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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96화 (396/670)

# 396

귀환 마교관

396화

“저, 저 걸신들린 새끼 죽여 버렷!”

동면인이 소리치는 순간,

팟!

화르르륵!

어느새 사비강이 귀신처럼 눈앞에 나타나더니 손바닥을 쑥 내밀었다.

곧이어,

꽈아앙!

“크아아아악!”

그대로 불덩이에 얼굴을 맞은 동면인이 비명을 내지르며 호수면에 머리를 처박았다.

첨벙, 치이익!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 미친 새끼!”

“뒈져라, 좀!”

혈수오마가 동시에 사비강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금제가 사라진 지금, 사비강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찰나, 사비강이 번쩍 사라지는가 싶더니 일마 앞에 나타나서는 그대로 베르타스를 목에 쑤셔 박았다.

푸욱!

“커억!”

“저런, 씨부럴!”

이마가 배후를 노리고 달려드는데,

쑥! 푹!

사비강은 일마의 목에서 뽑아낸 베르타스를 그대로 이마의 단전에 쑤셔 박았다.

“끄아악!”

이마가 아랫배를 쥐며 비명을 지르자, 이번엔 베르타스를 그대로 옆으로 그어 버리면서 뒤이어 달려드는 삼마의 목을 날려 버렸다.

촤아아앗, 서컥!

삼마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목을 잃고 즉사했다.

“이런 쳐 죽일!”

사마가 욕지거리를 뱉어내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쉬이이잇!

하지만 그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사비강의 손을 떠난 베르타스가 훨씬 더 빨랐다.

쒸이이이잉! 푹!

“커어억!”

베르타스는 그대로 사마의 심장을 관통하고는 허공을 한 바퀴 돌아 사비강의 손에 잡혔다.

그러는 사이 그대로 추락한 사마는 핏물을 퍼뜨리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크르르…!”

사비강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시선을 오마에게 돌렸다.

“히이익!”

오마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오마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믿을 수 없었다.

무인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쯤 꿈꾸는 경지인 초절정의 수준까지 오른 그였다.

세상 어딜 가서도 제 한 목숨은 지킬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다.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저… 저건… 괴물…!’

교주와 존야를 제외하고 자신을 이토록 두렵게 만든 존재는 지금까지 없었다.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강렬한 존재와 마주하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덤비겠다는 생각도,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도.

붉은 기운에 휩싸인 사비강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다음 순간, 그의 손바닥 앞에 소닉바이브레이션 마법이 형성됐다.

키이이이잉!

‘저, 저건 또 뭐야?’

마령교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마법은 그 역시 ‘마공’이라는 이름으로 보고 익혔다.

하지만 지금 사비강이 펼친 것은 워낙 하이 레벨의 마법이었기에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듣기 싫은 소리에 이어, 이지러진 공간이 날아든다고 느낀 순간,

촤아아아아아악!

오마는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대신 그가 어떤 모습으로 죽는지 확인한 사람은 동면인이었다.

그는 오마의 전신이 갈가리 찢어져 한낱 고기 파편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정확히 목격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간 그가 벌떡 일어나서는 몸을 날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공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하지만 그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언제…?”

놀랍게도 호수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발이 묻힌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발목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한기는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사비강이 펼친 아이스 필드(Ice Field) 마법이었지만, 동면인은 그런 사실조차 인지할 겨를이 없었다.

“크르르르…!”

사비강이 짐승 같은 숨결을 토해내며 동면인을 노려보았다.

시뻘건 기운을 온몸으로 토해내는 사비강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갓 올라온 염라와 같은 모습이었다.

동면인은 어금니를 까득 갈았다.

그는 내심 교주와 금면인을 원망했다.

‘어찌 이런 자를 이기라고…!’

그렇다고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

마지막 발악을 해서라도 살 구멍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이기어검밖에 없다!’

생각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쉬이이이이잇!

동면인의 손에서 검 한 자루가 빛살처럼 날아갔다.

하지만 그는 보았다.

사비강의 손을 떠난 베르타스가 정확히 자신의 검과 부딪치면서 산산조각 내버리는 것을.

그리고 베르타스는 곧장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푸욱!

동면인은 눈동자를 들어 올려 이마에 깊이 박힌 베르타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허물어지는 와중에도 ‘이 검이 내 뒤통수까지 뚫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쿠웅!

그대로 얼음 위로 쓰러진 동면인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저벅저벅.

사비강이 무심히 다가와서는 손을 뻗자, 동면인의 이마에 박혔던 베르타스가 쑥 뽑혀 나와 손에 잡혔다.

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동면인을 쏘아보더니 다시 허리를 꺾어 들고 포효했다.

“내 바아아아아압!”

콰아아아앙!

순간 그의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폭발하듯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

“밥이라도 든든히 먹고 올 걸.”

추량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면서 투덜거렸다.

생각보다 숲이 깊고 산세가 험했다.

이따금씩 맹수와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대체로 조심스럽게 넘어갔지만, 맹수가 먼저 이를 드러내고 달려들면 어쩔 수 없이 싸웠다.

옆을 나란히 걷던 흑귀가 무심하게 말했다.

“내공 수련을 더 해라.”

“선배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자고로 무인이라면 밥심이지.”

흑귀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추량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다시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어느 순간 저만치 아득한 곳에서 붉은 기운이 퍼져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지?”

“엄청난 기운이군!”

흑귀와 추량이 재빨리 경신법을 펼쳐 나무 위로 올라갔다.

다람쥐처럼 날아오른 두 사람은 곧 나무 끝에 다다라서 고개를 내밀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정상에 가까운 곳에서 솟아오른 기운이었다.

그 기감이 얼핏 사비강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거칠고 패도적이었다.

“사부님일 가능성이 높다!”

“다 와 가는군!”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일단 서두르자!”

추량이 말을 마치자마자 나무를 차고는 내달렸다.

흑귀 역시 날다람쥐처럼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제법 오랫동안 숲을 헤치며 산을 오르고 나니, 한 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나무가 무참히 잘려 나간 공터가 나타났다.

공터 끝에는 호수가 있었는데, 저만치 그림처럼 지어진 오두막집이 보였다.

그리고 건너편 호숫가에서 시작된 붉은 기운이 하늘마저 벌겋게 물들이는 중이었다.

“사부님이다!”

“호수가 전부 얼어붙었군.”

산 정상에서 가깝다 보니 제법 날씨가 쌀쌀하긴 했지만, 호수가 얼어붙을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어쩌면 이 또한 사비강이 한 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량이 입매를 씰룩이며 주춤 물러났다.

건너편 호숫가에서 전해져 오는 기운은 확실히 패도적이었고 몹시 거칠었다.

“어째…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주군을 보고도 여기 있을 거냐? 나는 간다.”

말을 마친 흑귀가 그대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그 뒤를 추량이 쫓으며 소리쳤다.

“흥! 까불지 마라, 수하야! 호위장으로서 너에게 조심하라는 충고를 해준 것뿐이니!”

그렇게 두 사람이 얼음 위를 한참 달리고 있을 때였다.

쩌적… 쩍…!

얼음이 갈라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스필드 마법의 효력이 점점 끝나 가는 중이었다.

카창!

마침내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면서 수면 위에 얇게 끼어 있던 살얼음판이 완전히 깨졌다.

얼음판이 녹아 버리자 두 사람은 곧바로 수상비를 펼치며 내달렸다.

그렇게 건너편에 거의 다다랐을 때, 흑귀가 먼저 훌쩍 몸을 날려서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공이 약한 추량은 점점 기력이 빠지면서 지쳐 가다가 마침내는 발목까지 물속에 첨벙첨벙 잠겨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물에 가라앉은 추량이 헤엄을 쳐서 호숫가까지 건너왔다.

그가 먼저 도착한 흑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선배를 좀 도와주면 어디 덧나냐?”

“선배가 후배를 도와야지.”

“그런 사고틀에 갇혀서 생각하니 네가 발전이 없는 거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하라고. 후배도 선배를 도울 수 있는 거야.”

“그럼 유연하게 네가 내 후배가 되어라.”

“저, 저, 저…! 이젠 아주 대놓고 하극상을 벌이는구나!”

흑귀는 더 대답하는 대신 착 가라앉은 눈길로 호숫가를 훑어보았다.

추량도 그의 곁으로 철벅철벅 걸어오다가 멈칫하고는 주변을 보았다.

“이, 이건 대체…?”

단전이 뚫린 시신, 목이 잘린 시신, 이마가 뚫리고 심장이 뚫린 시신….

그 주변으로는 붉은 핏물이 자욱했다.

그야말로 처참한 현장.

사비강은 건너오는 사이에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추량이 얕은 물에 빠져 있는 옹해인을 발견하고는 얼른 달려갔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추량이 옹해인을 물속에서 끌어올린 다음 들쳐 맸다.

두 사람은 이미 무랑을 통해서 옹해인의 인상착의를 파악해 둔 상태였다.

물가로 걸어 나온 추량이 얼른 옹해인을 눕혀 두자, 흑귀가 다가와 한 줄기 공력을 불어넣었다.

“허억! 쿨럭, 쿨럭!”

눈을 뜬 옹해인이 핏물을 한 바가지 토해냈다.

의술을 모르는 추량이 보기에도 옹해인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당장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일 정도로.

흑귀가 날카롭게 말했다.

“어서 포션을!”

“아…!”

당황해하던 추량이 얼른 품에서 힐링 포션을 꺼내 옹해인의 입에 흘려보냈다.

한 병을 완전히 비웠지만, 옹해인이 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죽음의 시간을 조금 더 미룬 정도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만큼 옹해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끄음… 자네들은…?”

“멸마관에서 왔습니다. 무랑도사님이 보냈습니다.”

“역시… 자네들이었나?”

옹해인이 힘겹게 말을 뱉어내다가 다시 격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추량이 얼른 옹해인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면목이 없구먼. 쿨럭! 자네들의 관주는 지금… 저 숲으로 갔네… 쿨럭! 하지만… 멀리 가진… 못할 걸세…”

옹해인이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숨이 끊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였지만, 그는 오랜 세월 쌓은 도량으로 버티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제 진법과 달리,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진법은 옹해인의 기력과 무관하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사비강이 어디론가 사라질 일은 없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추량이 들쳐 업으려고 하자, 옹해인이 손을 내저었다.

“이미 난… 틀렸네. 그보다 어서… 자네들은 들어가서… 쿨럭, 쿨럭! 우우욱!”

옹해인이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그는 잠시 숨을 헐떡이다가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고는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가서… 밥을 하게.”

“예?”

“자세한… 설명… 시간이… 없어. 서둘러!”

“갑자기 밥이라니….”

그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오두막집 뒤편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추량과 흑귀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마침 사비강이 오두막집을 돌아 나오다가 두 사람을 보고는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전신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기운 넘실거리고 있었다.

사비강이 눈을 부릅떴다.

“크르르…!”

“사, 사부님!”

옹해인이 얕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큰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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