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147화 (147/670)

# 147

귀환 마교관

147화

단시간에 생도들을 절정 고수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러 도움을 받는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가령, 영약을 복용하거나. 신병이기를 사용하여 무공 수련에 도움을 받거나.

사비강은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한데 연우경과 목단화가 좀 걸렸다.

패검연가의 절공을 이어받은 연우경과, 섬검목가의 단점을 보완한 목단화.

이 두 사람은 생도들 중에서도 무공 실력이 뛰어난 수준이었기에 나름 신경을 써서 무기를 골랐다.

한데 하필이면 그 무기들이 존재하는 장소가 혈사련의 분타. 그것도 뇌옥 깊숙한 곳이었다.

음기가 집약된 곳에 주로 결계가 만들어지다 보니 그런 현상이 생긴 것.

‘아무리 랜덤 배치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하필이면 혈사련의 분타 뇌옥이라니.

처음 그 사실을 상기했을 때는 여러모로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곧 묘수를 생각해냈다.

이번 협상에서 옥교 분타를 받아내기로 한 것.

그렇게만 되면 정도맹이 옥교 분타를 정비하기 전에 먼저 둘러볼 기회가 생기리라.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비강은 연우경과 목단화를 데리고 텅 비어 있는 분타의 뇌옥을 살피고 있었다.

습하고 어두침침한 통로.

연우경과 목단화는 횃불을 들고 사비강의 뒤를 따라 저벅저벅 걸어갔다.

뇌옥의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에 사로잡혔던 정도맹의 무인들은 이미 모두 풀려난 후였기에 대부분의 철창은 열린 상태였다.

어떤 곳은 오물이 잔뜩 묻은 옷가지가 널려 있었고, 또 어떤 옷은 아무렇게나 찢어진 채 피투성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뇌옥 중간쯤에는 온갖 흉흉한 도구가 내걸려 있는 고문실도 보였다.

“정말 기분 나쁜 곳이네요.”

목단화가 미간을 곱게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사용되다가 만 것 같은 고문도구들을 볼 때면, 이곳에서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무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연우경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비강에게 물었다.

“정말 이런 곳에 우리에게 주실 무기가 있는 겁니까?”

“그럼 관광하러 왔겠냐?”

그렇게 세 사람이 한참을 걷고 나니 마침내 뇌옥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다다랐다.

마침 철창 하나가 열려 있었는데, 그곳에서 쥐떼가 버글거리며 튀어나왔다.

찍찍. 찍!

“꺄악!”

목단화가 기겁을 하며 사비강 옆에 매달렸다가, 얼른 헛기침을 하며 물러났다.

“잠, 잠깐 놀랐을 뿐이에요.”

“누가 뭐래?”

“그냥 그렇다고요.”

목단화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뇌옥 안쪽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뇌옥 안에는 뱀의 허물까지 보였다.

연우경이 신음처럼 말을 흘렸다.

“끄음. 정말 최악의 환경이군요. 이 자식들, 적어도 사람이 머물 수 있을 정도는 돼야지!”

“그런데 무기는 어디에 있죠? 여기가 끝인 것 같은데.”

목단화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더 이상 통로는 벽에 막혀 이어지지 않았다.

연우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잘못 찾으신 것 아닙니까? 애초에 이런 곳에 귀한 무기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긴. 벽이 있잖아.”

사비강이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통로 끝에 가로막힌 벽을 주먹으로 툭툭 두드려보았다.

‘역시 여기가 확실하군.’

사비강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연우경과 목단화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보통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겠지만, 사비강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벽 너머가 비어 있다는 것을.

사비강이 두어 걸음 물러나면서 두 사람에게 일렀다.

“물러나 있어라.”

스르르릉!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뽑아 들자 연우경과 목단화가 얼른 물러났다.

다음 순간,

쑤아아아앙!

베르타스에 검강이 맺혔다.

곧이어,

쉬이이이잇!

퍼카앙!

한 줄기 섬광이 그어지면서 검강이 날아갔다.

동시에 요란한 소리가 터지면서 벽면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푸스스스…!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렸다.

연우경과 목단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막다른 벽이 있던 자리가 뻥 뚫려 있는 게 아닌가?

그 안쪽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동이 있었다.

아무래도 자연적으로 생긴 곳인 듯했다.

그런 만큼 지형은 울퉁불퉁하고 기암괴석이 곳곳에 얼핏얼핏 보였다.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돌아섰다.

“자, 나는 여기까지. 두 사람이 들어갔다 와라.”

“예? 같이 가는 것 아닙니까?”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왜요?”

“별로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예에?”

연우경과 목단화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뭔가 수상해… 찜찜해….’

그들은 그렇게 속생각을 나누는 동안 사비강이 얼른 말을 붙였다.

“아, 물론 그 이유만은 아냐. 어차피 여기 안에 있는 무기는 당사자가 직접 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니 내가 너희들을 여기까지 친히 데려온 것이고.”

“정말 저 안에 우리가 쓸 무기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니까.”

연우경과 목단화는 어두컴컴한 공동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생긴 거죠?”

“우경이 쓸 검은 검신이 푸른색이다. 뭐, 네가 알아보지 못할 문양이 새겨져 있을 거고. 단화가 쓸 검은 연검이다. 두 자루 다 검집이 없으니까 찾기는 수월할 거야. 뭐, 검집은 나중에 저자거리에서 하나 맞춰도 되니까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연우경과 목단화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공동 안쪽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넓고 깊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세계의 입구처럼.

사비강이 통로를 따라 저벅저벅 걸어 나가다가 문득 생각 난 듯 말했다.

“아참, 냄새도 고약한데 웬만하면 숨을 참고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어지간하면 피 볼 일이 없길 바라마. 뭐, 그러긴 힘들겠지만.”

그러더니 곧 손을 흔들고는 통로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마침내 둘 만 남은 연우경과 목단화는 서로 잠시 바라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래.”

단지 어둡고 습한 자연동굴일 뿐이다.

뭔 일이야 있겠는가?

‘제길! 괜히 피를 보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하셔가지곤….’

연우경이 내심 투덜거리면서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과연 사비강의 말대로 냄새가 무척 고약했다.

‘지독한 냄새….’

연우경과 목단화가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헉!”

“이게 다 뭐야?”

두 사람이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삼켰다.

공동 곳곳에 널브러진 백골들.

어떤 것은 아직 살점이 붙어 있었고, 찢어진 옷을 걸치고 있는 백골도 보였다.

“수백… 아니, 수천은 되겠어.”

횃불을 이리저리 비춰 보니 백골들이 끝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서 검부터 찾자.”

목단화가 불안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연우경이 앞장섰다.

그렇게 다시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툭툭.

누군가가 목단화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심코 돌아본 목단화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꺄아악!”

“무슨 일이야!”

연우경이 휙 돌아서 보니 백골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쪽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이, 이게 뭐야? 백골이….”

마침내 백골이 녹슨 칼자루를 들더니 그대로 목단화를 향해 휘둘렀다.

“피햇!”

연우경이 얼른 목단화를 밀치고는 그대로 달려 나가며 백골의 허리춤을 베어 버렸다.

서컥!

푸석! 와르르르르!

백골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쓰러졌다.

연우경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저, 저, 저기…!”

바닥에 주저앉은 목단화가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우경의 뒤를 가리켰다.

달그락. 달그락.

기분 나쁜 소리를 들으며 연우경이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백골들이 뼛조각을 제 스스로 조합하면서 스르르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찰나.

팟!

백골 하나가 몸을 훌쩍 날리면서 칼을 휘둘러 왔다.

조금 전, 목단화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백골과는 몸놀림이 완전히 달랐다.

“헛!”

연우경이 얼른 몸을 굴려 피하자, 백골이 내려친 칼이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카아아앙!

날카로운 금속성이 공동에 쩌렁쩌렁 울렸다.

찰나, 이번에는 목단화가 빛살처럼 날아가며 검을 내질렀다.

슈컥!

와르르르르!

이번에도 백골은 일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연우경과 목단화는 자신들을 둘러싼 백골 부대를 확인하고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수천의 백골이 전부 귀신처럼 일어나서 에워싼 것이 아닌가?

게다가 놀랍게도 무너졌던 백골이 다시 조합되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강시인가?”

“이런 강시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그럴 수밖에.

사실 두 사람이 들어선 곳은 ‘네크로멘서의 결계’였다.

애초에 마계에서 이곳으로 물품을 옮길 때 결계 설정을 ‘네크로멘서의 결계’로 구성한 것.

수천 구의 백골들 역시 마계에서 차원을 이동해 온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두 사람으로서는 그저 귀신에게 홀린 기분일 수밖에.

목단화가 이를 뿌득 갈고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정말 악질이야! 악질! 분명 일부러 말 안 해줬을 거야! 다 알면서! 아, 정말 짜증나!”

그녀의 날카로운 반응에 연우경이 피식 웃어 버렸다.

그 말대로 사비강은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리라.

뭐, 일종의 시험일 수도 있고, 아니면 놀려 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런데 어쩐지… 시험이라는 거창한 이유보다는 단순히 놀려 먹고 싶어서 안 알려 줬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나저나 이 빽빽한 백골들 사이에서 검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쳇, 미리 좀 알려 주면 덧나나? 귀띔이라도… 어? 잠깐!’

문득 뇌리에 스치는 한 가지 생각.

“혹시…?”

“뭔데? 생각 난 게 있으면 빨리 말해! 꾸물거릴 시간 없으니까!”

목단화가 소리치면서 자신에게 날아드는 백골을 일격에 베어 냈다.

스컹!

와르르르!

그것을 신호로 수천 구의 백골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찰나.

“숨을 참아!”

연우경이 벼락처럼 소리쳤다.

목단화가 반사적으로 호흡을 멈추자.

쿠쿠쿠쿠쿵!

두 사람에게 날아들던 수천 구의 백골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멈춰 서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그거였어!’

연우경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비강은 언질을 주었다.

웬만하면 숨을 참고 가는 게 좋을 거라고. 그리고….

‘피를 보지 말라고 하셨지.’

그 말은 이들이 반응하는 건 숨결과 피.

즉,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에 반응한다.

그나마 심장 박동까지 반응하지 않는 게 다행이랄까?

확실히 백골들은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연우경이 목단화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대로 검을 찾도록 하자.’

목단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호흡을 멈춘 채 천천히 이동했다.

수천 구의 백골들 사이를 헤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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