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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610화 (610/670)

# 610

귀환 마교관

610화

화려했다.

웅장하고 장엄했으며 경이로웠다.

분명 이들의 싸움은 그런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영역의 전투.

무인들에게 있어서 초고수의 싸움은 일생에 한 번 견식이라도 할 수 있다면 큰 행운이다.

하지만 마왕과 사비강의 싸움은 백번을 견식해도 소용없으리라.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그 누구도 이 둘의 싸움에서 어떤 것도 배울 수 없으리라.

본질적인 한계를 아득하게 초월한 싸움이었다.

꽈과과과아앙!

다시 한 번 요란한 폭음이 터지면서 사비강이 튕기듯 날아갔다.

콰앙!

암벽에 등을 부딪친 그가 울컥 피를 토하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탁!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착지한 그가 바닥에 침을 탁 뱉어냈다.

반면 타란트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는 여전히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가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절대 강자의 여유.

맛있는 음식은 천천히 두고 먹으며 즐기고 싶은 심리.

단지 그 뿐이었다.

그랬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사비강은 오랜만에 나타난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저 아래에 만찬이 펼쳐져 있었다.

메인 요리를 천천히 즐긴 후, 잡다한 만찬을 먹어치울 작정이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런 속담이 있다더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고. 한데….”

타란트의 차가운 시선이 사비강에게 닿았다.

“넌 별로 쓰지 않군. 적당히 달아.”

“훗, 미친 놈.”

사비강이 차갑게 비웃고는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뒷발을 축으로 삼은 채 검봉에 기운을 응집했다.

만약 혜현사태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어딘지 익숙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그랬다.

지금 사비강이 사용하는 초식은 바로 아미파의 독문무공인 멸절검 초식이었다.

다음 순간.

파아앙!

사비강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상대는 즐길지언정, 자신은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어떻게든 공략해야만 한다.

쩌어엉!

베르타스와 마왕의 마력검이 부딪치면서 천둥 같은 금속성이 울렸다.

사비강은 그대로 몸을 휘리릭 돌리면서 다음 초식을 연계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패검연가의 패룡단천검 중 승룡대천 초식이었다.

퀘레레레레렝!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굉음이 울리면서 베르타스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사비강을 휘감으면서 강기가 굵직하게 승천했다.

콰아아아아아!

회오리치는 그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주변의 암벽이 부서지면서 돌개바람에 휩쓸려갔다.

만약 이 모습을 패검연가주가 직접 목격했더라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으리라.

검가로 이름을 날린 가문이지만, 그 역시 승룡대천이라는 초식이 이 정도로 강하게 발현될 수 있는 검초라는 건 몰랐을 것이다.

타앙!

튕기듯 물러난 타란트가 눈썹을 슬쩍 구겼다.

조금 전에는 위험했다.

물론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통증을 느낄 만큼의 부상을 입을 뻔했다.

사비강은 틈을 주지 않았다.

허공으로 솟구친 그가 베르타스를 마구 휘두르며 사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청성파의 검법이었다.

그는 지금 강호에서 이름난 절기들을 모조리 섞어 가면서 즉흥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강호 명숙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들의 무능을 질책할지도 모를 만한 광경이었다.

그만큼 사비강의 움직임은 엄청났다.

쏴아아아아아아!

수십 아니, 수백 조각의 검편이 어지럽게 휘날리면서 타란트를 덮쳐 갔다.

퀴라라라라라랑!

난잡한 금속성과 함께 타란트의 주변으로 불꽃이 마구 튀어올랐다.

언뜻 보기에 타란트가 불꽃으로 이루어진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비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처럼 기세를 타고 있을 때, 상대를 궁지까지 몰아붙이는 게 중요했다.

갑작스럽게 연이은 공격에 마왕 타란트도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분명했다.

“흐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사비강의 신형이 날아갔다.

이번에는 능운파가 익힌 독문무공인 일침혈검!

쑤아아아앙!

강기가 곧게 뻗어 나가면서 그대로 모든 걸 꿰뚫어 버릴 듯한 기세를 드러냈다.

짜아아앙!

“큿!”

타란트의 이마에 처음으로 주름이 잡혔다.

그래도 한때 강호를 주름잡던 자가 익힌 절기였다.

천해경에 이른 사비강이 그 절기를 펼치니 그 강맹함 역시 남달랐다.

사비강은 타란트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다시 연환식을 펼쳤다.

섬검목가의 검법인 섬광벽력검 제일초 혼돈뇌정!

뀌리리리리링!

귀신같은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수백 갈래로 쪼개진 베르타스가 타란트의 요혈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따다다다다다다앙!

다시 한 번 불꽃이 터지면서 타란트가 물러났다.

팟!

천해심보를 펼쳐 허공으로 도약한 사비강.

그가 곧바로 이어서 펼친 초식은 패룡단천검의 파석비룡!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초식 배분이었다.

만약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사비강이 사용하는 모든 무공이 단 하나의 문파에서 탄생한 절기라고 생각할 만도 했다.

쑤아아아아아앙!

검붉은 강기를 머금은 사비강이 그대로 혜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퍼콰아아아아아앙!

타란트가 훌쩍 피한 그 자리에 떨어지자 분화구처럼 구덩이가 움푹 파이면서 돌덩이의 파편이 수천 조각으로 깨져 날아올랐다.

사비강과 타란트의 움직임에 비해 조각조각 깨져서 튀어 오르는 돌덩이들은 마치 느린 시간 속에서 별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살벌한 싸움 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겠지만,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사비강의 공격이 계속해서 한끗 차이로 적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

어떻게든 이 기세를 이용해서 타란트에게 치명상을 입혀야만 했다.

사비강이 그대로 왼손을 쭉 뻗으면서 공력을 운기했다.

그 순간.

화아아아아악!

조각조각 떠오른 돌덩이들이 강기에 의해 날카롭게 갈리더니 수백 조각의 암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강기에 휩싸인 돌덩이들은 그대로 타란트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자신의 눈을 의심했으리라.

애초에 없는 암기를 돌덩이 하나하나에 강기를 입혀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비강이 사용한 이 암기술은 사천당가의 절기인 만천화우와 추혼비접을 섞어 버린 것이었다.

일전에 당무열 앞에서 직접 시전했던 무공이었는데, 만약 당무열이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상황을 목격했더라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콰파파파파파파!

수백 송이 꽃잎이 흩날리는 것과 동시에 그 사이를 마구 누비며 날아드는 나비들!

하지만 꽃잎과 나비 모두 닿기만 하면 치명적인 독상을 입힐 수 있는 암기들이었다.

까라라라라라랑!

타란트가 몸을 비틀며 피하면서도 자신에게 날아드는 나비 떼를 모조리 쳐내면서 금속성을 마구 터뜨렸다.

사비강은 다시 한 번 기합성을 터뜨렸다.

“하아아앗!”

이번에는 섬광벽력검 중 이초식인 개유전편!

콰아아아아아아!

크고 굵은 강줄기 같은 검강이 횡으로 뻗어 나갔다.

꽈아아앙!

마침내 베르타스와 타란트의 마력검이 다시 한 번 충돌했다.

그 바람에 사방으로 훅 불어 나간 기파가 난잡하게 날아들던 꽃송이와 나비 떼를 모조리 깨부숴 버렸다.

콰파파파파파파!

푸스스스스스…!

강기가 깨지면서 돌가루가 먼지가루처럼 흩어지며 퍼져 나갔다.

기기기기이익…!

베르타스와 검신을 맞댄 타란트는 희미하게 입매를 치켜 올렸다.

“과연. 과연 훌륭하다. 내 먹이로서 더 없이 잘 성장해 주었구나.”

“닥쳐라앗!”

사비강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면서 공력을 한껏 실었다.

쑤아아아앙!

파바밧!

타란트가 튕기듯 물러났다.

철컥!

한 바퀴 회전한 사비강은 자연스럽게 베르타스를 검집에 갈무리하고는 타란트를 노려보았다.

“후욱, 후욱, 후욱…!”

숨이 거칠어졌다.

각 문파의 절기를 연이어 극성으로 펼쳤더니 절로 숨이 차올랐다.

타란트가 희미하게 웃었다.

“애 썼다. 그만해도 훌륭하군. 너의 힘과 능력을 흡수하고, 강화된 베르타스를 취한다면 나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터. 이제 그만 얌전히 그 힘을 내게 바치도록.”

말을 마친 타란트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사비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침내 타란트가 지척에 다다랐을 때.

‘그렇게 원한다면… 어디 받아 보아라!’

쒸아아아아앙!

사비강이 전광석화처럼 베르타스를 뽑아내며 강기를 발출했다.

꽈과과과과과과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강기가 그대로 타란트를 덮쳤다.

어찌 보면 이번 일격을 위해서 그간의 연환식을 펼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비강은 알고 있었다.

타란트가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싸움일지라도, 어른의 방심을 이용한다면 아이가 이길 수도 있는 법이다.

사비강은 그 틈을 이용했다.

강호의 모든 절기를 연환식으로 펼친 다음 지친 모습을 보인다면, 타란트는 반드시 방심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타란트는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사비강 역시 한 치의 숨김없이 모든 실력을 드러내며 강호의 절기를 연이어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이렇게 포기한 듯 검을 갈무리한 채 숨을 몰아쉴 때, 역시나 타란트는 빈틈을 보이며 다가왔다.

그리고 사비강은 그에 맞춰 중원제일의 발검식인 유성폭기검을 발출한 것이다.

단리추가 사용하는 유성검법을 개량한 유성폭기검!

그 막강한 기세에 타란트도 흠칫거리며 물러났다.

하지만 유성폭기검의 무서움은 발검 자체보다는 폭발력에 있었다.

꽈아아앙!

마침내 마지막 폭발에 타란트는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다.

치이이이익!

타란트의 팔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시커멓게 그을렸다.

그의 얼굴 역시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제길…!’

사비강은 낭패감에 젖어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래도 유성폭기검이 어느 정도 중상은 입힐 줄 알았다.

한데 겨우 얕은 화상을 입힌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타란트는 자신에게 화상을 입힌 사비강을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귀엽다, 귀엽다 하니까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려고 하는군.”

그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

다음 순간.

“하찮은 인간이여, 존재의 차이를 증명해 주마!”

타란트가 잔뜩 화가 난 듯 양팔을 펼치더니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다음 순간.

드드드드드드…!

땅이 격동하더니.

쿠콰콰콰콰콰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둥글게 터져 나갔다.

놀랍게도 그 사이로 용암이 분출하면서 솟구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하늘의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주변을 시커먼 어둠으로 채워 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용암이 사비강과 타란트가 선 땅을 휘돌면서 흘러내려 갔다.

둘이 서 있는 장소는 마치 용암지대의 섬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존재의 차이는 개뿔!”

파악!

사비강이 욕지거리를 뱉으면서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퀘레레레렝!

승룡대천 초식이 다시 한 번 발동됐다.

하지만.

슈우우욱, 퍼어엉!

타란트의 손바닥에서 날아간 불덩이가 그대로 솟구쳐 오르는 사비강에게 작렬했다.

콰다아아앙!

바닥에 그대로 처박힌 사비강이 울컥 피를 토해냈다.

‘제길…! 만해경에 이르기만 했어도…!’

부족하다.

확실히 아쉽다.

하지만 왠지 느껴진다.

만해경에 올라섰다면 해볼 만했을지도 모른다는.

그러나 이제는 정말 방법이 없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버티고 이겨야 하는데….

타란트가 냉소를 지었다.

“슈비츠 폰 그렌탈, 네가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은 시체가 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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