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14화 (215/328)

214. 북방상국 몰락하다

“후하하하하!!”

개방의 집법당이 떠들썩했다.

법개 위한소는 싱글벙글했다.

“걸황이라고 하네. 드디어 본 방에 걸황이 탄생했어. 나도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나 다름없지. 자네가 내보내자고 한 것을 끝까지 막은 덕에 말일세.”

“허허, 이 사람아, 내가 언제 내보자고 했나.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나도 후개를 얼마나 사랑하거늘.”

“하하핫! 그랬던가?”

위한소의 놀리는 말투에 추개 영충은 눈을 흘겼다.

“후개는 갑자기 강서성에 무슨 일로 간다고 하는가?”

“삼장로에게 연락이 온 것을 보면 하후도를 만날 예정이라고 하더군.”

“하후도? 혹시 천무대장군 하후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맞네. 그를 만난다고 하더군.”

“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다니는군. 중원을 싸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체질이 딱 개방 거지 팔자가 맞아.”

“하하하! 추개 자네도 후개가 딱 거지 팔자라고 생각하는구만.”

피식.

영충은 짧게 웃었다.

사고뭉치 녀석이 걸황으로 불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이틀 뒤에 대두파와 북방상국에서 운유단을 거래한다는 연락을 받았네.”

“북방상국이 드디어 꼬리를 드러내는군.”

“그렇다고 봐야지. 워낙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녀석들이라 한동안 찾기 힘들었지만, 중원에서 본 방의 눈을 끝까지 피할 수는 없지.”

“드디어 이번 일로 북방상국도 종말을 향해 가겠군.”

“잘된 일이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영충은 오래전 사기를 당할 뻔한 일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북방상국에 대해 감정이 전혀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움직이기로 했네.”

“자네가? 웬일로?”

“내가 추개일세. 당연히 추개인 내가 가야지.”

“후후후, 그렇다면 가야겠지. 고생하게.”

이름하여 마전소탕작전.

운유단을 제조하여 중원에 뿌리는 곳이 북방상국이었다.

모두가 쉬쉬 알고 있으면서도 명백한 증거가 없는 탓에, 항상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곤 했다.

직접 거래 현장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

스스스스-

이틀 전부터 개방 방도들은 아무도 모르게 신양 황천을 둘러싸며 모여들었다.

북방상국과 대두파의 거래 장소.

그들은 항상 위치를 바꾸며 거래를 했기에 한 번 놓치면 같은 장소에선 다시 잡을 수 없었다.

준극남은 최대한의 인맥을 동원해 개방 방도들이 대두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국 대두파의 신임을 얻어 그곳에 잠입을 시키는 데 성공.

‘다행이다. 공자님의 명을 이행할 수 있다.’

준극남의 집념에 대한 승리였다.

드디어 대두파에 들어간 인물에게서 연락이 왔다.

#NAME?

두두두두두두두-

수십 대의 마차가 나누어서 황천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른 종류의 마차인 것처럼 각지각색이었다.

여러 방향에서 황천으로 들어선 마차들은 주변을 다니다가 결국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집결지는 황천표국.

하남성에서 이 등급을 유지하는 중급 표국이다.

평소와 달리 이곳에는 아침 일찍부터 마차들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었다.

다가닥, 다가닥.

정오가 될 쯤, 흑마를 탄 인물들이 표국으로 들어섰다.

‘백진묵과 백후다.’

북방상국의 인물이 그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일각이 지난 후.

황천표국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무리들이 포착됐다.

‘대두파 놈들이군.’

추개 영충은 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주시했다.

거래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을 하면 끝나는 것이었다.

‘가볼까?’

* * *

백진묵은 거만하게 의자에 앉았다.

“동 두목, 어서 오시오.”

“크크큭, 이 공자, 먼 길을 왔소이다.”

“앉으시오.”

스윽-

동중은 의자를 꺼낸 뒤 털썩 앉았다.

슥슥.

백진묵은 손가락을 비볐다.

“우리 시간도 없는데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게 좋지 않겠소이까?”

“본인도 같은 생각이오.”

“그건 그렇고, 앞으로 가격이 조금 올라갈 것 같소이다.”

“어허, 이 공자, 왜 그러시오? 우리들 사이에 문제가 있소이까?”

“운유단을 만들 재료 수급이 부족해서 양이 부족하오.”

“이거 참…… 얼마나 올릴 생각인지?”

“이 할.”

“너무한 게 아니오?”

벌떡.

동중은 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났다.

“맘에 안 들면 그만두고.”

“…….”

백진묵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젠장, 더러워서…….’

이 할을 더 올려줘도 손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작정 올려주다가는 다음번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 할만 합시다.”

“이 할.”

“일 할 반.”

“이 할 아니면 거래 없소이다.”

“…….”

스윽.

백진묵은 자리에 일어나며 뒤에 선 백후를 보았다.

“숙부, 그 어디였소? 석두파가 맞소이까?”

“맞네.”

동중은 눈에 힘을 주었다.

‘돌머리 새끼들이 중간에 끼어들었군.’

북방상국에서 왜 이 할을 올려달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백진묵은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큭, 석두에서 일 할을 더 주겠다고 했으니…… 네놈은 우리에게 이 할을 줘야지.’

“알겠소이다. 이 할이오.”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스윽.

동중은 대두파에서 타고 온 마차에 다가선 뒤 천막을 걷어 올렸다.

나무 상자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툭.

상자를 열어젖히자 황금 덩어리가 나타났다.

“후후후, 좋군. 자, 그럼 이번에는 우리 물건을 볼 차롄가.”

백진묵은 반대로 마차 안에서 운유단을 실은 상자를 보여주었다.

“크크크, 역시 물건 하나는 좋군요.”

“그럼, 계약대로 서로 물건을 주고받았으니 다음에 봅시다.”

백후의 신호에 북방상국의 인물들이 황금이 실린 마차에 올라탔다.

그때였다.

퍼어어엉!

황천표국 위쪽에서 폭음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이놈들, 모두 제자리에 멈춰라!”

콰아아앙!

순식간에 표국 문이 부서지면서 수백 명의 개방 방도들이 몰아닥쳤다.

“웬 놈들이냐?!”

동중은 목청이 터지듯 고함을 쳤다.

“으하하하하! 우리가 바로 천하제일대개방이다!!”

‘뭣이? 개방에서?’

동중은 단번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현 무림의 최고 문파.

걸황의 개방이 눈앞에 있었다.

‘제기랄……! 망했다!’

백진묵과 백후는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포위한 개방 방도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분명 극비로 움직였는데!

‘이놈들이 어떻게 알았지?’

마약을 유통시키는 현장을 들켰다.

최소한 현장에서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도망을 가기 위해 주위를 살폈지만.

“허어, 백진묵.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 모양이지?”

개방 방도들 사이에서 추개 영충이 걸어 나왔다.

그의 뒤로 함께한 다섯 명의 중년인.

백후는 그들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오대상국회에서 나온 다섯 명.

북방상국 출신의 백종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설마 이런 자리일 줄은.

황천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마약을 유통하는 북방상국의 현장.

명백한 증거가 세상에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망했어. 북방상국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구나.’

백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건……! 함정이다! 저기, 이놈 대두파에서 함정을 파 놓은 것이오!!”

“뭣이? 이 새끼가……!”

동중도 이 상황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백진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퍽!

동주이 백진묵의 멱살을 잡은 뒤 주먹으로 내리쳤다.

“잘들 놀고 있군. 개방의 방도들은 저놈들을 죽지 않을 만큼 팬 뒤 포박해라!”

“옙!”

우르르르르르르-

수백 명의 방도들이 타구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황천표국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준 대협, 고생이 많았소이다.”

“아닙니다. 공자님의 명이었습니다. 드디어 해결이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장창을 등 뒤로 맨 준극남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이윽고.

북방상국의 마약 유통에 관한 소문이 중원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준 호위가 드디어 큰일을 마쳤군.’

서신을 펴보는 양삼.

남양에서 곧바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북방상국이 가지고 있던 모든 사업은 하나씩 공중에서 분해될 것이다.

‘계획대로 곧바로 움직여야겠어. 다른 곳에서 움직이기 전에.’

슥슥슥-

양삼은 재빨리 종이 위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걸황이 되신 공자님께 어울리는 선물로 북방상국이면 충분하겠지.’

* * *

남하림은 강서성 포양호에 도착한 즉시 걸비로부터 서신을 받았다.

“후후후, 드디어 잡았어.”

“무슨 내용이에요?”

평소보다 밝은 웃음을 짓는 남하림.

팽유도가 궁금해서 바로 물었다.

“추개님께서 북방상국과 대두파가 운유단을 거래하는 현장을 잡았다고 하는군.”

“와! 잘됐네요. 그럼 북방상국을 잡을 수 있는 건가요?”

“당연히. 이것으로 북방상국은 중원 무림에서 사라지는 거지.”

“대형, 정말요? 북방상국이라면 오대상국이잖아요.”

황보궁은 아직 황천에서 일어난 사건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몰랐다.

“궁아, 그건 형이 나중에 따로 설명해 줄게.”

“유도 형, 알겠어요.”

이번에는 당무독이 물었다.

“북방상국이 사라지게 되면 그 지역의 상권은 어떻게 되는 거래?”

“그거야 누군가 먼저 뛰어드는 곳에서 알아서 하겠지. 능력이 된다면.”

“네 쪽에서 달려들겠구만.”

“아마?”

대답하는 남하림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부장,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을 다른 놈이 챙기는 건 아닐까?”

“철각, 저 녀석 얼굴을 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보여?”

이휘연은 어느 누구보다 남하림에 대해 잘 알았다.

내 것은 절대로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심을 쓸 때에는 한없이 퍼 주는 이가 남하림이었다.

“아핫, 휘연 형은 너무 나를 잘 알아요.”

“설마 북방상국을 꿀꺽할 생각이냐?”

“당연하죠. 철각 말처럼 우리가 그 개고생을 해서 움직였는데, 남들에게 굳이 좋은 일을 해줄 이유가 없잖아요.”

“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

이휘연은 통쾌할 정도로 맑게 웃었다.

“형, 근데 추개님까지 나서서 움직일 줄은 몰랐네.”

“아, 추개님께 따로 서신을 한 장 보냈거든. 북방상국을 먹으면 그곳에서 나온 전체 이익 중 일 할은 개방 몫이라고.”

북방상국의 일 할.

그건 일개 성조차 살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앞으로 구파일방 중 가장 자금력이 큰 문파가 거지라고 불리는 개방이 될 것이었다.

“이번에 우리 개방도 열심히 일을 했으니까 당연한 결과야.”

“일 할은 너무 많은데?”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는 돈은 기부하시겠대.”

다섯 명의 대화.

농담처럼 말하는 것들이 진담이라는 사실에 탈혼마제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릇 하나만큼은 천하조차 다 채우지 못할 정도이군.’

탈혼마제는 때를 봐서 무림에 나간 뒤 독자적인 세력을 가지려고 했다.

하나 남하림을 따라 다니면서, 자연히 그런 쓸데없는 계획은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을 이길 수 없어.’

마혈옥에서 수십 년 동안 생고생을 했던 게 무의미하기까지 했다.

“에이…… 저놈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그냥 편하게 살 걸 그랬도다.”

“무슨 말씀이세요?”

유미령이 갑자기 중얼거리는 탈혼마제를 보았다.

“세상이 불공평해서 그런다.”

“그건 맞는 것 같군요.”

그녀도 탈혼마제와 같은 생각이었다.

* * *

포양호에 도착을 한 일행은 경관을 구경하며 하후도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유미령도 이곳으로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었기 때문.

일행은 남창으로 오는 동안 그에 대해 정보를 소집했다.

군부에서 물러난 뒤, 하후도는 군부의 인물들과는 일체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측근의 인물 외에는 거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을 정도.

“제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보다 후개와 저 둘이서만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우리 둘이서만?”

“저와 둘이서 가는 게 불편하십니까?”

“상관은 없지.”

“…….”

유미령은 뭔가 자신이 부탁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지 태도가 살짝 차가워졌다.

“뭐요? 어디 기분이 나쁩니까?”

“뭐가요? 누가요?”

“아니면 말고요.”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스윽.

이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문제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하시오. 부장, 난 연락이 올 때까지 여기서 낚시나 하고 있지.”

벌떡!

이휘연을 따라 동시에 다른 네 사람이 일어났다.

“휘연 형, 저도 예전부터 여기서 낚시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크크크큭, 황보 꼬맹아, 사실 낚시는 왕년에 내가 죽여줬지.”

탈혼마제도 몸을 일으키며 일행의 뒤로 함께했다.

“마노께서는 왕년에 죽이지 못한 게 뭡니까?”

“크크크큭, 천마만 못 죽였다.”

동행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행은 다들 탈혼마제를 편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여섯 명이 순식간에 떠난 뒤.

남은 두 사람.

스윽.

남하림이 먼저 일어났다.

“저들과 낚시하러 갑니까?”

“낚시는 무슨. 둘이서 가자면서요?”

유미령은 민망한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알겠어요. 가죠.”

“혹시 그분이 좋아하는 건 뭡니까?”

“…….”

“오랜만에 뵙는데 빈손으로 가는 것도 실례이지 않습니까?”

“술보다는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알겠소이다.”

* * *

덜거덕.

수레 한 대가 움직였다.

‘정말 엉뚱한 사람이야.’

차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남하림은 하후도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향천다상(香天茶商)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상 등급으로 된 백란화차를 전부를 구매했다.

수레에 가득 채운 화차의 가치는 황금 이십 냥.

‘통이 큰 것인지…… 돈자랑을 하는 것인지…….’

남하림은 아무리 해도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내였다.

“최상급이라도 한 수레 더 사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

“됐어요. 저것만 해도 숙부가 죽을 때까지 마셔도 못 마시는 양입니다.”

아쉽다는 표정을 보니 유미령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최상급으로도 한 수레 더 샀을 기세였다.

쏴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죽림에서부터 불어왔다.

“여기네요.”

죽천소(竹川沼).

하후도가 말년을 보내는 장소에서, 남하림은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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