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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81화 (481/670)

# 481

귀환 마교관

481화

슈우우우웃, 꽈다앙!

유성처럼 떨어져 내린 아일리드가 벽을 부수며 나뒹굴었다.

“커억!”

그가 신음과 함께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이런… 썩어 문드러질…!”

아일리드가 어금니를 빠득 갈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다.

“으아압!”

그가 양팔을 활짝 펼치며 기합성을 터뜨리자 주변의 사람들이 온통 붉은 눈동자로 물들더니 사비강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여업!”

“하아앗!”

워낙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드니 십이지신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비강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시시한 장난 따위는 집어치워라.”

순간 사비강의 몸에서 강렬한 기파가 사방으로 훅 뻗어 나갔다.

파아앙!

“크아악!”

“크으윽!”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 나가더니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십이지신 역시 그 기파를 견디기 위해 몸의 중심을 잡고 버텨야만 했다.

아일리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 저런…!’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인간 따위가 저리도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아니, 어쩌면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등한 인간이라면 절대로 저럴 수 없을 테니까.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냐!”

“말했을 텐데. 한때 널 발아래 두었던 대공이었다고.”

“미친 소리도 작작해라!”

“그럼, 닥치고 덤벼.”

사비강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아일리드는 모멸감을 느끼면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인간일 리가 없다. 절대 인간일 리가 없어…!’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눈앞의 상대가 분명 인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해도 너무 강하지 않은가?

아니다.

생각이 너무 길어진다.

생각이 많으면 싸움에서 불리해진다.

한낱 인간 따위를 찍어 누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다니.

아일리드는 곧 생각을 거두고 바닥을 차며 쇄도해 갔다.

“어째서 인간 따위가!”

그가 섬광처럼 날아가며 검을 곧게 뻗었다.

후우우우웅!

검을 따라 강기가 맺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마력으로 만들어낸 오러 소드였다.

‘죽어엇!’

그야말로 쾌속한 일격이었다.

사비강은 피하지 않았다.

‘멍청한…!’

아일리드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은 오러 소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저렇게 꼿꼿하게 서서 멍하니 서 있을까?

아니면 너무 강렬한 기운에 눌려서 몸이 돌처럼 굳어 버린 건가?

그런데…

탁!

“헛…!”

돌처럼 굳어 버린 것은 오히려 아일리드였다.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신의 검신을 바라보았다.

웅우웅. 웅우웅.

오러를 품은 검신이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신은 사비강의 손가락에 정확히 잡혀 있었다.

‘맨손으로…?’

당황한 것도 잠시, 그가 얼른 물러나려고 하는데 검이 빠지지 않았다.

‘이런 미친…!’

다시 한 번 눈앞의 상대가 인간인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

“이이익…!”

우둑… 우둑…!

아일리드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힘줄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힘이 조금 전보다 사 할 이상은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자리에서 검신이 잡힌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반면 사비강은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흔들림조차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우스운 게 뭔지 아나? 너희 마족은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는 거지.”

“감히…!”

또깡!

말을 꺼내던 아일리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놀랍게도 사비강의 손에 검신이 부러져 나간 것.

그와 동시에,

쒸에에에에엣!

한 줄기 섬광이 솟구쳐 올라왔다.

촤아아악!

베르타스의 일격에 아일리드의 왼팔이 썩둑 잘려 나갔다.

“끄읍, 끄아아아아악!”

아일리드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이 죽일…!”

그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개를 드는데, 어느새 사비강의 목소리가 목덜미에서 서늘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든.”

파아앙!

“크아아아악!”

사비강의 일장을 등에 얻어맞은 아일리드가 고통에 겨운 비명과 함께 대로변에 나뒹굴었다.

사비강이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여전히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봤나? 너희도 결국 인간의 손으로 그렇게 얻어터질 수 있단 말이지.”

“크으으…!”

아일리드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려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제야 후회가 밀려들었다.

한낱 벌레 같은 인간들에게 영약을 빼앗아 오는 일이었다.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한데…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괴물이 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고작 마물 다섯 마리만 데리고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정말 미친 소리 같지만, 저 정도의 인간이라면 마계대공도 허황된 말은 아니리라.

‘내가 지금 무슨 미친 생각을 하는 거야?’

어쨌거나 지금 아일리드는 사비강에게 완전히 질려 있었다.

더 이상 분노도 혐오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사비강이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도저히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떻게 공격을 해도 그 다음 순간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제 어쩐다…!’

결국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비강은 자신보다 강하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한다!’

벌레 같은 인간을 등지고 도망이라니!

모든 마족들이 비웃을 소리겠지만, 이 자를 직접 보았다면 감히 그런 말을 못하리라.

‘가만… 바리탄은 그럼 저자의 존재를 몰랐을까? 만약 이게 바리탄의 노림수라면…?’

더더욱 돌아가야 한다.

필생의 각오로!

그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마침 자신의 마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일순간 그의 눈이 빛을 반짝였다.

‘저거다!’

아일리드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딱!’ 하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갑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일리드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왼쪽 팔이 잘린 것과 등의 옷자락이 터져 나간 것까지.

뒤이어 사람들이 일제히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팟!

아일리드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많은 아일리드 속에 섞여서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사비강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그는 혼비백산 달아나는 아일리드 무리를 보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짓을…”

그가 오른손을 펼치자 베르타스가 둥실 떠올랐다.

“네가 먹은 피 냄새를 쫓아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테지.”

우우우우웅!

베르타스가 마치 희열이라도 느끼듯 검신을 떨어댔다.

순간 사비강의 눈동자가 커졌다.

“가라!”

쒸에에에에엑!

베르타스가 섬광처럼 날아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이기어검의 일종이었다.

이기어검을 부리되 베르타스의 의지가 흐르는 방향으로 좀 더 검신을 맡겨 둔 것이다.

만약 사비강이 천해경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시도조차 할 수 없었으리라.

베르타스는 달아나는 아일리드들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쾌속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저만치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려던 아일리드의 등을 단숨에 꿰뚫었다.

푸욱!

피가 솟구치지는 않았다.

베르타스는 오랜만에 마력을 머금은 피를 마시느라 흥분에 겨웠는지 검신을 연신 떨어댔다.

우웅우웅…!

아일리드가 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크으윽…!”

벽에 등을 기댄 그는 죽어 가는 눈빛이었다.

심장을 뚫고 튀어나온 검신을 보면서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이건…!”

분명 마왕의 검 베르타스가 아닌가?

이곳에 도착한 후부터 이해되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죽어 가는 순간이 되자 뒤늦게 그의 뒤통수를 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설마…!’

사비강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그리고 마왕의 검, 베르타스.

거기에 텅 비어 있던 상자.

저벅저벅.

사비강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일리드가 꺼져 가는 생명을 붙들고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물었다.

“설마… 네놈… 드래곤 하트를….”

사비강이 잠깐 흠칫거리고는 헛기침을 했다.

“커험. 내 선물은 잘 받았나?”

“역시 네놈이었구나! 이런… 미친… 꼴토…옹….”

결국 아일리드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말을 완전히 잇지 못했다.

**

매설란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실내를 둘러보았다.

“맙소사, 이게 전부….”

사방의 벽면마다 빼곡한 약함들.

약함마다 적힌 팻말에는 그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것들도 있었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약재도 있었다.

사방의 약함에서 풍겨 나오는 약 향은 무척 진했다.

‘이게 진짜구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그 허름한 약방 지하에서 맡았던 약 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많은 약재들을 모두 어디에서 구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비강 역시 진심으로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놀랍군.”

“아직 놀라시긴 이르지요. 이쪽으로.”

말을 마친 노파가 한쪽 벽으로 걸어가더니 약함 일곱 개를 꺼냈다.

약함은 모두 비어 있었다.

한데 마지막 약함을 꺼내 드니, 놀랍게도 벽 전체가 부드럽게 회전하면서 열렸다.

새로 나타난 방안에는 허리춤까지 오는 수납함이 있었는데, 사비강과 매설란은 직감적으로 그곳에 든 것이 매우 고귀한 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겨 나오는 약 향이 지금까지와는 달랐던 것.

노파가 천천히 수납함으로 다가가 약함을 꺼냈다.

그 안에 든 것을 본 매설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만년설삼’이라는 건 말로만 들어봤다.

직접 본 적은 없었다.

한데 본 적이 없어도 눈앞에 놓인 것이 만년설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치 사람이 다리를 꼬고 있는 것처럼 고고한 자태.

그 만년설삼이 뿜어내는 향긋한 내음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해진다.

“만년설삼이군.”

사비강의 말에 노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약함도 열어 보였다.

“모두 다섯 뿌리가 있습니다.”

“맙소사…!”

이번에도 매설란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년설삼 한 뿌리만 해도 놀라울 지경인데, 무려 다섯 뿌리라니.

노파가 말을 이었다.

“천년설삼은 열세 뿌리입니다.”

“그리고?”

“공청석유가 한 병입니다.”

마지막으로 꺼내든 약함에는 엄지손가락만한 옥빛의 약병이 담겨 있었다.

매설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괜히 몸이 떨려 왔다.

당장 누군가 나타나 이곳 사람들을 전부 기절시키고 이것들을 강탈해 갈 것만 같은 기분.

귀한 것을 품을수록 사람의 마음이 약해진다더니….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노파야말로 참으로 강인한 사람이 아닌가?

이 귀한 걸 조건 없이 내놓을 상황이 되었는데도 저리 담담하다니.

아니면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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