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74화 (275/328)

274. 사무련을 공격하다

두두두두두두두-

사무련을 향해 대군 창천멸천군이 진격했다.

사파연합의 수장을 맡은 기성은 새롭게 사무련으로 명칭을 다시 정했다.

가묵풍은 사무련으로 진격을 가는 도중 한 가지 나쁜 소식을 들었다.

마교을 전멸시키기 위해 갔던 창천주문과 창천천문이 오히려 반대로 역습을 당했다.

창천멸천군을 이끌고 가던 가묵풍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주문자와 천문자가 죽다니…….’

창천십문 중 강하다고 알려진 곳이 바로 창천주문이라 할 수 있었다.

‘걸황이 마교에 있었다니.’

마교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걸황 남하림에 의해 혼마신이 제거된 후, 급격하게 마교 측으로 승기가 기울어졌다고 한다.

‘음…… 안 끼이는 곳이 없군.’

창천주께서 염려하시는 이유를 알 듯했다.

세상의 중심이 그의 주위로 흐르고 있었다.

걸황의 존재는 이미 창천주와 동급이었다.

척!

창천멸천 일대주 서양청이 앞에 멈춘 뒤 부복했다.

“군장님, 전방에 의문스러운 무리들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가묵풍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서 대주. 지금 여기에 나온 게 장난처럼 보이는가?”

“…….”

“그놈들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보지 못할까?”

“죄송합니다. 수하를 시켜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겠습니다.”

“당장 확인하도록.”

휘익.

서양청은 재빨리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정신들이 빠졌어.’

창천멸천군을 끌고 나오면서 마음에 걸렸던 문제.

무림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두 번째였다.

처음에 가졌던 대승에, 무림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실전을 앞두고 수하들이 들떠 있었다.

이들에 비해, 중원 무림의 무인들은 실전을 많이 겪었다.

혈사천과 다른 상황이다.

차분하게 상대해야 했다.

‘똑바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잡아먹힌다.’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보며, 무공이 강하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무공은 단지 도구일 뿐.

이기는 자가 강했다.

* * *

서양청은 수하를 시키지 않고 직접 움직였다.

‘어디에…….’

수하가 가리킨 방향으로 내력을 숨기며 움직였다.

뚝.

‘찾았다.’

이각을 빠르게 달려온 그가 신형을 멈췄다.

수하의 보고처럼 한 무리가 나타났다.

사무련으로 들어서는 관목을 지키는 무리들.

서양청은 그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살폈다.

‘녹림의 인물들이군.’

사무련에 합류한 녹림.

중원 무림은 전반적으로 녹림을 무시하는 편이었지만, 진녹림(眞綠林)은 사파 중에서도 상위에 들 정도로 강했다.

‘어떻게 하지?’

모여 있는 녹림의 수는 이백 명 정도.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당장 처리할 수 있었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귀찮은 놈들이 나타났어. 우선 군장님께 보고를 할 수밖에.’

서양청은 빠르게 돌아갔다.

* * *

휘익.

서양청이 가묵풍 앞으로 내려섰다.

“군장님, 적이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어딘가?”

“녹림입니다.”

가묵풍도 껄끄러운지 인상을 썼다.

“녹림도 사무련에 합류했다는 말이군. 그놈들을 치웠겠지?”

“그들을 처리할 수 있지만 귀찮을지 몰라…….”

“허어. 계속 실망을 주는군. 본 천이 겨우 녹림 따위에 신경을 쓸 정도였는가.”

휘익.

서양청은 빠르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신은 다만…….”

“됐다. 이번 일이 끝난 뒤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군.”

“송구하옵니다.”

서양청의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가묵풍은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몇 놈이나 있지?”

“이백 명 정도입니다.”

“당장 가서 정리해라. 어렵겠나?”

“아닙니다. 지금 당장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서양청은 멸천군 일대를 이끌고 녹림의 무리들이 있던 곳으로 달렸다.

‘망할…… 군장님께 찍혔어. 앞으로 만회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절벽이다.’

그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사무련과의 결전에서 군장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채애앵!

그는 녹림의 인물들이 나타나기도 전에 검을 꺼내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넵. 대주님.”

타아앗!

서양청은 신형을 날렸다.

번쩍.

공중에 떠오른 뒤 검기를 날리자,

콰아아앙!

녹림도들 사이에 그의 검기가 떨어졌다.

“적이다! 저놈들을 죽여라!!”

녹림도들도 도검을 들고 쏟아져 나오는 인영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전력의 차이는 컸다.

녹림도는 멸천군 일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스거거걱-

“으악…….”

검이 지나갈 때마다 녹림도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녹림도들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산적 놈들이…… 눈이 멀었군.”

팟앗!

팟.

아래위로 휘두르는 서양청의 검에 녹림도들이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녹림도 이백 명이 모두 죽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이각도 되지 않았다.

“헉헉…….”

단숨에 내기를 쏟아낸 서양청은 숨을 헐떡거렸다.

두두두두두두-

창천멸천군이 다가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서양청은 당당한 표정으로 가묵풍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포권을 했다.

그의 전신은 붉은 피로 뒤덮여 혈향이 피어올랐다.

“모두 정리했습니다.”

가묵풍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

“잘했군. 본 천의 앞에 서 있는 놈은 모두 이렇게 만들면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 * *

푸드드득!

사무련으로 날아드는 전서구들.

창천이 다가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성은 조용히 앉아 텅 빈 바둑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더 이상 바둑판에 바둑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타아아앙!

손바닥으로 바둑판을 내리쳤다.

찌지지지직.

두 자의 두께로 된 비자단천목으로 만들어진 바둑판이 찢어지면서 갈라졌다.

‘이제 중원의 미래는 오로지 힘의 대결이다.’

판도는 창천과 신무맹으로 좁혀졌다.

은하궁과 사무련, 그리고 마교가 있다고 하지만 창천과 신무맹에게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다.

둘 중 승자가 무림을 차지할 것이다.

‘사무련뿐만 아니라, 중원의 입장에선 신무맹이 이겨야 살 수 있다.’

멀리 신강에서 날아온 소식을 들었다.

그중 걸황의 이름도 있었다.

‘잘 돌아다니는군.’

천마를 죽이기 위해 나선 인물이 마뇌였다.

‘세상에 믿을 놈은 한 명도 없다더니.’

마뇌가 창천의 인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마교의 인물들을 포섭한 뒤 마교주를 죽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놀라운 것은 그 과정에서 혼마신까지 나타났다는 것.

‘여하튼 대단한 인물이야.’

혼마신은 기성도 또한 너무나 잘 알았다.

그런데 지상최고의 괴물이라 알려진 혼마신의 목을 부러뜨렸다고 한다.

“련주님.”

“무슨 일이냐?”

그때, 문 밖에 호위가 찾아왔다.

“연전에 있던 녹림이 당했습니다.”

“연전까지 왔다면 여기까지는 금방이겠군.”

“그렇습니다.”

“대전에 가봐야겠군. 전부 모여 있겠지?”

스윽.

기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으로 향했다.

* * *

사무련 대전.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각 문파의 수장들이 일어났다.

천사회와 달리 사무련은 신무맹의 조직과 비슷했다.

“모두 앉으시오.”

기성의 말에 십여 명의 사파 수장들이 자리에 앉았다.

“신 가주. 방금 연락이 왔더군요.”

“맞습니다. 지금쯤이면 연전을 지났을 것입니다.”

“창천의 세력은 어느 정도로 밝혀졌소이까?”

“정찰 나간 수하들의 보고에 의하면 오천 정도의 인원이라 합니다.”

“오천이라…… 애매한 인원이군요.”

기성의 말처럼 사무련을 치기에 오천의 무인은 부족함이 있었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지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본인의 생각도 그렇군요.”

신명항과 기성의 생각은 같았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 가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신려세가에서 당했다면 그런 말을 하겠소이까?”

녹림총채주 대야성이 불쑥 나섰다.

“총채주, 지금 감정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창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대응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외다.”

“본 채의 수하들이 전부 죽었소이다.”

“허어…… 답답한 사람이군. 그래서 총채주가 원하는 게 뭡니까?”

“싸워야지요. 당장 그들과 싸워 사파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

신명항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기성과 시선을 마주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야성은 닦달을 하듯 소리쳤다.

“련주, 저들은 오천밖에 되지 않소이다. 우리 모두가 달려든다면 단번에 물리칠 수 있소이다!”

“이보시오. 창천에서 왜 오천의 인원만 보냈다고 보시오?”

“그거야…… 우리를 얕잡아보고 보낸 게 아니겠소이까?”

“그건 아니외다. 우리가 약하기 때문에 오천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오.”

“겨우 오천으로 사무련을 이긴단 말이오?”

“총채주는 여전히 창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군요. 지금까지 그들이 무림에 전력을 다해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림을 가지고 놀고 싶었기 때문이오. 그들에게 오천이란 숫자는 중요하지 않소이다.

우리가 공격을 해서 그들을 죽였다고 합시다.

그렇게 된다면 창천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이까? 오천이 일만이 될 수 있고 오만이 될 수도 있소이다. 우린 그들과 다르게 소모전을 할 정도로 강하지 않소. 단 한 번에 창천을 상대해서 끝을 내야 하는 입장이지요.”

신명항은 말을 하면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

대야성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총채주. 저들은 우릴 가지고 노는 것이외다. 괜히 장단을 맞춰주다가는 끝장이 날 수 있지요.”

“알…… 알겠소이다. 본인이 괜히 흥분을 했나 봅니다.”

대야성은 주위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 발 물러났다.

그럼에도 기성과 신명항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창천과 함부로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사무련으로 오는 창천의 뜻을 알기에 움직이는 데 애매했다.

“창천에서 원하는 건 우리를 압박하는 것이외다.”

“그들이 우리를 압박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귀혈곡 문주 음조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사무련의 힘은 그들이 압박을 가할 만큼 견제할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창천에서 은하궁에도 압박을 가한다고 들었소이다. 그들이 강한 줄 알지만, 동시에 두 곳을 상대로 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지요. 창천주가 원하는 건 사무련과 은하궁이 아니라 신무맹의 걸황이외다.”

“련주의 말씀이 맞소이다. 걸황에게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성에 이어 신명항이 마저 같은 대답을 했다.

“으음. 걸황에게 주의를 주는데 왜 우리란 말이오? 직접 신무맹에 가면 될 것을 가지고.”

“정확한 답은 아니겠지만, 창천주의 성향인 듯싶소이다. 창천이 강한 건 사실이외다. 신무맹을 건드린다는 건 전면전을 시작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되면 창천에서도 모든 것을 내보여야 할 상황까지 생각했을 것이외다.

본 창천주는 혹시나 모를 두려움을 가졌을 겁니다. 잃어도 상관없는 약자와 모든 것을 가진 강자의 싸움에서, 강자가 가지는 두려움 말이외다.”

기성의 대답에 모두가 숨조차 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한 채 경청했다.

“걸황은 그 점을 알기에 창천에서 시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신무맹도 한 번의 결전에 끝을 내고자 하는 것이외다.”

“신 가주의 말씀은 서로 눈치를 보는 중이라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이건 완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군.”

경전하사(鯨戰蝦死)였다.

사무련의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최선의 방법은 창천의 공격을 적당히 받아주는 것.

때리면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건 치욕적이었다.

드르륵-

대전의 문이 열렸다.

“련주님.”

대전 호위 무사가 문밖에서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인가?”

“검제와 도제께서 오셨습니다.”

신무맹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었다.

“그들만 왔는가?”

“개방도들과 함께 도착을 했습니다.”

“신무맹의 무인들이 아니고?”

“네…… 그런 듯합니다.”

의아해하는 신명항과 달리 기성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역시 걸황이군. 신무맹이 아닌 개방만을 보내서 싸우고자 하는 것이야. 이러면 신무맹과의 전면전은 아닌 듯처럼 보이니, 반대로 애매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신무맹은 최후의 수단으로 아껴놓고 있어.’

“검제와 도제를 어디로 모셨는가?”

“네. 수항정으로 모셨습니다.”

“수고했다.”

기성과 신명항은 우선 회의를 마치기로 했다.

검제와 도제의 등장으로 사무련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 * *

이휘연과 팽유도는 수항정에 들어섰다.

신무맹을 나선 뒤 빠르게 호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사전에 미리 연락한 호북 총타의 개방도들과 합류한 뒤, 사무련으로 방향을 돌렸다.

“걸비에 의하면 그들에 비해 우리가 하루 정도 빨리 도착한 것 같군.”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두 사람은 조금 늦지 않을까 움직이면서도 걱정했었다.

팽유도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맡겼다.

“소식을 들으니 하림 형이 잘 처리한 모양이었어요.”

“우리도 부장처럼 처리한 뒤 돌아간다.”

“응. 알겠어요.”

남하림은 천마가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뒤 마교로 갔다.

다행히 창천을 물리치고 마교의 변절자들도 잘 처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제는 자신들 차례였다.

“부장이 없다고 해서 표시를 내면 안 돼. 오히려 없을 때 더 잘해야지 앞으로 부장도 안심할 거야.”

“휘연 형의 말을 명심할게요.”

스윽.

이휘연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멀리서 수항정으로 다가오는 기.

“유도야, 집주인이 찾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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