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5
귀환 마교관
465화
스르르르, 쿠웅!
삼신마는 마칸의 꼬리에 꽁꽁 묶인 채 고철덩이처럼 쓰러졌다.
철피마공을 사용한 직후였기에 그의 몸은 여전히 쇳덩이처럼 단단해진 상태였다.
스스스스스…!
그의 피부가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면서 철피마공이 힘을 잃어 가자,
촤촤촤촤아악!
마칸의 꼬리가 춤을 추듯 꿈틀거리며 삼신마의 몸을 잘게 다져 버렸다.
삼신마의 인육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마인들이 경악하며 물러났다.
그들에게는 철피마공을 익힌 삼신마가 저렇게 조각조각 잘려 나가는 모습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앞서 설서린은 지룡도로 탈출하는 동안 삼신마에 대한 복수심에 이를 갈고 갈았다.
그러다가 자운룡을 통해 삼신마의 약점을 전해 들었다.
“삼신마의 약점은 바로 철피마공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철피마공이야말로 삼신마의 강점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가 철피마공을 전신에 사용할 때는, 어느 한 곳에만 집중해서 사용할 때보다 강도가 훨씬 떨어집니다.”
“그 말은…”
“어떻게든 그가 철피마공으로 전신을 보호하게 만든 다음, 일격에 모든 힘을 실어 한 군데의 급소를 친다면….”
“제아무리 철피마공이라도 뚫을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신 그 일격에 모든 내공을 실어야 할 겁니다. 다만….”
“다만?”
“어지간해서는 그가 철피마공으로 전신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본인도 알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화살이 날아들 때도 그는 굳이 철피마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수십 자루의 칼이 사방에서 공격해 오지 않는 이상에야 철피마공으로 몸을 보호하려고 하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약점이 없다는 말도 맞지요.”
“아뇨. 그 약점 제가 만들게요. 대신….”
설서린이 걸음을 우뚝 멈추고는 자운룡을 보았다.
“부탁이 있어요. 그 혼신을 다한 일격. 자 교관님께 부탁드립니다. 누구보다 신마들에 대해 잘 아실 테니까요.”
자운룡은 가만히 설서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보는 낯선 모습이었다.
언제나 묘한 광기에 휩싸인 모습만 보았는데….
이렇게 보니 오라버니를 잃은 애처로운 여자일 뿐이었다.
자운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그러겠습니다.”
“기회는 반드시 만들 겁니다.”
설서린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설서린은 그때와 똑같은 눈빛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진 삼신마를 향해 읊조렸다.
“지옥에 가서 오라버니한테 훈계나 들어라.”
그녀의 뺨을 타고 굵은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
**
꽈아아아앙!
두 강기가 충돌하면서 폭음이 터졌다.
파파파파파!
관주전 앞에 세워진 정자가 부서지면서 기왓장이 마구 날아갔다.
“하아, 하아, 하아…!”
옹기승은 거칠게 호흡하면서 교주를 노려보았다.
교주 역시 어깨를 들먹일 정도로 숨이 거칠어진 상태였다.
그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처음 언덕을 올라왔을 때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바로 눈앞의 옹기승.
총관도 아니고, 교관도 아닌, 조교라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한데…
‘이 녀석이었군. 선천마령지기를 가지고 태어난 놈이….’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혈전을 벌이다 보니 옹기승의 배후에 마령혼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위압감이란….
미지의 존재가 뿜어내는 그 기운은 감히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령교주는 마령혼을 두려워하면서도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실제로 그는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자였다.
설령 정도맹주가 앞에 있어도 그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다만 사비강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그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들은 모두 놀라운 것들이었기에.
게다가 존야도 그를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애송이가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교주가 재미있다는 듯 입매를 뒤틀었다.
“아름답군.”
교주가 옹기승 뒤에 버티고 선 마령혼을 보며 가만히 중얼거렸다.
옹기승이 교주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그 감탄이 곧 비명이 될 거다.”
“하하하. 기백이 좋구나. 하지만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과연 그럴까?”
“물론이지.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지 않는다.”
말을 마친 교주의 신형이 팟 하고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옹기승 뒤편에 나타났다.
‘이건… 블링크?’
옹기승이 깜짝 놀라며 돌아섰다.
쩌엉!
“크윽!”
수직으로 내려친 검을 막아낸 옹기승이 포탄처럼 튕겨 나가면서 관주전 벽을 부수고는 나뒹굴었다.
콰당탕탕!
옹기승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사비강이 블링크를 사용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비강 이외에 다른 자가 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얼핏 사비강에게 듣기로는 꽤나 심후한 내공이 필요한 마법이라고 했다.
옹기승이 다시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슈우우우우욱! 쩌엉!
빛살처럼 날아든 교주가 다시 한 번 검을 내질렀다.
옹기승이 검을 앞세워 막자, 검신에 균열이 쩌적 갔다.
옹기승의 눈이 커졌다.
‘이렇게나…?’
반면 교주는 시종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놀랐나? 고수는 삼 할의 공력을 숨기는 법이지. 하지만 본좌는 반대로 삼 할의 공력만 드러낸다네. 이젠 나머지 칠 할도 서서히 개방할까 하네.”
순간 교주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올올이 곤두서는가 싶더니,
쒸에에에에에엑!
검붉은 강기가 맺히면서 검신이 횡으로 파고들었다.
“이익…!”
옹기승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검을 돌려세웠다.
쩌엉!
슈우우우욱, 콰당탕!
다시 한 번 튕겨 나간 옹기승이 이번에도 벽을 부수며 안마당까지 날아갔다.
“크윽…!”
옹기승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위험하다…!’
확실히 교주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힘겹게 이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의 모습이라면….
아니, 그가 모든 공력을 개방해서 본격적으로 싸운다면 과연 승산이 있기나 할까?
‘위험하다…!’
교주가 옹기승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비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두려워하고 있군.”
스윽.
옹기승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교주를 노려보았다.
교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듣기로 선천마령지기를 가진 자는 수면신공을 익혔다고 하던데… 헛소문이었나 보군.”
“주절주절 말이 많아!”
옹기승이 일갈을 터뜨리고는 바닥을 차고 쏘아져 나갔다.
쒸아아아아아앙, 꽈앙!
두 사람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다시 한 번 기파가 사방으로 훅 퍼져 나갔다.
콰파파파파파파파!
관주전이 부서지고, 기왓장이 깨지면서 사방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을 둘러 싼 마인들은 실드 마법을 펼쳐 날아드는 파편들을 막아냈다.
투타타타타탕…!
그들은 감히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워낙 수준 높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자칫 잘못 개입했다가는 오히려 교주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싸움이 끝나면 언제든 관주전 지하로 내려가 비상통로를 찾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쩡! 쩌정! 꽝! 콰과광!
벽력이 휘몰아치고 천둥이 쩌렁쩌렁 울렸다.
강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인들은 절로 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마공을 익힌 자들도 감당하기 힘든 마기의 소용돌이였다.
게다가 옹기승이 발현하는 것은 마령혼의 마기와 그가 익힌 사기가 뒤섞여 오묘한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법 재주를 부린다만…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군!”
말을 마친 교주가 화살처럼 날아가 옹기승의 심장을 향해 검을 곧게 내질러 갔다.
“흐아아아앗!”
옹기승도 기합성을 터뜨리며 검을 마주쳐 갔다.
그의 배후에 솟구쳐 오른 마령혼이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뻗어 나가는 듯했다.
마침내 두 자루의 검봉이 격렬하게 부딪쳤을 때,
쩌어어어어엉!
콰콰콰콰콰파파파파파!
기의 소용돌이가 태풍처럼 휘몰아치면서 사방에 널브러진 파편들이 암기처럼 퍼져 나갔다.
투타타타타타타탕…!
어김없이 마인들이 실드를 펼치면서 파편들을 막아냈다.
한편 검을 내지른 교주는 혀를 찼다.
“쯧…!”
마치 그 가벼운 혀 놀림에 반응이라도 하듯 옹기승의 검이 순식간에 깨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카차차차차차창!
옹기승의 검이 수백, 수천 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이어,
슈우우우욱!
푸욱!
“커어억!”
그대로 뻗어 나온 교주의 검이 옹기승의 왼쪽 어깨를 깊숙이 관통했다.
그대로 날아간 옹기승이 울컥 피를 토하고는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다.
저벅저벅…!
교주가 옹기승에게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쯧… 실망스럽군. 겨우 이 정도였나?”
“날 죽일 수 있을 때 죽여라.”
옹기승이 교주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교주가 눈살을 슬쩍 구겼다.
“두려워하던 눈빛이 아니군.”
그러자 옹기승이 피식 조소를 지었다.
“내가 당신을 두려워한 것 같았나?”
“아니면?”
“내 안에 든 마령혼의 폭주가 두려웠던 거지. 자칫 이 녀석을 화나게 하면 나도 감당할 수가 없거든.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당신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 재앙이 이 무한을 덮칠 수가 있어.”
“호오, 그렇다니 더 궁금해지는군.”
“아서, 그냥 날 죽여라.”
“하나만 묻지. 폭주를 선택하기보다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멸마관 무인들이 모두 무사히 탈출했을 거라 믿기 때문인가?”
“…….”
“그렇다면 착각이라고 말해 주고 싶군. 이미 내 제자들이 비상통로 출구를 찾아냈을 테니 말이야.”
순간 옹기승의 눈동자가 흠칫 떨렸다.
교주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원래 세상이 쉽지 않아. 그리고 난 널 죽일 생각은 없다. 널 제압해서 네 몸에 깃든 마령혼을 어떻게든 꺼내 볼 생각이다.”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 사이, 옹기승은 심연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미는 것을 느꼈다.
적에 대한 분노와 좌절 그리고 생존에 대한 본능이 심연의 괴물을 깨우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 괴물과 나름 합심해서 함께 싸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심연에 웅크리고 있는 그 괴물은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좀 더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제길…! 안 돼…!’
옹기승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만약 ‘그놈’이 깨어나면 무한 전역에 혈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아니, 강호 전체에 혈겁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마족이 강림했다면, 거기에 마령혼까지 설치게 놔두는 셈이 된다.
중원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일만은…!’
생각은 길었으나, 이 모든 것이 교주가 수도를 내려치는 찰나에 벌어진 것이었다.
쉬이이이잇!
전광석화처럼 떨어진 교주의 손이 옹기승의 뒷목에 닿기 직전,
“크아아아아아!”
옹기승이 결국 괴성을 터뜨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곧이어,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검붉은 기운이 옹기승의 전신에서 폭사되며 퍼져 나왔다.
그 기파를 이기지 못한 교주가 저만치 튕겨 나가고 말았다.
“크르르르…!”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옹기승은 그야말로 사신의 모습으로 거친 호흡을 내뿜어댔다.
이제 그는 옹기승이 아니라, 마령혼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