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08화 (209/328)

208. 강소성에 들어서다

수군과 함께 두 수채를 치기로 결정했다.

남하림은 배로 돌아온 뒤 곧바로 태진천을 불렀다.

군선에서 이자오에게 들은 내용.

하림 일행이 떠난 뒤, 장강수로채에서 일어난 일을 태진천에게 알려주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떠난 뒤 총채주가 갑자기 죽었다고 하는군요.”

“……!”

태진천은 잠시 멍해졌다.

“목이 잘린 채 강물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소이다.”

‘개새끼…… 그놈이다.’

“아마도…… 빈 당주, 그자가 죽였을 겁니다.”

빈구삼이라면 내력이 없는 태진천을 충분히 죽일 만한 인물이다.

‘어쩔 수 없지. 약점을 보이면 서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게 사파인들이니…….’

태진천은 갑자기 회한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후영채와 서량채가 기다리고 있다더군요.”

“그 두 곳은 총채주와 호형호제를 하던 사이였습니다.”

“빈 당주란 자가 머리를 굴렸군요.”

“그런 듯합니다. 후개님. 빈 당주가 그들에게 연락을 했다면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전처럼 그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우리 뒤로 군선이 따르기로 했으니까요.”

“아…….”

태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수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군선까지 업은 그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장강에서의 마지막 여정으로 그들을 잡으러 가볼까요?”

“야호!”

황보궁이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 * *

서량채, 후영채의 두 채주가 각자의 배에 때를 기다렸다.

후개와 걸협오성.

두 명의 채주는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고 희망에 부풀었다.

천사회에서도 처리하기 힘들어했던 걸협오성.

이들을 잡는다면…….

장강수로채에서 주요한 요직에 오를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니라 장강이다.

물 위에서라면 다른 곳과는 다를 터였다.

서량채 채주 균조문은 후명채의 배 다섯 척과 함께 일자진을 유지한 채, 걸협오성을 기다렸다.

그때,

휘이이익!

돛대 위에 올라서서 전방을 살피던 수하가 깃발을 흔들었다.

‘왔다.’

좌측으로 돌아 나오는 장강 끝으로 배 한 척이 나타났다.

걸협오성이 탄 수적선이 틀림없었다.

“준비하라!”

휘익-!

균조문의 명에 부관 이군비가 청기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었다.

두구우우우웅-

화포문을 열고 화포를 밖으로 밀어 넣었다.

채주의 명만 떨어지면 곧바로 화포가 불을 뿜을 것이다.

‘크크크큭. 조금만 더 들어오면 사정권이다.’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배.

반각.

딱 반각이면 열 척의 배에서 쏘는 수십 발의 화포에 침몰할 것이 명확했다.

그때였다.

‘저건 뭐지?’

걸협오성이 탄 배 뒤로, 거선들이 나타났다.

거선의 정체를 눈치챈 균조문의 눈이 커졌다.

“군선……!”

그의 입에서 억눌린 듯 놀란 목소리가 기어 나왔다.

이십여 척의 군선이 장사진을 펼치면서 옆으로 돌며 물길을 탔다.

화포의 위력도 비교할 수 없고, 군선의 사거리가 수적선보다 더 긴 것은 자명한 사실.

‘왜…… 왜 군선이 함께 나타난 거지?’

걸협오성을 태운 배가 군선을 이끌고 나타날 줄은 예상조차 못 했다.

“후후후, 드디어 잡았다.”

이자오의 얼굴이 밝게 퍼졌다.

아주 오랫동안 쫓아다녔던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이 눈앞에 둥둥 떠 있었다.

“장군님, 화포가 준비됐습니다.”

“발포하라.”

이자오의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둥! 둥!

두 번의 북소리와 함께 붉은색 깃발이 펄럭거렸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어엉!

수십 발의 화포가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 위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앙!

시커멓게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오는 폭탄.

“으아아악!!”

열 척의 수적선 위로 수십 발의 폭탄이 저승사자처럼 떨어졌다.

반격을 하고 싶어도 그들이 가진 화포의 사정거리가 훨씬 짧았다.

살기 위해서는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뭣들 하느냐! 뒤로 물러나라!”

일자로 정렬해 있던 배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돌렸다.

현재 수적선이 그나마 유리한 부분은 빠르기뿐.

“수적들이 도망간다! 저놈들을 잡아라!”

군선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노를 저으며 도망가는 수적선들 뒤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평상시라면 모를까, 화포에 일차 충격을 받은 수적선들의 속도는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남하림은 선수에 서서 점점 가까워지는 수적선을 보았다.

이십여 장의 거리.

‘이 정도면 충분히 건너갈 수 있겠군.’

타앗!

남하림은 만리추풍신법을 펼쳤다.

마치 한 마리 새처럼 창공을 가른 그가 서량채의 수적선으로 사뿐히 날아올랐다.

“와아아아아-!”

황보궁과 성철각이 탄성을 내질렀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뒤로 흩날리는 모습.

사내가 봐도 멋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놈이 태어난 거지?”

탈혼마제조차 남하림의 신법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났다.

남하림은 착지하기 직전, 돛대를 향해 강룡십팔장을 펼쳤다.

콰아아앙-!

뿌지지직.

돛대가 단숨에 부러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것들만 부수면 도망갈 수 없겠지.’

이번에는 다음 배로.

파앗!

남하림은 다음 배를 향해 또 한 번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돛대를 부러뜨렸다.

뿌지지직.

콰아아앙-!

수적선의 돛대가 순서대로 두 동강 나기 시작했다.

균조문은 황당한 시선으로 배와 배 사이를 날아다니는 남하림을 바라보았다.

“저…… 저어……! 뭣들 하느냐?! 저놈을 쏴라!”

쉬우우웅-

피우우웅-

수적들은 재빨리 화살을 꺼내 남하림을 향해 쐈다.

하지만 그들의 화살은 남하림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금강신무의 신체.

남하림은 화살이 날아오는 것쯤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대로 마지막 수적선의 돛대를 부숴 버렸다.

뿌지지직!

“아아악!”

돛대가 넘어가면서 화살을 쏘던 수적들 위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열 척의 배를 모두 멈추게 만들었다.

균조문은 몸이 떨렸다.

‘겨우…… 한 명이……!’

남하림이 보여준 무위는 사람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차라리…… 가만히 있을걸.’

오만과 자만심의 결과였다.

수적들은 주위의 눈치만을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지옥의 사신이 눈앞에 있었다.

남하림의 말에 수적들은 손에 든 무기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명장군 이자오는 남하림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장군처럼 느껴졌다.

수명장군은 두 손을 공손하게 겹치며 고개를 숙였다.

남하림을 보는 그의 눈동자는 무한의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 * *

“바람 좋다.”

남하림은 선수에서 기분 좋게 바람을 맞이했다.

잠시 후면 장강 여정의 마지막 종착점에 도착한다.

지금부터서는 육로로 움직여야 했다.

태진천은 아쉬웠다.

“후개님, 그동안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태 채주 덕분에 잘 왔소이다.”

“아닙니다. 후개님이 계시지 않으셨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태 채주는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오?”

이제 그는 장강수로채에 돌아갈 수 없었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혹시 따로 할 일이 없으면 나를 도와주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에게 상단이 있는데 수로 쪽 운영을 할 사람이 필요할 것 같소.”

“소인이야 후개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 녀석들도 말입니다.”

“잘됐군요. 채주 수하들도 함께하면 더 좋지요. 곧장 남양에 가서 양삼이란 사람을 찾으면 되오.

그는 본 상단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니, 양 총관에게 가서 내가 보냈다고 하면 될 겁니다.”

“고, 고맙습니다. 소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리옵니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앞으론 착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 * *

제안포구에 도착했다.

이미 연락을 되었는지 그곳에는 이미 강소성 개방 총타의 방도들이 집결한 상태였다.

총타주 신풍걸(迅風乞).

육십 대의 나이로 장로급 개방 방도였다.

현장 체질이라 개봉에 올라오지 않고 여전히 총타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는 인물.

그가 배에서 내리는 남하림을 맞이했다.

“후개를 뵙소이다.”

“신풍걸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남하림도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 뒤로 걸협오성 네 명이 내리면서 신풍걸과 인사를 나누었다.

‘호오! 드디어 본 방에도 인물이 나왔구나.’

후개뿐만 아니었다.

걸협오성 다섯 명 모두 절대자의 기가 느껴졌다.

반갑게 인사를 맞이한 신풍걸은 뒤이어 내리는 세 명의 인물들 중 탈혼마제와 눈이 마주쳤다.

‘허어…… 누구이기에 이리도 마기가 강하단 말이냐?’

남하림은 배에서 내리기 전 탈혼마제의 금제를 풀어주었다.

삼 성밖에 없는 내력이라고 하지만, 굳이 사고를 치려고 하면 얼마든지 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함께 다니면서 그가 아무 일에나 함부로 나설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다 천사회와 오가련을 상대하는 동안 괜히 피해를 당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또한 마기를 애써 숨긴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기는 숨길 수 없었다.

지금도 신풍걸이 마기 때문에 그의 정체를 미심쩍어하지 않은가.

“신풍걸님, 저 노인장은 탈혼마제라고, 마교에서부터 동행을 했습니다.”

‘헉!’

탈혼마제는 한 배 윗대의 고수였다.

‘맙소사…… 지금까지 탈혼마제가 살아 있었단 말인가.’

신풍걸은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게다가 더 믿기지 않는 건 후개의 태도였다.

그를 가볍게 노인장이라 부르고 있는데, 탈혼마제 또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신풍걸은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탈혼마제님을 뵙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냥 선배라고 불러라.”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신풍걸은 탈혼마제를 선배라고 부를 것이라고는 예전에 생각조차 못했다.

“신풍걸님,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안휘성에서 온 방도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쯤이면 염성 입구에서 후개께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외다.”

“그렇군요. 나머지 세 문파에서는 연락을 받았습니까?”

“걸비에 의하면 황보세가와 산동악가, 환영각은 조만간에 염성에 도착할 것이라 했소이다.”

“산동악가도 우리의 뜻에 따라 주었군요.”

“그들도 오가련의 뜻을 따르기가 부담스러웠겠지요. 오가련이 천사회와 동맹을 맺지 않았겠소이까. 더구나 제갈령 밑에 들어가는 것보다 우리와 협력하는 게 좋겠다고 여겼을지도 모르지요.”

“아마 그게 맞을 겁니다.”

신풍걸의 말이 정확했다.

제갈령도 제갈령이지만, 천사회가 없었다면 산동악가도 고민을 했을 것이었다.

정파의 무림세가는 기본적으로 사파나 마도에 대해서 거부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남하림과 신풍걸은 움직이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우선 천사회에서는 혈군사와 함께 천사수호군과 천사명광군이 움직이고 있소이다.”

“천사회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움직일 모양이군요.”

“숭화삼지에서 천사멸전군과 천사백사군이 당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싸워 떨어진 명예를 세울 생각이지 않겠소이까.”

천사회의 무력단 중 천사수호군과 천사명광군은 가장 강하도 알려져 있었다.

“오가련은 어떻습니까?”

“남궁세가에서 완전히 열받은 모양이더군요. 가주인 남궁강이 직접 동문상국으로 온다고 하외다. 오가련에서도 역천군을 모아서 보냈소이다.”

“그들도 자존심이 상하긴 했군요.”

“용병이라고 깔보다가 당한 것이지요.”

“여하튼 이번 기회에 그들이 정파무림을 얕잡아 보지 못하게 완벽하게 처리해야겠습니다.”

신풍걸은 걸협오성을 보기 전까지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이 느낌이 최고의 인물과 함께한다는 그것인가?’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후개에 대한 방도들의 소문은 사실이었다.

걸성불패.

후개와 함께하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 * *

천사회의 두 무력단 천사수호군과 천사광명군.

남궁세가와 오가련의 역천군.

그들이 강소성 염성으로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상국주 손장과 역위천은 굳은 표정으로 염성평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두려움은 사라져 있었다.

“개방에서 원군이 도착했소이다.”

개방 안휘성 총타에서 일만의 개방 방도가 염성 입구에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허어…… 다행이군요. 개방에서 원군이 올 줄 알았소이다.”

최근 모든 큰 싸움에서 개방은 빠지지 않았다.

거기에다 소림사와 사천성에서 개방과 걸협오성이 보여준 무위는 중원 최고라 일컬어졌다.

“황보세가와 산동악가, 환영각에서도 원군이 도착할 것이라 했습니다.”

“보아하니 이들 세 가문도 후개가 보낸 모양이군요.”

“맞소이다. 그 녀석도 본 상국을 위해 장강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라 했습니다.”

역위천도 그 소문을 들었다.

남하림과 연관이 된 사건은 하루도 지나가기 전에 무림에 퍼졌다.

후개와 걸협오성의 일거수일투족과 무용담이 중원 곳곳에 퍼지고 있었다.

한 척의 배로 장강수로채와 싸워 이긴 무용담은 이미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지금쯤이면 그들은 제안포에 내렸을 것이외다.”

“빨리 도착했군요. 다행입니다.”

“후후후.”

역위천은 남하림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후개뿐만 아니라 걸협오성 모두 엄청난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기성…… 제갈령. 무림은 네놈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유가 뭐냐고? 양천의 전인. 그가 당신들 앞에 존재하기 때문이지.’

구천의 조율자.

역위천은 느낄 수 있었다.

완전한 양천의 전인이 바로 후개 남하림이었다.

천마와도 대등한 무공.

천마는 힘의 세기로 봐서는 유극지보다 강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후개 남하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질 것이었다.

‘기대가 되는군.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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