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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646화 (646/670)

# 646

귀환 마교관

646화(외전 19)

난전이 벌어졌다.

수장 복면인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어느 정도 함정일 수도 있다는 건 감안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완벽하긴 한 건가?

표현이 잘못됐다.

이렇게까지 이상하게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게 맞는 말이리라.

분명 마공석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의식도 진행하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이 무슨 일인지 마공석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삿대질을 하며 싸웠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싸우던 자들이, 수하들이 나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의기투합해서 대항해 온 것이다.

게다가 애들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뿐만 아니라, 주변에 매복해 있던 목단화와 유송령까지 가세하자 관제묘 앞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죽어라!”

“크아악!”

“아악!”

“이놈들! 용서치 않겠다!”

창창! 까앙!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금속성과 파육음이 난잡하게 뒤섞여 들려왔다.

수장 복면인이 어금니를 빠득 갈고는 소리쳤다.

“누구든 마공석부터 사수하라!”

“존명!”

목적은 마공석이다.

괜히 저들과 싸우는 데에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수장 복면인의 명령에 수하들이 일제히 대답하면서 탁자에 놓인 마공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쉬이잇!

쉬이이익!

하지만 그걸 두고만 볼 네 사람이 아니었다.

“어딜!”

“네놈들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석탄강과 연우경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먼저 석탄강이 사슬낫을 뿌렸다.

촤르르르르륵!

쒸카앙!

푸욱!

허공을 가로지른 사슬낫이 마침 탁자로 날아들던 복면인의 검을 두 동강내더니 그대로 가슴팍에 꽂혔다.

그가 쓰러지자, 바로 뒤에서 또 다른 복면인이 날아들었다.

타앗!

“어림없지!”

파바바밧!

이번에는 연우경이 사슬낫을 밟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타앗!

석탄강이 사슬을 튕기듯 흔들자, 연우경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쓔아아앙!

서컥!

유성처럼 떨어져 내린 연우경이 적을 단숨에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갈라 버렸다.

촤아아악!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몸이 세로로 양분된 복면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이런…!’

수장 복면인이 어금니를 빠득 갈고는 수하들 사이로 바람처럼 달렸다.

쉬이이잇!

자신이 직접 가져올 작정이었다.

한데.

“거기 딱 서!”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타난 여인.

그녀는 어깨에 커다란 대도를 걸치고 있었는데, 바로 유송령이었다.

“감히 네놈이 내 아들을 건드려?”

“이런 미친 것들이… 도대체 뭔 개소리를 하는 거지?”

“시미치 떼지 마라! 네놈의 오장육부가 어찌 생겼는지 구경시켜 주마!”

“미친년!”

복면인이 어금니를 빠득 갈고는 바닥을 차고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뜨끈한 바람이 불어 닥치는 것이 아닌가?

휘이이이익!

“헛!”

그가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휘청 휘었다.

예리한 검신이 섬광처럼 번뜩이며 그의 가슴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휘리리리링!

얇은 검신이 꿈틀거리듯 휘면서 맑은 소리를 울렸다.

수장 복면인이 춤을 추듯 검신을 피했다.

퀴리리리링!

푹! 푹! 푹!

검기를 머금은 사심자가 연이어 허공을 찔렀다.

수장 복면인은 아슬아슬하게 사심자를 피했지만, 근처에 있던 수하들이 몸을 뒤집으며 쓰러져 갔다.

“귀찮게 하지 마라!”

버럭 고함을 내지른 그가 몸을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어느 순간 양손을 활짝 펼치며 뻗어냈다.

퍼퍼엉!

장풍이 사방으로 터지듯 뻗어 가자, 유송령과 목단화가 성큼성큼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그가 몸을 날려 탁자로 달려갔다.

마침 그보다 먼저 도착한 수하가 발로 탁자를 걷어찼다.

쾅!

휘리리릭!

몸을 훌쩍 날린 수장이 마공석이 담긴 상자를 양쪽 옆구리에 끼고는 소리쳤다.

“엄호하라!”

“존명!”

수하들이 일제히 모여들면서 수장을 등지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수장은 잽싸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노옴! 서라!”

하지만 복면인들은 정말 목숨을 내던져 가며 두 가문의 추격을 막았다.

수장 복면인이 수하 중 한 명에게 마공석이 담긴 상자를 휙 집어던졌다.

“가라!”

상자를 넘겨받은 복면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관제묘 앞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연우경과 목단화, 석탄강과 유송령은 상대 조직이 생각보다 무공 수위가 높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를 빠득 갈았다.

“안 되겠다! 너희들은 이놈들을 맡아라! 우린 저것들을 쫓겠다!”

“존명!”

연우경과 목단화가 수장 복면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이 그들을 방해하려고 하면, 섬검목가 무인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면서 두 사람을 엄호했다.

“우린 저쪽으로 가자!”

“알았어!”

석탄강과 유송령도 마공석 상자를 가지고 달아나는 복면인의 뒤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조금 난감하게 됐는데요?”

나뭇가지 위에 우뚝 선 등가휘가 먼발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관제묘 앞에서 계속 싸워야 했다.

한데 두 가문의 수장들이 각각 다른 표적을 쫓아 달려갔다.

위기가 닥쳤을 때 두 가문이 힘을 합하고 화해하길 바랐던 사비란으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도 두 가문이 힘을 합친다고 볼 수는 있지만, 네 명의 사부가 따로 떨어져서 싸우면 아무래도 그 효과가 덜할 수밖에 없다.

“난감하네.”

사비란이 중얼거리자, 천리경을 들어 상황을 살피던 담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저들 역시 수가 있는 듯합니다.”

“수가 있다니?”

“저들이 달리는 방향을 보니 아무렇게나 발 닿는 대로 달리는 게 아닙니다.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는 건….”

“예, 저 복면인들을 기다리는 적들이 또 있다는 뜻이지요.”

“그들도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를 한 모양이군.”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갑자기 입수된 정보를 무턱대고 믿을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어쩐지 처음부터 관제묘를 덮친 병력이 좀 적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적들이 너무 강해도 곤란한데. 사부님들이 자칫 위험해지면….”

“오히려 잘 된 거죠. 위기가 커질수록 결속도 강해질 테니까요. 두 자제분들을 보내죠.”

담진우가 천리경을 내리고는 석검영과 연설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보내 주시오. 사태가 이 지경인데 부모님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아니, 틀렸소. 당신은 섬검목가주에게로 가야 하오.”

“……?”

“그리고 연 소저는 흑천도가주에게.”

“아…! 알겠어요!”

연설연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비란 역시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좋아, 그럼 석검영은 나와 함께. 연설연은 등 부단주와 함께!”

“알겠습니다!”

“네!”

두 남녀가 동시에 대답했다.

사비란이 막 출발하려고 하자, 담진우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단주님. 물고기가 미끼를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물론이지.”

**

사사사삭!

수장 복면인은 숲을 헤치며 바람처럼 내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 줄 아느냐!”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붙은 목단화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사심자를 뿌렸다.

휘리리리리링!

청랑한 울음이 터져 나오며 사심자가 그대로 복면인의 등을 내질렀다.

푸욱!

“크아아악!”

복면인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그대로 엎어졌다.

쿠당탕탕!

달려오던 속도 때문에 그는 한참이나 굴러가서야 멈췄다.

그가 들고 있던 상자도 거칠게 굴러가더니 나무뿌리에 걸려 겨우 멈춰 섰다.

“쥐새끼 같은…!”

목단화가 미간을 팍 구기며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정말이지 귀신같은 모습이었다.

한때 아리따운 외모에 옥구슬 흐르는 듯한 목소리를 가졌던 목단화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독기 품은 어미의 모습은 정말이지 생소한 모습이었다.

휘리릭, 탁!

뒤이어 도착한 연우경이 미간을 좁히고는 바닥에 쓰러진 수장 복면인을 노려보았다.

“네놈들은 어디서 온 거냐? 내 딸은 어디에 있느냐?”

“크크큭. 아까부터 도대체 그 딸년을 왜 나한테서 찾는지 모르겠군.”

“뭐라? 네놈들이 말한 대로 마공석을 가지고 나왔는데도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가!”

“개소리도 정도껏 해라!”

파밧!

수장 복면인이 벼락처럼 몸을 날렸다.

쒸에에에엑!

그의 검신이 검기를 머금으면서 사선으로 날아갔다.

“조심하시오!”

팟!

연우경이 얼른 목단화를 밀어내면서 그대로 청빙검을 내질렀다.

검봉과 검봉이 마주치는 순간!

쩌어엉!

쫘자자자작!

순식간에 한기가 검봉을 통해 검신을 타고 손잡이를 따라 온몸까지 전해졌다.

“크어억!”

내상을 입은 수장 복면인이 울컥 피를 토해냈다.

“제길!”

욕지거리를 뱉은 그가 주춤 물러났다.

연우경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뭐, 굳이 네놈이 아니더라도 다른 수하들을 족치면 뭐라도 나올 테지. 대답할 생각이 없다면 그만 죽어라.”

순간 연우경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타앗!

마침내 그가 청빙검을 뻗어내는데.

쉬따앙!

섬광이 날아들면서 그의 검신이 튕겼다.

다음 순간.

슈슈슈슈슉!

연우경과 목단화를 중심으로 사방에 시커먼 그림자들이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적들의 전신에서 우러나오는 기운이 어딘지 심상치 않았다.

‘사공 같기도 하고 정공 같기도 한 기운…!’

공교롭게도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장려심이 말한 것과 일치했다.

자연히 연우경과 목단화의 분노가 불같이 일어났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

목단화가 표독스런 표정으로 씹어뱉듯 말했다.

마침 그들 중 흑립을 깊이 눌러 쓴 사내가 바닥에 떨어진 상자로 손을 쑥 뻗었다.

쒸이이잉, 턱!

능공섭물의 수법으로 상자를 취한 그가 수하에게 넘겨주었다.

“잘 간직하라.”

수하가 상자를 받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흑립인이 조용히 말했다.

“우린 당신들에게 원한이 없소. 이쯤에서 마공석만 넘긴다면 모든 일이 좋게 해결될 거요.”

“그전에 내 딸부터.”

연우경의 말에 흑립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군.”

“그럼 알게 해줘야지.”

후우우우웅!

연우경과 목단화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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