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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57화 (357/670)

# 357

귀환 마교관

357화

장내에 모인 무인들의 시선이 웃음소리가 나온 방향으로 향했다.

경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은 바로 묵양제였다.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손을 저었다.

“아아, 죄송합니다. 풋! 하지만 너무 웃겨서 말입니다. 세상에… 큭큭. 사악한 술법을 사용한 죄를 덮기 위해 저런 말을 할 줄이야… 큭큭큭.”

그러자 다른 수뇌 인사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더니 툴툴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웃음을 겨우 참은 묵양제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사 대협. 당신의 창의력에 감탄했소.”

“창의력이라. 당신도 직접 보았을 텐데. 바올드와 마병들을.”

“물론 보았소. 하지만 그 정도는 마령교의 대법으로도….”

“대체 무슨 대법으로 그런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요?”

“그거야…”

대답이 궁해진 묵양제가 입매를 비틀고는 말을 이었다.

“뭐, 좋소. 백번 양보해서 사 대협의 말을 다 믿는다고 칩시다. 하면 마계라는 곳은 당최 어떤 곳이오?”

“말 그대로 악마들의 세상이오.”

“하면 마령교보다 더한 놈들이 분명하겠군.”

“당연.”

그러자 묵양제가 손가락질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바로 그게 문제요!”

“……?”

“마령교보다 더한 악마 놈들이 사용하는 사악한 술법을 사비강 전 국주는 이번 전투에서 사용한 거요! 내 말이 틀렸소?”

“부정할 순 없겠군.”

“그것 보시오! 당신은 본맹을 위해서라고 소리치지만, 그 과정이 아주 악질적이란 말이오! 우리는 정도인들이오. 아무리 위기에 처했다고 한들 어찌 마령교보다 더한 악마 놈들이 사용하는 마공을 쓸 수가 있소? 대체 사비강 교관은 그걸 어찌 쓸 수 있는 거요?”

“우연한 기회로 그들에게 납치되었고, 그곳에서 살아남아 이곳으로 돌아온 거요. 그때 익힌 거요.”

사비강은 대충 둘러댔다.

사실은 마왕의 칼을 맞고 죽으면서 회귀했다고 말하면 더 믿지 않을 것만 같았기에.

묵양제가 조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인으로서 마계의 사악한 술법을 익혀서 사용하다니!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오!”

그러자 장내가 다시 술렁거렸다.

사실 이 상황에서 그런 걸 따지는 게 우습기 짝이 없었지만, 이들에게는 마계와 마족이 너무나 까마득하게 멀고 허황된 이야기였다.

반면 사비강이 사악한 술법을 익혀 사용했다는 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니 충분히 동요할 만했던 것이다.

사비강이 묵양제를 빤히 노려보았다.

“하면 그 사악한 술법을 사용하지 않고 위기에 빠진 본맹을 구할 방도가 있었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뭔가 방법이 있었을 거요!”

“그건 편하게 뒷짐 지고 구경하던 자들이나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당장 눈앞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뺨 맞을 거요.”

“흥! 변명하지 마시오! 정의를 위해 죽는 것은 정도 무인들의 사명이오!”

“사명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뭐, 뭣이?”

갑자기 바뀐 말투에 묵양제는 물론 다른 수뇌 인사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비강이 묵양제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죽으면 끝이다. 죽고 난 뒤에 무슨 영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어.”

“감, 감히 숭고한 정신을 능멸하는 것이냐!”

“좋아. 그럼 그 숭고한 정신력을 한 번 발휘해 봐.”

“무슨 말을…?”

사비강이 허공을 보며 전성을 흘려보냈다.

[끌고 와라.]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크그그그겅!”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이 느닷없이 울리는 것이 아닌가?

수뇌 인사들이 저마다 주춤거리면서 반사적으로 내력을 끌어올렸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집채만 한 괴물이 괴성을 터뜨리며 맹주전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이 아닌가?

“헉! 저, 저게 뭐야?”

“저건… 마병! 마병이다!”

“그런데 마병 중에 저렇게 생긴 놈도 있었나?”

순식간에 수뇌 인사들이 단상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리면서 저마다 호신강기를 피워 올렸다.

수십 명의 고수들이 일제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리자 실내에 숨이 막힐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쿠구구구궁!

“크어어엉!”

다시 한 번 긴 포효를 터뜨리는 마병은 한때 녹면인을 수호하던 흑마병 중 하나였다.

천멸대가 녹면인과 함께 흑마병 하나도 생포해 두었던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사비강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정도맹이 아무리 변했다지만, 인간의 습성은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는 법이다.

해서 오늘처럼 탁상공론이나 펼칠 수뇌 인사들을 감안해서 사비강이 미리 전성을 이용해 흑마병 하나를 생포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쿵! 쿵! 쿠웅!

흑마병이 화가 난 것인지 머리로 맹주전 입구 상단부를 연신 박아댔다.

맹주전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면서 천장에서 부서진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갑, 갑자기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수뇌 인사들이 질겁한 표정으로 소리치는데, 사비강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걱정 마시오. 우리 애들이 확실히 구속하고 있으니. 지금까지는.”

사비강의 말대로 흑마병은 목과 사지가 공진철로 구속된 채 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슬 끝은 천멸대원들이 움켜쥐고 있었다.

식태마가 잉태한 마병이더라도 그 근원이 강호인이었기에 체내에는 내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쿵! 쿠웅! 쿠쿠웅!

푸스스스…!

“이런 제길! 당장 멈추라 하시오! 이러다 맹주전이 다 부서지겠소!”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소!”

수뇌 인사들이 다시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사비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비강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섭청 역시 경악하며 소리쳤다.

“맹주님! 위험합니다! 어서…!”

하나 그는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맹주는 사비강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구윤 또한 그랬다.

‘그렇구나! 맹주님과 총군사께선 이미 사비강 전 국주와 이야기가 되었구나!’

대략의 상황을 짐작한 섭청이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쿠아아아앙!”

콰과앙!

한 차례 커다란 포효가 울리더니 흑마병이 맹주전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흑마병의 전신에서 숨 막힐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런… 괴물이…!”

“끄음…!”

수뇌 인사들이 흑마병을 바로 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거마병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데다가 양팔이 기다란 칼자루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풀풀 휘날리는 것이 흡사 악령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사비강의 입에서 경악할 만한 말이 흘러나왔다.

“풀어라.”

“잠, 잠깐! 무슨 소리요?”

“여기서 저 녀석을 풀어 두겠다고?”

수뇌 인사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사비강은 대답 대신 천멸대에게 눈짓을 보내기만 할 뿐이었다.

마침내 천멸대가 금속 사슬을 조작해 공진철을 모두 풀어내 버렸다.

철컹, 철컹! 철컹!

공진철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자 수뇌 인사들이 욕지거리를 뱉어내며 더욱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헉!”

“이런 제기랄!”

구속에서 풀려난 흑마병이 허리를 꺾으며 거칠게 포효했다.

“쿠와아아아아!”

“크읏!”

공력이 담긴 포효였기에 수뇌 인사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주춤 물러났다.

사비강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봐야 초절정에는 이르지 못한 수준이지. 흑마병 중에서는 제일 약한 녀석이었어. 자, 그럼 이제 그 숭고한 정신력을 발휘해야지?”

사비강이 손을 쑥 뻗자, 묵양제가 뭔가에 떠밀리기라도 한 것처럼 불쑥 서너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졸지에 무리 앞으로 나서게 된 묵양제는 당황한 표정으로 흑마병을 올려다보았다.

“어?”

“쿠와아아아!”

흑마병이 다시 한 번 포효를 내지르더니 그대로 손을 휘둘러 왔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칼이라고 해야 하리라.

“헛!”

슈콰아아악!

묵양제가 서 있던 자리에 기다란 칼자국이 새겨졌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묵양제가 얼른 강기를 끌어올리면서 흑마병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딴 괴물에게 누가…!”

하지만,

퀴리리리리리링!

흑마병이 돌개바람처럼 회전하면서 묵양제에게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규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격에 묵양제가 당황하면서 물러났다.

까라라라라랑!

금속성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불꽃이 춤을 추듯 일어났다.

“사비강! 괴물을 이런 곳에 불러들이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묵양제가 정신없이 흑마병의 공격을 받아내며 소리치자, 사비강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무슨 짓이긴. 네 숭고한 정신력에 감탄하는 짓이지.”

그 모습을 본 수뇌 인사들이 입을 척 벌렸다.

그들 모두 이 순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이제는 확실히 알았기에.

그가 맹주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권외에 군림하는 총군사마저 사비강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니 누가 감히 따질 수 있겠나?

처음부터 묵양제는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수세에 몰리던 묵양제가 기둥을 발로 차면서 화살처럼 날아갔다.

쒸에에에엑!

그의 검이 곧장 흑마병의 뒷목을 향해 날아가는데,

불룩.

“……!”

일순 묵양제의 눈동자가 커졌다.

흑마병의 등이 볼록 솟아나오는가 싶더니 허연 뼈가 날카로운 칼처럼 변하며 솟구쳐 자라는 것이 아닌가?

쉬이이이이잇!

“헉!”

묵양제가 얼른 검을 앞세우며 몸을 비틀었다.

콰가가가각!

거친 마찰음에 이어 허연 뼈가 검신에 깎여 나가면서 그대로 묵양제의 어깨를 내질렀다.

푸욱!

“크아악!”

묵양제가 비명을 내지르며 훌쩍 물러났다.

그의 왼쪽 어깨가 축 늘어지면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이, 이런 괴물 새끼가…!’

묵양제의 표정이 뒤틀렸다.

반면 흑마병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지고 있었다.

마구 휘몰아치던 검은 연기도 흑마병의 체내로 점점 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저벅… 저벅…

흑마병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크읏…!”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묵양제가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건 절정이냐, 초절정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싸움의 방식에 대한 문제였다.

애당초 등짝에서 갑자기 칼날 같은 뼈가 자랄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재수가 없다면 초절정 고수라도 몇 합을 겨루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으리라.

‘제길…!’

체면이 말이 아니다.

숭고한 정신력이 어쩌고저쩌고 한 말은 까맣게 잊었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 녀석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수뇌 인사들 역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둘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누군가 나서서 도와줄 법도 했지만,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애초에 묵양제가 스스로 원해서 나섰다고 생각했다.

사비강이 윈드 마법을 이용해서 묵양제를 강제로 떠밀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는 자는 없었다.

게다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숭고한 정신력까지 운운했던 묵양제의 명예를 더럽힐 수도 있었다.

찰나,

타앗!

흑마병이 그대로 바닥을 차며 쏜살같이 묵양제에게 날아들었다.

쉬이이이잇!

“헙!”

묵양제가 숨을 삼키며 최대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후아아앙!

콰지지직!

호신강기에 균열이 가면서 기다란 칼날이 한 뼘이나 막을 뚫고 들어왔다.

“제길…!”

묵양제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그때, 사비강의 전음이 귓가에 흘러들었다.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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