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03화 (403/670)

# 403

귀환 마교관

403화

사비강의 시선이 짐짓 매서워지자, 조적상이 움찔거리더니 이내 어깨를 펴고는 따졌다.

“뭐요? 뭐? 왜?”

“아니, 뭐… 그 정도로 자신 있다고 하시니 감탄했을 따름이오.”

“흥! 그깟 마물 따위도 상대하지 못해서 어찌 마령교와 대적…!”

그때였다.

사비강의 손에서 베르타스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쒸에에에엑!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외마디 비명을 터뜨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앗!”

“엇!”

조적상 역시 위기를 직감했을 때는 이미 베르타스가 코앞까지 날아든 상태였다.

찰나,

쉭! 팍!

부르르르르…!

놀랍게도 눈앞까지 다다랐던 베르타스는 수직으로 방향을 꺾더니 그대로 발아래에 내리꽂힌 채 부르르 떠는 것이 아닌가?

조적상이 미간을 팍 구기고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조 당주님께서 워낙 자신만만하시니 그 고강한 실력을 견식하고 싶어서 그만 몸이 앞서 버렸소.”

사비강 역시 노골적으로 비웃듯 말했다.

상대의 비위에 맞춰 주는 것은 체질적으로도 맞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를 놀려야 더 적극적으로 덤벼올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적상이 버럭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검을 날리는 건…!”

“아, 혹시 놀라신 거요? 설마? 마물 따위도 감당하지 못해 행방불명이 된 나 같은 녀석이 던진 검을 막아내지 못할까 봐 깜짝 놀라신 거요?”

“이익…!”

조적상이 이를 빠드득 갈자,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그럴 리가 없으시겠지. 겨우 이 정도로 놀란다면 어찌 마물을 상대하시겠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무례한 짓이오!”

“뭐, 제가 언제는 격식을 따졌소?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그 검이나 뽑아 주시오.”

“내가 왜? 관주가 직접 뽑아 가면 될 것을!”

그제야 사비강이 깊어진 눈으로 조적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행방불명까지 되었던 건 바로 그 검 때문이었소.”

“이 검…?”

“그 검은 그날 석실에서 흡수한 요기를 상당 부분 품고 있소. 뭐, 일부는 날아가 버렸지만. 그 덕에 내가 여기에 있게 된 거고.”

“그래서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그 검을 다룰 수 있다면 조 당주님이 무엇을 원하든 군말 없이 따르겠소.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역시 마물에 대해서 나만큼 잘 아는 자가 없으니, 내 대안에 따라주셔야겠소.”

“지금 나를 시험하시겠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시험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당주님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주시오.”

사비강이 입매를 비틀어 올리자, 조적상이 빤히 노려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 혹시라도 자신이 없으시면 굳이 도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일부러 ‘도전’이라는 단어를 써서 상대를 자극했다.

그런 격장지계는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더구나 명분에 죽고 사는 정도 무인이 아닌가?

큰 소리를 뻥뻥 쳐댔는데 이깟 검 한 자루 다루지 못해서야 어디 면이 서겠는가?

조적상이 이를 꾹 다문 채 바닥에 거꾸로 꽂힌 베르타스를 노려보았다.

사비강의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이전까지는 그저 요상하게 생긴 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검신에서 요기가 풀풀 휘날리는 것만 같다.

하긴 사비강이 자신을 시험할 정도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리라.

꿀꺽.

‘이 검이 대체 뭐기에 나를 시험한다는…?’

그때 남운평이 눈치 없이 나섰다.

“조 당주님. 그깟 검 따위는 바로 뽑아 버리십시오. 사 관주도 그러는 게 아니오! 설마하니 조 당주님께서 저깟 검 한 자루 뽑지 못할까 봐 그러시오?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사 관주가 실수하셨소.”

조적상이 이맛살을 팍 구기고는 남운평을 노려보았다.

그렇잖아도 심지황 장로로부터 무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해들은 게 있던 터였다.

남운평이 아들과 딸 때문에 사비강과 정면 대결을 하면서 치욕을 치른 일이었다.

한데 자신이 겪은 그 상황을 그대로 떠넘기다니.

‘저리 눈치가 없는 건 집안 내력인가?’

내심 불쾌했지만, 남운평의 말 한 마디가 다른 수뇌 인사들 사이에서도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당장 그 검을 뽑아 버리십시오. 정말이지 사 관주께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오? 그깟 칼자루 하나 들지 못할까 봐 이런 식으로 무시를 하다니!”

“조 당주님 본때를 보여 주십시오!”

이제 수뇌 인사들은 조적상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조적상은 베르타스를 보다가 사비강을 한 번 힐끗 보았다.

사비강이 어서 해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이 더 없이 얄밉게 보였지만, 이제 와서 이런 분위기가 되었는데 발을 뺄 수는 없었다.

“커험! 정말로 내가 이 검을 다룬다면 내 뜻에 군말 없이 따르겠소?”

“물론이오.”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거요.”

말을 마친 조적상이 다시 베르타스를 보았다.

‘확실히 요사스럽다….’

하지만 사비강도 다루던 물건이다.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요기가 상당히 빠져나간 상태라고.

그렇다면 자신이라고 못 다룰 리가 없다.

마음을 굳힌 조적상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무척 신중해 보였기에 다른 수뇌 인사들 역시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순식간에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마침 조적상의 손이 베르타스에 닿는 순간!

우우우우우우웅…!

검신이 강하게 떨리는 게 아닌가?

조적상이 화들짝 놀라서 손을 거두는데,

“오오옷! 대단하시다! 역시 조 당주님이시다!”

“과연 패월당주님이시다! 일순간 검에 내력을 불어넣어서 공명을 일으키시다니!”

수뇌 인사들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눈치 없는 신월문주 남운평이 호들갑을 떨며 나섰다.

“역시 조 당주님이십니다!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능공섭물의 수법으로 검을 다루려고 하시다니! 과연 대단하십니다!”

“커험, 험!”

조적상은 뜻하지 않는 상황에 그저 헛기침만 내뱉고는 베르타스를 보았다.

우웅. 우우웅. 우웅.

지금도 베르타스는 아주 미약하게 기의 떨림을 전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기의 파동이었다.

그 희미한 기운은 몹시 사이했기에 조적상은 절로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공명하는 검이라… 과연 보통 물건은 아니로군. 하나 마병기라고 하더라도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닌 이상, 제깟 게 어쩌겠는가? 보란 듯이 뽑아 들어주마!’

마음을 굳힌 조적상이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콱!

그가 힘을 주어 베르타스의 손잡이를 틀어쥐었다.

곧이어,

쑤우우욱!

바닥에 깊숙이 박혀 있던 베르타스가 조적상의 손에 이끌려 뽑혀 나왔다.

푸른빛을 발하는 검신에서 자줏빛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조적상을 휘어감는 듯했다.

“오오오! 역시 조 당주님이시다!”

“힘도 들이지 않고 바로 뽑으셨다!”

“대단하군!”

그러자 남운평이 호기롭게 나서며 사비강에게 말했다.

“자, 이제는 조 당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사 관주가 따라주셔야겠소.”

“아직 안 끝났소.”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설마 이제 와서 말을 바꾸려는….”

그때였다.

“닥쳐랏!”

쒸에에에엑!

느닷없이 옆에서 벽력같은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조적상이 그대로 남운평을 향해 베르타스를 휘둘러 오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기습을 당한 남운평이 헛바람을 삼키며 성큼 물러났다.

“헉! 조, 조 당주님! 갑자기 왜…”

“시끄럽다! 이 눈치라곤 밥 말아 처먹은 새끼!”

조적상이 다시 붕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베르타스를 찍어 내렸다.

“으억!”

남운평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쩌엉!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지면서 회의실 바닥에 벽력 모양의 균열이 생겨났다.

“당, 당주님! 왜 이러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크르르르…!”

이제 조적상은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자줏빛 기운은 점점 피처럼 붉어지고 있었다.

사비강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 중얼거렸다.

“아직 안 끝났다고 했잖소? 어디까지나 검을 ‘다룰 수 있어’야지.”

“크아아아아아!”

순간 조적상이 고함을 내지르더니 수뇌 인사들을 덮쳐 가기 시작했다.

“헉! 막아!”

“이런 제길!”

달아날 공간이 없었던 수뇌 인사들이 일제히 합공을 취하며 장력을 발출했다.

퍼퍼퍼퍼어엉!

요란한 폭음이 터지자, 달려들던 조적상이 속절없이 튕겨 나가면서 허공을 붕 날았다.

벽에 처박힌 그는 웃옷이 다 터져 나가는 바람에 탄탄한 상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크르르… 크크크!”

거친 숨을 뱉어내던 조적상이 어딘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면서 비척비척 일어섰다.

그가 혀를 내밀어 입가에 흐르는 피를 핥았다.

“크크크…! 다… 죽여 주마…! 내게 무릎을… 크르르…! 꿇어라아아아!”

그가 포효하듯 소리치더니 다시 몸을 날렸다.

“이런 젠장! 조 당주! 정신 차리시오!”

보다 못한 욱청풍이 몸을 날려 그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베르타스를 손에 쥔 조적상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넘쳐나는 호승심과 자신감, 폭발할 듯한 기운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쑤아아아앙!

곧장 검강이 형성되면서 욱청풍에게 쇄도했다.

“갈!”

욱청풍이 노호성을 터뜨리며 그대로 검을 뽑으면서 마주쳐 갔다.

쩌어엉!

검강과 검강이 부딪치자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이 검을 맞댄 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했다.

그 틈을 타서 심지황 장로가 몸을 훌쩍 날려 일장을 뻗었다.

“조 당주!”

하지만 조적상은 히죽 웃음을 짓더니 왼손을 불쑥 뻗는 것만으로 심지황의 장력을 받아냈다.

퍼어엉!

“크어억!”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충격을 느끼며 심지황이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그가 얼른 몸을 일으키려다가 울컥 피를 토해냈다.

“크르르르! 꿇어라! 내가 지존이다!”

조적상이 폭주하듯 소리치더니 일순 공력을 격발시켜 욱청풍의 검을 튕겨냈다.

욱청풍이 휘청거리는 틈을 타, 조적상이 강하게 발을 내질렀다.

꽈앙!

“커억!”

내상을 입은 욱청풍이 피를 토해내며 날아갔다.

콰당탕탕!

그가 나가서 쓰러지자 지켜보던 맹주조차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사 관주. 이제 그만 해야겠네.”

“알겠습니다.”

사비강이 아쉽다는 듯 대답하고는 조적상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조적상이 사비강을 힐끔 보더니 혀로 베르타스의 날을 핥았다.

“크크크… 넌 뭐냐? 흐으. 감히 날 똑바로 쳐다보다니… 눈 깔고 꿇어라!”

순간 조적상이 몸을 붕 날려서 사비강에게 달려들었다.

찰나 사비강이 손을 뻗으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파이어 캐논.”

쑤아아아아앙!

꽈아앙!

사비강의 손바닥에서 쏘아진 불꽃 광선이 그대로 조적상의 몸에 작렬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조적상이 저만치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베르타스는 일순 사비강의 손으로 날아들어 잡혔다.

우우우웅.

잠깐이나마 재미를 보았던 베르타스가 아쉽다는 듯 몸을 떨어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