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투전십왕군
우르르르-
다섯 명이 나란히 서서 이를 닦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야.’
중원 무림은 난리가 났는데도, 이들 다섯 명은 천하태평이었다.
“아이, 정말…… 이 사람들이……! 안 된다니깐!”
정문 앞에서 분타주 정전국의 목소리가 울렸다.
풍천촌 주위로 기반을 둔 여러 군소방파와 지역 유지들, 게다가 이름 꽤나 있다는 무관들까지.
모두가 걸협오성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무작정 몰려들었다.
“이봐, 정 분타주. 자네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평소에 얼마나 분타에 기부를 하는데!”
“어어…… 그건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중년인은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결국 정전국은 풍천에서 상가를 수십 개 운영하는 융종소를 데리고 들어왔다.
“융 대인, 들어오시지요.”
“엇험, 흐음…….”
타악, 타악.
융종소는 몸을 두세 번 가볍게 치면서 뒤를 돌아보며 헛기침을 했다.
“융 대인.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후개님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빨리 갔다 오게.”
사실 그는 후개를 만난다는 것보다, 밖에 모여 있는 이들과 자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듯했다.
“……쯔쯔, 사람들이 조용히들 하지 않고…… 후개님께서 편히 지내시는 게 이리 힘들다니…….”
정전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
일각 후.
융종소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분타를 나섰다.
우르르르-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흠흠, 자네들은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겠지. 후개님을 보는 순간, 하늘에서 마치 성인이 내려오시는 듯! 그분의 뒤로 황금빛이 가득 퍼져 나갔다네!”
“와아아아-!”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
“후…… 그분께서 내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르시면서 개방의 형제들에게 도움을 많이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
척!
그러더니 융종소는 갑자기 가슴 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펼쳤다.
“이게 뭔지 아는가? 바로 후개님의 글씨라네. 여기 잘 보이는가? ‘개방의 친구 융종소’라 적혀 있지 않는가. 아하하핫!”
휙휙.
그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는 듯 종이를 가슴에 품고서.
팔자걸음을 걸으며 휘적휘적 분타를 나섰다.
* * *
척.
부복을 한 사내.
너무나 진한 쌍꺼풀에 속눈썹도 길어서인지, 무언가 거부감이 생기는 외모다.
보면 왠지 느글거리는 느낌.
“추항 님.”
“허어, 자네는 어째 볼 때마다 쌍꺼풀이 진해지는가?”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아니지…… 큼, 돌아가는 상황은 어떤가?”
“분타 앞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겨우 찾아냈다 싶었더니 엉뚱하게 일이 막히는군.”
추항이라 불린 사내.
명예를 위해 직접 나선, 용병십군의 투전십왕군이다.
오왕군과 창세단, 투용단이 겨우 다섯 명에게 무너지면서 용병림의 체면은 크나큰 손상을 입었다.
빚을 갚기 위해 유행 거지 옷을 뚫고 풍천까지 왔건만.
개방의 위세는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부관 광홍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추항 님.”
“어허. 사내자식이 똑바로 말을 해. 머뭇거리지 말고.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거냐?”
“……그럼 소신이 목숨을 걸고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번 일은 그만두시는 게 어떻습니까?”
“…….”
‘짜식이 목숨을 걸 만하군.’
추항은 무표정으로 광홍을 바라보았다.
“추항 님.”
“쉿.”
추항은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대었다.
휙!
그리고 주먹을 뻗어 광홍의 턱을 가격했다.
털썩!
부복한 자세 그대로 광홍의 얼굴이 돌아갔다.
“아프냐?”
“크읍, 아닙니다.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툭툭.
추항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그런가? 난 여기가 아프다.”
“…….”
“왜 그런 줄 아는가? 용병림의 자존심이 무너지지 않았냐 이 말이야.”
“송구합니다. 소신이 하지 말아야 할 헛소리를 한 듯합니다.”
“아니네. 사실 부관, 자네의 말이 맞아. 그놈과 싸워봤자 소용이 없지.”
“무슨……?”
“오왕군을 이긴 놈들이야. 우리가 붙는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
“그 말씀은…… 물러나자는 것입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물러나려는 건 아니다. 누군가 용병림의 자존심을 보여 주자는 거지.”
“추항 님께서 말입니까?”
“하하, 무슨 겁나는 소리를 하는가? 투전십왕군 중에서 가장 강한 무인은 자네가 아닌가?”
광홍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말을 안 하는 것을 보니 인정하는구만.”
“제가 어떻게 추항 님께 이길 수 있습니까? 제발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정말로 믿습니다!”
“이 자식이, 저번에 날 이겼잖아. 그건 뭐지?”
“그거야, 그때 추항 님께서는 내력을 반밖에 안 쓰셨으니까 그렇죠!”
“그건 모르겠고, 후개한테 가서 한번 붙어봐. 용병림의 자존심을 걸고.”
“만일 싸우다가 혹시 죽으면요?”
“거지라고 해도 정파인인데…… 비무에서 죽이지는 않겠지.”
“진짜 너무하십니다.”
“야. 이럴 때 부관이 나서지, 언제 나서냐? 서너 번 초식을 펼치다 보면 실력을 알 수 있잖아. 내가 붙어도 될 만하면 그때 이야기해.”
“…….”
광홍은 이제야 자신을 먼저 보내려는 이유를 알아챘다.
“제가 미끼군요.”
“처음부터 내가 당하면 우리 용병십군이 얼마나 쪽팔리겠냐? 앞으로 용병질도 못한다니깐.”
“에이, 진짜…… 알겠습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하하, 부관, 수고 좀 해줘.”
휙!
광홍은 대답 대신 고개를 쌩 돌린 후 사라졌다.
“저 자식이……!”
* * *
스르르르-
광홍은 풍천분타의 정문으로 걸어가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
“모두 물러나라.”
휙.
휙.
정문 앞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광홍을 쳐다보았다.
‘훗!’
광홍은 당연히 사람들이 겁을 먹고 정문에서 물러날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미친 거 아녀?”
“그러게 말일세. 여기가 어디라고 소리를 쳐?”
“신경 쓰지 말게. 딱 보니 정신 빠진 놈이구만.”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자, 그는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일반인들이 대부분.
채애앵!
광홍의 허리에서 검이 뽑혔다.
“모두 죽고 싶으냐?! 난 용병십군 투전십왕군 소속 광홍이다!”
휙!
광홍을 향해 물건이 날아갔다.
“야, 용병이 여기 왜 있어? 전쟁터에 가서 싸움이나 하든가, 자빠져 안 자고!”
광홍은 화가 치밀어 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안 비키면 죽는다!”
광홍이 치켜 올린 검에 거대한 기가 솟구쳤다.
슈우우욱-!
정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검기.
“으아아악! 진짜 검기다! 피해라!”
파앗!
샤샤샤샤샥-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순식간에 정문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
콰아아앙!
흙먼지가 위로 솟아오르며 시야를 가렸다.
광홍은 그 사이를 빠르게 걸어가 풍천분타 정문에 도착했다.
“용병림 투전십왕군의 부관 광홍이라 한다! 개방의 후개에게 비무를 원한다고 전하시오!”
* * *
끼이이익.
정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오는 십여 명의 인물들.
광홍은 후개는 누군가 싶어 한 명씩 자세히 살폈다.
젊은 개방도 중 한 명이 나섰다.
“나를 찾는다고 했소?”
‘이자가…… 후개인가?’
광홍은 헐렁한 모시옷을 입을 남하림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용병림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그렇소.”
“휴우…… 그동안 잘 피해 다녔는데. 결국은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근데 웬일로 혼자 왔소? 떼로 몰려 와야 하는 게 아니오?”
“…….”
살천성과 싸우기 전이라면 당연히 용병단 전체가 몰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후개를 잘못 건드렸다간 개방 전체와 싸워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음을 온 중원 사람들이 다 알았다.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명예를 지키려는 것이오.”
“그거라면야…… 그대의 뜻을 받아주겠소.”
“고맙소이다.”
“그럼 시작할까요?”
광홍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가득한 군중들을 보았다.
“여기…… 서?”
“비무라 하지 않았습니까?”
“…….”
남하림은 모여든 군중들을 향해 돌아섰다.
“여러분들이 저와 용병림과의 비무에 대한 증인이 될 것입니다. 괜찮겠습니까?”
“와아아아아-!”
군중들은 함성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광홍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스윽.
남하림과 광홍은 원을 그리며 탐색하면서 천천히 돌았다.
남하림이 말했다.
“선수를 먼저 하시지 않고.”
광홍은 선수를 펼치고 싶어도 도저히 공격할 틈을 찾을 수 없었다.
“공격하기가 어렵습니까? 사실 본 방의 타구봉법은 중원제일이니 그럴 만하지요.”
남하림의 목소리는 마치 주위 군중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컸다.
“푸훕, 하림 형이 아예 천하제일개방이라고 못을 박아버리네요.”
“사실이니까.”
“뭐 그렇긴 하지만.”
“저어…… 근데 왜 저리 빙글빙글 돌기만 하죠?”
신소소는 궁금했다.
평상시 남하림 성격대로라면 선빵 필승, 단번에 공격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잖아. 너무 빨리 끝내면 다들 별로 안 좋아해. 적당히 시간도 끌어가면서 긴장도 줘야 좋아하는 거야.”
“아항.”
신소소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치겠군.’
광홍은 도저히 먼저 공격을 할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십 번 초식을 바꾸면서 공격했다.
초광배현(初光拜現)의 초식으로 비스듬히 후개의 겨드랑이를 노리는 순간,
고목처럼 생긴 타구봉에 얼굴을 내려찍혔다.
후호철향(侯虎鐵響)을 빠르게 펼치며 후개의 양쪽 허벅지를 공격하고자 하면,
수십 개의 타구봉에 의해 온몸을 타작당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남하림의 무공은 자신의 실력으로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서히 지루해질 쯤.
결국 군중들 사이에서 하품이 나왔다.
“그럼 내가 먼저 움직이죠.”
타앗!
남하림은 만리추풍신법(萬里追風身法)을 쓰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십여 장을 튀어올라 타구봉의 끝을 잡고 광홍을 향해 투척!
패애애애애앵-!
타구봉이 회전하면서 세 자도 되지 않던 원이 점점 커져 나갔다.
타타타타타-!
타구봉의 회전에 의해 땅이 위협적으로 파여갔다.
막지 않으면 가공할 회전력에 갈려 버릴 상황!
챙챙챙챙챙-!
광홍은 검을 좌우로 움직이며 타구봉의 강기를 막아내다,
“야아아압!”
터어어엉-
전력을 다해 타구봉을 위로 쳐냈다.
“오, 감사.”
“……!”
허공을 날아오며 타구봉을 낚아채는 후개.
광홍은 수천 수백 개의 타구봉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씨…… 이래서 내가 안 한다고 했는데……!’
광홍은 갑자기 억울해졌다.
혼자만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찰나의 순간, 남하림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저어…… 드릴 말씀이…….]
콰아아앙-!
쾅아아아-
지축이 흔들리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시야를 가렸다.
곧이어 광홍이 마치 후개의 공격을 멋지게 막아낸 것처럼, 유유히 흙먼지 속을 빠져나왔다.
“와아……!”
군중들 사이에서 탄성이 멈출 시간도 없이, 남하림과 광홍은 다시 부딪혔다.
언뜻 보기에는 후개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듯했지만.
광홍의 방어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했다.
“뭐냐. 둘이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갑자기 흥미롭게 싸우는데요.”
단번에 알아챈 당무독과 팽유도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멀리서 그들의 비무를 보던 단 한 명.
그만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별거 없구만. 난 또 살주세가주를 박살 냈다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살주세가가 별거 아니었던 모양이군.”
추항은 몸이 근질거렸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길 수 있다!
뚜둑.
그는 몸을 풀었다.
“광홍, 그만 물러나라!”
뚝.
광홍이 동작을 멈추며 남하림과 시선을 마주쳤다.
물러나는 광홍을 향해 군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쳐주었다.
“모두 박수를 칩시다! 비록 비무는 졌지만 후개님을 상대로 저 정도면 잘 싸우지 않았소이까!”
“그러게 말이네. 용병단이라고 해서 무식하게 싸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구만. 새롭게 봤소!”
씨익-
광홍은 멀리 다가오는 추항을 보면서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광홍에게 쏟아지는 박수 소리.
‘으흐흐, 나에게도 이런 박수를 쳐주겠지.’
“광홍, 수고했다. 뒷일은 투전십왕군 군장 본인이 맡겠다.”
추항이 살짝 턱을 세웠다.
군중들이 술렁거렸다.
“오우, 이번에는 용병단에서 더 강한 인물이 나오나 보군.”
“용병단의 대장이라면 방금 그보다 더 강하지 않겠나.”
“후개님께서 힘들지도…….”
추항은 어깨에 힘이 듬뿍 들어섰다.
“후개는 들어라! 본인이 그대에게 도전을 원한다. 받아들이겠는가?”
“천하제일대개방은 그 어떠한 의미 없는 도전에도 물러나지 않소이다. 당연히 그대가 원한다면 받아줄 것이오.”
쑤욱.
남하림은 손에 들고 있던 타구봉을 허리에 꽂았다.
“용병림의 대장이신 모양이니 예우를 갖춰 천하제일무공인 강룡십팔장으로 상대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와아아아-!”
“후개님께서 펼치시는 강룡십팔장을 이 눈으로 보다니! 지금까지 적을 한 번도 때려눕히지 못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고!”
‘흐흐, 그 한 번이 지금이 될 수 있다면…… 잠시 뒤 후개의 명성은 나에게 쏟아질 것이다.’
추항은 기분이 좋아졌다.
슈우우욱-
그는 양손에 내력을 올렸다.
암흑투권(暗黑鬪拳)의 십단공을 완벽하게 익혔다고 알려진 권가의 무인.
“그대의 장법이 대단한 것을 안다. 하지만 본인의 권법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타아앗-!
추항은 발바닥을 땅에 비비며 거리를 좁혔다.
부웅-
호락멸신(虎落滅身)의 초식.
쿠아아아왕!
호랑이의 무쇠 같은 앞발의 위력이 펼쳐졌다.
천년고목조차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일권이 남하림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호랑이라. 그럼 용호상박(龍虎相搏)이군.”
우두두두두-
남하림은 금강수체의 자세를 취했다.
덜덜덜덜덜-
그와 함께 땅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양손을 가슴에 모은 뒤, 추항의 일권을 향해 쌍장을 뻗는다.
“곤룡토생(坤龍土生). 땅을 밟는 자 곤룡의 힘을 알게 되리라.”
콰아아앙!
땅에서 솟구친 곤룡이 마치 수면의 아래위를 오르내리듯 꿈틀거리며 추항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어어…… 어……?’
추항의 눈이 커졌다.
호락멸신의 공격이 완벽하게 소멸했다.
퍼어어엉-!
추항의 가슴에 일장이 떨어졌다.
“커어억.”
강룡십팔장에 충격을 받은 그의 신형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아…… 아…… 안…… 돼……!’
털썩.
단 일초식.
단 한 방에 끝이 나자 군중들은 짜증이 밀려왔다.
방금 전처럼 흥이 돋는, 비무다운 비무를 구경하고 싶었다.
“허어얼. 뭐야. 난 용병단장이라 해서 센 줄 알았잖아!”
“허허, 후개님께 일초지적도 되지 않는구만.”
사방에서 크게 울리는 군중들의 불평 소리.
남하림은 추항의 앞으로 다가섰다.
“더 하겠소?”
“아직…… 힘이…… 남아 있다.”
“그래요?”
쑤욱.
남하림은 타구봉을 뽑아 들었다.
“알겠어요. 힘이 없어질 때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파악. 팍팍!
타구봉이 성인의 몸통만 한 장작 두께처럼 보였다.
‘아아악! 이 미친놈이……!’
추항은 다시 일어나서 비무를 할 줄 알았다.
이날 풍천분타에 모인 군중들은 훗날까지 술안주로 회자될 희귀한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음…… 이제야 재미가 나는구만.”