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64화 (464/670)

# 464

귀환 마교관

464화

단리정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안 됩니다! 총관님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매설란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다만 다시 살아서 사비강을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조금 아쉬웠다.

‘나… 그를 정말 많이 좋아했구나.’

그때였다.

“총관님도 가십시오. 제가 막겠습니다.”

차분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등을 때렸다.

매설란과 단리정이 돌아보니 그곳에는 옹기승이 서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자를 너한테….”

“제게는 이 녀석이 같이 있습니다.”

휘아아아아아앙!

순간 옹기승의 배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령혼이 나타났다.

그 미지의 존재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매설란은 물론 단리정도 움찔 놀라서 물러났다.

“총관님은 아직 하셔야 할 일이 많습니다. 만약 사신마들이 지룡도의 출구를 찾고 있다면 총관님이 본관의 무인들을 지휘하셔야 합니다.”

옹기승은 매설란이 염두에 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너…”

“절 믿고 가십시오. 어떻게든 막아내겠습니다.”

옹기승이 전에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절대 꺾이지 않을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순간 매설란은 사비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옹기승을 예의주시해. 유사시엔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거야. 뭐, 아직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옹기승의 배후에 나타난 마령혼의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옹기승을 혼자 두고 떠나려니 역시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옹기승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총관님. 사사로운 감정으로 큰 임무를 저버리시면 안 됩니다. 절 믿고 가십시오!”

매설란이 입술을 질끈 씹었다.

분했다.

자신이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수하에게 오히려 충고를 듣다니.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옹기승의 말이 맞았다.

결국 그녀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뒤를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오.”

옹기승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하자, 매설란은 곧바로 몸을 돌려 관주전으로 향했다.

괜히 시간을 끌며 대화를 나눠 봐야 망설임만 커질 것 같았기에.

단리정이 그 뒤를 따르려는데, 옹기승이 불렀다.

“잠깐 말 좀 나눕시다.”

단리정이 멈칫거리고는 돌아보았다.

**

무한의 북동쪽에 위치한 숲속.

인적 드문 곳의 수풀이 저절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멸마관에서 만든 지룡도의 출구였다.

수풀로 가려진 바위틈에는 비좁은 동혈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멸마관 무인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고적산을 비롯한 철혈단이 모두 나오자, 진백이 이끄는 의생들과 부상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로 교관들과 생도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고적산을 비롯한 철혈단은 멸마관 무인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사방을 경계하면서 번을 섰다.

워낙 많은 무인들이 좁은 통로를 통해서 밖으로 나오다 보니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매설란이 밖으로 나올 때였다.

“엇! 마령교놈들이다!”

번을 서던 철혈단원 중 한 명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내질렀다.

차차차아앙!

교관들과 생도들이 저마다 도검을 뽑아 들고는 주위를 경계했고, 매설란이 얼른 경공을 펼쳐 나뭇가지 위로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주변을 경계하고 도주로를 따라 부상자들부터 신속하게 옮기도록!”

하지만 곧이어 단리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가능합니다! 완전히 포위된 상황입니다!”

“제길!”

매설란이 입술을 쿡 씹었다.

찰나,

쒸에에에엑!

강기를 머금은 화살 한 자루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쉬따앙!

연검이 한 줄기 섬광을 그리면서 날아든 화살을 쳐냈다.

뒤이어 단리정이 곧바로 활시위를 당기고는 화살을 쏘았다.

쒸에에에엑!

푹!

“크아악!”

아스라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쳐라!”

“우와아아아!”

곧 숲속 곳곳에서 함성이 들리면서 마인들이 진득한 마기를 풀풀 풍겨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매설란은 얼른 주위를 살피다가 저만치 낭떠러지를 보며 소리쳤다.

“모두 절벽 쪽으로 물러난다!”

“존명!”

카카카카카캉! 퍽! 푹!

“이여업!”

“크아악!”

“죽어라, 이 마령교 새끼들아!”

“죄다 쓸어 버려!”

시끄러운 금속성과 고함소리가 숲속에 마구 뒤엉켰다.

녹음이 짙었던 숲은 금세 혈향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매설란의 명대로 멸마관 무인들은 최대한 낭떠러지 쪽으로 물러났다.

어차피 사방이 포위되어서 달아날 구멍은 없었다.

그렇게 된 이상 한 명이라도 적을 줄이자는 속셈이었다.

동시에 배수의 진을 쳐서 악착같이 싸워 이기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하지만 적의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거기에 일신마와 삼신마 그리고 사신마까지 합류해서 무자비한 무공을 펼치니 시간이 흐를수록 멸마관 무인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매설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론 위험해…!’

마침 절벽 너머 저 멀리 멸마관이 내려다보였다.

연기가 피어나는 저곳에서는 옹기승이 홀로 남아 악착같이 싸우고 있을 터였다.

한데 무인들을 이끌고 온 자신이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우선 가장 위협이 되는 교주의 제자들부터 제거해야만 한다.

마음을 굳힌 매설란이 바닥을 차고 튀어 나가며 소리쳤다.

“단리 대주! 엄호를!”

“옛!”

패애앵!

쒸쒸에에엑!

푸푹!

“크아악!”

“아악!”

매설란에게 달려들던 두 마인이 몸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단리정은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저격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민유향과 백미령이 그를 엄호하고 있었다.

한편 매설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일신마의 배후를 향해 곧장 달려가서는 연검 두 자루를 뿌렸다.

취리리리릿! 취리리리릿!

두 줄기 섬광이 굽이치며 날아가자, 일신마가 미간을 좁히며 돌아섰다.

“가소로운!”

따다앙!

넓적한 연도가 두 자루의 검을 튕겨 냈다.

하지만 그에게 쉴 틈은 없었다.

“하아아앗!”

어느 틈엔가 달려온 서래향이 날카로운 기합성과 함께 검을 사선으로 그어 내렸다.

쩌엉!

어마어마한 금속성이 터지면서 일신마가 뒤로 주륵 밀려났다.

때마침 적무린이 배후에서 검을 내질러 왔다.

“받아랏!”

그의 검신에 강기가 짙게 맺혔다.

거대한 바위도 산산조각을 내버릴 것만 같은 강기였다.

적무린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파산중검(破山中劍)의 초식이었다.

찰나지간 일신마 휘하에 있는 패마단주(覇魔團主)가 그 앞을 막아서며 기합성을 터뜨렸다.

“어림없다! 하아아앗!”

쩌어어엉!

어마어마한 금속성이 터지면서 패마단주가 입을 쩍 벌리고 피를 토해냈다.

“커억!”

그는 그 자리에서 눈을 허옇게 뒤집고는 절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를 뚫어 버린 강기는 바로 뒤에 있던 일신마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지이이잉…!

일신마는 도면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자신도 당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파산중검의 초식에는 격산타우(隔山打牛)의 수법이 녹아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패마단주가 자신의 몸을 희생해 가면서 일신마를 지켜 준 것만은 사실이었다.

일신마가 눈을 내리깔고는 패마단주의 시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법 쓸모 있었다.”

죽은 자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였다.

“더 이상 장난을 치면 안 되겠군.”

말을 마친 일신마가 연도를 쥔 손에 힘을 실었다.

파아아아아앙!

순간 마기가 폭발하면서 연도에 검붉은 강기가 맺혔다.

휘링, 휘링, 휘링!

마치 연도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소리를 내질렀다.

매설란과 적무린 그리고 서래향은 절로 긴장이 되어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 순간,

쒸아아아아아아아앙!

연도에서 다시 한 번 강기가 사방을 휩쓸며 날아갔다.

기관 장치를 부술 때 그가 사용했던 패마회격도였다.

투타타타타타아앙!

“크아악!”

“으아아아악!”

이번에도 그의 강기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뻗어 나갔다.

매설란과 적무린이 가까스로 강기를 막아냈지만, 서래향은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한 탓에 강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수깡!

“꺄아악!”

내상을 입은 서래향이 튕겨 날아가자, 적무린이 비명처럼 소리치며 달려갔다.

“홍묘님!”

“으윽…! 괜, 괜찮아…!”

서래향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가까스로 말했다.

두 사람은 두려운 표정으로 일신마를 보았다.

이제 보니 일신마는 자신들이 파악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매설란은 입술을 질끈 씹었다.

피가 배어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온힘을 다해 싸워도 보았고, 합공도 했다. 할 건 다 했는데…!’

그럼에도 이길 수가 없다.

마치 사비강을 대할 때처럼 까마득하게 높은 벽만 보인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오늘처럼 당신이 그리운 날도 없을 거야.’

매설란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마침 저만치 삼신마를 상대하는 설서린과 위검종이 보였다.

삼신마에 대한 원한이 남다른 설서린은 누구보다도 처절하고 절박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퀴리리리리리링, 콰앙!

불붙은 마칸의 꼬리가 바닥을 때리자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삼신마는 양팔을 교차해서 막아냈다.

곧이어

촤촤촤촤촤촤촤촤악!

마칸의 꼬리에서 절지곤충이 뾰족한 가시처럼 튀어나오면서 사방에서 달려들던 마인들을 단숨에 꿰뚫었다.

털썩, 털썩, 털썩…!

마인들이 쓰러지자 삼신마가 눈에 불을 켜며 설서린에게 달려들었다.

“이 시건방진 계집이!”

삼신마가 다시 한 번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파파파파파팡!

그가 폭우철파권(暴雨鐵破拳)을 펼치자 허공에서 수십 개의 주먹이 난사하는 듯한 효과가 발생했다.

콰콰콰콰콰아앙!

권강이 마구잡이로 날아들자 설서린이 서 있던 주변으로 바닥이 움푹움푹 파이면서 커다란 웅덩이가 마구 생겨났다.

따앙! 따앙! 따다앙!

“크읏!”

설서린 앞을 막아선 채로 모든 권강을 튕겨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위검종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삼신마의 강기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는지, 피를 울컥 토하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까불지 말란 말이다!”

탁, 쉬이이이잇!

삼신마가 일갈을 터뜨리며 곧장 위검종에게 날아들었다.

육중한 덩치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그의 무릎이 정확히 위검종의 안면을 가격하려는 찰나,

쑤아아아아앙!

“헛!”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강기에 삼신마가 헛바람을 집어 삼키며 얼른 몸을 비틀었다.

꽈아아앙!

검붉은 강기가 부딪치자 주변으로 붉은 빛의 연무가 가득 퍼졌다.

‘이건… 마기?’

생각도 못했다.

마기가 자신을 급습할 줄은.

하지만 그는 곧 납득할 수 있었다.

“너 이 배신자 새끼…!”

자신에게 강기를 날려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운룡이었던 것.

삼신마가 눈이 뒤집혀서 울분을 터뜨리려는데,

콰르르르르르르릇!

마칸의 꼬리가 굽이치며 날아들었다.

“칫! 귀찮게!”

삼신마가 혀를 차고는 얼른 권강을 내뻗었다.

하지만 마칸의 꼬리는 처음부터 노린 것처럼 권강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피하고는 삼신마의 몸을 그대로 휘감아 올라갔다.

마치 뱀이 먹이를 사로잡을 때 똬리를 트는 것처럼 보였다.

퀴리리리리리릿!

이글거리는 마칸의 꼬리가 삼신마를 완전히 얽어맨 순간,

“하아아아앗!”

설서린의 뺨에 새겨진 문신이 짙게 물들었다.

곧이어,

촤촤촤촤촤촤촤촤악!

마칸의 꼬리에서 절지곤충들이 튀어나오면서 다시 한 번 삼신마를 내질렀다.

하지만 삼신마는 철피마공을 익힌 몸이었다.

그의 온몸이 검붉게 물들자 피부가 쇠처럼 단단해지면서 마칸의 꼬리에서 튀어나온 절지곤충들을 막아냈다.

콰콰콰콰콰콱!

삼신마가 히죽 웃었다.

“이 몸은 그리 쉽게 당하지 않아.”

설서린이 싸늘한 표정으로 답했다.

“알고 있었어. 돌대가리야.”

“뭣이?”

“네 약점 이미 알고 있다고.”

찰나,

슈슈우욱!

삼신마는 등골이 오싹한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느새 자운룡이 바로 뒤에서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자운룡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돌았다.

삼신마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안…!”

쉬컥!

툭, 데굴데굴…!

그는 말을 마저 맺지 못한 채 목을 잃고 말았다.

떨어져 나간 그의 얼굴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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