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395화 (395/670)

# 395

귀환 마교관

395화

쉬이이잇, 콱!

“커억!”

일마가 두 눈을 부릅뜨고는 사비강을 노려보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

사비강이 그 자리에 선 채로 손을 뻗어서 일마의 목을 움켜잡은 것이다.

사비강이 자칫 손아귀에 힘을 조금만 더 실었다간 그대로 목이 뚫려 버릴 것만 같은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때,

“저 새끼!”

타닷! 타앗!

이마와 삼마가 사비강의 양 옆을 노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쉬이이이잇!

쎄에에에엑!

비록 가진 공력의 삼 할 밖에 사용할 수 없다지만, 원래 워낙 강했던 그들이었기에 어지간한 절정 고수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일반인이라면 눈으로 쫓기도 힘들만큼 빨랐다.

그런데,

꽝!

사비강이 손에 든 일마를 이마에게 냅다 던지고는, 그대로 삼마를 향해 달려가 베르타스를 횡으로 그었다.

쩌엉!

촤아아아앗!

삼마가 아슬아슬하게 베르타스를 막아내고는 뒤로 물러났다.

“크윽…!”

손바닥은 물론 팔과 어깨까지 저릿해진 삼마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 힘이 이렇게나…!’

타다다다닷!

그러는 사이 동면인이 수상비를 펼치며 달려왔다.

쒸에에에엑!

그는 그대로 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타다다다다다!

수면에서 검기에 휩쓸린 물방울들이 구슬처럼 단단하게 뭉치며 사비강에게 날아들었다.

평범한 물방울이 아니었다.

검기를 품은 물방울이었기에 자칫 그대로 생각 없이 맞았다간 관통을 당할 수도 있었다.

휘아아앙!

순간 사비강의 몸에 실드가 나타났다.

타다다다당!

무섭게 날아든 물방울들이 실드에 마구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울려댔다.

물방울들이 화려하게 터져 나가자, 그 모습을 본 동면인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과연 소문이 사실이군. 본교의 마공을 사용할 줄이야.”

하지만 감상을 오래 이어 갈 수는 없었다.

팟!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사비강이 이번에는 동면인의 목을 향해 베르타스를 후려쳐 왔다.

따앙!

동면인의 검이 베르타스와 부딪치면서 수면에 둥근 파장이 파도처럼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촤아아아아!

그 바람에 호수의 바닥이 일순 드러날 정도였다.

사비강은 그대로 호수 밑바닥을 발로 툭 차고는 동면인에게 몸을 날렸다.

쒸에에에엣!

“치잇! 귀찮게!”

동면인이 혀를 차고는 몸을 팽이처럼 휘리릭 돌리며 방어했다.

따다당!

다시 한 번 기의 파장이 일어나자 사방에서 메워지던 물이 또 한 번 기파의 영향으로 파도처럼 밀려났다.

촤아아아아!

따당! 땅!

퍼퍼퍽! 쩌엉!

짧은 시간에 두 사람 사이에서 수십 합이 이루어졌다.

손발이 어지럽게 뒤섞일 때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물들이 메워지려다가 다시 멀어지곤 했다.

호수 밑바닥은 물로 채워졌던 자리인 만큼 몹시 질척거렸지만, 수상비를 우습게 펼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두 사람에게는 별로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마치 평평한 바위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진흙은 요긴한 공격 수단이 되기도 했다.

촤아아아앗!

동면인이 바닥을 훑듯이 발을 회전하자, 진흙이 부채꼴 모양으로 날아가며 사비강의 면전을 때렸다.

타다다다당!

물론 본능적으로 실드를 펼쳤기에 얼굴에 맞진 않았지만, 그 찰나의 틈이 동면인에게는 회심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파밧!

쒸이이이익!

싯누런 검기가 줄기줄기 날아가며 사비강의 전신을 난자했다.

촤촤촤촤촤앗!

하지만 사비강의 모습이 일순 스르르 사라지면서 곧 동면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쉬이이잇, 쩌엉!

다시 한 번 사방에서 흘러들던 물이 퍼져 나갔다.

촤아아아!

베르타스를 막아낸 동면인은 팔이 저릿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울컥 피를 토했다.

“크윽!”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사비강은 본능적으로 금제의 한계에 대해서 정확히 꿰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 제법 오래 머무는 동안, 그 한계치를 몸으로 습득한 것이리라.

때문에 사비강은 그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공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동면인을 비롯한 마인들은 그보다 한참 아래의 공력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자칫 금제를 넘어 버리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무모하게 시험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지켜보던 혈수오마가 기를 발출하면서 드러난 호수 바닥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거대한 물줄기가 마구 쏟아지며 바닥이 채워지자, 사비강과 동면인은 각자 수면을 밟아 가며 솟아올랐다.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밟으며 날아오르는 두 사람의 경공술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파바바바밧!

마침내 허공으로 새처럼 솟구친 사비강을 향해 이번에는 혈수오마가 동시에 날아갔다.

“뒈져랏!”

쑤쑤아아앙!

다섯 줄기의 검기가 매서운 속도로 사비강에게 솟구쳐 올라왔다.

사비강은 그대로 몸을 거꾸로 세운 다음 빠르게 회전하며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따다다다당!

다섯 줄기의 검기를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던 혈수오마를 모두 튕겨냈다.

“크아악!”

“아아악!”

첨벙! 첨벙!

혈수오마가 그대로 비명을 내지르며 물에 빠졌다.

수면에 착지한 사비강은 그대로 수상비를 펼쳐 내달리더니 호수 복판쯤에서 몸을 던져 입수했다.

첨벙!

수면 아래로 잠겨든 사비강이 안력을 돋우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온통 시커먼 수중에서 저만치 의식을 잃은 채 떠 있는 옹해인이 보였다.

“……!”

그가 내력을 이용해서 빠르게 유영을 하며 옹해인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촤아아아아!

사비강은 옹해인을 안아들고 수면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그는 그대로 호숫가까지 달려와 옹해인의 혈도를 점했다.

탁탁탁!

이 모든 것은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었다.

오로지 밥을 더 먹고 싶다는 일념 하에!

“쿨럭! 쿠웨에엑!”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옹해인이 허리를 숙이고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핏덩이가 시커먼 색인 것으로 보아서는 독에 당한 탁혈이 분명했다.

물론, 사비강이 혈을 점한 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옹해인의 몸속에 스며든 모든 독기가 해독된 것은 아니었다.

옹해인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사비강을 올려다보며 숨을 헐떡였다.

“자네가… 날 구했군.”

“…밥.”

사비강의 한 마디에 옹해인은 다시금 멍한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한결 같아야지.”

“밥… 줘.”

“알았네, 알았어. 헛?”

말을 뱉던 옹해인은 뒤늦게 뭔가를 발견하고는 얼른 사비강에게 쌍장을 내질렀다.

퍼펑!

졸지에 공격을 당한 사비강이 그대로 튕겨 나가는 순간,

쉬익, 쉬이익!

푹! 푹!

“커윽!”

옹해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동면인과 일마를 보았다.

두 사람은 사비강이 방심한 틈을 타서 그 배후를 노리고 달려든 것이었다.

한데 옹해인의 임기응변으로 표적이 빗나가고 만 것이다.

대신 두 사람이 내지른 검은 옹해인의 가슴을 뚫고 있었다.

“쳇!”

“제길!”

두 사람이 혀를 차고는 검을 쑤욱 뽑아냈다.

“크윽!”

치명상을 입은 옹해인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시뻘건 핏물이 얕은 호숫물을 따라 퍼져 나갔다.

한편, 호숫가에서 한참 뒹굴다가 약이 바짝 올라서 벌떡 일어난 사비강은 옹해인이 중상을 입고 쓰러지는 걸 보고는 눈을 크게 치떴다.

“늙은이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봐야겠고.”

“이제 너만 남았군.”

두 사람의 말에 사비강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옹해인이 고통을 눌러 참으며 손을 뻗었다.

“안 돼…”

“얌전히 찌그러져 계시오, 영감.”

어느새 다가온 삼마가 발로 옹해인의 머리를 밟았다.

순간 사비강이 허리를 꺾어 들며 포효하듯 소리쳤다.

“바아아아압!”

“큿!”

공력이 담긴 소리에 동면인과 혈수오마가 인상을 찡그리며 서로를 힐끔 보았다.

그들은 사비강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든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로지 사비강을 제거하는 것!

타닷!

동면인이 바닥을 차면서 사비강에게 몸을 날렸다.

동시에 사비강 역시 동면인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타앗!

두 사람이 부딪치려는 순간,

팟!

사비강의 신형이 동면인의 곁을 아슬아슬한 차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뭐지? 어딜 가는…!’

검으로 허공을 벤 동면인이 당황하면서 돌아보니, 사비강은 그대로 삼마의 발아래에 깔린 옹해인을 향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삼마가 히죽 입매를 비틀더니, 그대로 옹해인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어림없지!”

퍼억!

“커억!”

그대로 날아가 버린 옹해인이 저만치 바위에 쾅 부딪치고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로 앞까지 달려왔던 사비강이 눈을 퀭하게 뜨고는 우뚝 멈춰 섰다.

구오오오오…!

그의 전신에서 적색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비강을 포위한 동면인과 혈수오마가 조소를 지으며 노려보았다.

“호오, 과연 얼마나 끌어올릴지?”

“삼 갑자를 넘어섰군요.”

“이러다가 사 갑자도 넘기겠습니다.”

혈수오마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우선 지켜볼까?”

가장 좋은 건 사비강이 이렇게 분노에 취해서 공력을 끌어올리다가 금제를 넘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어도 되지 않겠나?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비강의 목을 따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테니.

동면인의 그런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비강은 이를 빠득 갈고는 계속해서 공력을 끌어올렸다.

한편,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본 옹해인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큰 실수… 한 거야… 이 금제는 내 기력과 맞닿은 것… 이대로라면 금제도… 쿨럭!”

옹해인이 다시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이제는 정말이지 말 한 마디 꺼내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사비강의 공력은 점점 오르고 있었다.

여유 있게 지켜보던 혈수오마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

뭔가 달라졌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공간의 질이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단주님, 방금…!”

“알고 있다. 금제가 깨졌어.”

삼마의 말에 동면인이 대답하면서 바위 앞에 쓰러진 옹해인을 바라보았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진법으로 펼쳐 놓은 금제는 저 노인의 기력과 맞닿아 있는 모양이군. 뭐, 상관없지. 우리에겐 오히려 유리해졌다. 금제의 한계를 명확히 모르는 이상 차라리 공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동마단주님!”

일마가 다급하게 불렀다.

그제야 동면인도 사비강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오 갑자를 넘었습니다!”

곧이어 이마도 놀라서 소리쳤다.

“헉! 뭐, 뭐지? 공력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

“육 갑자…! 칠 갑자! 팔… 구! 십 갑자! 맙소사! 이건 대체…!”

일마가 비명처럼 소리쳤을 때, 사비강이 느닷없이 포효를 터뜨렸다.

“바아아아아아압!”

쩌르르르르릉!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호수의 수면이 공명하면서 거친 파동을 일으켰다.

그 순간, 여섯 마인들은 분명히 보았다.

잔뜩 허기에 굶주려 있는 악마를.

분노에 취해 그 어느 것으로도 달랠 수 없는 악마를.

화르르르르륵!

사비강의 전신을 덮으며 붉은 기운이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

다음 순간 그의 눈매가 귀신처럼 찢어졌다.

“내 바아아아아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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