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148화 (148/670)

# 148

귀환 마교관

148화

빠그작.

목단화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나뭇가지 따위를 밟으면서 생각보다 큰 소리가 공동에 울린 것.

그 순간 백골들이 흠칫거리며 휙 돌아보았지만, 곧 삐거덕거리며 다른 곳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소리가 크더라도 호흡만 참으면 녀석들은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듯했다.

이쯤 되자 두 사람은 조금 더 과감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호흡을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툭, 툭. 툭툭.

백골들 사이를 헤쳐 나가면서 어깨를 마구 부딪쳤지만,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부딪친 것 마냥 아무런 의식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공동 깊숙이 들어가서 모퉁이를 막 돌아섰을 때였다.

목단화는 저만치 기암괴석 위에 두 자루의 칼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연우경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그곳을 가리켰다.

‘검이다!’

‘좋아, 가자!’

연우경이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투툭! 덜그럭!

두 사람은 이제 백골들을 마구 헤집으며 기암괴석이 있는 곳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마침내 몸을 훌쩍 날려 기암괴석 위로 오른 두 사람.

연우경과 목단화의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드디어…!’

눈앞의 검을 보자 사비강에 대한 증오심마저도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두 자루의 검은 보통 물건이 아닌 듯했다.

연우경이 먼저 푸른 검신의 검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뽑아내…야 하는데.

‘음?’

안 뽑힌다.

검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에이, 설마….’

그가 다시 손잡이를 꽉 쥐고는 내공까지 슬쩍 불어넣고 힘을 주었다.

‘흐읍!’

마찬가지.

검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목단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는 얼른 자신이 취할 검 앞으로 다가섰다.

그녀 역시 연검의 손잡이를 쥐고는 힘을 주었다.

‘헛!’

뽑히지 않는다!

아예 양손으로 쥐고 내공까지 실어 힘을 잔뜩 주었다.

그럼에도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흐아! 젠자앙! 왜 안 뽑히는 거야!”

결국 숨이 턱까지 차오른 연우경이 불평을 터뜨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온힘을 다한 목단화도 마찬가지.

그녀 역시 무릎을 쥐고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암석 아래에서 서성이던 백골들이 흠칫거리고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찰나.

타타타탓!

후우우우웅!

백골들이 일제히 몸을 날리며 두 사람에게 날아들었다.

호흡을 어느 정도 보충한 두 사람은 다시 숨을 참으면서 암석 위로 날아든 수십 구의 백골들을 쳐냈다.

퍼카카카캉!

와르르르르르!

바닥으로 추락한 백골들이 다시 삐거덕거리며 재조합 됐다.

‘정말 징글징글한 녀석들이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들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듯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상처를 입고 피를 보고 말리라.

그렇게 되면 숨을 멈춰도 소용없어진다.

‘젠장, 도대체 저걸 어떻게 뽑지? 당사자가 직접 취해야만 한다고 했는데…. 그 당사자를 어떻게 알아본다는….’

그때 다시 뇌리를 번뜩이며 스치는 생각.

연우경이 고개를 번쩍 들자, 이번에는 목단화도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를 휙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검으로 향했다.

‘피…!’

그렇다.

당사자만이 뽑을 수 있는 검.

그 당사자를 각인시키는 방법은 피 밖에 없을 것이다.

사비강이 굳이 두 사람을 데려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게다가 사비강이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피를 보지 않길 바라지만, 그러긴 힘들 거라고.

하지만 피를 먹이게 되면….

‘저것들이 미쳐 날뛰게 되겠지.’

만약 이 방법이 틀렸다면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검은 검대로 뽑지도 못하고, 백골들에게 둘러 싸여 죽을 고생을 할 것이다.

아니,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단화 말대로 정말 악질은 악질이야.’

연우경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목단화를 보았다.

목단화 역시 뜻을 굳힌 듯 자신의 손과 검신을 번갈아보았다.

두 사람이 천천히 검신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이윽고.

스윽!

손바닥이 베이면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두 자루의 검신이 각각의 피를 머금어 갔다.

다음 순간, 연우경의 검이 푸른빛을 강하게 발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목단화의 검 역시 눈부시게 하얀 빛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덜그럭!

암석 아래에 버글거리던 백골들이 흠칫거리고는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올려다보았다.

연우경과 목단화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각각 검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마침내.

스르르르르릉!

영원히 꿈적도 하지 않을 것만 같던 두 자루의 검이 암석에서 뽑혀 나왔다.

동시에 바닥에서 바글거리던 백골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왔다.

“젠장할! 덤벼랏!”

“하앗!”

연우경과 목단화가 고함을 내지르며 그들과 마주 부딪쳐 갔다.

**

따닥. 딱.

마른 장작이 불길에 타들어 가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사비강은 장작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 가는 토끼 구이를 바라봤다.

꼬챙이에 꽂힌 토끼 다리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이고, 고놈 맛있겠다.”

사비강이 입가에 흐르는 침을 스윽 닦고는 꼬챙이를 손으로 쥐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검을 뽑으려면 결국 검신에 피를 묻혀야 한다는 걸 얘기 안 해줬던가? 해준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네.”

뒤통수를 긁적이던 그가 곧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러고는 잔뜩 기대를 품고 토끼 구이를 한 입 베어 물려는데….

스스스스…!

‘왠 살기가…?’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사비강을 덮은 그림자.

그가 뒤를 돌아보자, 연우경과 목단화가 온몸에 상처를 잔뜩 입은 채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연우경의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잘도 우리를… 놀려 먹고… 한가로이 고기를 뜯고 계시는군요…. 이 사기꾼 같은…!”

“교관님. 덕분에 산뜻하게 고생 좀 했어요.”

목단화가 살기 담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사비강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축, 축하한다.”

“닥쳐욧! 이 사기꾼!”

찰나, 사비강은 그대로 토끼 구이를 입에 넣고는 경공을 펼쳐 냅다 달렸다.

**

정도맹의 맹주전.

맹주 능운파가 눈매를 좁히고는 구윤에게 되물었다.

“감찰총국(監察總局)을 신설하겠다고?”

“그렇습니다, 맹주님.”

구윤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수뇌 인사들이 술렁였다.

물론 이번에 정사대전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총군사가 감찰대를 재정비할 것이란 소문이 은밀히 나돌고 있었다.

하지만 감찰총국이라니?

그 생소한 명칭에 사람들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들의 궁금증을 맹주가 대신해 물었다.

“감찰총국이라. 구성이 어찌 되는 건가?”

“짐작하시다시피 맹의 모든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곳입니다. 그 구성은 아직 정한 바는 없습니다만, 확실한 건 국주(局主)에게 감찰총국 구성에 대한 전권을 위임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등왕패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나섰다.

“하면 그 규모가 각(閣) 이상이 될 거란 말이오?”

“글쎄요. 국주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규모만 따지자면 당(堂)보다 클 수도 있겠지요.”

“그런 터무니없는! 어떻게 이제 막 생긴 조직이 당주보다도 높은….”

“착각하시는 듯하군요.”

“뭣이?”

“감찰총국은 본 맹에서 가장 독립적인 기관이 될 겁니다. 즉, 서열 외의 기관으로 보셔야 합니다. 규모가 좀 커질 뿐, 서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구윤은 내내 차분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는 오히려 등왕패의 분노를 은근히 즐기기까지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생각도 하지 못한 그였다.

감찰대를 사비강이 맡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리라 생각했다.

한데 이번에 혈사련과의 협상에서 사비강이 생각보다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

이에 그의 명성을 이용해서 조금 세게 나가 보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감찰대는 제대로 된 조직이라고 볼 수도 없었으니까.’

그랬다.

기존의 감찰대는 능동적인 감찰 조직이 아니었다.

단지 신고가 들어오면 그 부분에 대해서 감찰하는 임무가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뇌물을 받아먹거나, 수뇌 인사들에게 줄을 대기 위한 사리사욕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감찰대의 영향력이 위축된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유명무실한 조직일 뿐이었다.

그런 감찰대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구윤의 생각이었다.

또한 그 규모를 대폭 확장해서 감찰총국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등왕패가 여전히 불만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그렇게 되면 그 감찰총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되지 않겠소? 누구든 국주에게 뇌물을 바치고 잘 보이기 위해 안달이 날 것이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당주님이나 각주님들의 감시가 필요하겠지요. 또한 맹주님의 권한으로 감찰국주를 파면시킬 수 있으니 서로간의 견제가 작용할 것입니다.”

구윤이 막힘없이 대답하자 등왕패는 할 말이 궁해졌다.

마침 지켜보던 능운파가 침음을 흘리다가 말했다.

“하면 감찰총국에서는 기존과 달리 능동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번에 반드시 새롭게 조성될 감찰총국에서는 반드시 맹의 내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조직이 필요할 것입니다.”

구윤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현재 본 맹의 내부 곳곳이 썩어 있습니다. 맹의 구석구석에서 빈대처럼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무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혈사련이 본 맹을 상대로 감히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러한 점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해서, 이번 감찰총국을 신설하는 데에는 그런 빈대들을 모두 잡아 없애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총군사님의 뜻에 찬성하는 바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었습니다.”

맹주의 측근들이 일제히 찬성의 뜻을 밝히며 나섰다.

그러자 등왕패가 날선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나 가볍게 움직일 일이 아니오. 이제 겨우 정사대전이 종결되고 본 맹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요. 이런 때에 지나친 감시로 인해 내부 분열이라도 생기면 곤란할 터. 자칫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일어날까 걱정이오.”

구윤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고 빈대랑 같이 지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성급하게 서두를 게 아니라….”

“등 당주님께서는 본 맹이 겨우 초가삼간에 비유될 정도라고 보십니까?”

“……!”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그 초가삼간은 불 태워 버리고 다시 굳건한 기와집으로 지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끄음…!”

등왕패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능운파가 넌지시 물었다.

“하면 신설될 감찰총국의 국주로서 군사가 생각해 둔 적임자가 있는가?”

“물론입니다.”

“호오, 그게 누구인가?”

“용천관의 사비강 교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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