작업인 듯 자신의 마지막 흔적

인 붉은빛 무리를 분하의 강물 위로 떨어뜨리며 서산 아래로 숨어버리고,

다가오는 두려움에 지레 겁먹은 듯한 강바람은 먼 곳으로 날지 못하고 이내

 갈대 사이로 숨으며 그 자취를 감춘다.

 수양산에서 겪었던 일은 다시는 반복하기 싫었기에 적을 먼저 치고자 하는

 일행의 결심,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실행만 남았다. 지금 와 있는 자

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적들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일행의 표정은 태연했다.

 "두 쪽이 다 왔냐?"

 "네, 형님!"

 백산과 석두, 그리고 서문천이 초리객잔으로 자리를 옮겨 저 멀리 보이는

갈대밭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동편, 즉 황하로 빠지는 쪽에는 천마맹의 인물들이 와

 있었고 서편으로는 천무맹 인물들이 도착하여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

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들도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상대방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두 강을 타고 올라오는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저런 배치를 하는 것

이겠지."

 서문천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배치였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백산 일행만 따로 노리기에는 전쟁의 양상이 너무 급

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찰마궁과 제마각의 산서성 전투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었

는데 너무 단기간에 끝나버린 관계로 양맹의 작전에 공히 차질이 생겨버린

거였다.

 "천마맹에서 온 자는 누구요?"

 "요마(妖魔)와 비마(飛魔)일세."

 요마 요추추와 비마 상남. 구마 중 서열상으로 보면 가장 아래쪽으로 치부

되는 두 사람이지만 누구도 그들의 진정한 실력은 알지 못한다. 요마의 색

정요마공(色情妖魔功)과 비마의 광전비(光電飛)는 지금껏 깨지지 않은 불패

의 무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재미있군, 구마 중 둘이라……."

 미소를 짓고 있는 백산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일렁댔다. 상대의 죽음을

원할 때만 솟아나오는 저주받은 살기, 바로 천살의 기운에 의해서 발현되는

 살기였다.

*     *     *

 "목표물은 찾았느냐?"

 백산의 몸에서 살기가 일렁이게 만든 장본인인 요마와 비마가 있는 천마맹

 진영, 그곳에서 카랑카랑한 노인네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비마 상남.

 왜소한 몸매에 기형적으로 길어 보이는 다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의 독문

무공을 살상하는 무공이 아닌 경공(輕功)으로 치는 것만 보아도, 광전비(光

電飛)라는 그의 경공이 얼마나 빠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라 하겠

다.

 유령시마의 유령신법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는 무공이 광전비인 것이다.

또한 그 광전비를 바탕으로 펼쳐는 사풍마우(砂風魔雨)라는 암기술은 지금

껏 받아낸 인물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주님."

 부하의 보고를 접한 상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이곳 초리하에 미끼

들이 있다 하였는데 모든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이상하군……. 저곳에 객잔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와본 지 이십여 년이 넘었기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금 보이는 저 구릉에 여러 개의 객잔이 있었던 것 같

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아래쪽으로 옮겼나보지요."

 요추추가 구릉 아래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말한 곳에 십여 채

의 인가가 보였다.

 요마 요추추.

 백이십에 달한 나이임에도 거의 육십 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별다

른 주안술을 익히지 않았던 그녀가 그리 젊어 보인다 함은 그만큼 내공이

강하다는 뜻일 게다. 혹자들은 내공 면에 있어서는 구마 중 그녀가 가장 강

할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였지만, 누구도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고 구마들

끼리 서열도 그들이 정한 것인지, 아니면 강호인들이 임의로 만든 것인지

알려진 바 없다.

 즉 구마의 서열은 무공수위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각자가 거느리고 있는

세력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강호인들의 시각인 것이다.

 "그나저나 냉추렴을 생포해야 하다니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맹에서 내려온 명령이 다시 바뀌었다. 냉추렴에 상관없이 이미 총력전은

벌어져버렸고 산서성에서 승전보가 전해지자 감숙성에 있는 천마맹 본진이

바로 출병을 감행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철목승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천마맹을 지키기 위해서 냉추렴이 필요

하게 되었다. 천마맹은 지키되 반란은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인질로

서 냉추렴이 살아 있어야 했다. 과거와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팽무도가 예견했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있음에도 상남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은 상대의 실력 때

문이었다. 광천뢰 폭발소리에 의해 위치를 파악하고 백야평에 도착한 그들

이 발견한 것은 죽어 있는 수백의 시신들이었다. 거의 구분하기가 힘들 정

도로 처참하게 잘려진 시신들, 천무맹 부맹주였던 설검후와 그의 부하들이

었다.

 자신들의 전력에 비해 비록 약한 수준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허투루 볼 상

대는 아니었는데 그들을 전부 도륙해버린 것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비마 전주도……! 구마 중 두 사람이 왔는데 저들을 어찌하지 못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세요? 혈마를 제거한 것도 그들이 아니었잖아요

."

 요마와 비마 두 사람도 혈마 소지악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천무맹의 안휘

분타원들과 천사맹의 혈사대와도 격돌하여 서로가 상잔했다고 하였다. 저들

이 중간에서 유도를 했다고 하지만 결코 그들의 실력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

니라는 소리다.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소이다. 지금껏 무림삼천의 공격을 견디어온 자들

이외다."

 요추추의 말에도 비마 상남의 표정이 밝아지지 않는 이유였다. 많은 인원

도 아닌 자들이 무림삼천의 공격을 견디어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무엇

인가가 있다는 말이다.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그러나 요추추는 상남과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내일부터 수색이나 하지요. 천무맹 십천각 놈들도 감시

를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크악! 아악!"

 요추추의 말이 끝나는 순간, 천마맹 진영 한 곳으로부터 처절한 비명소리

가 터져나왔다.

 "무슨 일이냐?"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표정이 굳어진 요마와 비마가 천막을 박차고 몸을 날

렸다.

 "이럴 수가……."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졌습니다. 귀신입니다."

 이십여 명의 부하들이 처참하게 죽어 있는데 흉수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살아남은 부하 한 명만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굳이 부하의 말이 아니더라도 비마도 느끼고 있던 바였다.

 이곳은 갈대밭일 뿐 딱히 은신할 곳이 없다. 또한 비명소리와 동시에 뛰쳐

나온 자신들이었다. 흉수가 도망칠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다. 주변에 은신해

 있다 하더라도 구마 중 두 사람의 이목을 속일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

는 일이다.

 "어떻소, 주변에 누가 있는 것 같소?"

 "글쎄요,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요마의 내공이 가장 강하다는 소문이 잘못 전해진 것은 아닌 모양인지 이

십여 장 이상 떨어져 있는 백산 일행을 감지해내는 그녀였다.

 '저 여자 상당한데, 이곳에 있는 우리를 파악해내다니…….'

 요마를 쳐다보는 백산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십여 장 정도까지 접근

해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했던 대통진을 이십여 장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요

마는 감지해내고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첫 공격

에서 자신들을 감지하는 인물을 만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구릉 위에 있는 객잔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자들이 나타

날 수 있기에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몰아쳐서 구릉에 대해 생각

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적들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 있는 자들을 정리하여

 적의 수효를 줄여야만 하는 것이다.

 '저 여자 위험하군.'

 또 한 명의 죽음이 결정되었다.

 '형님, 저쪽에서 한 판 더하죠?'

 요마와 비마가 왔던 곳을 가리키며 일휘가 전음을 보내왔다. 두 사람이 나

왔던 천막 앞에는 경계를 서고 있는 십여 명의 무인들이 동료가 죽어 있는

곳을 막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목표가 오늘 밤에는 두 건을 해치우

기로 했던 것이다.

 '안 돼, 저 여자가 먼저야. 철수한다.'

 요마를 쳐다보던 백산이 철수지시를 내렸고 광견조 일행이 천천히 몸을 돌

려 그곳에서 멀어졌다.

 "아니, 왜 벌써 왔나?"

 객잔으로 들어서는 백산 일행을 보고 서문천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

다. 아직 반 시진이 지나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돌아

온 것이 이상했던 거였다.

 "진에 무슨 허점이라도 생긴 거냐?"

 곁에 있는 갈태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막 전쟁을 시작했

는데 진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기에 하는 말이었다.

 "아니요, 먼저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겼소."

 "요마 때문인가?"

 서문천의 물음에 백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마가 있으면 천마맹 쪽에서

작전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구마 중 내공에 있어서는 그녀가 가장 강할 걸세."

 "빨리도 이야기한다."

 "재미 많이 보게."

 서문천이 짓궂은 미소를 띠며 백산을 배웅했다.

 "늙은 망구한테 재미는……."

 별 꼴같지 않은 소리를 한다며 백산이 몸을 날렸다. 아무리 색을 밝히는

놈이라 할지라도 그 대상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백 살이 넘었으면 죽어도

몇 번은 죽어야 될 나인데 그런 할미에게 재미라니.

 객잔을 나선 백산이 도착한 곳은 천마맹 진영에서 오십여 장 떨어진 곳이

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주변에 나 있는 갈대를 정리하여 가지런히 한

다음, 편안한 자세로 몸을 눕혔다.

 "별도 많네……."

 팔베개를 한 후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얼마 만에 쳐다보는 하늘인지

알 수가 없다. 수없이 많은 별들이 유리 같은 빛을 내보내며 서로의 아름다

움을 뽐내고 있었다.

 뇌룡현을 떠나온 지 이제 구 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그때의

기억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하늘을 쳐다볼 시간도 없었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엄청난 일을 겪었다. 단지 우막(雨膜)을 만들 수 있

는 힘만 원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필요 없게 되었는데, 모든 것을 포기했음

에도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게 쉽지가 않은 것 같았다. 이제는 멈추고 싶어

도 멈출 수 없게 되었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한 쪽

은 없어져야 끝날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애 낳고 잘살면 그뿐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놈이 있구먼…."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백산이 귀를 쫑긋 세웠다. 저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

졌던 거였다.

 "이제 나왔나? 에이, 아니잖아."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인기척이 난 곳을 주시하던 백산이 이내 실망한 표정

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러기를 수차례,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는지 백

산의 몸이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이는 방향은 천마맹의 진지가 있는 곳이었다.

 "이래서 여자가 싫어."

 천마맹 진지로부터 이십 여장 떨어진 곳에서 여인네의 음성으로 보이는 목

소리가 흘러나왔다.

 요마 요추추였다. 자신이 나왔던 곳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더니 이윽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늘을 뒤집는 무공의 고수도, 중원의 주인인 황제도, 또는 소나 돼지를

잡는 백정도,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평등하게 부여된 행위가

 있다. 바로 먹고 싸는 것이다.

 그 둘 중에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배고픔은 무공의 고수라든지 도(

道)를 찾은 자 같은, 어느 정도 수양을 쌓은 사람이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배설은 그러하지가 않다. 남녀노소 신분여하를 불문하고 느낌이 오면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요추추는 나온 것이었

다.

 지금과 같은 야전 생활에서 요추추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남

자들이야 천막 뒤쪽이나 나무 그늘 같은 곳에서 바지만 내리면 해결이 되지

만 여자들은 어디 그런가. 볼일 한 번 보는데도 상당한 절차와 주의가 필요

하다. 우선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그런 공간을 찾아야 하고, 그 다음은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편이라 할지라도 그

 상대가 남자라면 주변에 두어서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요추추의 상황이 그랬다. 자신의 진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까

지 나왔고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볼일 보는 모든 조건이 합당하게

갖추어져 있음에도 못내 불안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잔뜩 참았다가 한꺼번에 쏟아내는 기분 또한 묘한 쾌감으로 다가오는지 요

추추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시원하게 볼일을 본 후 막 일

어서려는 순간 우려했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나왔던 진지 쪽에

서 두 명의 인물이 뭐라고 주절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인 것

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요마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비록 백이십이 다 된 할머니지만 엄연한 여

자다. 먼저 일어서서 나가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사내 두 명은 어

느새 그녀의 삼 장 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천마맹에서 누가 나오지나 않을

까 걱정하여 줄곧 그쪽만 향한 채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하필 나온 자들이

자신의 정면에 있지 않은가.

 '헉!'

 터져나오는 신음을 삼키기 위해 두 손을 들어 올려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

의 시선 가득 잡혀오는 것, 불타는 젊음을 자랑하듯 당당하게 앞을 향하고

있는 두 개의 양물이었다. 바로 삼 장 앞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

는 두 개의 양물은 그녀에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색공(

色功)의 달인인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의 무공인 색정요마공의 기본은 남자의 내공이었다. 목숨까지는 아니

지만 관계를 갖게 되면 상대의 내공 중 팔구 할은 고스란히 가져오게 된다.

 불과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내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남자와 관계를 맺

었던 그녀다보니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끄덕거리는 두 개의 양물은 단순한

배설의 기구가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귓전으로 사내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요마 있잖아, 백이십이란 나이가 믿겨져?"

 "무슨 소리야? 그 얼굴에 그 몸이 어찌 백이십이야, 내 눈에는 사십대 정

도로밖에 보이지 않더구먼. 하룻밤 같이 자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녀의

방중술에 걸리면 뼈도 남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도 그래. 이걸 집어넣고 한 번 흔들어주면, 으으으……."

 무엇이 그리도 흥겨운지 두 사람이 히죽이죽 웃으며 자신들의 양물을 쓰다

듬고 있는 것이었다.

 '저런 죽일 놈들…….'

 굴욕감에 요마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사내 두 놈이 바로 코앞에서 자

신을 희롱하는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천마맹에 소속된 부하들이다

. 거기에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 놈의 양물이 한참 그 크기를 부풀리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의 몸을 가지고 음담패설을 늘어

놓고 있는 사내들에게 살기가 일지 않았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 오히려

아래쪽으로부터 기묘한 가려움이 생기며 온몸이 달아오르고 입 안이 말라왔

다.

 욕정.

 겉모습은 육십 대이지만 백이십이 넘은 늙은이가 남자의 양물과 그들의 말

에 의해 심한 욕정을 느끼고 있었다.

 '욕심을 채우고 죽여버리면……. 안 돼!'

 순간적이지만 부하들을 죽일 생각까지 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 요마가

 급격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한 번 달궈진 그녀의 몸은 쉬이 식을 생

각이 없는 듯, 머릿속에서는 방금 눈앞에서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가며 끄덕

거리던 두 개의 양물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런…….'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에 소피를 보던 사내 두 놈은 몸을 돌려 진영으로 멀

어져 가버렸다.

 "하악!"

 뜨거워진 몸을 더 이상 주체할 길이 없었다.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었는데, 머리는 모두 잊고 있었지만

몸은 아직 그때의 기억을 선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갈댓잎을 꼭 틀어쥐고 있던 오른손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달아오른 몸을 식혀야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움직여대는 손길에 비명 같은 신음을 삼키며 몸을 비트는

순간, 극렬한 쾌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머릿속으로는 부풀어가던 양물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이려는 찰

나.

 "혼자 보기가 아깝군. 백 살이 넘은 할망구가 발정 난 개처럼 할딱거리는

모습이라니……."

 "헉!"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으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쾌감에 의해 지르는

 신음소리가 아니었다. 경악에 찬 비명소리였다.

 "어이, 계속해봐. 재미있는데. 부족하면 내 것도 보여줄게."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이 안 되는지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요마를 향해

백산이 바지를 내리는 시늉을 했다.

 "죽여야 돼, 죽여야 돼."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장 치욕스런 광경을 목격한 놈을

죽여서 입막음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저놈이 누구이며 왜 이곳에

 있는지, 부하인지 적인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조건 죽여야 한다

는 생각에 자신의 바지를 올릴 생각도 못하고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슈아앙!

 진정 빛살 같은 속도였다. 오직 죽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공격을 해 들어갔

으나 놈은 가볍게 피하면서 뒤로 물러나고만 있다.

 요마의 공격도 엄청났지만 피하고 있는 백산도 무서운 속도로 움직였다.

그녀의 공격을 살짝살짝 피하면서 계속하여 뒤쪽으로 도망을 치고 있는 것

이었다.

 "에구, 힘들어."

 천마맹 진영에서 오백여 장 떨어진 곳까지 도망만 치던 백산이 처음으로

멈춰 섰다.

 "누구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요마가 차가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공격을 모두 피하면서 이곳까지 도망

을 친 놈이다.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곳까지는 안 들리겠지?"

 요마의 묻는 말을 듣지 못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도 백산의 시선은

줄곧 그녀의 하체에 머물러 있었다.

 이곳까지 왔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옷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올릴

 시간이 없다고 해야 옳았다. 조그마한 시간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무서

운 속도로 쫓아야 했고 그때마다 백산이 멀어졌기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 놈을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의 가공할 공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바

지를 아래쪽에 걸치고 추격을 했다 함은 거의 걷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계

속해서 두 발로 땅을 박차고 날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머리를 염색한 줄 알았는데 원래 검은색인가 보군. 하여간 대단해."

 아래쪽에 있는 음모가 아직 검은색인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이익!"

 요마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지금에서야 자신이 소피볼 때의 차림 그대

로라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아아! 흥분하지 말고.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말이야……. 뭘 먹

으면 백 살이 넘어도 그 짓을 할 수 있지? 그것도 혼자서……."

 "놈! 빨리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백산의 자극적인 도발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요마가 질풍처럼 몸을 날렸

다. 그러나 백산의 이번 대응은 조금 전과 달랐다. 도망칠 때야 일직선으로

 몸을 날려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서 임의로 전후좌우 몸을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당연 아직 바지를 올리지 않고 있는 요마의 다리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직선으로 추격할 때야 두 발을 모아서 뛰는 식으로 땅만 튕기면 되었지만

지금은 보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다고 옷을 찢어버릴 수도 없기에 더욱

난감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놈! 나와 정식으로 붙어보겠느냐?"

 결국 옷 입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백산에게 말을 걸었다. 적어도 무인의

명예가 있는 놈이라면 허락할 것으로 믿었다.

 "진작 말하지, 나는 그 모습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잖아. 당연 무인이면

그래야지."

 요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설마 하며 물었는데 놈이 순순히 허락하는

게 아닌가.

 '놈, 두고 봐라. 이 치욕 반드시…….'

 "헉!"

 내심으로 이를 갈며 허리를 숙이는 순간, 요마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

리가 들렸다.

 "아악!"

 순식간에 공간을 점하고 다가온 백산이 요마의 옆구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

었다. 피하고 말 틈이 없었다.

 옷 입는 것을 하락한다고 했기에 마음을 놓았던 것도 있었지만, 놈의 움직

임이 너무 빨랐다. 손을 내뻗으려 했을 때는 이미 옆구리에 타격이 끝난 후

였다.

 "으윽!"

 한쪽으로 거칠게 나뒹군 요마가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

다. 여전히 바지는 그녀의 다리 쪽에 걸려 있었다.

 "야비한 놈! 그러고도 무인이더냐?"

 "엥? 내가 언제 무인이라고 했어? 무인이면 그래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결국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고 무인이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명예를 최고로 여기는 무인이면.

 "그나저나 두 댄가? 아니면 세 댄가."

 요마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개수를 말하고 있으나 백산도 내심으로 상당히

놀랐다.

 그녀의 몸에서 엄청난 반탄력이 흘러나와 자신의 발을 방어했던 것이다.

가공할 공력이 아닐 수 없었다.

 "죽여주마, 놈!"

 결국 요마가 자신의 하체를 포기했는지 발목에 걸려 있던 바지를 털어버리

며 몸을 날려왔다. 백산을 향해 몸을 날리던 그녀의 행동이 이상하게 변했

다. 바로 공격을 가해오는 것이 아니라, 백산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빙글빙

글 돌기만 하는 것이었다.

 "호호!"

 백산이 놀란 얼굴로 요마를 쳐다보았다. 그냥 평범하게 도는 것이 아니라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 요마의 상태는 아랫도리에 바지가

없는데, 자신의 주변을 돌고 있는 여인들은 전부 옷을 걸치고 있지 않은가.

 요마의 독문 무공인 색정요마무였다.

 극도의 환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락무로, 열두 명의 절세미녀가 춤을

춘다고 한다. 그녀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교성과 열락의 춤은 상

대를 여인들 속에서 노닐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하여 결국 정(精)이

고갈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무공이다.

 열두 명의 미녀들이 백산을 가운데 두고 춤을 추고 있었다. 단 한 명 요마

 요추추가 추는 무공일진대 모든 미녀들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김새도 전부 달랐다. 풍만한 여인이 있는가 하면 마

른 여인이 있고, 가슴이 큰 여인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가 큰 여인이 있었다

. 요염한 미소를 띤 여인이 있는가 하면 보호를 해주고 싶은 정도로 연약한

 여인이 있고, 장미같이 화사한 여인이 있는가 하면 모란같이 청초한 여인

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가히 미녀들의 천국이었다.

 "쩝……. 저것들이 전부 진짜라면……. 백랑!"

 반개한 눈으로 미녀들을 쳐다보며 침을 흘리던 백산의 귓전에 조천영과 두

 여인의 음성이 천둥처럼 들려왔다.

 "알았다고. 저것들도 다 가짠데 나도 가짜 생각 한번 해봤다, 뭐."

 "저놈이?"

 열두 명의 미녀 속에서 움직이고 있던 요마의 표정이 경악스럽게 변했다.

자신이 포위하고 있는 공간에는 춘약의 기운마저 섞여 있다. 그런데도 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웬만한 고수라 할지라도 이 정도면 눈이 벌게진 채

달려들었을 터였다.

 "환락요마무(歡樂妖魔舞)!"

 얼굴을 굳힌 요마의 입에서 나지막한 호통이 터져나오고, 지금껏 춤만 추

고 있던 미녀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서로 간에 교차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

겨주고 있는 것이었다.

 "에고, 쏠려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사부의 복수라서 시간을 좀 끌고 싶

었는데……."

 무서운 무공이었다. 환술임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몸이 반응을 보였다. 비

록 춘약이 섞여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백산을 어찌하지 못한다. 사부

의 복수라는 것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통스럽게 해주고 싶었는데 더 이상 지

체하다가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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