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74.
표영은 부하들을 데리고 광동성 남단에 위치한 어촌 마을 신합에 이르렀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바닷가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구경해 본 적이 없는 표영으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이것이 바다로구나. 과연 대단하다. 흔히들 아버지를 하늘이라 하고 어머니를 바다라 칭하는데, 가히 바다는 어머니로 견주어볼 만하구나.’
바람이 일며 바다 냄새가 흠뻑 묻어왔다. 거대한 바다와 다섯 명의 거지.
이런 광경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나 바다의 위용은 거지들의 초라한 모습에도 운치를 더해 주었다. 표영은 두 손을 치켜들며 크게 외쳤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갈호는 뒤쪽에 멍하니 있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대체 뭐가 시작이란 건지 원.”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제갈호는 줄기차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하지만 표영은 그저 ‘바다로 간다’고만 이야기했다.
원래대로 말하자면 ‘거지 훈련소로 가는 거야’라고 해야 옳았지만 큰 충격을 받을까 봐 그것만은 적당한 말로 얼버무렸던 것이다. 하지만 제갈호는 이제 바다로 왔으니만큼 다음 대답을 들을 수 있겠다 싶어 물었다.
“방주님, 무엇이 시작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이제 바다에 도착했으니 자세히 말씀 좀 해주십시오. 누굴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하신 겁니까?”
그런 의문은 제갈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모두들 표영을 바라보았다. 표영은 이제 말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내가 바다로 온 것은 말씀이야. 우리 진개방의 세력을 키우고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인도를 하나 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앞으로… 험험. 진개방의 훈련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강호에 나가 개방을 접수할 것이다.”
처음과 달리 마지막 개방을 접수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표영의 눈빛은 진중함으로 가득 찼다.
‘그래, 꼭 개방을 품에 안으리라.’
하지만 제갈호를 위시한 네 명의 부하들은 일순 어이가 없었다. 개방을 접수하다니, 무슨 개방이 동네 주루나 기루 정도 되는 줄로 여기고 있는 말투가 아닌가.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리 둘러봐도 방주까지 합쳐 다섯 명뿐이다.
대체 무슨 수로 개방을 접수하겠단 말인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표영을 바라보며 각자 방주라는 작자에 대해 연구에 들어갔다.
만첨.
‘방주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말한 대로 개방을 접수할지도 모르겠다. 저기 버젓이 제갈호와 교청인이 거지꼴이 되었잖은가 ‘
노각.
‘방주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자 우조환의 집안을 바로 세우고,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세 마리씩이나 잡아오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분명 믿는 구석이 있을 거야. 암, 왠지 몰라도 방주님이 한다면 뭐든 잘될 것 같거든.’
제갈호.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은 걸까. 미친 자식∼’
교청인.
‘내가 미쳤지, 미쳤어. 분명 개방을 접수하겠다는 의도는 그들이 너무 깨끗하기 때문에 배알이 뒤틀린 것이 틀림없어. 하여튼 저 인간은 깨끗한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니… 교청인아. 넌 정말 잘못 걸렸구나.’
제갈호와 교청인은 아직 불만이 가득했지만 만첨과 노각은 그나마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단지 불만이라면 가끔씩 개밥을 먹으라고 할 때와 목욕을 절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이었는데 그 외에는 뭔지 모를 믿음 같은 것이 존재했다.
그때 교청인이 퉁명스럽게 입술을 내밀고 물었다.
“방주님, 우리가 가야 할 무인도는 어디쯤에 있나요?”
교청인으로서는 당연히 정해진 장소가 있는 것으로 여긴 터였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에 표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 이제부터 한번 물색해 봐야지.”
“에엣∼!”
교청인뿐 아니라 제갈호도 놀라 경악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이곳으로 온 거란 말입니까?”
표영이 씨익 웃으면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두 사람이 생각할 때는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나마 기대했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만첨과 노각은 달랐다.
“야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찾으면 되지 놀라긴 왜 놀라고 난리야. 사제와 사매는 방주님을 너무 무시하는군.”
‘저것들을 그냥.’
제갈호는 이가 갈렸지만 그저 속으로만 삭일 수밖에 없었다.
“자, 잡소리 그만 하고 구걸을 해가면서 무인도를 알아보도록 하자.”
신합 지역에서의 구걸은 아주 수월했다. 마을 사람들의 인정이 어찌나 좋던지 모두들 거지 차림인 표영 일행을 마치 오랫동안 떨어졌다가 만난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렇게 밥은 제때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정작 무인도에 대해 묻노라면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
“무인도? 그런 게 어딨겠어? 혹시 찾으면 나도 꼭 구경시켜 주게나.”
“글쎄, 그런 섬은… 불… 하하, 불행히도 없는 것 같군.”
“무엇 때문에 그러나? 괜히 헛고생하지 말고 돌아들 가게.”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면 그곳은 마땅히 살 곳이 못 되기 때문이야. 그러니 있다 해도 가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게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일 게야.”
표영은 약 5일 정도 여러 사람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천음조화를 익힌 표영의 세밀한 감각이 ‘그들의 말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시 이틀을 보내게 되었을 때였다.
저녁 무렵 표영 일행은 60대의 노부부만 사는 집에서 끼니를 얻어먹게 되었다. 이 노부부는 자식들을 도회지로 보내놓고 배 한 척으로 고기를 잡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집이었다.
상을 따로 차린 가운데 노부부가 한 상에서 식사를 하고 또 다른 상에는 표영 등이 자리했다.
노인은 먹성 좋게 식사를 하면서 노부인에게 말했다.
“오늘 불귀도 근처로 갔지 뭐겠소.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곳은 그저 지나치기만 해도 기분이 께름칙하단 말이야. 오늘도 어찌나 으스스했는지 모른다니까.”
그 말에 노부인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 접혔다.
“이봐요, 영감. 제발 그곳 근처로는 지나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그러다 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란 말이우.”
매몰차게 다그치는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아무렴. 당신 혼자 두고 내가 먼저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한 번만 더 그 섬 근처를 지나면 사생결단 날 줄 아시우.”
“아하, 거참 알았대도. 손님들도 있으니 너무 다그치지 마시오.”
그러면서 노인은 어색했는지 표영 쪽을 바라보면서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미 표영의 마음엔 불귀도라는 이름이 화살처럼 꽂힌 뒤였다.
“저… 식사 중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불귀도라는 섬은 어떤 곳인가요?”
“아하. 그거… 그 불귀도란 말이야… 험험…….”
평소에도 입이 가벼워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노인장은 막 대답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앞에서 노부인이 고리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어허허. 불귀도란 곳은 나도 모르네. 그냥 해본 소리였어.”
그러면서 노인장은 부인 몰래 한쪽 눈을 표영을 향해 끔뻑거렸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무슨 의도인지 파악한 표영이 맞장구를 치며 얼버무렸다.
“거참, 이름도 멋지네요. 저는 그냥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물어봤어요.”
표영은 불귀도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 식사를 마치자마자 따로 노인장을 만났다. 노인장은 여기저기 둘러보며 혹시나 부인이 어디서 지켜보지 않나 면밀히 살폈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난 공처가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노인은 마당 구석에서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 모양이었다.
“잠깐 나가세.”
“그러죠.”
집에서 나온 노인장은 이제 됐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휴∼ 이런 모습 보이긴 싫지만 할망구가 한번 화나면 무섭거든. 지금은 이래도 사실 나도 젊었을 땐 대단했었다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상도 엎고 집기를 집어 던지는 것은 예사였지. 하지만 나이가 드니 그렇게 못하겠더구먼. 뭐랄까, 굉장히 할망구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 있잖은가. 후후, 자넨 아직 어려서 이런 마음을 이해하긴 힘들 거네. 좀 보기가 민망해도 참아주게.”
“하하, 전 도리어 보기 좋은걸요.”
표영은 이 노인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머니 말에 쩔쩔매며 큰 소리 한번 못 내시던 아버지다.
‘아버지, 어머니는 잘 계시겠지? 어머니는 날 위해 매일매일 하늘에 기원을 드리셨는데 혹시 내가 집에 돌아가지 않아 또 기원을 올리고 계시지는 않을까?’
“아까 불귀도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지?”
노인장의 음성에 표영이 상념에서 벗어나 얼른 대답했다.
“아, 네. 불귀도는 어떤 곳인가요?”
노인은 아무래도 입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음… 그곳은 말이야. 한마디로 말해서 저주받은 섬이라네. 아무도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누구도 살려고 하지 않을 곳이지.”
표영은 내심 손뼉을 쳤다. 저주고 뭣이고 간에 그나마 적당한 곳이 발견된 것이다.
“근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그 저주받은 섬에 관심을 보이나?”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암, 당연하지.”
“사실은 말이죠…….”
표영은 뒷말은 노인의 귀에 바짝 대고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어잉?!”
깜짝 놀라며 노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음성.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 우리끼리니 괜히 귓속말로 하지 말고 보통처럼 이야기해 보게. 나이가 먹어가니 도통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단 말일세.”
“하하하하… 근데 왜 놀라셨어요?”
“그냥 놀란 척해 봤지.”
“하하, 노인 어른도 참… 사실 저는 그곳에서 거지들을 훈련시키려 한답니다. 모름지기 상인이라면 상도를 지켜야 할 것이며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거지도 거지의 법도가 있는 법이죠.”
표영은 나름대로 거창하게 한 말이었지만 노인은 ‘무슨 잡소리냐’는 식으로 퀭하니 바라보았다.
“정말인가?”
“그렇다니까요.”
“거참, 세상사 아주 복잡하구먼. 근데 그 생각은 좋지 않아. 거지들이 얼마나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불귀도로 갔다간 모두 살아 돌아오긴 힘들 걸세.”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사연? 그래, 사연이 많지. 그 저주의 섬은 실제 나도 무서워서 직접 들어가 보진 못했어. 그저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지. 물론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들으셨겠지만 말이야. 그 저주가 시작된 건 200년 전쯤이라고 하네.”
표영은 호기심이 일어 몸을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게 말이야. 200년 전쯤 불귀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었다고 해. 아참, 물론 그때는 섬의 이름이 불귀도가 아니라 화극도라 했다더군. 그 섬은 열 가구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했어. 화극도, 이름이 멋지지 않은가? 지금의 불귀도는 이름부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씀이야. 사실 나도 한적한 섬에 들어가서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네.”
표영은 가만히 있다간 노인장의 말이 영 엉뚱한 곳으로 갈 것 같아 얼른 요점을 상기시켰다.
“그 이상한 소문이란 게 뭐였습니까?”
“아, 맞아! 그 이상한 소문이란 말이지. 화극도는 저주받은 섬으로 그곳에 머무는 자는 모두 죽음을 맞으리라는 것이었어. 근데 그 소문이 돈 지 얼마 되지 않아 화극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다네. 언제 죽었는지도 몰랐지. 그저 화극도 주민들의 시체가 해풍에 밀려 바닷가로 떠내려 온 것이거든. 그런 소문과 의문의 죽음이 일자 어부들이 괴이하게 여겨 화극도로 떠났다네. 원래 어부들이 미신도 강하지만 억세기는 얼마나 억센가 말일세.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부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네. 마치 화극도의 주민들처럼 말이야. 그렇게 되자 또 다른 사람들이 찾으러 갔고 또 그들이 죽고, 또 찾으러 가고 또 죽고 하는 일이 대여섯 번 반복되자 비로소 두려움을 느낀 게야. 그때부터 사람들은 화극도에 귀신이 붙었거나 특별한 이유로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생각해 보게. 가는 족족 죽게 되니 얼마나 두려웠겠느냔 말이야. 그때부터 화극도는 돌아올 수 없는 섬이라 해서 불귀도라고 불리게 된 거지.”
“음… 참으로 해괴한 일이군요.”
“그렇고말고. 젊은 친구는 그냥 옛날이야기 들었다 생각하고 불귀도로 갈 생각일랑은 꿈도 꾸지 말게. 괜한 거지들 죽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알았나?”
하지만 표영은 해괴하게 여겨진 것만큼이나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새로이 물었다.
“그럼 그 후로 지금까지 불귀도에는 아무도 들어간 사람이 없었나요?”
표영으로서는 어차피 섬에 들어가야 할 터인데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배도 구할 수 없을 것 같고 어디인지도 몰라 갈 수 없을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이렇게 질문한 것이다.
“좋은 질문이야.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네. 불귀도로 불린 후 20년이 지나 또 하나의 희한한 일이 생겨난 거지.”
“……?”
표영이 의문에 가득한 시선을 보내자 노인은 무슨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그 당시 어느 누구도 불귀도에 데려다 줄 어부는 없었다네. 그런데 느닷없이 불귀도에 배를 몰아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야. 천금을 준다 해도 어떤 어부도 가지 않을 곳을 말일세. 정말 희한하지 않나?”
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사람은 불귀도에 데려다 주겠노라고 했지만 손님이 있을 리가 없었지. 하지만 중원천지엔 호기심 많은 무인(武士)들도 많더군. 간혹 가다 한두 명씩 불귀도의 전설을 듣고 일 년이면 서너 명이 다녀간 거야.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것이란 말일세.”
긴장 탓인지 노인은 침을 꿀꺽 삼킨 후 말을 이었다.
“그저 불귀도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더군. ‘쓸모없는 섬에 불과해. 내 다시는 오지 않는다’라고 말이야. 지형상의 이점도 없었고 배를 대기도 힘들고 그곳에서 농작을 한다는 것도 땅이 척박해 힘들거든. 하지만 무림인들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한 데는 분명 께름칙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거네. 그 근처에만 가도 왠지 재수 없는 기운이 감돌거든.”
“혹시 지금도 불귀도에 데려다 주는 사람이 있나요?”
“놀라지 말게. 지금도 있어. 벌써 4대째 이어 내려오며 그 미친 짓을 하고 있단 말일세. 가업(家業)도 참 특이하지 않나?”
“오호∼ 대단한 집안이네요.”
“그렇지. 하지만 대단하긴 해도 그런 대단한 것은 쓸모없는 짓이야.”
표영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젠 그리 두려워할 곳만은 아니로군요. 다녀간 무림인들이 살아서 나왔으니 말이죠.”
“음, 그건 모르는 일이야. 당장은 죽지 않았어도 그 후로 서서히 죽어갔는지도 모르잖은가. 다시 말하지만 괜히 불귀도로 갈 생각이라면 포기하게나. 거긴 불길해.”
“하하. 거지의 목숨이야 원래 질기니 별 탈 없을 겁니다. 그런 곳에 거지가 가서 몇 번 구르면 저주 같은 것은 금세 사라질 거라고요. 어르신, 제게 불귀도에 데려다 준다는 사람의 거처를 알려주십시오.”
“안 돼, 그건 가르쳐 줄 수 없어. 정 가고 싶거들랑 혼자 찾아보게.”
노인은 벌떡 일어나 집 쪽으로 날듯이 달려가 버렸다.
“좀 알려 주시라니까요∼ 안 그러면 할머니에게 다 일러바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